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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판타지 칼리다 단편] 독사의 독니(2)

고래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10 20: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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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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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NGS OF THE ASP



Blood of Nagash 시리즈

Josh Reynolds 작가




.....


네페라타는 한 번 날카롭게 손뼉을 쳤다. 칼리다는 연습용 검을 거두고 뒤로 물렀다. 그녀가 상대하던 자는 라미아의 여왕이 다가오는 와중에도 계속 땅에 고개를 처박고 쓰러져 있었다. 칼리다는 사촌이 자기 손에 있던 검을 가져가더니 점잔 빼는 듯한 걸음걸이로 그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서는 걸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네페라타는 샌들째로 발 하나를 들어올려 그 남자의 뒤통수를 밟고 검을 겨누었다.


“어째서 물러선 거지? 넌 이 자를 무찔렀는데도.”


“그건 명예로운 일이 아니니까.”


칼리다의 말투는 방어적이었다.


“그런 건 전사에게 온당치-”


“넌 전사가 아니야, 작은 매. 너는 여왕이지. 네 적들에겐 비참한 항복 외엔 자비란 없어야 할 거야. 통치자의 길에 명예 같은 건 없어. 존재하는 건 오직 힘뿐이지.”


네페라타는 발에 힘을 더하여 저항도 하지 못하는 남자의 얼굴을 바닥에 더 깊이 처박았다.


“그 점을 기억해.”


.....




“기억하고 있어.”


칼리다는 속삭였다. 그녀는 품위 있는 동작으로 유스텝의 목덜미를 발로 밟았다.


“굴복하라, 라세트라의 프린스. 그렇지 않으면 네 뼈들을 빻아다가 저 불쾌한 바다에 흩날리겠다. 넌 우리의 이 영원한 황혼을 물고기들의 배 속에서 그럭저럭 보내게 되겠지.”


유스텝은 끄응하는 소리를 냈고 남은 팔로 땅일 짓이기며 헛되이 분노를 풀었다. 그러다 갑자기 몸부림을 멈추었다.


“굴복하겠다.”


그는 침울한 목소리로 투덜거리듯 말했다.


“더 크게 말하라.”


칼리다는 지팡이의 끝을 그의 해골에 얹으며 말했다.


“난 항복하겠다. 제기랄!”


유스텝은 고함을 질러댔다.


칼리다는 뒤로 물러섰고, 유스텝의 전령과 전차수는 왕을 돕기 위해 서둘러 달려왔다.


“돌아가라. 라세트라의 프린스. 그대가 온 그 길을 그대로 따라서.”


그녀는 명백히 격식을 차리는 말투로 명령했다.


“그대를 기억해 두기 위해 이건 내가 차지하도록 하지.”


그녀는 그의 벨트에서 화려한 양식으로 제작되고 장식된 황금 검을 잡아챘고, 유스텝은 항변 하나 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유스텝의 퇴각 모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그대로 몸을 돌렸다. 이곳에 찾아올 때처럼 허장성세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여왕께서는 그를 모욕하셨더군요.”


그녀가 다가오자 듀브티가 입을 열었다. 그의 어조는 불만을 내색하지 않았으나, 그에 가까웠다. 유스텝 군대의 퇴각을 의미하는 둔탁한 리듬의 북소리가 그녀의 뒤편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어깨너머로 그 모습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들은 패배에 발걸음이 무거운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도전을 걸어올 때보다도 더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그러했다고 한들 무슨 문제가 있지?”


칼리다가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뻣뻣이 세웠다.


“그자가 나를 모욕했다.”


“여왕님의 직함을 누락한 것 말입니까?”


듀브티가 말했다.


“아니, 감히 내게서 내 책무를 넘기라고 요구한 것 말이다.”


칼리다가 말했다. 그녀가 아직 살아있었을 때라면 침이라도 마구 튀겼을 법했다.


“저 무기력한 철면피가 아크 네크로맨서(Arch Necromancer)가 돌아왔을 때, 마치 자신이 그자에 맞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자가 돌아온다면 말입니다.”


듀브티가 날카롭게 덧붙였다.


칼리다는 그를 바라보았다.


