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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7-4

ㅇㅇ(14.6) 2021.08.01 23:40:24
조회 642 추천 19 댓글 11
														

바쁜 주말이라 짧게 일러 한개 붙은 부분에서 컷


계획대로면 한 6~7번에서 챕터 7은 끝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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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미사토는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카기 리츠코 박사의 어수선한 책상 맞은편 자리였다. 염색머리 박사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탑 너머로 고개를 들어 미사토를 쳐다봤다. 웃음기라곤 전혀 없는 눈빛에 미사토는 미소지어보였다.


"왜?" 리츠코의 목소리엔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얼굴이 찡그려지며 이마에 잔주름이 생겨났다. "무슨 일 있어?"


"뭐하고 있어, 릿쨩?" 미사토는 의도적으로 어린애 같은 목소리를 내보였다.


리츠코는 관자놀이 혈관이 솟아오르는게 거의 폭발할 지경이었다. "일." 용케 나온 대답이었다. "왜 묻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미사토는 앞으로 몸을 숙이며 찡그린 표정을 해보였다. 


"넌 맨날 일이야."


"매일 하니까 일이지." 리츠코는 다시 서류들로 시선을 옮겼다. "넌 일 안해? 이번 테스트 결과는 확인 끝났어?"


"56 점 몇이던가 그정도." 미사토는 이마를 살짝 찡그렸다. "잠깐, 왜 물어봐? 보고서 안 읽었어? 거짓말도 참."


"이쪽에 쌓여있어." 종이 탑 중 하나를 가리켜보이는 리츠코였다. "안정됐어?"


"그래. 그것도 알면서 물었지?" 미사토는 종이 더미에 손을 뻗어 몇개를 살짝 돌려놨다. "폴더 몇개 정돈 더 얹어도 문제 없겠는데. 중심만 잘 맞춰서 올리면 안무너질거야."


리츠코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 말은-"


"뭔 말인지 알아." 미사토는 다리를 꼬고 의자 한쪽 팔걸이에 몸을 기댔다. "리츠코 넌 정말 유머감각이라곤 없다니까. 그래, 안정됐어. 마야 말론 신호에 불일치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데 심각한 일은 아닐거래."


리츠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문서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스카가 좋아하겠네. 싱크로율이 더 떨어질까봐 걱정했는데. 데이터 모델이 빗나간게 기쁠때도 있구나."


"기뻐? 진짜?"


"왜 안기쁘겠어?" 리츠코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아니면 아스카는 아무 쓸모가 없어질건데."


그렇게 되면 다시 병원으로 가겠지. 미사토는 생각했다. 혼자, 돌봐줘야할 사람들한테도 잊혀져버린채. 나 같은 사람들 말이지.


생각을 말로 옮기진 않는 미사토였다. 리츠코는 어차피 이해도 못할 것이다. 죄책감을 소리내어 표현하지 않는다고 미사토의 기분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스카에게 한 일을 만회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나름 노력은 해봤지만 잘못만 더 늘었을뿐이다.


"아스카가 싸움꾼이긴 하지. 다들 그건 동의할 수 있을거야. 뒷정리는 어떻게 되가?"


"느려." 이번엔 리츠코는 시선을 들지도 않았다. "겨우 5분 치고받은게 얼마나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야. 지금 속도 감안해보면 마무리하는데 몇 주는 걸릴거야. 장비는 곧 새로 들어올 예정인데 인력이 모자라니까. 폐기물들도 대충 들어다가 어디 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잔해들 대부분은 보안 문제가 있으니까. 폐기 절차를 준수해야하거든."


"난 절차 같은거 싫더라."


리츠코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다행히 여긴 너 같은 사람은 소수야."


"아, 이제 너도 웃고 싶다 이거지?" 웃는 얼굴에 미사토는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리츠코에게 중요한건 일 밖에 없을지 몰라도 어쨌든 리츠코가 미사토의 몇 안남은 친구인 것은 사실이었다. 어떤 사안에서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최소한 정직하게 대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 온 것도 그래서였다. "리츠코?"


"왜?" 리츠코는 또 고개도 들지 않고 답했지만, 미사토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뭔가 보통 일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녹색 눈동자가 차가운 관심을 갖고 미사토를 뜯어봤다. "나 지금 바빠. 뭐때문에 온건진 모르겠지만 중요해봤자 내-"


"아스카가 집에 돌아오고 싶대." 미사토는 빠르게 쏟아냈다. 그렇게 하는게 비밀로 해주기로 한 약속을 깨는 죄책감을 조금 덜해주기라도 할 것처럼. 어차피 리츠코는 파일럿들의 소재에 대해 그때그때 보고 받고 있으니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긴 했지만. "그렇게 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생각해보겠다고 했어."


