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이 끝도 없이 나오는 영하의 계절이 찾아왔다.
내가 출근하는 회사의 지하철역 앞에는 노숙자가 많다.
그날따라 기분이 좋아서인지,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한 노숙자 앞으로 다가갔다.
노숙자 앞에 위치한 깡통에 돈을 넣으려는 순간,
그 노숙자는 내 발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아, 씨발 깜짝이야."

나는 깜짝 놀란 나머지, 노숙자의 손을 걷어차며
역 앞에 있는 회사로 걸어갔다.
다음날이 되고, 회사로 가는 길이었다.
역 앞에는 앰뷸런스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들 것에 실린 사람은 흰 천으로 얼굴이 가려졌지만,
푸석한 머리카락만은 흰 천 밑으로 뻗어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추운 겨울이라 노숙자들이 역 앞에서 자주 객사한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나는, 출근시간에 늦을 것만 같아 짜증이 올라왔다.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자가용을 꼭 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람들이 앰뷸런스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 역 출구 주변에는
한때, 화제가 되었던 XX 역 묻지 마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포스트잇과 국화들이 빼곡히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