“듀브티, 망자는 몽상 따윈 하지 않는다. 만약 그자가 돌아온다면, 그자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우리는 모든 분노를 다 동원해 우릴 무덤에서 끄집어낸 그자와 겨루어야만 할 것이다. 유스텝의 분노는 내 분노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하다. 그에겐 그럴 가치가 없어.”


“그건 여왕님께서 결정하실 게 아니-”


듀브티가 말을 꺼냈다.


“그래. 이건 신들께서 결정하실 일이지. 그리고 그분들께서는 명확하게 결정을 내리셨다.”


칼리다가 말했다. 사실 리치 프리스트의 말은 그녀를 아프게 찔러왔다. 그녀가 인정하고 싶어하는 것보다도 더. 사실 이 말을 들은 게 처음은 아니었으나, 그 사실로 이 아픔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물론 그의 말이 옳았다. 그게 바로 아픈 부분이었다. 의혹의 갈고리가 바로 그녀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듀브티가 옳다. 당장 해야만 하는 다른 것들이 존재했다. 위대한 땅은 전쟁 중이었다. 나가쉬가 그들의 눈 위에서 세월의 먼지들을 치우고 그들 모두를 이 태양의 거친 광명 아래로 비틀비틀 일으켜 세운 이후부터 쭉 전쟁 중이었다. 수천의 왕과 여왕들, 세대에 세대가 걸친 통치자들이 한 번에 잠에서 깨어났고, 그들만큼이나 죽음이 만연한 이 땅에 얽매여 있었다. 첫 몇 개월 동안은 누마스에서 카-사바르(Ka-Sabar)까지 모든 도시에서 전쟁이 격화되었다. 왕과 왕이 겨루었고, 뼈의 군단들은 오래전에 잊혔어야 마땅했던 분쟁을 그대로 재현하며 충돌했다. 오랜 원한이 되풀이되었고 새로운 원한이 덧칠되었다. 이는 최초이자 가장 강력한 왕인 세트라가 일어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칼리다도 자신에게 닥친 전투를 헤쳐나갔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이 가장 겨루고자 했던 상대는 손아귀를 빠져나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전임자들이었던 다른 리바라스의 무덤 먼지투성이 왕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지배권을 확립해야만 했으나 그보단 다른 일을 먼저 하고 싶었다.


“여왕께선 신들을 위해 말씀하고 계신 게 아닙니다.”


듀브티가 말했다.


“너 또한 내 직함들을 잊은 게 아닌가 싶구나.”


칼리다가 말했다.


“어찌하여 우리가 이곳에 머물러야만 하는 것입니까, 고귀하신 분이여?”


그가 말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듀브티.”


칼리다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지팡이를 절름발이 봉우리를 향해 내질렀다.


“누군가는 반드시 나가쉬자르의 관문들이 굳게 닫혀있도록 그 앞을 지키고 있어야만 한다. 그랬기에 세트라께서 명하셨지. 유스텝 같은 머저리가 그 일을 할 수야 있겠는가?”


“그자가 돌아올 것이라는 여왕님의 확신은 점점 집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듀브티가 말했다.


“그렇게 느껴진다면 그건 사실무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라비(Araby)와 그 너머 땅의 생자들 가득한 거리에서 그의 이름이 떠돌고 있다.”


“생자들 사이에서 무엇이 떠돌고 있는지는 어찌하여 알고 계시나이까?”


듀브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칼리다는 자신이 듀브티를 하인으로 선택한 게 아니란 것을 갑자기 기억해내고는 멈칫했다. 물론 듀브티는 선택받은 이였으나, 그건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세트라의 하수인들은 왕 중 왕의 칙령을 받들며, 깨어난 왕들(Awakened Kings) 사이를 오갔다. 왕들은 서로 간에 싸움을 벌일 수 있었으나, 그 누구도 불멸의 세트라를 상대로 군대를 일으킬 수는 없었다. 리치 프리스트들이라고 해도 함부로 처신할 수 없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정보원들을 심어두고 있다. 인간-상인들, 유목민들, 보물 사냥꾼들. 그들 중 일부가 나가쉬의 징후를 감시하-”


“그건 금지된 일입니다!”


