가브리엘은 감속하지 않았다.

그는 달리는 동안 어둠 속을 훝으며 더 많은 목표물을 찾았다. 그의 주변에서 비명과 발사음이 밤을 찢으며 울려퍼졌고, 랜드 스피더에 장착된 해비 볼터의 격발음이 쿵쾅댔다. 안개 속에서 거대하고, 인공 장치로 가득한 형체가 튀어나왔다. 가브리엘이 다가가자 그 형체가 기괴하게 몸을 틀었다. 그것의 팔은 멜타 캐논과 체인 블레이드로 무장되어 있었고, 한 쪽 안구는 사라져서 거대한 증강물로 대체된 채였다. 서보스컬로 조작되는 인퀴지터의 건 서비터였다. 서비터는 가브리엘에게 고개를 숙인 뒤, 어둠 속으로 총을 쏘며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성스러운 분노를 쏟아냈다.

가브리엘은 서비터의 맹렬한 불길을 피해 바깥으로 몸을 크게 틀어서 피하며, 폭발의 후폭풍이 자신을 태우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했다. 무언가가 서비터를 향해 싸이블래스틀 쏘아냈다. 싸이블레스트의 폭풍이 안개를 밀어내면서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것이 끓어올랐고 서비터는 가슴 한가운데를 강타당해 비명과 함께 백열광에 집어삼켜졌다. 가브리엘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재빠르게 몸을 달렸다. 서비터의 연료관에 남아있던 프륨 혼합물 가스에 불이 붙었고 곧 체내의 피하 저장소까지 불에 타올랐다. 폭발과 함께 서비터의 몸은 수십 미터를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충격파는 가브리엘의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는 쓰러졌다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일어나 안개 속을 훝으며 상대를 찾았다.

사이커는 서비터를 비웃으면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했다. 가브리엘은 이를 악물고 사이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는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를 들고 아둠 속으로 향했다. 안개가 갈라지면서 목이 180도 뒤틀리고 수염이 길게 자란 돌연변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네 개의 눈은 깜빡이면서 다른 하나와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브리엘을 바라보면서 악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캡틴은 놀라지 않았다.

가브리엘이 볼터를 들어올리기도 전에 사이커가 불타는 사이블레스트를 발사했다. 가브리엘은 옆으로 굴러서 불길을 피해냈지만, 사이블레스트의 후폭풍은 피하지 못했다. 갑옷을 뚫고 목과 머리의 피부에 물집이 끓어올랐다. 가브리엘은 땅에 누운 채 사이커를 향해 총을 발사해 가슴과 두개골에 큰 구멍 하나씩을 만들어냈고, 사이커는 바닥에 쓰러졌다.

세 번째 사이커가 가브리엘의 시야에 들어선 것은 그가 무릎을 꿇고 막 몸을 일으키려고 했을 때였다. 전기가 그의 온 몸을 휘감았다. 이 사이커 또한 기형이 일어나 로브로도 감출 수 없는 덩어리를 옷 아래에 두르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미묘한 손짓으로 이어피스를 두드렸다.

"죽어라!" 흉물이 쉿쉿대며 팔을 들어올렸다.

"황제께서 그렇게 명하신다면 말이지." 가브리엘이 대꾸했다.

사이커가 응수하기 전에 이사도르의 랜드 스피더가 안개 속에서 튀어나왔다. 이사도르는 차량 전면부로 흉물의 얼굴을 쳐 그것을 참수했다. 가브리엘의 이어피스에서 새로운 교신음이 울려 퍼졌고 그레이 나이트가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갑옷은 매끄러운 은빛이었고 각인된 룬은 선명한 금빛으로 반짝였다. 누구라도 경외심에 무릎을 꿇을 만큼 인상적인 모습이었지만, 가브리엘은 이 영광스러운 시종들에게 쉽게 겁먹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며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그들에게 대등하게 섰다.

그레이 나이트 아포테카리가 가브리엘의 목에 난 화상에 약을 뿌렸다. 아포테카리가 치유의 경구를 읊는 동안 상처 부위의 피부가 굳으면서 딱지가 졌다. 가브리엘은 몸에서 뜯겨져 나가는 커다란 피부 조각을 보고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여전히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우리는 이 지역의 로그 사이커를 감지하고 불로서 그들을 정화하러 왔었소. 그대들이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던 것 같구려."

아포테카리가 말했다. 가브리엘은 이사도르 곁에 있는 블러드 레이븐의 서전트 케인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포테카리가 치유의 의식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다 끝났나, 선한 형제여?"

가브리엘이 그레이 나이트에게 물었다.

"거의."

그가 대답한 후 가브리엘의 목에 정화침을 찔렀다. 불타는 액체가 가브리엘의 정맥을 타고 몸 속으로 흘러들어가 감염을 씻어냈다. 가브리엘은 목을 문지르며 이사도르와 케인에게 걸어갔다. 그들은 아포테카리가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말씀대로 통신망을 차단했습니다."

케인이 가브리엘에게 말했다.

"그를 찾았나?"

가브리엘이 물었다.

