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득 진지하게 글쓰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음

방금 아주 짧은 글을 썼는데 문장이나 내용이 자연스러운지에 대해 듣고 싶음

<도로시 1장>

23살 한국소녀 도로시는 어린 시절 부모가 자신에게 이 이름을 준 까닭을 종종 궁금해하였다.

부모님은 양쪽이 한국인이며 도로시의 외형이 반반씩 보이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외모는 매우 한국적이었다.

부모님이 도로시에게 까닭을 밝히지 않은 데에는 어이없는 이유가 있었다.

비록 도로시의 아버지가 매우 한국적으로 생긴 남성이었지만 사실 아버지는 혼혈이었다.

도로시의 친할머니는 매우 아름다운 영국인 여성이었고 게다가 귀족이었다.

그녀는 영국에서의 귀족적인 삶에서 도피하듯이 동양의 사내와 결혼하였고 아버지는 그런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나 아버지가 10살이 되었을 무렵 할머니는 집을 나갔다.

그 이후로 할머니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모른다.

도로시의 아버지는 매우 과묵한 남성으로 할머니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한 번도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고 따라서 아버지 주변의 사람들은 그가 어머니를 보고싶어 한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가끔 아버지가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울 때의 모습에선 구름이나 하늘보다 거대한 어떠한 존재를 그리워한다는 인상을 물씬 풍겼다, 적어도 어린 도로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가 도로시의 이름을 서양식으로 지은 이유는 그의 어머니가 매우 아름다운 서양인 여성이었고, 어머니가 도로시를 임신했을 무렵 아버지는 왠지 도로시가 자신의 어머니를 빼닮은 아이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어난 도로시는 누가 봐도 한국인 부모 아래에 태어난 한국인 아이었고 도로시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무렵에는 그러한 사실이 더욱 확실해졌을 뿐이다.

도로시가 자신이 왜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인지 궁금해할 무렵 아버지는 도로시에게 차마 그러한 사실을 말해줄 수가 없었다.

아마 미안하기도 했고 창피하기도 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가장 훌륭한 변명은 도로시의 할머니가 영국인이며 이름이 도로테아(Dorothea)였는데 그런 할머니를 닮은 이름을 물려주고 싶었다는 정도였다.

이 답변은 도로시가 성인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가 담배를 태우며 전달해주었는데 놀랍게도 도로시는 이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이유라고 느끼게 되었다.

이 변명이 정말 훌륭했던 이유는 도로시가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이름에서 기인한 여러 열등감도 나름 씻겨주었다는 점이다.

비록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지만 그 이름은 영국인 할머니로부터 내려온 어떠한 흔적이었고 왠지 그러한 생각은 아버지를 통해 도로시 스스로가 얼굴도 본 적 없는 할머니와 연결되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해주었다.

도로시는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나와 집 근처에 위치한 전문대학을 졸업하였는데 성실하게 수업을 들은 덕에 23살에 작은 회사에 무리없이 취직하였다.

평생 도로시가 알던 남성은 초중고 시절의 학우들과 도로시가 종종 읽던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 뿐이었다.

그 중에서 도로시에게 더욱 특별했던 남성들은 주로 소설의 캐릭터들이었다.

도로시는 연애와는 거리가 멀었고 남자에 대해서도 잘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그녀의 독특한 이름과 성실한 모습에 관심을 가지던 남성이 있었다.

수현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도로시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본인도 남성으로서 수현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라는 말을 꺼냈었다.

이때가 점심시간이었으며, 도로시는 수현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그가 자신에게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도는 알았다.

도로시는 수현의 외모가 그리 탐탁치는 않았으나 그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모습은 왠지 마음에 들었다.

둘은 시시껄렁한 대화를 이어가며 그 주의 토요일에는 인근 거리에서 만남을 가졌다.

미리 말하지만 도로시는 정말 시시껄렁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적어도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내용을 흥미롭게 전개하는 그러한 소설의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은 절대 못된다.

수현이 그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남성이지만 조금만 멀리서 지켜본다면 둘은 별 차이가 없다.

이쯤되면 내가 둘의 시시껄렁한 연애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독자들은 어느정도 이해심을 가져줄 수 있으리라 하는 바람으로 말해본다.

약간 성실한 도로시와 일단 도로시에게 들이대보고 싶은 수현의 관계는 둘이 서로를 알게된지 약 이주일만에 어떤 싸구려 호텔에서 처음으로 깊어지게 된다.

도로시는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현이 자신의 첫 남자라는 것을 수현이 내심 눈치채주기를 바랬다.

그러한 마음 속에는 수현이 자신을 조금 더 특별하게 대해주어야 한다는 욕망이 있었고 그 욕망 아래에는 자신이 수현 이전에 만났던 가상의 남성 캐릭터들과 동일시하고 싶은 무의식의 시시한 의도가 있었다.

남자와 처음으로 동침하게 된 이후 도로시에게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수현은 그러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대신 그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전의 그는 도로시가 이름부터 특별한 여성이라고 종종 말해주었으나 그 이후에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