듀브티는 익살스런 표현을 모두 거두고 고함을 질렀다.


“칼리다시여, 산 자와 죽은 자는 섞여서는 안됩니다. 전쟁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그게 바로 각성의 해 3년(Third Year of Awakening), 세트라께서 선포하신 열두 번째 칙령(Settra's Twelfth Edict)이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칙령에는 오류가 있는 것이로군.”


칼리다가 신경질 내는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마치 저녁 미풍에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처럼 그녀의 군단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왕 중 왕에 의문을 표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사실 하위 왕들 중에 그런 짓을 저지른 이들이 있긴 했었다. 그런 이들은 세트라의 전쟁-전차의 바퀴 아래 갈려 이제 먼지가 된 신세였다.


“늙은 리치여, 나가쉬가 움직이고 있다.”


칼리다는 자신의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찍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내 뼈로 그자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우리에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지혜만 있다면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일이지. 마치 곡물창고의 설치류라도 되는 것처럼 그자의 새까만 영혼이 우리 정신의 깊은 곳을 긁어대고 있다. 나가쉬는 부름을 내렸고, 그의 혈족 모두가 그자를 따르고 있단 말이다. 이게 바로 산 자들이 수군거리고 있는 말이지.”


“그자의 혈족-”


듀브티가 말을 꺼냈다. 그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잡혔다.


“네페라타.”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아마도.”


칼리다도 턱을 쳐들며 말했다.


“사르토사(Sartosa)로도 부족하단 말입니까? 아님 벨-알리아드(Bel-Aliad)를 쓸어버린 것으로도?”


듀브티는 자신의 지팡이에 몸을 실으며 말했다.


“여왕님의 집착이 양식마저 가려버렸단 말입니까?”


“그럼 너는 어떠한가?”


칼리다도 지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듀브티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렸고, 그도 그저 그런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는 자기 군단의 살 한 점 없는 병사들의 대오를 헤치며 몸을 옮겼다. 오래전에 망자가 되어버린 리바라스의 병사들이 그녀에게 어색하게 경의를 바치는 것도 다 무시하였다. 오래전이었다면 그녀도 그 모습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서는 그 모습이 공허한 조롱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나가쉬는 그들을 삶을 흉내 낸 무언가에, 그리고 변화가 허락되지도 않는 인습의 쇠사슬에 묶어놓았다. 그리고 칼리다에겐 바로 그것이 언-라이프의 둔탁한 고통보다도 더 잔혹한 고문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 고문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지면, 그녀는 기억 속으로 달아났다. 나가쉬의 주문에 의해 각성한 이들 모두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없이 이런 일을 반복해왔다. 이는 전능한 세트라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건 공공연하게 공유된 비밀에 가까웠다. 평민, 귀족, 왕 할 것 없이 각성한 자들이라면 모두를 하나로 묶는 고통스러운 족쇄였다. 기억들은 마치 증기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의 내면을 감쌌고 그 살점 없는 해골을 잠식하여 오랜 습관들을 끄집어냈다. 그리하여 돌처럼 굳어진 음식들과 먼지로 된 연회를 여는 왕들도 존재했다. 심지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구혼 의례나 모략을 벌이는 자들도 있었다. 그 모든 것에 실체적인 의미는 없었으나, 그런 전통들은 망자들을 살아있었을 때보다도 더 친밀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


“전통은 감옥일 수도 있어.”


네페라타는 스크롤을 옆으로 넘기며 말했다.


“그건 우리를 언짢은 손님들과 묶어버리고 지혜를 막아버리지.”


“전통은 또한 우리에게 힘을 선사한다고, 사촌.”


칼리다는 그 스크롤을 집어 들며 말했다.


“전통은 무의미에서 의미를 끌어내고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


“흠.”


네페라타는 긴 의지에 몸을 기대며 푸념했다.


“전통은 함정 그 이상도 아니야, 작은 매. 그건 독사의 독니(the fangs of the asp)처럼 단단히 매달리고 깊게 파고들지.”


.....




“함정이라.”


