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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9-2

ㅇㅇ(14.6) 2021.08.14 01:30:17
조회 1274 추천 24 댓글 6
														

A&T도 잠시 미루는만큼 9장은 존나 달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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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미사토의 말을 듣는 신지의 어린 얼굴에 수백가지 종류의 고통이 떠오르고 닫힌줄 알았던 상처들이 다시 찢어져 열렸다. 미사토는 정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하늘에 해는 아직 떠있었고 구름이 슬슬 끼고 있었다.


그럭저럭 괜찮은 날일수도 있었던게 오늘이었지만 직무의 책임이란게 그런 소소한 것들을 즐길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정말 힘든건 알지만 내 선에서 막아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 그럴 수 있었으면 막았을거야." 미사토는 어린애한테 설교하는 말투가 되지 않게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하며 말했다. "믿어줬으면 좋겠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정말 했을거야.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된 일이라, 나한테도 이미 다 결정된 다음 통지만 됐어."


미사토는 그렇게 마무리하고, 지친 몸을 옆 난간에 기댔다. 눈을 감고 이제 신지가 소리를 지르기만을 기다린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체 왜들 그러는거죠?" 신지의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러워 마치 산들바람 같았다. "왜 그런 짓을 또?"


둘은 몇 분간 걷다가 대충 도착한 어떤 아파트 동 출입구 계단에서 쉬는 중이었다. 이 근방에 널리고 널린,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빈 아파트 중 하나였다. 이 구역에서는 사실 러쉬 아워에조차도 도로를 오가는 차나 인적을 찾아볼 수 없게된지 오래였다. 신지는 계단에 앉고, 미사토는 서있었다.


"저번 사도 침공 이후로 네르프의 중요성이 다시 올라갔으니까. 그렇게 예산은 많이 늘어났는데, 네 아버지는 영호기는 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어. 그러니 새 기체를 확보하는건 전략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이야. 새 기체에 레이는 싱크로할 수 없을거라고 리츠코가 그러니까, 새 파일럿도 필요한거지." 그렇게 추가 기체를 확보하면 아스카와 신지에게 부가되는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거라는 사실도 미사토의 마음 속에는 있었지만, 신지가 그런 말을 듣고 싶어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에바가 두 대나 있잖아요." 신지가 물기가 가득찬 눈을 미사토에게 올려보이며 말했다. "아스카랑 제가 있잖아요. 왜 새 파일럿이 필요하단거에요? 어떻게 그런 일을 또 시킨단 말이에요."


"저번에도 거의 질 뻔 했잖아." 미사토는 이 부분은 지적해야했다. 사마엘이라는 코드 네임을 부여 받은 사도와의 전투가 얼마나 아슬아슬했는지 미사토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 "영호기를 완파시키고 너도 제압했어. 아스카가 2호기를 제때 기동시키지 못했으면 우리 모두 죽었을거야. 그마저도 정말 몇 초 차이로 끝장날뻔했어."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이 부분엔 동의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아슬아슬했던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에바가 늘어나면 도움이 될거야. 그러려면 파일럿도 필요하고. 최소한 레이는 안전해지니까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조금 무리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좋은 소식을 들려줘야할 것 같았다. 레이가 더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자체는 거짓말도 아니었다.


레이의 이름이 언급되자 신지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레이는 신지에게 소중했다. 미사토가 보기에 아스카와는 조금 다른 감정 같긴 했지만. "그건... 그건 잘됐네요."


"레이에겐 이제 다른 임무가 주어질거야." 미사토는 그렇게 덧붙였다. 아야나미 레이가 버려진다던가 하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급작스런 일이라 정말 미안해. 미국은 8호기를 최대한 빨리 없애버리고 싶었던 모양이야. 파일럿이 선정되기도 전에 기체를 내쫓아버리다시피 했어. 겁먹은걸지도 모르지. 네바다 지부가 직원들과 함께 통채로 사라진 전례도 있으니까. 나한테 문서가 왔을땐 이미 결정이 다 끝난 뒤였어."


신지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떨궜다. "파일럿은요? 미국인이에요?"


