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베그의 첫발정기가 있던 날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비록 불미스러운 일이 있긴 했지만 이전처럼 둘은 친형제처럼 지냈고, 둘의 형제애는 더욱 깊어졌다. 그랬기에 에이스는 하르베그와 별탈 없이 지냈지만 하르베그는 달랐다.
하르베그는 그 날을 도저히 잊지 못 했다. 가만히 있을 때는 물론, 일상생활을 할 때 자꾸만 떠올랐고 심지어는 꿈에서도 이성을 잃은 형에게 강제로 교미를 당하는 꿈을 꿨다. 그냥 그 때의 일만 떠오르는 것이면 모를까 이로 인해 발기하는 일이 허다했기에 매번 이것을 린과 형에게 숨기느라 힘들어 했다.
그리고 형의 근처에 있으면 왠지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과 몸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자꾸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것이 전처럼 아프다거나 안 좋은 느낌은 아니라 무시하려고 했지만 자꾸 마음 한 구석에 걸려 찝찝한 느낌을 받는 것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르베그는 잠시 다른 일에 주의를 돌려 이러한 것들을 잊기로 결정했다.
"형!"
"왜?"
"비행!"
"쟤네들 날고 있어서 그래?"
"아니야!"
때마침 TV에서 드래곤들이 단체로 날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기에 에이스는 하르베그가 TV를 보면서 말하는 줄 알았다. 에이스는 계속해서 하르베그의 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 해 서로 답답한 상황만이 반복되었다.
"에이스, 내가 보기에는 나는 법 가르쳐달라는 것 같은데?"
이제서야 맞는 말이 나오자 하르베그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법 가르쳐 달라는 거였구나~ 좋아! 내일부터 시작하자!"
"응!"
대답을 하자마자 하르베그는 린의 앞으로 갔다.
"말!"
"말 배우고 싶어? 근데 이미 에이스가 가르쳐 주고 있잖아."
"혹시 저번 일 때문에 형이 조금 불편해서 그러는 거야?"
그 뜻이 아닌지 하르베그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최근에 느끼는 그 이상한 느낌 때문에 형이 조금 불편한 건 맞았지만, 예전의 공포에서 우러나오는 불편함과는 뭔가 다른 데다가 린과 에이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럼 빨리 배우고 싶다는 거지?"
"응."
"그나저나 괜찮겠어? 비행 훈련하고 같이 하기에는 많이 힘들텐데."
아직 설명 의문문에는 답할 수 없어 하르베그는 대답 대신 포효를 크게 내질렀다. 그 소리에 에이스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고, 가까이에 있던 린은 귀가 먹먹해짐과 동시에 약간 어지러움을 느껴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럼 내일 상황 보고 공부 시작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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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린은 에이스와 하르베그를 데리고 연구소 부지 내의 평야로 왔다. 사람, 건물, 나무와 같은 자연물 등 방해할 만한 요소들이 전혀 없는 광활한 평야였기에 비행 훈련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우와~! 넓다!" / "크릉!"
하르베그는 넓은 평야를 보자마자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하기 힘든지 벌써부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이스는 그런 하르베그를 즐거운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그 안에는 불안감이 조금 보였다.
"에이스, 왜 그래? 표정이 조금 어두운 걸?"
"아무리 생각해도 하르베그한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어..."
"아버지한테 배웠다면서, 그럼 네가 배운대로 가르치면 되지 않아?"
"하지만 하르베그는 와이번인 걸..."
에이스는 드래곤이었고, 하르베그는 와이번이었다. 이러한 종의 차이 때문에 날개의 위치가 다른, 신체적인 차이 역시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비행의 기초적인 이론은 모든 날짐승에에 똑같이 적용돼서 가르칠 수는 있었지만 스스로 배우면서 익힌 요령에 대해서는 적용 방식이 달라 알려줄 수 없었기에 에이스는 잘 가르칠 자신이 없었다.
"가장 먼저 배운 게 뭔지 기억해?"
"응. 날개힘을 기르는 거였어."
"그럼 그걸 먼저 시켜. 그 다음으로 가르칠 내용은 내가 짜 줄 테니까."
"진짜? 린도 도와주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넌 가르치는 데만 집중해."