칼리다가 웅얼거렸다. 네페라타에게 있어선, 삶 자체가 바로 그 함정이었다. 모든 것이 그녀가 소망하는 것을 가로막는 우리였다. 모든 전통은 창살이었고, 모든 우정은 사슬이었다. 그랬던 그녀는 이제 그 모든 것들 너머에 존재했다. 칼리다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불쾌한 빛의 달이 미광을 뿌리며 암석과 벽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나가쉬자르의 성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유스텝을 무릎 꿇린 뒤 몇 시간이 흐른 참이었다. 나가쉬자르의 성문들은 오래전 억지로 문이 열린 모습 그대로였다. 이렇게 나가쉬자르로 찾아온 것은 이번 한 번만이 아니었다. 듀브티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그녀도 대답하긴 어려웠지만. 리넨에 휘감겨 있는 그녀의 살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찾아왔다. 그녀의 영혼 속에서 무언가가 희미하게 휘젓고 있었다.


그녀는 나가쉬의 저주받은 성채에 자리한 안뜰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성벽들이 솟아나 있었고 거기엔 힐끗 째려보는 듯한 모양의 해골들이 새겨져 있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알코브에는 진짜 해골들이 쌓여있기도 했다. 그것들은 한때 주술의 불꽃으로 타올랐을 테지만, 이젠 새까맣게 변해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무너진 지 오래인 거대 첨탑은 대자로 뻗어있는 시체의 시든 손가락인 마냥 밤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곳 위엔 오물들이 층을 이루어 깔려있었다. 누구도 돌보지 않는 무덤이 따로 없었다. 이곳은 모든 이들이 꺼리는 장소였다. 심지어 망자들마저 겁을 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암석들이 덜걱거렸다. 무언가 새카맣고 작으며 재빠른 형체들이 그림자 속에서 가득 튀어나왔고, 붉은 눈빛을 뿜어냈다. 칼리다는 미소를 지었고,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파괴된 성채의 안뜰 바닥을 쿵 내려찍었다.


“나와라, 키스킷(Keeskit). 거기에 있는 것 안다.”


그 쥐-인간이 빛 아래로 비슬비슬 걸어 나왔다. 털투성이의 몸체는 돌과 같은 색을 한 망토로 가린 모습이었다. 앞발-손은 그 엉성한 궁둥이 양쪽에 칼집째로 부착한 두 개의 톱니 단검 손잡이를 꽉 쥐고 있었다. 털 없이 매끈한 꼬리는 이리저리 세차게 움직여 댔고, 넝마로 가리고 있던 주둥이가 쭉 갈라지자 그 안에서 누런 이빨들이 드러났다. 놈은 그녀를 향해서 무어라 주절주절거렸다. 자기네 언어에 아라비와 케세이 어휘가 마구 엉겨있었고, 무언가를 엉성하게 반복하거나 이상한 부분에서 구절이 끊기기도 했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주변을 포위하는 다른 수십의 형체들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으며, 친절하게 그 말에 답변했다.


이제는 그들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렇게 더 온화한 접촉이 성립되기까지는 여러 차례 교훈을 전달해줘야만 했었다. 그래도 이 쥐-종족은 그녀의 다른 동료 왕들이나 여왕들보다는 훨씬 더 교제하기 쉬운 편이었다. 일단 탐욕은 확실히 덜한 편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고작 이 산과 그 배속에 자리한 abn-i-khat뿐이었다. 칼리다에겐 그 어느 쪽도 필요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인심을 써서 놈들이 채굴하는 것을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그 대신 쥐들은 저 멀리 북쪽의 소식들을 물어다 주었다. 그들은 산맥 전체의 밑을 파고들고 있었고, 그들의 눈밖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일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키스킷은 칼리다와 쥐들의 첫 만남 자리에 있었던 자들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살아있는 쥐였다. 칼리다의 감각으로는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었지만. 그는 이제 주둥이 끝도 허옇게 셌고 등도 불안정하게 굽어 있었다. 그녀는 결국 그 역시 결국 자기네 동류들 중 하나의 손에 끝장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혹은 쥐-종족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구울들 중 하나에 살해당하거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키스킷이 천한 하등 생물이었음에도 슬픔의 고통을 느꼈다. 그녀가 생자였던 시절에는 모든 것들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대화 도중 키스킷이 손짓을 하자 쥐들 중 하나가 어느 때보다도 엉망이 된 인간 머리 여러 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들은 모두 체액이 빠지고 심하게 난도질 된 채로 부패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스텝에게서 빼앗은 황금 칼을 홱 집어 들어 키스킷에게로 넘겼다. 그러자 그는 찍찍거리며 과장된 몸짓으로 이를 받았다. 봉사에 보상을 내리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녀는 쥐-종족에게 감사를 표했고, 그들은 머리통을 그녀에게 놔두고 떠났다. 그녀는 죽은 이들이 입을 열 수 있었다면 과연 어떤 말을 했을까 궁금해하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을 보낸 장본인에 대해 저주를 쏟아냈을까?