리츠코는 피곤한 표정으로 의자를 뒤로 밀고, 한숨을 내쉬면서 콧대를 만지작거렸다. 


"왜 그랬어?"


"곧바로 거부할 순 없잖아. 아스카가 부탁했는데."


"왜 못해."


"그러기 싫었어."


전화 자체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건 아스카의 진지한 목소리였다. 사람들은 아스카의 표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이상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곤했다. 그게 바로 아스카 본인이 원하는 일이기도 했다. 평생을 폭력적인 언행으로 사람들을 밀어낸게 아스카니까. 그러니, 아스카가 어떤 말을 했는가 그 자체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했는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았다.


미사토가 이게 아스카에게 중요한 일이란걸 안 것도 목소리 때문이었다. 전화를 했다는 사실 그 자체와 비밀로 해달라고 약속을 요구한 것은 부차적인 확인에 불과했다.


리츠코는 고개를 젓고 있었다. "너 설마 진지하게 고민하는건 아니지."


"고민하니까 여기 왔지." 미사토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쉽게 거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아스카가 직접 나서서 부탁한건데 ... 난 생각을-"


"넌 저번에도 틀렸잖아." 리츠코가 미사토의 말을 끊었다. "퇴원 직후에 집으로 데려갔을때도 난 반대했었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 내가 봤을땐 유일한 논리적 귀결이 벌어진 것 뿐이야. 걔넨 절대 잘 지낼 수 없어. 네가 아무리 원해도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둘은 너무 닮았어. 말인즉슨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 제일 싫어하는게 상대라는 의미고. 너 아마 이게 걔들 조종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 안했겠지."


"넌 그것 말곤 신경쓰는게 없니? 난 어떻게 하는게 아스카에게 좋을까 고민하는데 넌 에바 생각뿐이야? 아이들한테 조종 능력 이상의 중요한 뭔가가 있다는 생각은 못해?"


"이건 생존의 문제니까."


"그러셔? 아스카가 행복하면 에바도 작동한다, 원인과 결과. 너처럼 똑똑한 사람은 쉽게 이해할 것 같았는데."


"그 반대일 수도 있는거 아냐? 에바가 작동하면 아스카도 행복하다. 다른 어떤것도 행복하게 해줄 수 없고." 리츠코는 고개를 숙여 서류 파일 하나를 책상 저쪽으로 밀어내더니 문서 더미에서 다른 파일 하나를 꺼내들었다. "너 예전부터 엄마 놀이 해서 둘한테 도움이 된 것도 아니었어. 상황을 악화시켰으면 악화시켰지."


미사토는 하려던 말을 되삼키고 화난 눈으로 리츠코를 노려봤다. 하지만 분노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실패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다 드러나는 것은 아팠다. 이건 인정해야했다. 미사토는 실패했다. 보호자로서 할 수 있는 실패를 모조리 다 했다. 의심의 여지도 없다. 몇 달을 입원해 있었으니 집으로 돌아와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이 아스카에게 도움이 될거라 미사토는 진정으로 믿었었다. 아스카와 신지의 관계가 얼마나 적대적인지 과소평가한 그 순진함이 후회됐다.


그래도 이번엔, 아스카쪽에서 돌아오고 싶다는 것이다. 미사토는 그런 요청이 암시하는 바를 리츠코도 인식했으리라 믿었다.


"보호자이자 직속 상관으로서 결정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내 판단이야. 아스카가 좀 화내고 힘들게 구는 것도 난 감내할 수 있어."


"신지군은 할 수 있을까?" 리츠코가 말했다. "넌 네가 지금 어떤 일을 하려는건지 조금도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아스카가 먼저 부탁했다고, 리츠코."


"그래서? 아스카의 행동엔 네 심리를 조종하려는 의도가 묻어나고 있어. 넌 그걸 제지할 의지가 없어보이고."


"그럴지도." 미사토는 이제 더 논쟁할 의지가 없다는 표시로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리츠코의 아스카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없는 것은 확실했다. 뭐, 어차피 허락 같은거 받으러 온건 아니니까. "최소한 난 태도를 고칠 필요는 없으니까. 너랑은 달리."


"그게 무슨 태돌까, 미사토?" 리츠코는 전혀 무관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관심은 이미 서류들에 완전히 돌아가, 눈이 바쁘게 오가며 문서들을 읽고 있었다.


"차갑고 비인간적이고 무심한 박사 태도."


"내가 지금 차갑다면, 물론 그것도 네 의견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내가 차갑게 보인다면 그건 내가 십대 드라마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겠지. 난 현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든. " 리츠코는 잠시 말을 멈추고 눈썹을 치켜떴다. "그건 그렇다치고, 내 태도를 어떻게 고칠건데?"


