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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59.28) 2021.12.17 21:52:52
조회 41 추천 0 댓글 0

"너희들 지금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정말 후회한다. 학생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데."

"좆까고 있네.."

진호는 교실 의자를 뒤로 젖히며, 담임선생님이 하는 말을 조용히 비꼬고 있었다.
딱히 교권에 대한 반발심리로 인한 혼잣말은 아니었다.
진호는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양아치 무리에 낄 용기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피시방을 돌아다니며 골드 티어를 달성할 때쯤, 진호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장래희망도 미래 계획도 없던 진호는 성인이 되었다.
대학교는 둘째치고, 막상 내일 쓸 돈도 주머니에 있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는 책은 들여다 본적도 없는 진호 대신, 초등학교 학생회장인 진호의 늦둥이 여동생에게만 관심이 있어 보였다.
6년이 지났다.
집에만 갇혀있던 진호는 드디어 혼자 돈을 벌어보겠다 결심하고, 곧바로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아보게 되었다.

"뭐야? 월 200밖에 안 주는데, 4년제 대학 졸업만 뽑는다고? 대학 간 병신들은 돈 부어가며 대학 졸업해 봤자, 병신회사밖에 못 가네."


"여긴 하는 일도 별로 없는 거 같은데, 뭔 자격요건이 이렇게 많냐? 존나 비싸게 구네."

결국 진호는 사이트의 스크롤을 끝까지 내릴 때쯤, 한 가지를 깨달았다.
자신은 어느 회사에도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어휴, 그냥 알바나 잠깐씩 하면서 주식으로 벌면 되겠지 뭐."

진호는 고등학교 때 재미 삼아 딴 원동기 면허를 떠올리며, 배달 알바를 하기로 결심했다.
의외로 배달이 적성에 맞았던 것일까?
진호는 꼬박꼬박 밤늦게까지 배달을 다녔다.
시간이 흐른 뒤 진호는 많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여윳돈까지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부모님이 은퇴한 시점에서, 여동생의 입시 준비 비용은 진호의 상상을 아득히 넘겨버렸다.
간곡한 부모님의 부탁에 진호는 어쩔 수 없이 모아둔 돈을 여동생 입시 준비를 위해 쓰게 되었다.
여동생이 수능을 치고 난 후, 흰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어김없이 진호는 밤늦게 치킨을 배달 중이었다.
비보호 좌회전을 가려고 하던 진호는 그만, 전방 주시를 안 한 트럭과 부딪히며 온몸이 처참히 으깨졌다.
밖으로 튀어나온 눈알을 뜬 진호 앞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가운을 입은 채 나를 수술실로 이끌고 있었다.
물론 그 친구의 이름은 모른다. 항상 뒷자리에서 공부만 하던 모습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게 으깨진 몸을 본 진호는 팔에 있던 링거를 뽑고선 쇼크사로 죽었다.
조촐한 진호의 장례식에 있는 조문객들은 모두 진호의 늦둥이 여동생을 보고서는, 연세대에 합격한 걸 축하한다며 용돈을 아낌없이 손에 쥐여주었다.


-RPG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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