“얼마나 많이.”


그녀는 모래만큼이나 메마른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얼마나 많이 보낼 생각이지, 사촌? 네가 스스로 찾아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이 곳에서 피를 뿌리게 되는 것이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 죽어버린 성채의 높은 부속탑과 기울어진 첨탑들을 바라보았다.




.....


미의 도시 벨-알리아드(Bel-Aliad the Beautiful)의 드높은 뾰족탑들이 저 위대한 땅에서 찾아온 워스핑크스들의 무자비한 발길 아래에 부서지고 무너져 내렸다. 흑색의 아칸(Arkhan the Black)은 켐리에서 축출당한 이후 아라비의 경계 지역으로 달아나버렸고, 세트라의 군단들은 그를 추적하였다.


칼리다는 불길을 뚫으며 걷고 있었다. 그녀는 코페쉬와 지팡이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휘두르며 그녀의 발걸음을 저지하기 위해 뛰어드는 구울들을 토막 내었다. 그것들은 네페라타의 악취, 나가쉬 혈통의 사악한 불쾌함을 풍기고 있었다. 구을들을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떼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춤을 추듯 그것들을 도살했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선홍색의 흔적만이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흑철을 두르고 빨간 로브 차림을 한 큰 키의 형체 하나가 검은 색 검을 휘두르며 그녀를 베어 들어왔다. 그녀는 지팡이를 들어 검을 가로막고 동시에 코페쉬를 휘둘렀다. 이에 전흔이 가득한 흉감에 섬광이 튀었다. 그녀는 바로 그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저주받은 형체에서 퍼져나오는 그 죽음의 마법이 담긴 악취를 못 알아볼 수 없었다. 흑색의 아칸, 저주받은 자 아칸. 네페라타는 이 자와 협력 중인 것인가? 칼리다에게 의문이 떠올랐다. 혹은 세트라의 군단이 그의 도시라고 생각하여 차지하려 찾아왔던 이곳은 사실 그가 네페라타에게서 빼앗았던 곳이란 말인가?


그녀가 다시 그를 공격하려 했을 때, 어느 창백한 손 하나가 튀어나와 그녀의 지팡이를 쥐며 그녀를 물러서게 했다. 칼리다는 몸을 돌리며 코페쉬를 내질렀다. 칼날이 직선으로 된 검 하나가 코페쉬와 맞부딪치며 진로를 막았다. 순간 칼리다의 죽어버린 눈이 확 뜨였다.


“너.”


수 세기 동안이나 사용한 적 없던 그녀의 목에선 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였구나.”


한때 라미아의 여왕이었던 여인, 네페라타가 말했다. 그녀의 눈도 휘둥그레져 있었으며, 잔뜩 찡그렸던 표정도 점점 사라졌다. 칼리다는 지팡이를 휙 빼내며 사촌의 손아귀를 풀어냈고, 동시에 손목을 흔들며 네페라타의 손에서 검을 날려버렸다. 지팡이가 날아들자 네페라타는 뒤로 훌쩍 뛰었다. 공격은 헛되이 거리의 고대 석재 바닥을 산산조각냈다. 칼리다는 사촌의 얼굴에서 무언가 사악한 것이 어려있는 것을 보았다. 네파라타의 얼굴 위에 다른 얼굴이 겹쳐있는 것 같았다. 긴 세월 동안이나 인간을 사료로 삼아 먹어치우며 흉측해져 버린 또 하나의 얼굴. 네페라타가 거대 고양잇과 동물처럼 발톱을 쭉 빼들며 그녀에게 달려들자 그 얼굴은 증오 어린 저주를 뱉어냈다. 칼리다는 한 손을 홱 내질러 네페라타의 목을 잡아챘다. 그녀는 쉭쉭거리고 으르렁거리는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그건 한때 그녀의 사촌이었고, 실로 그녀의 어머니이자 언니와 다름없던 자였다. 칼리다는 그것에 자신이 알던 여인이자 여왕이었던 자의 흔적을 찾아보려 애썼다.