얼마 뒤에 하르베그가 돌아오자 훈련이 시작되었다. 에이스는 린의 조언대로 하르베그의 날개힘을 기르는 수업을 시작했고, 하르베그는 형의 지시대로 자신의 양 날개를 퍼덕였다. 그렇게 날개 힘을 기르는 수업은 그 날 하루종일 계속 되었고, 그 날 저녁을 먹은 뒤에 반복되는 훈련 때문에 하르베그는 린의 무릎에다가 얼굴을 비비면서 투정을 부렸다.
"하르베그, 삐졌어?"
하르베그는 대답하지 않고 얼굴을 무릎에 더 비볐다.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한 수업 내용과 많이 달라 삐진 것 같아 보였다.
"너무 그러지 마. 수업에서 배우는 모든 내용은 비행하고 관련 있는 거니까."
"자, 이제 다 쉬었으니 말 공부 하자."
"크릉!"
린은 어린 아이가 글을 배울 때 쓸만한 단어 카드를 가지고 왔다. 어린 아이를 위한 것이었기에 단어 카드에 적혀있는 단어들은 상당히 쉽고, 접하기도 쉬운 편이었다.
"사과. 사. 과."
"사ㄱ.. 사가."
린은 카드에 적힌 단어를 천천히 뚜렷한 발음으로 이야기하자 하르베그는 그 단어를 따라 말했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다른 단어도 똑같이 발음했다. 린은 일부로 하르베그가 스스로 익힌 일부 단어의 모음이 들어간 단어들만 발음했다. 그 덕에 하르베그는 완벽하진 않지만 비슷하게나마 발음 할 수 있었고, 아직 잘 모르는 모음의 발음을 비슷한 발음으로 접해 쉽게 익힐 수 있었다.
몇 시간 뒤, 말 공부가 끝났다. 하르베그는 생각보다 빡센 일정에 지쳤는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오늘 하루 수고한 하르베그를 위해 린은 음료수를 가지고 왔다.
"고생했어. 이거 마셔."
하르베그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입을 크게 벌렸고, 린은 하르베그의 입 안에다가 푸른 액체를 부었다. 몇 달 전에 에이스가 아무런 의심 없이 마셨던 성장억제제를 말이다.
맛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아무런 경계 없이 약을 마셨기에 하르베그는 에이스와 마찬가지로 헛구역질을 했지만, 부모인 린이 준 것이었기에 몸에 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뱉어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미안, 맛없었지?"
"응..."
"미안해, 방금 그건 반드시 먹어야하는 약이라서 어쩔 수 없이 속일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이게 진짜 주려던 거."
이번에 린은 아이스티가가 든 통을 보여주었다. 린의 말대로 이번 것은 정말 맛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아무런 의심 없이 다시 입을 벌렸다.
'!!!'
처음으로 맛 보는 달콤한 맛에 하르베그의 두 눈은 번뜩 뜨여졌고, 더 먹고 싶은지 린과 통을 번갈아가면서 응시했다. 하지만 린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거라고 말하면서 주지 않고, 그대로 통을 가지고 떠났다. 하르베그는 아이스티를 더 못 먹어서 아쉽긴 했지만 잘 준비를 마친 에이스의 옆에 가서 몸을 말아 잠에 들었다.
비록 주의를 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날고 싶은 마음, 린과 에이스처럼 말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기에 두 수업에 열심히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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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 뒤, 비행 훈련을 통해 기초 체력과 날개 힘이 충분히 길러지자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갔다.
"크릉?"
오늘 린은 에이스와 하르베그를 평야가 아닌 연구소의 옥상으로 데리고 왔고, 하르베그는 무슨 의도로 여기에 온 것인지 추측할 수 없어 린과 에이스에게 의문을 표했다.
"하르베그, 오늘은 활강 훈련을 할 거야."
"크릉?"
에이스는 말을 마치자마자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날개에 최소한의 힘만을 줘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처음에 그 광경을 본 하르베그는 깜짝 놀라 두 날개로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감았지만 린이 봐도 된다는 말에 활강하고 있는 에이스를 겨우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 하르베그, 할 수 있겠어?"
"응....."
하르베그는 할 수 있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그대로 수직낙하해서 땅에 떨어져 낙사할까봐 두려워하는 기색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불안해 했다. 그래서 린과 에이스는 하르베그를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할 수 있다며 격려해줬지만 그래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몰아 낼 수 없었다.
