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작품을 처음 본 건 중학교때 였다. 그때 당시에는 작화나 캐릭터성, 연출과 같은 작품의 외적인 요소에 초점을 두고 봤었는데 최근 이 작품을 다시 봤을 땐 외적인 요소보단 주제의식이나 인물의 심리적 묘사와 같은 내적인 요소에 초점을 두었다.

이 작품을 보고 느낀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단절된 현실이다. 우리는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거나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단순 정신이상자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반응이고 단지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상황과 겪은일을 이해하려고 하거나 그것을 믿으려 하는것 보단 정신이상자로 제단해버리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니와 마코토 또한 토와 에리오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겪은 일을 이해하려고 하거나 그녀의 주장을 믿으려 하기 보단 단순 정신이상자의 우주인을 설정으로 한 현실도피성 행동으로 보았다. 그래서 그런 그녀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 다소 충격적인? 요법을 실행하게 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인지 그녀는 주인공에게 의존적인 성격과 행동을 보이게 되며 니와 마코토는 자신이 벌인 행동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건지 아니면 단순히 에리오에 대한 호감 때문인건지 이후로 그녀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게된다.

하지만 극이 막으로 향함과 동시에 니와 마코토는 호시미야 야시로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일종의 초자연적 경험들을 겪게 된다. 그 경험을 통해 니와 마코토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만약 정말 에리오가 겪은 일들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행동은 에리오를 이해하고 믿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타인을 멋대로 제단해버린 일종의 오만이며 이때까지 자신의 사고속에 박힌 현실적이라는 이름속의 패배의식과 자신이 알고 있던 현실에 대해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초능력', '기적', '우주인'과 같은 초현실적 개념을 부정하면서 지극히 현실적이던 니와 마코토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사고방식을 바꾸게 되면서 에리오를 이해하고 믿을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된다.

또한 이 작품 속에서는 주인공 외에도 토와 에리오가 겪은 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주변인들의 단절된 모습도 지속적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오프닝 속 가사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한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면 내가 이 작품을 처음 봤을때 처럼 작화나 연출, 캐릭터성에만 국한된채로 보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처음 볼때 느꼈던 지루함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글이 참 길었는데 내가 글솜씨가 별로 안 좋아서 내가 와닿은 느낀점이 잘 전달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 작품을 다시보니 옛날에 애니를 막 보던 시절이 떠올라 설레기도 했고 그때 당시엔 안 보이던 부분이 보이니 새삼 즐겁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