흑색 검이 칼리다의 팔에 날아들었고, 그녀는 거의 팔을 잃을 뻔했다. 그러자 네페라타는 몸을 빼내며 굴렀다. 칼리다도 그녀를 따라 몸을 돌렸다. 그리고 아칸은 그녀와 그녀의 상대 사이에 끼어들며 검을 내밀었다.


“저년을 끝장내, 네페라타.”


아칸이 씨근거리며 말했다. 그의 음성은 돌 위에 흐르는 기름 혹은 박쥐의 날갯짓 소리와 같았다. 칼리다는 다가올 네페라타의 공격을 기다리며 몸을 돌렸다. 그러나 공격은 없었다.


대신, 네페라타는 달아났다.


.....




그녀는 달아났다. 벨-알리아드에서 코퍼로, 도시에서 도시로, 죽음의 전쟁(Wars of Death)을 피해 달아났다. 세트라에 복종하여 그를 섬겨야만 했던 칼리다는 사촌을 추적하여 따라나갈 수 없었다.


“이제 넌 내 사촌이긴 한 것인가?”


그녀는 텅 빈 안뜰을 향해 말했다. 사실 그녀의 내면 일부는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어 했다. 그녀의 일부는 그녀의 사촌과 다른 라미아의 궁중 인사들이 영락해버린 그 혐오스러운 존재에 분노를 품고 있었다. 그 일부분은 그녀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바로 네페라타의 검 끝에 의해 숨을 거두게 되었을 때, 귀에 사촌이 애원하던 소리만이 가득했던 그때에도 같이 죽지 않고 남아 있었다.


네페라타는 그녀에게 부디 살아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변명하며, 그녀의 더럽혀진 피를 받아들이라며. 칼리다는 거부하였고, 그리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종국에 맞이한 결말은 동일했다. 그녀는 다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썩은 피가 엉겨 붙은 그 새카만 혈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리넨 포장에 밑에 그녀의 피부가 어떻게 벗겨지고 떨어졌는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근육들은 손상되었고 그녀의 뼈도 삐걱거렸으며 그녀는 이제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 인간이 아니라 자동인형이나 다름없었다. 저 세트라의 군단 곁에서 함께 진군하는 짐승 머리의 우샤브티만큼이나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깨어난 이들은 중 일부는 나가쉬가 그들을 끄집어낸 이 새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하여 몽상 속이나 그들의 무덤 속으로 도피하곤 했으나, 그녀는 정당한 분노에 의해 완전히 잠식된 바로 그 일부분 때문에 결코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나가쉬의 하수인들에게 형벌을 가하기 위해 세트라의 곁에서 함께 진군하였다. 리치 프리스트들이 서부 해안가의 창백한 인간들 사이에서 흡혈귀들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잔드리에서 출항한 전투-갤리선에 탑승하여 처음으로 싸움에 나선 이들 중 하나였다. 또한 사르토사에서는 다시 그녀의 사촌과 조우하였고 그녀를 조종하고 있는 그것을 목격하였다. 그것은 네페라타의 겉껍질 안을 구불구불 기어 다니며 그녀의 얼굴과 정신을 마치 제 갑옷처럼 차지하고 있었다.




.....


“네가 내 날개를 앗아갔지, 네페라타.”


칼리다는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증오가 그녀의 말라붙은 혈관을 타고 타올랐다.


“그 덕에 난 기어 다니는 존재가 되었어. 이제 내가 그 친절에 보답해야겠지. 너도 기어라, 사촌. 기어.”


