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지?"

"총독." 커스토디안 가드가

허리를 기울이며 속삭였다.

눈빛이 플라스마 창날처럼 번뜩였다.

"그대의 직위와 품행을 고려해

내 피를 묻히진 않겠소.

그러니, 좋은 말 할 때, 사과하시오."

당장 두들길 듯 험악하게 끊는 말에도

다모스 총독은 손가락을 내리지 않았다.

"아뇨, 저기. 하지만...대체 무슨 일입니까?"

"하이페리온. 창은 내리게.  그리고 총독,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그러니까!"

마침내 무례를 깨달은 총독이

손을 내리며 고개를 숙였다.

"먼저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꼭 질문드릴 게

있습니다."

"하시오." 하이페리온의 창은 엄청난 악력을

견디고 있었다.



"어떻게 커스토디안 가드가 여성인 겁니까?"



대답엔 무려 10초가 걸렸다.

"뭐라고 했소?"

"제국의 아스타르테스는 물론

커스토디안 가드는  모두 남성입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여기 이 분은

여성...이잖습니까?

아, 만일 제 착각이라면..."

"대체 그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하이페리온의 얼굴에서 분노가 사라졌다.

"여성 커스토디안은 언제나 있었소.

제국이 있을 때부터 지금과 앞으로도."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황제 폐하께 걸고 제 평생 듣도보도

못했단 말입니다!"

다모스는 직책과 목숨 이전에 이 혼란을

정리하려 애썼다. 대체 옥좌에 걸고

은하가 어찌 된 것인가?

"하이페리온. 내 생각에 총독이 좀

지친 것 같네. 오크 떼에 맞서

지원없이 3년만에 이긴게

10일 전이야. 충분히

혼란할 만 하지."

여성 커스토디안이

동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이페리온은 자신도 놀랄 정도로

바로 납득해 버렸다.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말인데 말이다.

"그렇지. 확실히 힘겨운 일이었지."

"내가 잘 일러두겠네. 자네는 다음

블러드 게임을 준비해야 하잖나."

"그렇군. 그럼 자네에게 맡기지."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다모스를

뒤에 둔 채 하이페리온은 서둘렀다.

"자, 그럼."

뭐라 할 틈도 없이 다모스는

묵직한 양손에 붙잡혀 떠올랐다.

금빛 갑옷을 입은 그 얼굴은







연보랏빛이었다. 새까만 잉크를

가득 담은 듯한 눈 속에

겁먹고 한심한 얼굴이 비쳤다.

"누,누구냐?"

"너희들이 바란 것."

뱀의 혓소리같지만 묘하게 음악같은

목소리가 답했다.

"그림과 이야기로 너희가 욕망한 것.

어둠 속에서 욕구를 달래며

꿈꾼 몽상. 어쨌든, 총독 나리?"

그것의 미소를 보자

다모스의 가슴이 거세게 두근거렸다.


"자, 따라해.

여성 커스토디안 가드는 언제나 있었어.

앞으로도 그럴거고."

"여성 커스토디안 가드는 언제나 있었어.

앞으로도...그럴거고."

맥빠지고 몽롱한 목소리가 기어나왔다.



그렇게 홀리 테라에 위험이 다가온다.

싸워라, 길리먼! 힘내라, 길리먼!

서류더미 다음엔 슬라네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