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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장크론 확진 전~확진까지의 이야기

크갤러(211.200) 2024.08.09 09:32:57
조회 1280 추천 2 댓글 3
														

2019년 여름


군 전역을 반년 앞두고 장폐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체한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토를 3번 넘게 하고도 헛구역질을 반복하길래 이상함을 직감했다.

그렇게 기는 듯이 행정실로 걸어가 보고한 뒤 군병원으로 실려갔다.


입원은 처음이었거니와 장폐색이 뭔지도 몰랐다. 

진단선에 적힌 내용은 원인미상의 마비성 장폐색. 즉 장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기능을 멈추는 거란다. 

오후에 먹은 불닭볶음면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폐색 진단을 받은 뒤 군병원에서 집 근처 민간병원으로 옮겼다. 

일주일간의 입원 끝에 장마비가 풀려서 퇴원할 수 있었다. 

장이 막혀 오장육부를 쥐어짜는 고통을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병원을 나왔다. 


퇴원 후 일주일 뒤, 병가로 대장내시경을 하고 교수님 진료를 받았다.

의사였던 어머니는 그 당시 혹시 크론병일 가능성이 없냐고 교수님에게 여쭤보셨다. 

하지만 교수님은 크론병은 절대 아니라고 단언하셨다.

대장은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고, 그렇게 원인은 찾지 못한채 진료가 끝났다. 



2023년 여름


자취를 시작하면서 설사가 심해지고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설사는 근 1년간 거의 매일같이 했었기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끼니를 굶은 적이 없는데 살이 빠지는건 분명 정상적이지 않았다.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와서 건강검진을 받아 보자 하셨다. 

초음파,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등을 진행한 뒤 진료를 받았다.

대장에서 자그만한 용종을 발견해서 제거했지만 큰 이상은 없다고 하셨다.

다만 며칠 뒤 나온 조직검사 결과 크론, 결핵 등이 미약하게나마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기에 

예방 차원에서 대학병원 진료 예약을 잡았다.


얼마 뒤 찾아간 대학병원에서는 크론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대장내시경 사진상으로는 아주 미세한 것 이외에는 염증이 발견되지 않았고,

혈액검사와 대변검사로 나오는 염증수치도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체중이 계속 줄어드는게 의심되었기에 추가검사를 해보며 관찰해보자고 하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크론병이 뭔지 잘 알지도 못했고, 나에게 그런 병이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단지 혹시모르니 이것저것 검사 다 해보고 걱정이나 덜어놓자 하는 생각이었다. 



2023년 가을


군 전역 후 잊고 있던 장폐색 증세가 다시 찾아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위를 쥐어짜는 통증에 바로 과거에 겪은 장폐색임을 직감했다.

아무래도 당일에 한강에서 먹은 열라면이 문제였던것 같다.

참는다고 해결될 증상이 아님을 알았음에도 반나절을 혼자 자취방에서 끙끙댔다.

하지만 결국 응급실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고, 며칠간의 금식 뒤에 마비가 풀려 퇴원할 수 있었다.  



2024년 1월


심심할 틈이 없게 다시금 장폐색이 찾아왔다. 

자취방을 정리하고 본가로 돌아왔었기에 집 근처 응급실로 실려갔다. 

공교롭게도 주치의는 2019년 장폐색으로 입원했을때와 같은 교수님이셨다. 

교수님께 현재 대학병원에서 크론병 추적관찰을 받고 있다, 혹시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냐 다시금 여쭤보았다.

처음 진료와는 달리 교수님은 자신이 보기엔 크론병 확진 판정을 내려도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2024년 2월


대학병원 진료에서 크론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수님은 동시에 바로 산정특례 등록을 해주셨다.

확진내리기까지 왜 어려움이 있었는지 교수님께서 설명해주셨다.

처음의 대장내시경, 혈액검사, 대변검사 결과로는 크론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웠다고 하셨다.

하지만 추가검사하며 찍은 소장CT가 문제였다.

CT상으로는 소장벽이 두껍게 찍혔고, 이는 곧 소장에서의 염증을 의미하기에 영상의학과 소견으로는 크론병 의심이 나왔던 것이다. 

또한 진료를 시작한 뒤에도 지속적인 체중 감소가 있었고, 

불과 반년 사이에 장폐색으로 입원을 2번이나 했기에 더 이상 진단을 미룰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지난 달 크론병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기에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크론병이 뭔지 여전히 잘 몰랐거니와, 장폐색과 설사 등의 증상은 이미 수년간 겪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름 덤덤하게 병원을 나와 약국에서 두툼한 약 봉투를 챙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글을 쓰는게 오래 걸리네요. 

소장크론 확진 후 얼마 뒤 장절제를 한 얘기까지 적고 싶었으나, 일단은 여기까지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적다보니 크론병을 확진 받았을 당시에는 생각보다 무덤덤했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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