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소엔딩 고르면 캔버스 속 세계 애들이 불행해지는게 아님

구스타브는 물론이고 루네 시엘이랑 뤼미에르 주민들까지 다 한 번씩 죽었던 애들임

루네 시엘은 페인트리스 쓰러뜨리면 자기네들 죽는거 몰랐고 부당한 죽음이니까 살려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진짜 베르소의 죽음도, 시엘 남편의 죽음도, 노코의 죽음도 전부 부당하고 불합리함

죽는다는 게 원래 그런 거잖음

근데 죽음은 슬프지만 그게 있어야 삶은 삶으로 완성되는 거임

그걸 살릴 수 있다고 막 살려버리면 지금 당장은 좋을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삶을 현실로 인지할 수가 없음

니네가 절대 안 죽는 무적 트레이너 키고 이 게임을 플레이했다고 생각해보셈

좋은 경험이고 재미있었겠음?

패링 실패해서 죽으면서 좆같음이 있기 때문에 깼을 때 성취감이 있는 거잖아

엔딩 때 루네는 째려보고 시엘은 받아들이는 이유도 그거임

루네는 캐릭터 자체가 죽음을 긍정하지 못함

구스타브 죽었을 때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강박적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일을 통해 그냥 망각하려고만 함

그래서 처음에 원정대 몰살당하고 구스타브 자살하려고 할 때, 루네 혼자 멘탈잡은 게 아니라 루네도 멘탈이 나가있던 상태라고 봐야함

다만 그게 구스타브는 자살로 도피하려고 했다면 루네는 해야 할 일로 도피하는 거로 나온 거고

고마주처럼 큰 단위로 일어나는 일들은 뤼미에르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어느정도 받아들인 상태지만

고마주 외의 죽음은 받아들이지 못함

시엘은 다름

시엘은 세계관 사람이라면 당연히 수긍할 고마주 외에도

남편의 사고사라는 불합리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겨냄

물론 에스키에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서 시엘은 현실에 수긍하고 죽음을 긍정하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가지고 있음

애초에 원정대 몰살이었으면 고마주 직전까지 제스트랄 마을에서 전사로 살았을 거고

원정 중에도 힘 닿는 데까지 해보고 실패하면 어쩔 수 없는거지 하는 태도를 보여줌

결국 캔버스 속 세계는 페인트리스를 무찌르고 광역 고마주가 시전된 순간 멸망한 거임

그게 캔버스 밖 인물인 르누아르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라서 불합리하다 이런 말은 의미가 없음

이게 불합리하다면 캔버스 속 사람들이 삶을 누리는 것도 불합리한거임

왜? 애초에 알린이 만든 거잖아 

만들어진 죽음이 불합리하다면 만들어진 삶도 불합리한거고

만들어진 삶이 불합리하지 않다면 만들어진 죽음도 불합리하지 않은거임

나도 결국 원정대에 이입해서 플레이했고 캔버스 속 세계를 버릴 수 없어서 첫 엔딩 분기에서 30분 고민하고 마엘엔딩 봤음

근데 그래도 마엘은 행복하니까...하면서 골랐던 마엘엔딩? 하나도 행복하지 않음

살아난 구스타브, 소피, 시엘 남편, 구스타브 제자 전부 진짜가 아니라는게 강하게 느껴지고 불쾌하고

불쾌함을 넘어서서 기괴함까지 느껴지는 피아노치는 베르소와 알린처럼 잠식당하는 마엘까지 

스토리를 따라가며 원정대에 몰입하고, 구스타브에 이입하고, 구스타브의 죽음을 극복했다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음 

구스타브의 삶은 돌파도 절벽에서 죽었을 때 완성된 거고 

그걸 되살리지 않아야 구스타브의 삶은 진짜인 거임

내가 보고 싶다고 구스타브를 되살리면 그거야말로 구스타브의 삶을 가짜로 만들고 모욕하는 행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