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실유라고 하든, 삼세실유라고 하든, 아트만/불성/참나/여래장...뭐라고 부르든간에

아무튼 고정불변하는 자성이라는 점에선 전혀 변함이 없으니 하나로 퉁쳐서 걍 '고정불변의 실체'라고 얘기하겠음.

일단,

대승이라는 영역은 거대한 두 학파가 떠받들고있는데, 그 두 기둥은 다음과 같음.

1. 유식학파

2. 중관학파

이중에, 유식학파는 대강 다음과 같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감

1. '나(6식)'는 무엇인가?
2. 관찰해보니 '나(6식)'는 무아다!
3. 아니 그렇다면 내가 무아임을 관찰하는 '나(7식)'는 또 무엇인가???

4. 그것(7식)도 '무아'이다.

5. 그럼 그 무아인 것(7식)은 또 어디서 나왔다는 말인가?

6. 그것의 출처(8식)가 있으나, 그것도 무아다!

그리고 이러한 무아라는 진리(다르마)가 바로 '참나'자리다!

(...실제로 유식학파가 '참나'같은 소릴 하진 않는데, 요새 한국불교는 유식학을 가져다가 결국 이렇게 결론내는게 현실이니 걍 표현의 용이를 위해 이렇게 적음)

여기서 6번의 주장이 이해가 안가서 두번 이상 읽었다면 정상인임.

6번의 결론이 말하고자하는걸 더 쉽게 표현하면 이런거임

"만법은 공하다.(즉, 실체가 없다) 그러나 그 만법이 공하다는 진리만큼은 남는다.(즉, 실체가 없는게 있다)"

'없는게 있다'라는 이런 주장. 혹은 '다 치우고 나면 공하다는 사실 하나가 남는다'...이런 주장
이게 불성론/참나론/비아론의 주장임.

그래서

'무엇이 윤회하는가?' 라는 말에도 '무아윤회(없는게 윤회한다)' 같은 초월적인 답을 내놓는 것임.

유식학적 불성론을 말하는 사람들은 ['실체가 없다는 진리의 자리가 있다'는거니까 아예 '실체가 있다'라는 힌두교의 아트만과는 다르다!] 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뭐 나도 사실 잘 모르겠음.

....난 어쨋든 결론적으로 이쪽이 아니니까.....딱히 이 글의 주제가 불성론을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건

상좌부의 입장에서 전자나 후자나 둘다 똑같이 '고정불변의 실체'를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니

말장난하지 말라는 공격이 결국 이쪽으로 다 들어온다는거지.

근데 앞서 말했듯, 대승에는 이 유식학적 접근이나 불성론만 있는게 아님.

또다른 기둥, 중관학파는 대강 다음과 같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감

1. '나'는 무엇인가?

2. 관찰해보니 '나'는 무아다

3. 그렇다면 내가 무아임을 관찰하는 '나'는 또 무엇이란말인가?

4. 니가 자꾸 '관찰 당하는 나'를 상정하니 '관찰하는 나'가 연기하여 발생하는게 아닌가?

'관찰당하는 나'라는 것은 망상이니 그것을 내려놓는다면 '관찰하는 나'라는 망상도 동시에 사라질 것이다.

하나가 있으므로 다른 하나가 생겨나기 마련이니, 하나를 멸하면 다른 하나도 멸하는 것이 중도연기이다.

말인즉슨,

'안'을 고집하니 '밖'이 생겨나고

'밝음'이 있다 여기니 '어둠'이 생겨난다는 말과 같은거임.

이와같은 연기법적 중관론의 입장에서는

'안'이라는 견해를 치우면 그 순간 '밖'도 사라지고

'밝음'이란 견해를 치우면 '어둠'이란 개념도 사라지며

'관찰당하는 나'를 치우면 '관찰하는 나'라는 헛소리도 사라진다는 거임.

연기하므로 드러나며 (관찰당하는 나를 상정하니까 관찰하는 내가 드러나며)

연기하므로 공하다. (관찰당하는 나가 무너지면, 관찰하는 나도 무너진다)

이게 중관학적 공사상임.

이처럼 중관학은 절대로 '고정불변의 실체'가 등장할 수가 없는 논리구조를 가지고있음.

애초에 '고정불변의 실체'를 논하던 설일체유부를 때려부수기위해 태어난게 중관학파니까 역사적 맥락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음.

근데 이 와중에

누군가가 전자의 유식학적 불성론만을 '대승'이라 상정해서

"대승은 아트만을 논한다!!!" 라고 샤우팅한다면...? ...중관학파가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을 해보셈.

중관학파는 이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 결벽증이 심한 나머지

"윤회가 실제로 일어난다 믿는다고??? 고정불변하는 주체가 없는데 대체 어떻게 윤회가 일어난단 말인가? 그거 완전 힌두교 아님???"

라면서 되려 윤회를 믿는 상좌부한테 딴지를 걸정도로 온힘을모아 최선을다해서 '고정불변의 실체'를 부정함.

유식이 옳다, 중관이 옳다, 상좌부가 옳다, 대승이 옳다 ........이런 식상한 얘길 하려는게 아니라

상대를 싸잡아서 까려면 적어도 상대가 정말 어떤 모습인지는 확인을 하고 까는게 맞지 않은가...그걸 짚고 싶은거임.

유식학파의 공사상이 아트만과 같든 다르든, 그건 일단 차치하고라도

뻔히 '고정불변의 실체'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중관학파가 뙇 버티고 있는데

대승을 깡그리 그쪽이라면서 몰고가는건 너무하잖음.

실제로 대승은 정말 너무나 거대한 분류라서, 그 안에는 말도못할 정도로 많은 가지가 있다구..

전도망상하여 허수아비를 세우지 않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먼저 확인하고 시작하는 것,

이것부터가 정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