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카오루: ♪~♪~♪

……으악. 또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고 있어

히어로물 주제가, 머리에 남네. 사람이 있는 데서 이러지 않게 조심해야지

…감상회 덕에 히어로를 잘 알게 됐고, 전투 액션이나 이야기의 흐름은 이해했지만

연기에서 살릴 수 있을지 애매하네. 이대로라면 그저 열화 카피가 돼버릴 것 같고

애초에, 드라마처럼은 안 되겠지. 건물을 폭파할 수도 없고 와이어 액션도 무리고

일이 아니니까,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충 하고 싶진 않아

모릿치만큼은 아니더라도, 참여할 거라면 아이들이 기뻐하면 좋겠고

……이럴 때, 토모야군이라면 어떻게 할까?

의지하기만 해서 미안하지만. 연기 상담도 받으면서 얘기해볼까

토모야: 어~이, 어딨어~?

카오루: 오, 좋은 타이밍에……

토모야: 어디로 간 거야~? 호쿠토 선~배

카오루: 이야, 토모야군. 히다카군을 찾고 있는 거야?

토모야: 아뇨. 호쿠토 선배요

카오루: 으응? 『호쿠토』라는 거 히다카군의 이름이지?

카오루·토모야: ……?

토모야: ……앗, 죄송해요! 제가 돌보고 있는 펭귄이에요

카오루: 아아, 그쪽이구나. 토모야군과 얘기할 때 자주 히다카군이 화제에 오르니까, 인간 쪽이라고 생각해버렸어♪

토모야: 복잡하죠, 죄송합니다. 만났을 때 존경하듯 대하지 않으면 전혀 반응해주지 않아서, 히다카 선배의 이름을 빌렸었어요

지금이라면, 다른 이름이어도 반응해줄 것 같지만요. 완전히 호쿠토 선배로 정착해버려서……

카오루: 아하하,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이름은 지금 그대로 괜찮지 않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재밌고♪

(상담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가)

호쿠토 선배쨩 찾는 거, 나도 도와줄게.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야?

토모야: 방금 전이에요. 키친에서 먹이를 준비하는 사이에 사라져 버렸어요

계단은 안아줘야 올라갈 수 있어서, 이 층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요.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 못 찾겠어요

정말, 어디로 가버린 거야……

카오루: 걱정이네. 물속이면 몰라도, 펭귄은 걸음이 느리니까 잠깐 눈을 뗀 정도로 사라지진 않을 거야

그야말로, 누군가에게 붙잡히거나 한 게 아니라면……음?

……나, 호쿠토 선배쨩이 어딨는지 알아버렸을지도. 따라와, 토모야군

<성주관 안뜰>

카나타: 둥실, 둥실……♪ 많이 먹고, 자라주세요

카오루: 이야, 카나타군. 오늘도 기분이 좋구나~

카나타: 네~ 저는 『기분 좋아』요. 하지만, 이 아이는 더욱 『기분이 좋네』요♪

보세요. 『펭귄씨』가 『물고기씨』를 맛있게 먹고 있어요

카오루: 아하하, 정말이다. 토모야군, 호쿠토 선배쨩이 얘 맞아?

토모야: 맞아요! 다행이다, 찾아서……

호쿠토 선배~ 걱정했잖아? 착하지 착하지

카오루: 정말. 카나타군, 바다생물을 대접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데려오면 안 되잖아?

카나타: 응~? 저는 데려오지 않았어요

『키친』에 먼저 온 사람이 있길래, 여기서 『물고기씨』를 손질하고 있으니까, 어느샌가 이 아이가 『옆』에 있었습니다

이거 봐요. 이 아이도 『맞아, 맞아』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네요?

카오루: 호쿠토 선배쨩, 인간의 말을 아는 거야? 영리하네

토모야: 먼저 온 사람이라는 거, 아마 저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말을 걸어주셨으면 자리를 비켜드렸을 텐데, 어째서 이런 곳에서?

카나타: 제가 손질한 『물고기씨』는 크기가 커서 『공간』을 차지해버려요. 『해체』에 시간도 걸리고요

실제로, 아직 『절반』 이상 남아 있습니다

토모야: 우왓!? 갑자기 물고기가 나왔다!

카오루: 이 물고기는 임연수어네~ 카나타군, 항상 어디에 소지하고 있는 거야?