"남자를 붙여줘야할까?" 자신의 '반박'이 꽤 맘에 든 미사토였다. "마지막으로 이불 들썩여본게 언제야? 저번 겨울? 쇼와 시대?"


"아닌거 알잖아."


"글쎄. 난 아직 대학 시절 기억해서." 미사토는 리츠코도 기억할거라 확신했다. "그거야 어쨌든. 사람과의 접촉은 다 밀어내고 일 뒤에 숨어있으면서 사람을 안다는둥 누구에게 뭐가 좋을지 안다는둥 하면 안되는거야."


리츠코는 고개를 저으며 서류 더미를 뒤지다, 정색했다. "아, 미국 외교부에서 소식이 있어. 네가 꼭 봐야할 일이야."


"뭐? 미국? 뭔데?" 미사토의 얼굴에서 미소가 빠져나갔다.


"사실 사령관 앞으로 온건데 너한테 전권위임된거지. 여기." 리츠코는 서류 더미에 손을 뻗더니 미국 외교부 인장이 찍힌 폴더를 꺼내들었다. "저녁 회의때 넘겨줄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왔으니 지금 줘도 상관 없겠지. 중요한 일이니까 잘 봐."


호기심이 동한 미사토는 대체 이게 뭘까 의아해하며 폴더를 열었다. 뽑아낸 문서에는 독수리가 한 발에는 화살을 한 발에는 올리브 가지를 들고 있는 미국 국장이 찍혀있었다. 문서는 영어로 작성되어 있었다. 미국인들은 공식 문서를 영어 외의 언어로 작성하는 일이 없다. 문서를 읽어내려가는 미사토의 눈이 커졌다.


"...이럴 수는 없어." 미사토는 다시 한번 문서를 읽어보고 리츠코를 쳐다봤다. "이럴순 없다고."


"왜 없겠어."


미사토는 목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럼 언제-"


"벌써 보냈어. 문서는 항구에서 출발까지 다 한 다음 보내진거야. 거절할 여지를 주고싶지 않았던 모양이지. 거절할 이유도 없었는데. 어쨌든 그렇게 됐어. 돌아갈 일은 없는거야. 우리쪽에서 수령하던가 아니면 그쪽에서 폐기처분. 사령관이 어느쪽 옵션에 동의했는지는 너도 짐작하겠지? 36시간 정도 남았대."


예감이 좋지 않았다. 3호기 기동실험 현장에서 거의 죽을뻔한게 미사토다. 그런 악몽 같은 일은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게 나랑 뭔 상관이지?"


"미국측에선 일본 정부든 UN이든 믿을 수 없는 모양이야. 네르프에서 직접 수령하는걸 요구하고 있어. 난 지금 좀 바쁘니까. 신 요코즈카로 놀러가는건 너로 결정된거지."


"나로 결정났다면서 왜 나한텐 아무 말이 없었던거야?"


리츠코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녁 회의때 말해줄거라고 했잖아."


"못가. 지금은 못가." 미사토는 고개를 저었다. "아스카 일 해결 못했는데 그냥 가버릴순 없어."


"가야해. 네르프 서열 3위 지휘관이자 작전부장으로서 이런 일은 네 소관이야. 영호기는 재건하지 않을거야. 필요도 시간도 자원도 없어. 그런 상황에 이런 기회가 떡하니 생긴건데 놓칠 수 없어."


미사토는 콧방귀를 뀌었다.


"아, 그래. 우연히 기회가 떡하니 생겼다 이거지. 누굴 바보 취급하고 있어."


"현 상황에서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너도 알텐데. 네가 아스카에게 무슨 종류의 책임감 비슷한걸 느끼든 그게 이것보다 중요하진 않아."


"결정 안내려주고 내버려둘순 없어. 아스카 어떤지는 너도 알잖아."


"생각해볼거라고 했다며?" 리츠코는 읽고 있던 문서에 뭔가를 메모했다. "가있는 동안 며칠 생각해보면 되는거지."


미사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아스카한테 조금이라도 신경 쓰는 척은 해줄래?"


"왜 신경 안쓴다고 생각해?" 리츠코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아스카의 조종 역량은 내 최우선 관심대상이야."


벽에 대고 말하는거나 다름없지, 하고 생각하는 미사토였다. 미국 국장이 찍힌 문서를 노려보며 이걸 그냥 태워버리고 잊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거 받아서 뭐하는데?" 미사토는 팔짱을 꼈다. "파일럿도 없잖아."


"그 부분은 처리 중이야." 리츠코의 말투는 담담한게 꼭 날씨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네 말이 맞겠지. 그래." 그 말에 미사토가 의아해하는 것을 보고 덧붙이는 리츠코였다. "너한테 거짓말 해봤자 의미 없는게 맞을거야."