신지의 목소리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냥 남 일이 아닌 것이리라. 자기와 같은 십대, 살아있는 사람이고 만약 일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새 피해자가 될 것이다. 지난 두번의 신규 파일럿 선정은 모두 재앙적인 결과를 낳았고 그때마다 사건의 핵심에서 모든 것을 겪어야 했던게 신지였다. 두번 다 신지는 옳은 결정을 했고 그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잡고 있던 난간을 놓고, 미사토는 신지의 곁에 앉았다. 지금부터는 권위적 존재나 상관 같은게 아니라 친구다.


"여자애래." 신지의 귀에 속삭이듯이 말하는 미사토. "리츠코가 지금 일처리 하고 있어. 아직 이름은 모르지만 다 확정되면 만나볼 수 있을거야. 8호기 개조까진 그래도 시간이 좀 걸릴거니까."


신지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개조요?"


"원래는 더미 시스템 전용으로 설계됐다나봐." 미사토는 신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비행 시스템도 설치되어 있다나봐. 날개 같은 것까지 전부. 유인 시스템으로 전환해야한대. 조금 무심한 소릴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그게 나은 일일거야. 더미 시스템은 끔찍하니까. 너도 알잖아. 더미가..." 미사토는 차마 말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


신지의 친구를 산채로 찢어버렸지. 신지가 앉아서 비명을 지르는 동안.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거야.


신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딱히 뭐라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신지가 더미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미사토도 익히 알고 있었고 둘은 같은 것을 경험했었다. 더미 시스템의 복구 작업이 중지되었다는 말을 얼마 전에 리츠코에게 들었을때 미사토는 정말 큰 안도감을 느꼈었다. 


"내 말 들어봐, 신지군." 미사토는 말을 이었다. "아스카는 아직 몰라. 내가 직접 말해주는게 좋을 것 같아."


"그래도-"


미사토는 손을 들어올려 신지의 말을 끊었다. "숨기는게 꺼림칙한건 이해해. 그래도 부탁이야. 이건 내 책임이야. 아스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되든 네가 떠맡을 일은 아니야."


"저 말고 아스카한테 먼저 말해주셨어야죠." 신지가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아스카가 저한테 물어보면..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요. 아스카랑 전 이제.... 아스카한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요."


미사토는 뱃속에서 고통스런 뭔가가 꿈틀거리는걸 느꼈다. 맞아, 뒤늦게 깨닫는 미사토였다. 젠장. 신지 말이 맞아. 그런쪽으론 생각 못해봤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미안해. 그렇게 말하니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래도 부탁이야. 되도록이면 아스카한테 언급하는건 피해줘. 만약 아스카가 물어보면, 최대한 잘 판단해봐."


"미사토씨..." 신지는 더 논쟁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의지와는 별개로 그럴 기력이 없는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아스카를 위해서도 그게 나을거야. 아스카 어떤지 알잖아. 조금.. 시간을 둬가며 보자. 당장 걱정거리만 늘려봤자 좋을 것도 없잖아." 미사토는 신지의 어깨를 꾹 쥐어줬다.


왜 그 편이 나을지에 대해선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스카에겐 지금도 온갖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런 문제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었고, 그나마도 기분이 좋을때의 얘기였다. 그렇지 않다면 ...


"나중에 센트럴 도그마 앞에서 셋이 만나는 쪽으로 주선해볼게. 그게 걔한테도 편할 것 같으니까. 학생이라던데. 아스카랑 잘 지낼 수 있을까."


아마 이카리 겐도가 알고보니 사도였다는쪽이 더 현실성 있을 것이다. 레이를 대한 태도를 생각해보면 아스카는 새 파일럿을 라이벌이라고, 미워하고 경쟁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새로 온 아이의 실력이 좋기라도 하면 아스카쪽에서 아주 지독하게 싫어할 것이다. 다시 말해 완전한 재난일 것이다.


미사토가 뭐라고 더 말하기도 전에 신지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감싸쥐었다. "왜 또 이런 일이 벌어지는걸까요." 흐느끼거나 하진 않았지만 거의 차이도 없었다.