그들 주위에서 사르토사 전역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벨-알리아드가 불타고 있었던 것처럼. 잔드리의 함대는 이 서쪽의 인간들 때문에 찾아왔다. 그들은 바다가 자신들만의 터전이라고 생각한 죄로 처벌받는 것이었다.


“그럴 수는 없지.”


네페라타는 칼리다의 명치 부분을 걷어차며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칼리다가 비틀거리자 네파라타는 몸을 날리며 포식자들처럼 날카로운 손톱을 그녀의 명치에 찔러 넣었다. 칼리다는 균형을 잃었으면서도 네페라타의 목젖을 쥐고 그녀의 손을 빼냈다. 그리고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대는 그 뱀파이어를 수로 아래로 던져버렸다.


저 아래에서는 그녀가 비틀비틀 제발로 일어나는 사이에 다른 망자들이 그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던 칼리다는 벨-알리아드에서도 보았던 그 희미한 악마의 마스크 같은 두 번째 얼굴을 다시 목격하였다. 그것은 마치 네페라타의 영혼 한 가운데에 숨어있는 자칼이라도 되는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수로에서 뛰어내려 앞으로 걸어나갔다. 지팡이를 휙 휘둘러 네페라타의 턱 끝에 갖다 댔다. 네페라타는 뒤편으로 맹렬히 움직이며 이를 회피했다. 여전히 그 얼굴은 그녀에게 들러붙어 있었다. 그것은 여전히 칼리다를 곁눈질하며 소리 없이 조롱을 내뱉고 있었다.


“네헤카라는 이제 죽었다, 네페라타. 그리고 그 대지의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의 운명을 겪었지. 왜 넌 위대한 땅의 운명에서 달아나는 것이지? 너를 따르던 백성들은 어둠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왜 넌 황혼 속에서도 걷고 있는 것이지?”


그녀가 질문을 했지만, 사실 그녀는 이미 그 답변을 알고 있었다. 네페라타는 저주받았기 때문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저주의 장본인은 여전히 그녀의 영혼에 거미줄을 드리우고 있었다.


“왜냐하면 난 여왕이기 때문이다.”


네페라타는 몸을 날리며 고함을 쳤다.


.....




칼리다는 지팡이에 몸을 기대며 몸서리를 쳤다. 그곳에서도 네페라타는 그녀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그녀의 몸을 박살 냈지만, 완전히 파괴하지 않은 채 떠났다. 그녀는 그 이후로 네페라타를 만나지 못했다. 세트라는 야만인들이 살고 있는 해안가와 대양(Great Ocean)을 싹 쓸어내어 흡혈귀들을 내륙으로, 그 짐승들에게 어울리는 서식지인 산맥으로 내몰았다.


아니. 그녀가 얼마나 그들을 짐승으로 몰아붙이고 싶어하든 간에, 그들은 짐승은 아니었다. 네페라타는 그 잔혹한 살해 욕구에 사로잡혀 있었으면서도 칼리다가 생각하던 것 이상의 존재였다. 그녀는 분명 오만하고, 교활하고, 잔인했지만... 여전히 그녀가 알던 사촌 그대로였다. 칼리다는 시간이 충분하게 흘러가면 증오라고 할지라도 촛농처럼 흘러내려 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불꽃에 얼마나 많이 부채질을 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절실하게 그 꺼져가는 화염에 숨을 불어넣는다고 하더라도, 증오조차 잿불로 꺼져갔다. 그녀는 이전에 세 번이나 사촌과 겨루었고, 네페라타는 자신을 잠식한 그것의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두 번이나 칼리다에게 최후에 일격을 가하지 못했다.


어째서지?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네페라타는 그녀의 손을 멈추었다.


“대체 무엇에 붙들린 거야, 사촌?”


그녀는 돌을 향해 말했다.


“대체 무엇이 여전히 널 붙들고 있는 거지?”


대답은 없었다. 언제나 대답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 대답을 알고 있었다.




----------------------


(1)

abn-i-khat은 워프스톤을 말하는 거임.

쥐새끼들만도 못하다고 하는 툼킹들의 인성은 대체....


(2)

계속 네페라타가 무언가에 씌여 있다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Neferata 본편을 보면 그건 주술의 왕관 안에 자리한 나가쉬의 영혼 짓이라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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