"꼭 한번도 거짓말 안한것처럼 말하네."


"맘대로 생각해. 사실 이건 몇 주 전부터 예상되고 있었던 일이야. 아스카가 2호기를 다시 조종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대안을 고려하고 있었지."


미사토는 리츠코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아스카 대체해버릴 계획이 있었단거네."


"코어도 준비되어 있어. 출처가 묘하긴 하지만 제대로 작동한다는 보장은 있지. 사령관은 꽤 만족한 상태야."


미사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미사토의 권한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만약 미사토에게 발언권이 있었어도 소용 없었을거고. 에반게리온을 배에 실어보내고, 코어와 파일럿을 준비하는 것은 하루이틀만에, 잘 준비된 채널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지금도 리츠코는 미사토의 반응 같은건 신경도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정식 계통을 거쳐 항의를 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 할 수 있는게 없음을 깨달은 미사토는 이곳에 처음 온 이유로 되돌아갔다. "아직 결정된거 아니야." 미사토는 문서를 서류철에 끼우고 닫았다. "아스카 일. 돌아오고 싶어한다는건 자기가 잘못했다는거 안다는 의미야. 아스카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아스카?" 리츠코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


"내가 아는 사람 얘기하는거 맞나 의심스럽네. 내가 아는 아스카는 반복적으로 자신이 유아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는데. 내가 봤을때 넌 지금 감정적인 의무감 때문에 나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고 그걸 정당화하기 위해 아무 이유나 되는대로 찾고 있는거야." 리츠코는 입술을 꾹 다물며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해보였다. "요코즈카행 화물열차는 내일 아침 출발이야."


미사토는 오래 말없이 리츠코를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뭐, 아무래도 이 대화는 익히 예상된 논리적 귀결에 도달한 것 같으니, 난 가볼게. 컴퓨터 좀 수리해봐야해서."


"안그러는게 좋을걸. 네가 뭘 찾고 싶어하는지 너도 몰라. 알게되도 전혀 기쁘지 않을거야."


미사토는 혼신의 힘을 다해 표정을 관리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그게 거짓말인건 리츠코도 알고 있었다.


"너랑 네 조수가 그렇게 열심히 뚫으려고 하는 방화벽. 누가 세웠다고 생각해?" 리츠코의 시선이 다시 서류 더미로 돌아갔다. "카지가 쓴 키는 누구한테 받은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이걸로 끝인거지. 하지만 미사토는 놀라지 않았다. 의문인 것은 왜 정보 2과가 아직 쳐들어오지 않았는가 그뿐이었다. 설명할 길은...


"아무한테도 말 안한거지?"


리츠코는 움직이지도, 고개를 젓지도, 그 어떤 제스쳐도 표하지 않았다. 그저 입만 열어 "그래."


"왜?" 미사토는 가슴이 텅 비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으며 리츠코를 쳐다봤다.


"어쩌면 내 마음속 일부는 네가 진상을 알 때가 왔다고 생각하는걸지도 모르지. 평소에 조용한 이상주의적 일부라고 할까. 아니면 날 슬프게 만든 것들을 엿먹이고 싶은걸지도. 네가 그렇게 뒤지고 다니는 동안 난 세 달 동안 독방에 갇혀 있었단거 기억나겠지. 어둠속에서. 혼자. 난 기억해. 아카기 가의 여자들은 원한을 잊지 않거든."


미사토는 솔직히 놀랐다. 리츠코의 말이 맞았다. 그 세 달 동안 어떤 지옥을 겪었을지 이제서야 상상이 됐다. 여태 한번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은게 너무나 미안해졌다.


"릿쨩, 미안-"


"미안할거 없어." 리츠코는 아무런 감정도 내보이지 않았다. "그전까지 품고 있던 망상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줬으니까. 난 마침내 진실을 깨달았어. 어쩌면 그 때문에 널 밀고하지 않은걸지도 모르지. 설령 우리의 진실이 다를지라도. 내 진실은 이기심이야. 네 진실은... 그저 알고 싶은거겠지."


"너, 그냥 나한테 말해줘버려도 되는거 아냐?"


오랜 침묵 끝에 리츠코는 고개를 저었다. "너 스스로 알아내야 나중에 원망할 사람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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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에서도 한번 나와서 언급한 사실인데, 현대 미국 정부에서 외교를 담당하는건 국무부임. 외교부라고 명시적으로 나오는거보면 세컨드 임팩트 이후에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이 있었을듯


아스카의 3개월도 그렇고 리츠코의 3개월도 그렇고 미사토쪽에서 나몰라라 취급한건 사실이라 것참. 둘 다 24화 기준으로 이미 갈데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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