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문붕

친구놈이 또래상담소 하는거 일일땜빵을 하고 있다

애들의 진로 관련해서 상담을 해야 한다는데...

드르륵-

낡은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

모니카였다

"...해서 그런 고민을 한다는 거 자체가, 철학이나 그런쪽으로 갈 자질이 충분한 거 같아"

"응, 고마워 문붕아. 도움 많이 되었어"

...갑자기 세계의 진실이 어쩌고 저쩌고 말하다니...

모니카, 뒤늦은 중2병인 건가...? 아니겠지. 그 모니카인데

저벅, 저벅

모니카가 걸어 나간다

문이 다시 닫히기도 전에, 누군가가 들어온다

"아, 유리구나"

"문붕씨..."

"그래서, 유리 너는 어떤 진로관련 상담을..."

"그런 거 다 필요 없어요"

뭐?

"전 당신만 있으면 돼요"

"좇같은 문예부고 모니카고 필요 없어요"

"매일 당신의 피부를 가르고 그 안으로 들어갈 생각밖에 안 들어요!"

....

유리, 이런 성향일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진 알겠다

나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                                                      "

"...진심이에요?"

"응, 너한테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해"

"...문붕씨가, 이런 거로 농담할 사람은 아니니까... 네, 한번 믿어 볼게요"

....

"긴급 환자입니다!"

시끄럽게 굴러가는 바퀴의 소음, 웅성거리는 사람들

환자가 실려 들어온다

"지금 당장 수슬이 필요해요!"

"네, 그래 보이네요"

이곳은 병원 응급실, 나는 여기서 의사로 근무한다

"으으으..."

아, 환자가 희미하게 의식을 되찾은건가

"선생님... 저 살 수 있는건가요?"

솔직히 말해, 절대 좋은 상황은 아니다

외상이 심각하다. 최소한 10시간 이상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의사라면, 그렇다고 대답을 할지언정, 힘들다는건 스스로 알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네"

난 한치의 의심 없는, 완전한 확신으로 대답했다

"제 이름, "유리"를 걸고,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환자의 눈이 감긴다

마취는 끝, 이제 실력 발휘 좀 해 보실까

메스를 들고, 천천히 피부를 가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다른 의사들은, 항상 내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긴 시간의 수술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지 궁금해한다

그렇게 긴 수술은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부담을건데, 라는 식으로

간단하다. 부담이 전혀 아니다.

피부를 가르고, 그 속을 보는 그 과정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다

부담을 느낄 리가 없지

그렇다보니, 내 수술 성공률은 100%. 천재 의사로 소문난 수준이다

참, 그때 문붕씨의 그 조언이, 이렇게까지 정확할줄은 몰랐는데

십 년이 넘게 지났지만, 그 대사만큼은 또렸하다

"피부를 가르는 게 좋다면, 의사가 되어 보는게 어때?"

참, 고맙네, 다시 생각해도

자.해도 끊은 지 오래다

뭐랄까, 뭐라도 그으니까 내 껄 그을 생각은 안들더라

툭-

마지막 실밥을 잘라낸다. 수술은 끝났다

즐거운 시간은 항상 너무 빨리 지나가서 문제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