그런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을 미사토는 알지 못했다. 리츠코 포함. 그렇지만 지금 미사토는 뭐라도 말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역사가 반복되려고 한다, 같은 생각은 하지마. 누구도 그런건 원하지 않아."


"아버지는 원할걸요."


"사령관도 저번에 벌어진 일이 반복되지 않게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어." 미사토는 지금 자신이 이카리 겐도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지에게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미사토는 신지에게 정직할 의무가 있었다. "네 아버지는 정말 못할 짓이 없는 사람이 맞지만, 그거랑 별개로 에바나 파일럿을 낭비할 이유 같은게 어딨겠어. 우리는 모르더라도 나름의 필요가 있으니까 그러는걸거야. 아무 사고도 터지지 않게 만반의 조치를 취해놓은건 확실해. 혹시 저번 전투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면, 이번 조치 덕분에 우리가 살아날 수도 있는거잖아."


신지는 얼굴에서 손을 뗐다. 씁쓸한 표정이었다. "제 아버지 얘기하시는거 맞아요?"


상처 받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미사토. "아." 내가 완전 바보처럼 보이겠지, 미사토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몰라. 그래도 내겐 다른 방법이 없는걸. 명령을 따라야하니까. 그렇게 말한다고 먹히진 않겠지만. 저번처럼 되버릴거야.


정말 멍청해보일거라고 생각하는 미사토.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게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사토가 할 수 있는 일도 딱히 없었다. 명령대로 해야하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반응이 좋을 것도 아니었으니까. 예전에 증명된 사실이었다.


저번엔 ...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사과하긴 했어도 신지가 그때 했던 말은 아직도 너무 아팠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아플지도 몰랐다. 최소한 그 말에 진실성이 있다고 느껴지는 동안은 계속 그럴 것이다.


잠시 더 생각하고 받아들일 시간을 주는게 낫다고 판단하는 미사토였다. 괜히 급하게 몰거나 밀어붙이는 느낌을 줘서 좋을 것이 없었다. 둘 다 이 상황을 싫어할만한 이유가 있는건 마찬가지였지만, 미사토와는 다르게 신지쪽은 잔인할 정도로 사적인 이유였으니까.


신지가 시선을 돌려 먼 산을 바라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는 미사토였다. 곧 이어질 폭발을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이어지지 않았다. 오직 침묵만이 무겁고, 침울하고, 원망과 체념이 담긴채 이어졌다. 리츠코나 사령관 같으면 그것을 보고 순종으로 착각했겠지.


미사토가 보기에 그것은 강함이었다. 남을 소중히 하고 동정심을 내보이는 것이 신지의 강함이었다. 동시에 가장 큰 상처를 가져다주는 약점이기도 했고.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이 느껴져, 미사토는 신지의 등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줬다. "가자. 아스카가 걱정하겠어."


"아스카 말이 맞아요." 부루퉁하게 말하는 신지. 하지만 고개를 들어 미사토를 쳐다보자, 그 눈에는 어두우나마 유머러스한 구석이 있었다. "아스카가 미사토씨 보모 노릇 할 필요는 없는거잖아요."


"내 얘기하는거 맞지?"


신지는 거의 웃을뻔했다.


미사토는 신지에게 손을 내밀고, 신지가 손을 잡자 끌어당겨 일으켜세워줬다. "뭐, 내 이야기엔 너도 포함이니까, 신지군. 누군지는 아직 몰라도 그 여자애도 곧 포함될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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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8호기는 다른 기체들에 내장되어 있는 다채로운 기능들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어깨 수납구였다. 프로그레시브 나이프가 수납되고, 2호기의 경우에는 스파이크 건이 설치되어 있는 바로 그 부위. 장갑은 뼛조각처럼 하얀색으로 번쩍였고, 장갑판들이 이어진 경계를 따라 검은 실선이 보였다. 심지어 전선 삽입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S2 기관을 통해 전력이 공급되니 외부전원은 공급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양산형 에바의 최대 강점이 바로 그 부분으로, 막강한 재생 능력과 내구력의 근원이었지만 실험에 있어선 문제의 근원이기도 했다. 무한동력과 검증이 끝나지 않은 장비의 결합은 사실상 재앙의 전주곡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8호기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얼굴이 없다는 것이었다. 입과 입술, 이빨만 있을뿐. 머리도 길고 가는 것이 인간보다는 포식 동물을 연상시키는 형태였다. 마야는 저걸 주둥이라고 부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렇게 불러주기엔 저 머리에는 콧구멍도, 눈도, 영혼도 없었다.


