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엣지 (リバーズ・エッジ)
글 & 그림 : 오카자키 쿄코 (岡崎京子)

연재 : 1993~1994, CUTiE
단행본 : 단권
별점 : 5/5

이 만화를 좋아하지만, 한국어로 읽은 건 처음이었어. 그리고 다시 읽은 이 만화는 내 기억보다 2배쯤은 좋은 만화였음.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강이 흐른다. 강은 하구와 꽤 가까워서 넓고 흐름이 정체되어 냄새가 심하다. 개발되지 않고 방치된 강변에는 미역취가 무성하게 자랐고 종종 고양이 사체가 굴러다닌다'

작품 말미에 스스로 남긴 글에서, 작가는 물을 생명의 근원으로 묘사함. 폐수와 사람들이 떠내려보내는 오물로 가득찬 강은 이러한 생명을 잃어버린 '죽은 강'.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리버스 엣지', 즉 강가는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10대들의 은유이기도 해.

죽음에 대한 은유는 성적인 무감각함으로 연결되는데, 역시 작가가 남긴 '무기질에 지나지 않는 가여운 바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위와 진정한 의미의 상호작용을 이루지 못하고 스쳐지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유령처럼 살아가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

날카로운 선으로 소략하게 묘사된 인물들은 너무나 허약해 보여서, 마치 유령 같은 인상을 남겨. 이들은 무감각함에서 찾아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수다를 떨고, 섹스를 하고, 누군가를 괴롭힘. 야마다가 시체를 스스로의 생존을 실감케하는 표지로 활용하는 것도 이 허무감에서 오는거. 내밀한 상호작용의 부재는 때로 우발적인 참극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진정한 애정없는 임신과 같은 문제들. 작가는 이 급격한 비틀임이 결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완만하다고 표현하고 있어.

이 만화가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일으킨다면 아마 인간 군상을 '전시'하는 듯한 느낌 때문 아닐까. 개성적인, 그러나 본질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인물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마치 사회의 불안한 측면만을 부감하는 듯한 불쾌감. 나도 처음 볼때는 불쾌함을 느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그 느낌이 훨씬 덜하더라고. 아마 이 작품이 알레고리로서 기능하는 것이지, 개개인을 실제로 인위적인 불안 속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들은 특정한 드라마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짧은 영원을 배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