카나타: 우후후. 『해변』을 산책하다가 찾았어요

카오루: 궁금한 건 어디서 찾았는지가 아니었고, 이 근처에서는 볼 수 없는 물고기일 텐데

뭐, 됐나. 신비한 건 예전부터였으니

아무튼, 찾아서 다행이야. 이걸로 한 건 해결

으음……. 이 시츄에이션은 써먹을 수 있을지도

토모야: 시츄에이션이요?

카오루: 사실, 모릿치──모리사와 치아키군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창작 히어로쇼를 하게 됐거든

어떤 히어로를 연기할지, 어떤 내용으로 할지 전혀 정하지 못해서 곤란한데. 예를 들어……

『병원에서 방황하는 펭귄을 구조하러 온 히어로』 같은 스토리로 해서 병원에 얘를 데려가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해서

토모야: 와아, 좋아요. 『애니멀즈』 분들 덕분에 사람한테 길들여졌거든요

그런 곳에서 도움이 된다면, 호쿠토 선배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요

돌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도 따라가도 괜찮을까요?

카오루: 응, 그래주면 고맙지

후후. 내가 생각했지만 꽤 명안일지도? 당장 모릿치에게 연락해야지

……여보세요, 모릿치? 지금 어디야? 히어로쇼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

기숙사에 있다고? 그럼 공유 룸으로……응, 기다릴게

…………

토모야: ……? 하카제 선배, 무슨 일이에요?

카오루: 음~…… 내 기분 탓이면 좋겠는데

모릿치의 상태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

<5분 후, 성주관 공유 룸>

카오루: ──엣, 일이라고?

치아키: 응. 병원을 방문하는 날에, 갑작스런 일정이 잡혀버렸다

미안하다, 하카제

카오루: 나한테 사과해도……. 일단 물어봐두는데, 그 일은 대체할 수가 없는 거지?

치아키: 어. 빨리 끝나면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확실치 않아서

카오루: 그렇구나. 마음이 안 좋네……

…………

……이 제안은, 모릿치에게 편지를 보낸 아이의 기대를 배신하는 게 될지도 모르지만

토모야군에게, 대신 나가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

토모야: 저요?

카오루: 응. 호쿠토 선배쨩을 돌봐줄 예정이었으니까, 그 김에 어떨까 싶어서

『그 김에』로 치기엔 무거운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토모야: 저는 상관없어요. 둘만의 히어로쇼인가…

그런데, 악역은 누가 맡나요?

카오루·치아키: 모릿치(하카제)!

카오루·치아키: ……어?

카오루: 히어로 역할은 나잖아? 미도리군 의상 입으라고 말했고

치아키: 그건 그렇다만, 『유성 레드』인 내가 악역을 맡으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해버린다고?

카오루: 그러면 둘 다 히어로……라고 할 순 없겠네. 원래 히어로쇼에는 악역이 있으니까

토모야: 저기……. 그런 사정이라면, 제가 악역을 할까요?

카오루: 토모야군이? 으~음……

……아냐, 악역은 내가 할게. 『UNDEAD』의 의상이라면 악역에 딱 맞고

의상에 흰색이 들어가 있는 『Ra*bits』는, 정의의 히어로 쪽이라고 생각해. 마스코트 캐릭터(?)인 펭귄을 데리고 있는 것도 그럴듯하잖아

치아키: 그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괜찮은가?

카오루: 그럼. 제안한 건 나니까

『UNDEAD』는 과격하고 배덕한 어둠의 마물──정의의 히어로보다는 악역이 연기하기 쉬워……♪

치아키: 그런가. 고맙다, 하카제

카오루: 아하하. 역할이 정해졌을 뿐이니까, 감사하긴 아직 일러?

메인 히어로는 토모야군에, 늦게 등장할 수도 있는 히어로가 모릿치. 그리고 악역은 나──

이 세 명이랑 호쿠토 선배쨩으로, 나름 달아오를 수 있는 쇼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떤 스토리로 할까?

토모야: 그러네요……. 스토리에 앞서서, 악역 이름을 정하지 않을래요?

카오루: 이름?

토모야: 히어로물의 악역은, 대개 별명 같이 멋있는 이름이 붙어 있잖아요. 『UNDEAD』 괴인, 같은

카오루: 『UNDEAD』 괴인은 좀……

토모야: 예, 예를 든 거니까요. 아무튼, 우선 하카제 선배에게 어울리는 악역의 이름을 정하고, 거기서부터 설정이나 이야기를 확장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치아키: 익숙한 것 같네? 창작 히어로쇼를 해본 적 있는 건가?