"린, 이러면 훈련을 못 하는데 어떻하지?"
"음...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린은 에이스에게 귓속말로 좋은 생각을 이야기 했다. 에이스는 그 생각의 내용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싫다고, 전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지만 달리 좋은 수도 없어 린의 생각을 따르기로 했고, 곧바로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먹어두는 편이 안전하겠지...'
린은 가운의 주머니에서 약통 두 개를 꺼냈고, 그 안의 알약을 입 안에다가 쏟아부었다. 무슨 약인지 알 순 없었지만 정황상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왓!"
"린!!!"
린은 계획대로 일부로 발을 헛디뎌 그대로 옥상에서 떨어졌고, 그걸 본 에이스와 하르베그는 깜짝 놀라 린을 잡으러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린이 상당히 가벼웠던 터라 떨어지는 속도는 조금 느렸지만 그래도 빠른 편이었고, 둘은 린을 잡아채기 위해서는 더 빠른 속도로 떨어져야만 했다. 하지만 너무 빨리 떨어진다면 린을 놓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둘은 린보다 엄청나게 무거웠기에 한 번 지나치게 되면, 린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만드는 것은 힘들기에 신중하게 낙하 속도를 조절해야했다.
에이스는 낙하 속도를 높여 린의 근처로 발톱으로 린을 다치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면서 두 앞발로 린을 낚아챘다. 그리고 그걸 본 하르베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자신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당황함에 몸부림을 치다가 점점 몰려오는 죽음에 공포 때문에 몸이 점점 굳기 시작했다.
"하르베그! 아까 내가 한 것처럼 해!"
그대로 떨어지고 있었던 하르베그는 그 한 마디에 다시 정신을 차렸고, 자신의 두 날개를 최대한으로 펼쳐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요령 없이 엄청 세게만 날개를 퍼덕이는 것이었기에 주변에는 상당히 강한 바람이 만들어졌고, 에이스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 천천히 활강을 하면서 하르베그를 지켜보았다. 물론 에이스의 실력이라면 이 강풍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비행을 할 후 있었지만 지금은 양 앞발로 린을 잡고 있던 터라 린을 놓칠 것을 대비한 것이었다.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하르베그는 계속해서 열심히 날갯짓을 했지만 낙하속도가 조금 줄어든 것을 빼면 나아진 것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계속 떨어지다보니 슬슬 지면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에 깜짝 놀란 하르베그는 최대한 낼 수 있는 힘을 더 내 힘차게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아 눈을 찔끔 깜았다.
"하르베그, 이제 눈 좀 떠 봐."
"응..?"
하르베그가 눈을 뜨자 눈 앞에는 에이스와 린이 있었고, 자신이 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현재 위치에 그대로 있는 제자리 비행이긴 했지만 자신이 비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하르베그는 기분이 엄청 좋은지 엄청 웃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거 보다 엄청 잘하는데? 아무튼 이제 땅으로 내려가자."
에이스는 하르베그가 단순히 활강에만 성공할거라고 예상했지만 가장 어려운 제자리 비행에 성공하자 깜짝 놀랐다. 무엇이든지 간에 적당히라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처럼, 너무 힘을 주면 위로 상승하고 그렇다고 힘을 덜 주면 하강했기에 제자리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힘을 적당히 줘야만 했다. 하지만 하르베그는 바로 성공했다.
"에이스, 하르베그한테 어떻게 활강을 하는지 설명 해줘야지..."
"아, 맞다! 지금보다 힘을 덜 주면서 앞으로 가면 돼."
에이스의 가르침과 함께 하르베그는 수월하게 활강을 하면서 땅으로 내려왔으나 첫 착륙인지라 땅에 착지하자마자 균형을 잃고 앞으로 자빠졌지만 자신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쁜지 실실 웃고 있었고 에이스는 린을 먼저 내려준 다음에 안정적으로 착륙했다. 그리고 하르베그는 린이 무사하게 내려온 걸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린을 덮쳤고, 울면서 린을 핥았다.
"하르베그, 울지마. 우리 둘 다 무사하면 됐잖아?"
