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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파묻힌 단검 - 종결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13 0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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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


[워프/바르바루스 행성/확인 불가; 현재/과거/불명]

“내게 충성을 맹세하거라.”

한쪽 무릎을 꿇은 모타리온은 더 이상 바르바루스의 검은 진창에 눈을 붙이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이방인의 빛나는 눈을 바라보았다. 낯선 자의 말은 흐르는 시간을 멈추는 것만 같았다. 광대하고도 간신히 억눌린 권능의 아우라가 그의 주위에서 타올랐다.

그는 모타리온의 눈을 들여다보며, 영혼의 어두운 심연을 파고들어 인간의 사신 스스로도 숨기고 있는 잃어버리고, 잊힌 구석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모타리온은 턱을 다물었다. 펼쳐진 책 같은 신세는 되고 싶지 않다. 이런 신세는–


“할아버지께 충성을 바치거라.”

한쪽 무릎을 꿇은 모타리온은 더 이상 테르미누스 에스트의 녹슬고 부숴진 장갑에 눈을 붙이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거센 하늘을 삼킨 위대한 존재의 서슬 푸른 눈을 바라보았다. 신과도 같은 존재의 말은 현실계의 끈을 울려대며 공명 시켰다. 어두운 타락의 기운이 진눈깨비처럼 떨어져 주위에 두터이 쌓여갔다.

스스로를 할아버지라 부르는 존재는 모타리온의 폐에 불멸의 포자를 가득 채우고는, 닫힌 마음을 파고들어 숨겨둔 공포와 은밀한 희망이라는 풍요로운 살점을 찾아 내면을 열어 젖혔다.

모타리온은 주먹을 꽉 쥐었다. 영혼이 벌거벗겨지는 게 느껴진다. 그건–


“네게 유일한 길을 골랐구나.”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말했다. “나의 아들아, 이 날이 밝기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단다. 나의 하수인아, 너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단다.” 

시간과 순간, 과거와 현재, 이 구조들은 모래알로 부숴져 모타리온을 흩어져 내린 시간 속으로 파묻었다.

그는 수십년 전 바르바루스에 있었고 이제는 이마테리움의 순수한 광기 속에 있다. 함께 있으면서도 분열되고, 나눠졌다가 합쳐지며.

그의 아버지, 인류의 황제 그의 후원자, 부패의 군주는 모타리온에게 손짓하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었다. 그의 맹약과 명예는 이 순간부터 다른 길을 막아 섰다.

그는 고위 오버로드를 처치하지 못한다면 회관의 낯선 자에게 무릎을 꿇으리라 맹세했고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의 아들들과 군단을 지키리라 공언했다.

모타리온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려 사투하고, 메아리치는 잿빛 과거에 찢겨나간 파멸적인 현재를 떨쳐내려 절박하게 발버둥쳤다. 어떤 게 자신의 현실이었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게 진실이란 말인가?

“이 광기 속에서 맹세한다면 무슨 대가를 줄텐가?” 그가 속삭였다. 그가 공허 속에서 울부짖었다.

“무엇을 원하느냐, 나의 아들아?”

“무엇을 원하느냐, 나의 하수인이여?”

하나의 거대한 메아리가 된 목소리들은 그의 뼈와 육신을 파고들어 휘몰아치는 불안정한 정신까지 울려 퍼졌다.

견뎌낼... 인내를.”


“그럼 일어나거라.” 이방인이 말했다.

“일어나거라, 모타리온. 네가 상상도 못했던 형제들이 저 무수한 별들 너머에서 널 기다리고 있단다. 네겐 은하계를 일깨워야 한다는 목적이. 네 이름이 영원히 새겨질 성전이 있단다.”


“그럼 일어나거라.” 할아버지가 그에게 말했다.

“죽음에서 태어난 대공으로서 일어나거라. 인간의 영역에서 복수가 널 기다리고 있단다. 칠흑보다도 검디 검은 끔찍한 목적이. 마지막 인간의 영혼이 엔트로피로 사라질 때까지 네 이름이 공포로 새겨질 학살이란다.”


그러자 모타리온은 주저 없이 맹세를 읊었다. “당신의 깃발 아래 이 몸을 바치겠나이다. 이 몸의 피와 뼈, 불굴의 의지와 영혼의 힘까지. 모두 당신의 것이니, 구원을 내려주소서.”

그는 손을 뻗어 부러진 전투낫의 날을 찾고는, 갑주를 뚫고 피가 흐를 정도로 세게 움켜쥐었다. “이걸로 맹세하노라.”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자신을 사로잡은 변이를 보았다.

헤아릴 수 없는 변화력이 그의 육신을 뚫고 나와 살과 피의 나약한 한계를 초월했다.

모타리온은 찢겨 나가고, 매 심장박동마다 변화하면서 두 발로 일어섰다. 그의 척추에서 역병에 절은 곤충 날개가 새로운 변화에 전율하며 터져나왔다. 부패하는 에너지에 젖어들은 그의 영혼은 죽고, 살아나며, 부활하고, 다시 소멸했다.

그의 수척한 얼굴에 걸쳐진 살가죽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일그러진 미소가 생겨났다. 죽음의 미소 그 자체가.

모타리온은 견뎌낼 것이다.


“집에 온 걸 환영한단다.” 목소리들이 말했다.



[태양계; 현재]

현실계의 표면 아래서 워프의 물결이 일고는 폭발하여 존재를 드러냈다.

이 추악하고 재앙적인 폭발은 원초적인 광기와 뒤틀린 비개연성의 파편들을 토해냈다. 시공간에 곪아 터진 상처를 찢어 가르며, 현실계에 벌어진 균열은 과거와 미래의 초라한 법칙을 무시했다. 균열의 힘에 의해 악몽 속에서만 살아가는 기괴한 존재들이 물리적인 육신을 입고 현현했다.

일렁이며 기성을 지르는 균열의 가장자리 주변에서 치명적인 방사능과 주술에 오염된 입자 폭풍이 이루는 광란의 파도가 공기 없는 공허를 영혼을 뒤트는 색체로 물들였다. 그리고 비물질계 깊숙이 적막한 감옥에 갇힌 데스 가드 함대는 마침내 탈출구를 찾았다.

수백 대의 녹슬어가는 함선들이 제국의 가장 강력한 요새 위 하늘로 터져 나오고, 태양빛이 부패한 선체를 비추는 순간 어둠마저 더럽혔다.

14군단의 자랑스러운 상징이었던 부식된 금속 단검이 썩은 고기 덩어리에 몰린 시체 파리떼처럼 뭉쳐져 쏟아져 나오고, 거대한 전투 바지선들이 썩어가는 유독한 폐기물을 내뿜으며 힘겹게 무거운 몸을 이끌며 뒤따랐다.

역병 함대가 포탈을 완전히 빠져나오자 우주의 상처가 아물었다. 불멸의 물질과 병든 강철 덩어리로 다시 태어난 데스 가드는 서서히 머나먼 테라를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사신처럼 후드를 두르고 거대하면서도 여윈 존재가 앙상한 손에 거대한 낫을 쥐고 저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새로이 변한 몸의 근육을 펴고, 끓어오르는 피가 흐르는 다른 한 손으로 반짝이는 불씨를 가리켰다. 명령은 한마디도 없이 완전한 침묵 속에 내려졌다.

헤아릴 수 없는 후드의 내리 깔린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모타리온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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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런 씹덕같은 번역 올릴려고 싱글벙글 했었는데 디시는 루비문자를 지원 안하니 소용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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