토모야: 히어로쇼 창작은 처음이지만요. 즉흥극은 연극부에서 연습해서 경험하고 있어요

즉흥극은, 자신의 위치와 목적을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히어로물의 악역은, 이름에 자기가 저지른 나쁜 짓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요. 우선 이름부터 정해버리죠

카오루: 나쁜 짓이라……. 나다운 나쁜 짓은 뭘까? 난봉꾼?

치아키: 으~음. 악역으로서, 그다지 팍 와닿진 않는군……

도둑은 어떤가?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괴인 하카제』 화려하게 등장……☆

카오루: 방향성은 나쁘지 않은데, 네이밍이 좀 그러네~ 내 이름이랑 관련 없는 명칭이 좋아

토모야: ……그러면, 간단하지만 별자리는 어떤가요?

카오루: 전갈자리니까, 『괴인 전갈』──

아, 『괴인 스콜피오』 어때? 악역스럽지 않아?

치아키: 오오, 그럴듯하군! 하카제의 분위기에도 딱이다!

토모야: 네.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모리사와 선배가 말한 『사람의 마음을 훔치다』를 힌트로, 『괴인 스콜피오』스러움이 빛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요!

<며칠 후. 히어로쇼 당일>

토모야: 『찾았다, 『괴인 스콜피오』!』

카오루: 『아하하♪ 여전히 바보구나, 『라비레인저』는』

『네가 찾은 게 아냐. 일.부.러, 찾게 해준 거지. 컴 온, 병정님……♪』

토모야: 『우왓!? 트럼프에 시야가 가려졌다……』

히이로: 『──나는 『스페이드』 아마기 히이로! 나를 부른 건 어디의 누구지?』

카오루: 『네, 네~ 이 몸이야, 스페이드쨩♪ 이 트럼프가 그 증거지』

『너무 바로지만. 거기 소년을 해치워버려』

히이로: 『음! 명령에 따를게!』

『──핫!』

토모야: ……와악.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히이로: 괜찮아. 마시로군의 움직임은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

어떤 애드리브가 들어가도, 절대 다치게 하지 않아

토모야: 연습 중에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 시험삼아, 진심처럼 덤벼도 될까?

히어로쇼라는 건, 화려한 전투가 매력이니까 말야

히이로: 음! 나를 믿고 전력으로 때려줘!

토모야: 『타아아아아!』

카오루: (와앗, 맞은 히이로군이 무릎을 꿇었다)

(──고 생각했더니, 그대로 일어나서 토모야군에게 돌진했어!?)

(지금 건 대본에 없었을 텐데. 둘 다, 『하는 척』을 잘하는구나)

히이로: 『효과가 없어!』

카오루: (승부는 막상막하. 손에 땀을 쥐는 싸움에, 아이들은 꼼짝도 못하네)

(히이로군을 조력자로 부르길 잘했군……응?)

치아키: ……! (카오루에게 의문의 사인을 보내고 있다)

카오루: (뭐지, 저거……. 손을 아주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뭔지 모르겠어)

(어쨌든. 모릿치가 도착했다는 건, 『플랜 C』 발동이군)

(토모야군과 히이로군에게 신호를 보내야──)

카오루: 『아하하하! 잡~았다~☆』

토모야: 『호쿠토 선배!? 비겁하다, 『괴인 스콜피오』!』

카오루: 『흐흥. 악역에게 비겁하단 말은 칭찬이야. 고마워♪』

『파워──……가 아니라, 빠워였나? 히어로 에너지의 원천인 이 펭귄을 뺏기면 끝장이지~』

*치아키는 파워 발음을 빠워라고 함

『잘 가라, 『라비레인저』……♪』

토모야: 『빌어먹을, 이런 곳에서 끝낼 순 없어. 끝장나고 싶지 않아……!』

치아키: 『아아, 끝내지 않아도 돼! 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타닷!』

『붉은 불꽃은 정의의 상징! 새빨갛게 불타오르는 생명의 태양!』

『히어로는 늦게 찾아온다! 유성 레드, 모리사와 치아키……☆』

카오루: 『쳇, 나타났군……. 부탁해, 병정님!』

히이로: 『흠? 어느쪽을 쓰러뜨려야 하는 걸까. 제대로 명령해주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어』

