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파망인 갤에 문3을 전파하려 글을 써본다

요새는 어떨까 모르겠는데 문명 시리즈의 유구한 떡밥 중에는 '반만년 수련한 창병은 탱크를 이길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놀라운 떡밥의 기원은 무엇인가?

바로 트루-킹갓겜인 문명 3이다!

1. 무슨 떡밥인고

제목 그대로다. 나는 현대까지 발전해서 탱크를 뽑아 발전 못 한 문명을 조지는데 스타팅이 섬나라라서 발전도 못한 미개한 문명이 있더라.

토마스 모어가 말했듯 자원은 그것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바.

영토에 석유를 펑펑 두고도 2천년대가 되도록 창병밖에 못 뽑는 미개한 토인들은 하루빨리 조져서

밖으로는 세계평화와 인류 미래의 안녕에 이바지하며 안으로는 민족문화의 창달에 기여하고 국가와 국민에 충실히 봉사하는 인간상으로 만들어줘야 할 것인바,

새로 뽑은 탱크를 몰고 쳐들어갔는데 창병밖에 없어서 꼴아박았더니 어째서인가 탱크가 창병한테 지더라 하는 얘기다.

병신. 둘다 풀피인데 왜 탱크가 창병한테 지냐? 좆망겜이네 ㅉㅉ.

이는 문명 4도 아닌 문명 5도 아닌 3때부터 나왔던 얘기다. 그리고 사실 3때 가장 심각하던 문제이기도 하다.

짤방에서 알아볼 수 있듯 할애비적 dc에서도 키배를 벌이던 얘기고 외국에서도 유명한 밈이다.

아래 그림이 바로 문명 3의 탱크 모델링인걸 보면 이게 문3때 나온 떡밥인 걸 아주 잘 알 수 있다.

2.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 문명 3의 전투 시스템 기본

그것은 문명 3의 전투 시스템 때문에 생긴다.

그럼 전투 시스템을 대강이라도 알아봐야겠지.

문명 3에서는 문 4 ~ 문 6까지 이어지는 전투력 일원화 (전사는 20, 검사는 36 하는 것) 시스템 대신 공격력/방어력/이동력 삼원화의 시스템을 채택했다.

가장 기본 유닛인 전사를 보면 각각 1/1/1을 하고 있다.

여기서 무사도를 개발하면 공격력이 올라간 궁병을 뽑을 수 있고

청동기술을 개발하면 방어력이 올라간 창병을 뽑을 수 있고

바퀴를 개발하면 이동력이 올라간 전차를 뽑을 수 있고

전사를 업그레이드하면 공격력이 대폭 올라가고 방어력도 올라간 검사를 뽑을 수 있는 식이다.

왜 이런 시스템을 채택했는고 하면 이 때까지는 유닛에 지금 기병/대기병/원거리 같은 상성이 따로 없어서

공격과 방어를 담당하는 유닛을 따로 만듦으로서 간접적으로나마 (지금의) 상성관계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사실 간접적이라고 하긴 뭐한게 인게임에서는 상성이 극명하게 갈리긴 한다. 방어 하고 있는 유닛에 함부로 들이대면 진짜 좆털림.

여튼 이 전투 시스템 하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복잡하지 않지만 자기가 문과라거나 귀찮다 싶으면 좀 넘겨도 된다.

공격유닛의 승률 : 공격 유닛의 공격력 / 공격 유닛의 방어력 + 방어 유닛의 방어력

방어유닛의 승률 : 방어 유닛의 방어력 / 공격 유닛의 공격력 + 방어 유닛의 방어력

이를테면 검사(공격력3)와 창병(방어력2)가 의 싸움간에서 검사가 창병을 공격한다면 검사의 승률은 60%. 방어유닛의 승률은 40%가 된다.

단 문명 3에서 전투는 단판승이 아니라 한쪽 유닛의 체력이 전부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이동력에 차이가 있으면 전투에서 지더라도 일정 확률로 도망갈 수 있다)

유닛의 체력에 대해서는 다음 사진을 보자.

문명 3의 진급 시스템은 아주 단순하다. 징집병 - 일반병 - 베테랑 - 엘리트의 4단계가 있다.

징집병은 체력이 2칸으로, 근대 이후 도시에서 징집을 했을 때나 볼 수 있는 아주 약한 병력이다.

일반병은 체력이 3칸으로, 도시에서 전투 유닛을 생산하면 바로 나오는 병력이다.

베테랑은 체력이 4칸으로, 병영이 있는 도시에서 지상 유닛을 생산하거나 항구가 있는 도시에서 해상 유닛을 생산하면 볼 수 있는 등급이다.

엘리트는 체력이 5칸으로, 베테랑 유닛이 전투에서 승리해야만 일정 확률로 진급하는 등급이다.

모든 전투 유닛은 전투에서 승리하면-방어할 때 승리해도 된다- 일정 확률로 한 단계 진급할 수 있다.

(단 포병은 이 규칙을 따르지 않고 체력이 없으며, 다른 문명의 전투 유닛이 포병이 있는 타일에 들어와 버리면 그대로 적 문명의 것이 된다. 그래서 잘 지켜줘야 함)

(제우스 상 불가사의에서 자동으로 생산되는 고대 기병대나 인도의 고유 유닛 코끼리같이 체력에 +1 보너스를 받는 유닛도 있다)

즉 그림에서 왼쪽의 전사는 게임 시작하자마자 바로 생산한 병력이고,

오른쪽 궁병은 병영을 짓고 생산해서 4칸이라는 것.

