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쿠타가와 얘기를 하면서 다자이 얘기를 하지 않는 법을 모르겠다.

다자이 얘기를 하면서 아쿠타가와 얘기를 안 할 순 있지만 아쿠타가와 얘기를 하면서 다자이 얘기를 안 할 순 없다...


아무튼 20권 대사들.


<"다자이 씨, 정신이라도 나갔나? 세계와 탐정사가 어떤 색으로 불타든 내 알 바 아니다.">

<"안 그러면 나는! 다시 '다자이 씨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문호 스트레이 독스 20-


난 지금도 이 대사들이 한 권에서 동시에 나온다는 걸 믿을 수 없다.

아니 쟤는 자기 머리로도 정신 나간 짓인 거 알고 자기가 세계와 탐정사와 아츠시를 구해야 할 이유가 없단 걸 알면서도 다자이 명령을 따르는 거임.

오로지 인정 받기 위해서.

심지어 그 인정 받고 싶어하는 대상이 자길 도구 취급한다고 생각하면서.

전엔 이게 아... 얘 가치관에선 도구 취급이 당연해서 그런가...? 도구 취급 당하면서까지 그렇게 인정 받고 싶은 건가...? 이렇게 생각했었음.

근데 그게 아니라 진짜로 얘한테 다자이의 인간성 같은 건 1도 중요하지 않았던 거임.


그러니까 제 아쿠 캐해는 뭐냐면요 얘한테 다자이는 거의 종교예요.

그런데 다자이를 믿어서 따르는 게 아니라 다자이라는 신이 '필요'해서 믿는 거예요.

그리고 오히려 인간성에 대해선 단 1도 기대하고 있지 않음.

얘한테 필요한 건 '다자이의 인정'이지 다자이가 아니니까.

이게 전엔 '스승에게 인정 받고 싶은' 그쪽 맥락으로 해석했었거든요.

근데 얘한텐 정말 종교적 의미에서 다자이의 인정이 필요한 거임. 자길 인간이라고 인정해줄 신이 필요한 거지.

beast에서 보면 아쿠타가와가 '여동생을 되찾고, 인간이 되기 위해' 탐정사원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하는데,

이걸 원작 아쿠에 대입시키면 얘가 다자이의 인정에 매달리는 이유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가 됨. 다시 말해 얘가 스스로 인간이라고 인정하기 위한 방법이 '다자이의 인정'임.

얘가 '사는 의미'에 집착하는 이유도 결국 '사는 의미가 있어야만 인간이 될 수 있다.' 고 생각해서가 되고.

'왜 사는 의미가 있어야만 인간이 될 수 있냐' 싶은데 얘 가치관이 그럼.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은 숨 쉴 가치도 없다.' 이게 결국 자기 빈민가 시절 얘기잖음. 아무짝에도 쓸모 없으니 숨 쉴 가치도 없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으니 짐승으로 살아야 하고.

2기 길드전에서 호손이랑 싸울 때도 얘가 다자이에게 인정 받고 싶어하는 집착이 거의 '신앙'이라고 묘사되는데,

얘는 자기 스승한테 신앙급으로 인정 받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찐으로 다자이가 종교였던 거임...

이렇게 생각하면 1기부터 5기까지 모든 행동이 납득이 됨.

다자이에게 그렇게 인정 받고 싶어하면서 왜 다자이를 때리는가?

데드애플에서 왜 바로 다자이가 적 편에 가담했을 거라 생각하고, 남의 손에 죽을 바엔 자기 손으로 다자이를 죽이겠다고 하는가?

아츠시를 왜 자기 '시련'이라고 칭하는가?

얘가 믿는 건 다자이라는 인간이 아니라 다자이라는 신이니까.


물론 제 캐해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님. 공식에서 또 스토리 풀리면 180도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음.

게다가 얘는 아무리 다자이를 인간을 초월한 신으로 생각해도 걍 다자이를 ㅈㄴ좋아하는 게 맞아서.(전화기 받겠다고 뛰어내리는 거 보면 이건 걍 좋아하는 거임.)

이게 뭔 소리냐면 얘는 자기 대가리론 다자이에게 인간으로서 기대하는 바가 없고 또 자기 대가리로만 다자이를 신처럼 믿는데 또 자기 마음으론 다자이를 스승으로서 좋아하는... 사발 저도 이게 뭔 소린지 몰라요.

걍 원문호가 그래서 그런가 보다 생각해버리는 게 편함.(관계성 역전이긴 하지만.)

암튼 그래서 얘가 인정 받는다고 해도 다자이를 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음.

근데 인정 받자마자 손절친다고 해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닐 거 같다 싶다...

어찌되었든 그러면 ㄹㅈㄷ일 거 같긴 하지만... 다자이랑 아쿠 관계 같은 애니가 또 있나.

아무튼 본지 연재분이나 빨리 풀렸음 좋겠다...


그래서 이 복장 정체가 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