"소름끼쳐." 에바의 가슴 앞에 전개된 통행로에 서서 냉각 중인 에바를 보며 중얼거리는 마야. 십자가 모양의 고정용 플러그가 거의 삽입구에 도달해 있었다. 파일럿의 엔트리 플러그는 이미 기동실험의 성공 이후 제거된지 오래였다.


흉부장갑의 대부분이 분리되어 그 아래의 검붉은 살덩이들과 새빨간 코어를 노출시키고 있었다. 처음에 달고 온 보라색 코어를 제거하고 새로 넣은 코어였다. 새 파일럿의 호환성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게 어떻게 측정되고 계산되는지는 마야는 일체 아는게 없었다. 코어 자체도 외부에서 공급된 물건이었다. 그래도 아카기 박사가 신뢰성을 보증했고, 마야는 천재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할 생각은 없었다.


"응, 정말이야." 오른쪽에 서있는 아오바가 대답했다. 손에는 클립보드를 들고, 마야와 마찬가지로 8호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디자인 담당이 달랐는가."


"아예 눈도 안달아놨어. 무슨 악마도 아니고요. 다른 기체들은 파일럿들이랑 닮은 구석까지 있는데, 도색하고 그런거. 이건..."


"이런게 여덟대나 더 있다니."


그런건 생각도 하기 싫은 마야였다.


"원래 끔찍한 것을 창조하는게 인류의 재능 아닌가." 둘은 잠깐 움찔했지만, 곧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챘다.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부사령관이 금속 통행로를 가로질러오고 있었다. "놀라운 일도 아닐세."


"부사령관님." 둘은 동시에 뻣뻣하게 경례했다.


"쉬어," 후유츠키는 손을 내저으며 8호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땠나?"


"모든 안전 기준이 충족 됐습니다." 보고하는 아오바. "파일럿의 싱크로율은 테스트 내내 30에서 35퍼센트 사이를 오갔습니다. 대단한 수치는 아니지만 수용 가능한 선입니다."


"범속함이란게 본래 그렇지." 후유츠키는 화났다기보단 실망한 투였다.


마야는 어째선지 후유츠키가 화를 냈으면 기분이 덜 나빴을 것 같았다. 마야도, 파일럿도 최선을 다 한 결과였다. 첫 싱크로가 칠드런에게 쉬울리가 없었다. 그래도, 상관들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특히 리츠코를.


선배는 결과 확인하러 오지도 않았어. 마야의 생각이었다. 별볼일 없을거란거 처음부터 아신거야.


"주 인터페이스를 조정하는건 별 문제 없이 끝났습니다." 마야가 말했다. "A-10 연결도 전부 재설정했고 신경 송수신기도 마찬가집니다. 전 영역에 현재 0 수치로 돌려놓은 상탭니다. 생명 유지 장치 포함 보조 시스템들도 모두 활성화했습니다. 남은건 S2 기관과 비행 설정 뿐입니다."


"왜 그런가?"


"그게, 아시다시피, S2 기관은 인간 파일럿이 아니라 더미에게 연결되는 것을 목적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인간 파일럿이 타는 기체처럼 전력 공급을 통제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없고, 원래의 사용법인 더미 정지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현재 8호기가 무슨 이유에서든 폭주하면 막을 방법은 기체의 파괴 밖에 없고 그때문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수반되는 실험은 실시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카기 박사 소견으로는 S2 기관의 작동 자체는 완벽하게 성공했다던데."


마야는 뱃속에서 뭔가 요동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료를 아카기 선배가 벌써 본걸까?


"비행 설정 부분은 어떤가?"