카오루: 『그런 건, 임기응변으로』

치아키: 『지금이닷』

카오루: 『뭣!?』

치아키: 『후하하! 호쿠토 선배는 되찾았다☆』

『호쿠토 선배! 나와 함께 『라비레인저』에게 히어로 에너지를 보내는 거야!』

『어린이 여러분도, 『라비레인저』를 응원해줘! 하나~ 둘!』

『힘내~! 『라비레인저』~!』

토모야: 『우오오오오오오! 힘이 넘친다! 잡아먹어라 필살──라빗츠샷!』

카오루: 『크윽……. 철퇴다! 두고 봐, 이 빚은 반드시 갚을 테니까!』

히이로: 『기다려줘 『괴인 스콜피오』! 명령하고 떠나주면 좋겠어!』

치아키: 『정의의 승리로군! 어린이 여러분, 커다란 성원 고마워!』

토모야: 『즐겁게 봐준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오늘 고마웠어요!』

<그날 저녁>

카오루: 벌써 저녁이구나아.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서 그런가, 엄청 피곤해

히이로: 괜찮아? 기숙사까지 업어서 옮겨줄까?

카오루: 마음만 받아둘게, 고마워

호쿠토 선배쨩도, 오늘 고마워. 네 덕분에 쇼가 한층 더 신났어

『펭귄을 처음 봤다』는 아이도 있었던 것 같고, 와줘서 좋았네

히이로: 응응. 호쿠토 선배가 꾸벅 고개를 숙였어, 무슨 뜻일까?

토모야: 『별 말씀을요』 아닐까? 어쩌면, 『오늘은 지쳤다』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열심히 잘 했네~ 착하다 착해……♪

카오루: 그러고 보니까. 둘 다 대활약했지? 대본이랑 전혀 다른 걸 해서 깜짝 놀랐지만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져와서, 보고 있으니 상쾌했지

토모야: 아하하……. 폭주해버려서 죄송해요. 아마기에게 자극 받아서 신나버렸어요

카오루: 아냐. 저런 애드리브도 있구나 하고, 공부가 됐어

이야, 토모야군에겐 배우기만 했네~ 다음부터 토모야 선생님이라고 부를까♪

토모야: 그만해주세요. 저 같은 건, 아직 멀었어요……

앗. 휠체어를 탄 남자애가 간호사분께 도움을 받아서 여기로 오고 있네요? 저희에게 용건이 있는 것 같아요

치아키: 너는……. 역시 그렇군. 편지를 준 아이구나

음! 병과 싸우는 너를 응원하려고, 만나러 왔다☆ 히어로쇼는 봐주었나?

카오루: (아하하, 남자애가 기뻐하는 것 같아. 동경하는 히어로를 만났으니까 당연한가)

치아키: ……응응? 『괴인 스콜피오』와도 얘기하고 싶다고?

알겠다. 하카제, 나올 차례다!

카오루: 잠깐. 정체를 함부로 밝히지 말아줄래?

정말~

안녕. 이야기라는 게 뭐야?

『이렇게 멋진 적은 처음 봤어』? 히어로를 동경해왔지만, 나처럼 된다면 악역도 좋을지도 모른다……고?

아하하. 어쩐지 나는, 네 마음을 훔쳐버린 것 같네

내일 수술이라고 들었어. 힘내

……응. 건강해지면 함께, 주위에서 혼나지 않을 정도의 나쁜 짓 할까

새끼손가락 걸고, 둘만의 약속이야……♪

토모야: ……우와, 우와아

카오루: 눈꼴 사나울 만큼 꼬셔버렸어?

토모야: 아뇨, 그 반대예요! 지금 그거, 기본인 거죠? 대단해……

저에겐 무리예요. 그런 말은 바로 나오지 않아요. 공부가 되네요

카오루: 그래? 그러면 평소의 고마움을 담아서, 작업 멘트를 가르쳐버릴까. 나즈나군에게 혼나려나~ 아하하

아, 즐거웠다. 히어로쇼 같은 거 내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의오역오타개많음 발번역주의 퍼가지말고 갤에서만 보셈

마지막에 헝끼 어린애한테 지어주는 표정인 거 노무 좋음ㅋㅋ

훈훈친목스토리 좋아좋아요

혹시 펭귄얘기 궁금하면 애니멀즈 배수 스토리니까 읽어보셈 커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