문명 3의 전투는 아까 계산한 확률 (예를 들어 60%)을 각자 체력에 맞춰 (위 같으면 3체력 + 4체력 = 계산을 7번 함) 한쪽 체력이 먼저 0이 될 때까지 진행된다.

중학교 때 배운 확률 놀음이라 이 말.

3. 그럼 된 거임? - 문명 3의 전투 시스템 심화

아직 하나 빼먹은 게 있다. 지형이다.

문명 3에도 툰드라, 사막, 평야, 숲, 습지, 정글, 언덕, 산, 화산 기타등등의 지형이 있고 이는 방어자에게 얼마간의 보너스를 부여한다.

평지는 모든 지형이 10%. 습지와 정글은 25%. 언덕은 50%. 산은 100%다.

문명 3때는 산이고 지랄이고 다 지나다닐 수 있었는데 이거야말로 참 게임-

여튼 방어력이 2인 창병이 산에 있다면 100% 보너스를 받아 방어력이 4인 유닛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할 것은 도시(인구7~12인 도시)에 있다면 50%. 대도시 (인구 13 이상)에 있다면 100%의 보너스를 받으며

요새나 바리케이트 위에 있는 유닛은 각각 50%와 100%의 보너스를 받는다.

또 유닛이 요새화를 하면 25%의 보너스를 받고.

또 공격자가 강을 건너 공격하면 방어측에 25%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결론적으로 탱크의 공격력은 16인데 비해

창병(방어력2)가 산(100%)에 있고 산에는 바리케이트(100%)가 있으며 요새화(25%)도 되어 있고 심지어 강을 건너(25%)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문제는 상당히 골치아파지는 것이다.

그럼 위의 조건에서 창병이 탱크를 구할 확률을 구하시오. (3점)

귀찮으니까 이걸 계산해 주는 사이트가 바로 있으니 여기다.

그림

여기에 위의 조건을 넣어 보면-

놀랍게도 탱크가 이길 확률이 63.7%밖에 되지 않는다.

즉 지형이 그지같긴 하지만 일반병 탱크가 엘리트 창병에게 싸움걸어서 세 번 중에 한 번은 진다 는 것.

3. 실천적 접근

예수가 도마에게 말했듯이 사람은 봐야 믿는 동물이다. 백날 그렇다고 말 해줘야 안 믿는다. 그러나 보면 믿는다.

그래서 준비했다.

색은 알아보기 쉽게 파란색 한국과 빨강 로마를 썼다.

요새화된 상태로 완벽히 준비된 모습이다.

열심히 전투 중. 움짤 만드는 법을 모른다.

1화차는 승리했지만 2회차는 패배했다. 그것도 창병 체력을 1밖에 못 깎고 탱크가 호다닥 도망나온 모습이다.

문명 3에서는 이동력이 더 큰 유닛이 패배해 체력이 1 남을 경우 일정 확률(일반병은 34%. 엘리트는 66%)로 자동으로 퇴각한다.

10회 실험을 실시한 결과 2번은 아주 패배하고 1번 (9회차)는 체력을 간신히 1 남기고 승리한 모습이다.

이 정도면 반만년 수련한 창병은 탱크도 조지는 일이 상당히 흔히 일어난다는 걸 납득하리라 믿음.

문명 5나 6 시점에서는 상상도 못하지만 문명 3은 한 타일에 있을 수 있는 유닛의 개수에 제한이 없다.

한 타일에 탱크 백개든 이백개든 모여 있기도 하고, 수도를 공략하기라도 하면 그런 일은 정말로 비일비재하다.

일꾼만 3천 기를 모았다는 미친 사람도 본 적 있음.

여튼 그렇다 보니 수백 개 물량이 부딫치는 전투면 탱크가 창병한테 깨져나가는 일도 1/3확률로 조오오온나 많이 일어나게 된다.

4. 그래서 해결은?

이렇게 반만년 수련한 창병이 자꾸 땅끄를 까부수는 일에 질린 플레이어들은 개발자에게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고

문명 4가 되고부터는 전투시스템이 바뀌어 기술격차가 심하게 나면 승률을 99.9% 찍는 일이 좀 더 흔해지게 되는 식으로 바뀌었다.

여러분도 문명 4 해 보셨다면 승률 99.9%는 여러 번 본 적 있겠지.

5. 그래도 다른 문제는 없는지?

근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문제라면 문제다. 문명 4에서도 역시 에디터로 전투력 5승급에 대기갑 100% 승급 등 온갖 진급을 부여하면 전사로 전차를 잡는 게 가능하고

문명 5에서는 전략자원 페널티(-50%)에 불행 페널티에 습지를 붙이면 역시 탱크를 때려잡을 수 있다.

물론 둘 다 나라꼴이 말이 아닌 수준일 테니까 그냥 지형빨로도 1/3 확률을 띄우는 문명 3이 역시 원조는 원조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6. 결론

그러니까 여러분은 반만년 수련한 창병 운운하는 드립을 치고싶거든  어디서 나왔는가 하고 알면 좋을 것이고

수백 수천 기의 유닛을 일사불란하게 - 어택땅 있다 - 다루는 워게임을 하고 싶다면 역시 트루 문명인 킹갓겜 문명 3을 하자는 멘트로 이번 탐구를 마친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