린은 하르베그의 두 눈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눈물을 닦아주었지만 쉽사리 진정하지 못 했다. 짧은 시간에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와 자신의 부모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하르베그의 이런 모습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르베그, 지금 린을 깔아뭉개고 있다는 건 알고있지?"
무사하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하르베그는 린을 깔아뭉개고 있어 압사 혹은 질식사를 등하기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린 상태였고, 이를 증명하듯이 린의 표정은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다. 에이스의 말에 깜짝 놀란 하르베그는 곧바로 일어났고, 이 민망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빨리 훈련을 하러가자고 보챘다.
"그래, 알았어. 그러니까 보채지 마."
하르베그는 바로 제 1 연구소를 향해 뛰어갔지만 정작 위치를 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방황하고 있었고, 이때 에이스는 린을 두 앞발로 꽉 안았다.
"다시는... 이런 일 시키지마..."
린에 대한 하르베그의 애착 관계가 꽤나 깊게 형성되어있는 것처럼 에이스의의 애착 관계 역시 깊게 형성되어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하르베그는 단순 부자 관계에서 형성된 애착 관계였기에 깊은 것이었고, 에이스는 1년 반 정도의 시간에 걸쳐 형성된 유대감을 기반으로 형성된 애착 관계였다. 그랬기에 린에 대한 둘의 애착 관계의 깊이는 비교를 해도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네가 잡아줄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거야."
"하.. 하지만... 내가 못 잡을 수도 있었잖아..."
에이스의 말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사실 그 상황에서 에이스가 린을 못 잡는 가능성은 잡을 수 있는 가능성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계산에 오차가 났다면, 린을 놓쳤을 것이고 게다가 린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또한 운이 매우 좋아 모든 요소가 들어맞아 잡았다고 해도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에 린이 찔려 죽을 수도 있었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안돼... 하르베그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에이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지만, 울려고 하지는 않았다.
"너한테 많이 부담이 가는 일을 시켰구나...미안해."
린은 에이스를 꽉 안아주었고, 에이스는 많이 버티기 힘들었는지 그제서야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르베그가 우는 소리를 들을까봐 소리 없이 울었다. 그리고 린은 말없이 에이스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둘 다 몸집만 컸지. 어린 애라니까..."
그 때 하르베그는 한참을 헤매다가 혼자서는 제 1 연구소로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에이스를 부르면서 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형!"
하르베그가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린은 에이스의 촉촉한 눈가를 손으로 닦아 운 흔적을 지웠고, 에이스는 린 앞에서 보인 약한 모습을 떨쳐내고 다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응! 지금 갈게!"
"린도 얼른 같이 가자."
에이스는 린을 일으켰지만 린은 일어나자마자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아무래도 그 때의 극신한 공포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했다.
"먼저 가. 조금 이따가 갈게."
"응, 그럼 빨리 와야해!"
에이스는 하르베그와 함께 제 1 연구소로 갔고, 린은 그 둘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르베그 훈련은 성공시킨 거니까 다행인 건가..?"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죽을 뻔 했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거나 운이 좋았다고 말하겠지만 오히려 린은 이것이 다행인지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즉, 린은 심적으로 피폐해져 사고가 더 이상 정상인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어떤 생명체든 죽기를 바라지는 않으니 당연히 린은 살고 싶어했다. 하지만 린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은 자신이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은 에이스가 자신을 놓쳐주기를, 잡았다면 그 날카로운 발톱에 찔리기를 바라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다행이 아니라고 말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말한 겄이었다.
그래도 린이 완전히 죽기를 바랄 정도로 아직 완벽하게 망가지지 않은 건 형이자 집사인 크리스가 했던 말 덕분이었다. 만약 자신이 없다면 둘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올 것이 분명했고, 그렇게 된다면 에이스와 하르베그는 평생을 제 2 연구소에 갇혀 살아야만 할 것이었다. 물론 어스가 있기에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살 순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자유를 만끽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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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린이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정도로 많이 망가졌음을 보여주기 위해 옥상에서 떨어지는 요소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 때문에 에이스는 린에 대한 애착이 집착이라 불릴 정도로 더 심해지게 되었고요. 하르베그요? 아직 어리고, 철도 들지 않았고, 하도 밝은 성격 때문에 단순히 애착관계가 조금 깊어진 것 말고는 이번 일의 영향을 크게 받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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