"네, 브라더 캡틴. 울레이 형제와 그의 분대가 에스몬드를 뉴 카니스의 성 벨스투스 벙커에 격리시켰습니다."

"서둘러야 하네."

이사도르가 말했다.

"그레이 나이트가 이 지역을 통과하며 방해자들을 모두 제거하고 있다네. 만약 그들이 울레이 형제가 도망자를 숨겨주고 있다는 걸 알아챈다면... 알잖나?"

"잘 알고 있지."

가브리엘이 대답했다.

"도와줘서 고맙네. 케인 형제. 자네의 구역으로 돌아가서 인퀴지션의 의심을 피하도록 하게. 그들의 요구에 모두 응하고 나에 대해 묻는다면, 나를 위해 거짓을 말하지는 말게나. 나 대신 다른 이가 끌려갈 필요는 없으니까."

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분대로 되돌아갔다.

"서둘러야 하네."

이사도르가 말했다. 가브리엘은 한 쪽 눈썹을 치켜뜨고 이사도르를 잠시 쳐다보았다.

"조금 의외인걸. 나는 자네가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질책할 줄 알았네. 에스몬드를 만나라고 권유하는 이유라도 있나?"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언제나 방황할테지. 그리고 방황은 정신을 산만하게 하고, 산만함은 그대를 위험으로 이끌게 될 테니까."

이사도르가 대답했다.

"자네는 이로 인해 내가 마음을 다잡길 바라는군."

"자네가 명료해지길 바라네 가브리엘. 나는 자네를 알아. 자네는 황제 폐하의 뜻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가장 강인하다네. 마음 속에 다른 것들을 위한 여지를 남겨두어서는 아니 되네."

"잘 알겠네."

가브리엘이 대답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음, 자네에게 뒤를 맡아달라고 명령해야겠네."

"물론 그렇겠지."

이사도르가 대답하며 랜드 스피더의 조종석 위에 올라타 앞을 향했다.

"그리고 내가 명령에 불복종하길 강요하진 말게."

가브리엘이 씨익 웃으면서 랜드 스피더의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는 랜드 스피더가 상승하면서 땅이 멀어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카나린 산맥에서 불어오는 맑은 공기가 바스티리우스 상공을 훝으며 대부분의 잿가루를 걷어냈지만,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시가 불타고 불길이 거세지자, 랜드 스피더는 검은 연기를 피해 하강할 수 밖에 없었다. 차량이 붕괴된 건물과 무너진 폐허 사이를 지나쳤고, 갑작스러운 바람과 뜨거운 열기둥에 흔들렸다.

가브리엘은 높은 위치에서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지옥이 거리 아래에 펼쳐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붉은 옷과 총으로 무장하고 회색 갑옷을 입은 이단심문청의 스톰 트루퍼 분대들이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멜타건으로 인접한 건물의 창문과 구멍을 뚫고 숨어 있는 사람들을 거리로 몰아냈고, 기다리고 있던 다른 부대원들이 불벼락을 쏟아내며 그들을 쓰러트렸다. 미처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불지옥 안에서 타죽을 터였다.

그 다음으로 그레이 나이트 터미네이터들이 포병대처럼 가스 수류탄을 도망치는 군중을 향해 발사하는 광경이 보였다. 유독 가스에 휩싸인 사람들은 산성 구름이 그들의 폐를 태우기 전 마지막으로 짧은 비명을 질렀고, 경련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가스가 살과 근육과 뼈의 결합 조직을 갉아먹으면서 피부가 벗겨졌다. 그들은 몇 분동안 긴 고통에 신음하다 뼈를 드러내며 목숨을 잃었다.

가브리엘은 랜드 스피더의 문을 거세게 내리쳤다. 랜드 스피더가 흔들리며 찌그러진 자국이 생겨났다. 이사도르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가브리엘은 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이 이런 운명을 자초한 거야, 가브리엘."

이사도르가 말했다.

"알아."

가브리엘이 답했다.

"하지만, 나의...."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사도르는 이 곳이 가브리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를 알았다.

"이 거리를 알고 있네, 한 때 여기 살았었어."

가브리엘이 말했다.

이사도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가브리엘은 그가 이 말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라이브러리안은 모나스터리에서 태어났고, 워프의 속삭임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통제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에게는 집도 없었고, 남들이 눈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필요도 없었다.

"키레네가 그대의 고향이더라도 수백 년 전 일일세, 친구여."

이사도르가 말했다.

"그대가 아는 거의 모든 이들은 죽어서 사라졌어."

"하지만 그들의 자식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이름은 아니야."

"이 현장의 지혜를 의심하는 건가?"

이사도르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니!"

가브리엘은 이사도르가 모든 죄 중에서 가장 불경한 죄인, 의심의 죄에 대해 그를 의심한다는 것에 화를 내며 답했다.

"이 현장은 정당하네! 여기 있는 모든 남자와 여자, 아이들의 목숨을 한 발 한 발 끊어내라고 해도 기꺼이 그렇게 응할 걸세. 이 행성은 이단으로 가득하고, 이 대지는 워프의 오염으로 물들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