"현 파일럿이 걷는법만 제대로 배워도 행운일겁니다, 부사령관님. 비행은 언감생심입니다." 아오바가 대답했다. "너무 복잡하고 완전히 이질적인 행동이 비행입니다. 날개를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추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내부 시스템 설정은 제거하거나, 최소한 동결은 시켜야할 것 같습니다."


"팀 하나 배정해볼게요." 마야가 말했다. "인력 분배가 좀 필요하겠어요. 다들 워낙 바쁘다보니."


후유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 걱정 없이 기동할 수만 있으면 굳이 제거까지 할 필요는 없네. 혹시 추가 훈련 끝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지 또 누가 알겠나. 가능성까지 완전히 접어두는건 좋지 않아. 파일럿의 상황은 어떤가?"


아오바와 마야는 서로를 돌아봤다. 그러곤 아오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금, 어, 불편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단 심했지만 그래도 심각한 사안은 아닙니다. 수액 처방 선에서 끝났습니다."


후유츠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파일럿도 자네들처럼 헌신적인 요원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 행운이겠군."


그것보단 싸우지 않아도 되서 행운이지, 마야는 생각했다. 아카기 박사는 8호기가 실험 용도로만 쓰이고 전투에는 투입되지 않을거라고 했다. 파일럿을 사실상 실험체 취급하는 일이겠지만 다른 대안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제일 나은 일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2호기가 전투 임무에 최우선적으로 배정되고, 그 다음은 초호기였다. 영호기의 남은 부품들은 모두 처분될 것이고 레이의 역할에 대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후유츠키가 몸을 돌렸다. "그럼, 수고하게. 향후 삼일간 실험 일정이 잡혀 있으니, 반드시 8호기를 사용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놓게. 아카기 박사가 시뮬레이션 훈련 일정도 잡아놨어."


마야의 목이 바짝 말랐다. "사-삼일이요?"


"문제라도 있나?"


"아닙니다. 일정이 급한건 이해합니다." 마야의 목소리에 어색함이 가득해 누구든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파일럿에게 회복할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정말 사흘로 충분할까요?"


"아카기 박사는 그렇게 생각하더군. 나도 거기에 동의하네. 다르게 생각할 근거라도 혹시 있는가?"


기초적인 인륜 문제 제외하고요? 마야는 내심 화가 났다. 네, 그 외의 다른 근거 같은건 없죠. "아닙니다." 마야는 겉으론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근거는 없습니다."


"그래." 그 말을 끝으로 후유츠키는 몸을 돌려 떠났다.


마야는 말없이 그 뒷모습을 쳐다봤다. 속이 복잡했다. 에바와 파일럿을 준비시키는 것이 마야의 의무긴 했지만 3일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파일럿이 완전히 회복되기나 하면 다행이다. 그 아이는 지금 휴식과 간호가 필요했다. 이렇게 허겁지겁 진행하는건 카츠라기 소령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었다. 카츠라기 소령이라면 아마 훨씬 더 조심스럽게 진행했을 것이다. 물론 스케쥴을 짜는건 소령의 관할이 아니었다. 작전부장으로서 항의는 할 수 있겠지만 아마 아무도 들은척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마야." 아오바가 슬쩍 옆구리를 찔러왔다.


"에?"


아오바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목소리에도. "마야, 괜찮아?"


"글쎄요." 최소한 아오바에겐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동료를 넘어서서 친구였으니까. "이런건 싫으니까요. 파일럿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어요. 아까 반응 봤잖아요."


"언제부터 우리 일 좋아했다고 그래?" 아오바가 안전 레일에 클립보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마야는 한숨을 내쉬며 8호기의 혐오스러운 주둥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꽤 오래되긴 했죠. 그게 내 잘못이에요?"


아오바는 침묵을 지켰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힘없는 미소를 만들어보일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굳이 입 밖으로 낼 필요가 없었다. 마야가 굳이 그걸 들을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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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막판 속도가 느려져서 한 파트는 못할듯


내일은 짧은 파트 한개 하고 만화 병행 핫산 들어갈듯. 그 뒤로도 세네개 파트 밀어질까? 해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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