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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생각에 잠이 안오네

ㅇㅇ(14.38) 2019.10.23 02:33:11
조회 224 추천 8 댓글 5
														
그러니까 글이나 싸야지










가느다란 팔은 동체만한 검을 가는 나뭇가지라도 휘두르는 것 처럼 자유자재로 휘둘렀다. 다가가서 쓰러뜨리기는 커녕 원거리에서 총을 쏠 찰나조차 내주지 않는 검격은 공포스럽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절망적인데, 휘두르는 족족 검으로부터 예리한 바람이 뿜어져나와 또다른 칼날이 되어 그에게 짓쳐들었다.

공기중은 물론이고 땅에서까지 솟아나는 무수한 데자이어 에너지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어윈은 진심을 담아 외쳤다.


"강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아니잖아!"


공백 이전, 그와 함께 일하다가 떠나는 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압도적이라 더는 못 버티겠다. 자신이 너무 비참해진다.


'조금은 이해가 갈 것도 같네.'


책장을 통해서 만나게 된 과거의 그림자를 보았기에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금 만나더라도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존재였다. 다만 말이 통한다면 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기억을 통해 본, 각성 전후의 그림자는 눈 앞의 그녀와는 비견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재해라고밖에 칭할 수 없는 것이다. 감정도 이성도 없이 그저 모든 것을 죽이겠다는 목적만으로 움직이는 재해.


"아뇨. 어윈씨가 약한거예요."

"와. 예쁜 얼굴로 말도 참 예쁘게 하네."


어떤 반응이든 나오길 빌며 습관적으로 던진 말에 순간 재해가 잠시 멈췄다. 생기 없이 탁한 눈동자가 어윈을 향하는가 싶더니 천천히 분석이라도 하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훓어내렸다. 어딘지 모르게 점착질같은 시선에서 번들거리던 광채가 사라지고 이내 한숨처럼 내뱉었다.


"....켄트씨 말로는 기억이 없댔는데."

"기억이 있든 없든, 데자이어 워커든 소울 워커든 나는 나니까."


있는 힘껏 여유를 가장한 말에 금발의 소녀-하루 에스티아가 수줍은 듯, 그리고 그리운 듯 배시시 웃었다.


"그렇네요. 어디서든 어윈씨는 어윈씨네요."

"역시 웃는 얼굴이 귀엽네."


반사적이었다. 맹세코 사심 없는 본심이었다. 하지만 역효과인지 하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빠지고, 데자이어 특유의 생기 없는 눈이 그를 향했다.


"아무래도. 켄트씨에겐 미안하지만 계획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주륵. 하고 지금까지 전투로 인한 땀과는 성질이 다른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게 느껴졌다. 피부위로 미끄러지는 땀방울과 그 궤적을 따라 솟아오르는 소름을 느끼며 어윈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플래그인가? 아니 플래그는 맞는데 어느쪽이지?'


고민보다 하루의 공격이 빨랐고, 어윈은 직후 판단했다. 일단 데드 플래그는 아니라는 결론쪽으로. 이로서 이점이 하나는 생긴 셈이다.

스스로를 하루라고 자칭한 데자이어 워커는 어윈을 죽일 생각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승산이 생긴건 아니지만. 오히려 줄었나.'


죽일 생각이 없는 눈 먼 칼도 얼마든지 사람 하나정도는 죽일 수 있다. 하물며 공백에서 제일 강했다던 데자이어 워커의 공격이라면.


'스치면 경상. 적중하면 중상인가.'


공격이 이어질수록 죽으면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던 초반이 도리어 상대할 만 했다는 사실만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 때 데자이어 워커의 공격은 죽으면 별 수 없지만 도망가도 별 수 없다는 인상이 강했었다. 위력은 강하지만 그만큼 빈 틈이 큼직해서 반격의 여지도, 도주의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 앞의 데자이어 워커는 확실한 목적을 정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윈에게 쏟아지는 파상공세는 교묘하고 절묘했다. 하루의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 상대인 어윈 입장에서는 공격할 실오라기만큼의 기회도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피하는 수 밖에 없나.'


피하는데 집중하면 하루의 폭풍같은 공격에 버틸 수 있다. 절대적인 총량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혹은 그 큰 차이가 있기에 승기가 돌아올 수 있다. 절대적인 강자는 있을지언정 영원한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윈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 예측하지 못한 것이 한가지 있었다. 그의 맹세를 상징하는 반지는 철사로 조악하게 만들어졌고, 아무리 어윈이 손재주가 좋다 한들 내구도 자체를 강화시킬 수 있는 물건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한계는 그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데자이어 소녀가 날려대는 칼날 같은 바람을 어윈이 입은 옷은 버텨냈지만 그의 왼손 약지에 끼워둔 반지는 버텨내지 못했다.


"아..!"


대처 방법을 생각하기 보다 육체의 반응이 빨랐다. 그동안 손과 하나가 되다시피 한 애병도 망설임 없이 내던졌다. 칼날 앞에 맨 육신을 내던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주저는 없었다. 저번에는 닿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마지막에는 닿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소년은 그의 약속을 관철할 맹세의 힘을 믿었다.

그런 소년의 손 끝에 닿은 것은 흐드러진 빛무리였다. 작은 반지가 분해되다시피 한 결과로는 보이지 않는 막대한 양의 빛무리는 조각조각 흩날리더니 이내 공기중에 녹아내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바닥에서 구르던 총도 스러졌다. 그와 거의 동시에 바닥에서 구르던 총도 스러졌다. 마치 신기루처럼.

망연자실한 어윈의 앞에 선 데자이어 워커는 상냥하게 속삭였다.


"당신의 맹세는 그정도인거네요. 비루한 소울워커가 되버린 어윈씨."












라고 말하는 데자하루에게 역간당하는 어윈쟝 마렵다.캐서린에게 미안하다면서 엉엉 우는 뒷얘기는 꿈에서 볼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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