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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0-3

ㅇㅇ(14.6) 2021.08.21 00:42:20
조회 944 추천 32 댓글 10
														

슬슬 서판의 분탕질이 심각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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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인형이 밧줄에 목메달려 천천히 흔들리면서 원을 그렸다.


흔들거리는 그 모습을 아스카는 어린아이 특유의 무신경함으로 멍하니 쳐다봤다. 시선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보고 있었지만 또 동시에 보고 있지 않는 눈이었다. 아스카는 미소지었다. 만족감이 담긴 미소를. 그 인형이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싫었으니까. 아스카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감히 뺏어간 주범이었으니 목메달려 마땅했다.


아직도 그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병상에 앉아 인형에게 말을 걸고 있던 그 목소리가 고통스러우면서도 깨끗하게 귀에 울렸다. "아스카쨩, 저쪽에 있는 언니가 화낼거야." 단추 박힌 눈만 멍하게 올려다볼뿐 인형은 아무 말이 없었다.


너무, 너무 미웠다.


"당신 딸은 나에요!" 더이상 무시당할 수 없어 아스카는 분노와 상처를 담아 울부짖었다.


목소리는 요지부동이었다. "아스카쨩, 그렇게 버릇없게 굴면 마마가 더이상 사랑하지 않을거야?"


"당신 딸은 나라구요!"


"아스카, 착해져야지."


아스카는 손을 쫙 펴 가슴을 쳤다. 눈에는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당신 딸은 나야! 그 인형이 아니라!"


목소리가 이제 딱딱해졌다. "아스카, 마마가 하라는 대로 해야지."


"난 당신 인형이 아니야!" 병실에서 언제나 그랬듯 목소리가 메아리쳐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스카는 어머니가 하루하루 미쳐가던 것을 무력하게 쳐다보던 어린애가 아니었다. 아스카는 이제 다 자랐다. 성숙하고 강했다.


"아스카, 그렇게 못되게 굴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거야."


아스카는 눈을 꾹 감고 주먹을 꽉 쥐었다. "난 인형이 아니야!" 목이 찢어져라 소리친다. "남들이 날 좋아하고 말고 상관없어! 내가 원하는대로 하고 살거야! 남들이 원하는대로가 아니라!"


하지만 다음 순간 눈을 떠보자, 앞에 있어야 할 인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엔트리 플러그 안에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온 몸을 둥글게 움츠리고 마구 흐느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만 ... 그런거 보여주지마. 그런 슬픈 기억들 다시 보여주지마." 자신의 모습을 한 여자아이가 애걸하고 있었다. 아스카는 저렇게 갈라진 목소리가 자기 목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카지씨, 도와줘요. 더럽혀지고 있어요 ... 강간당하고 있어요.."


속이 느글거렸다. 어머니의 말년 시절과 마찬가지로 이때의 일도 기억에 너무나 또렷이 남아있었다. 어쩌다 저렇게까지 됐던걸까? 다시는 울지 않기로, 다시는 남따위 필요로 하지 않기로 다짐했었는데. 저때 모두 무너져버렸었다. 어머니를 잃은게 아물지 않는 상처 같은 것이었다면, 저때의 공격은, 강간은, 낫지 않는 감염 같은 것이었다.


가장 밑바닥까지, 고통스러운 곳까지 떨어졌었다. 건방지고 거친 겉모습 밑의 진짜 아스카는 사실 이꼴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모습은 계속 울고 있었다. 분노, 증오, 그리고 절박함이 모두 담긴 눈물이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새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속했잖아. 다신 울지 않겠다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겠다고."


아스카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난 아무도 필요 없어!"


"안아주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속삭여왔다. 키스, 아스카의 외로운 인생 첫키스를 했던 날. 그가 안아줬으면 했다. 너무나 간절히. 그가 그러지 않았단 사실에 아스카는 구역질이 날 것 같았더랬다. 자신은 그런 애정 같은건 받을 수 없는 역겹고 심술궂은 추녀에 불과하단 말이었으니까. 아스카는 그렇게 절실히 그를 필요로 했는데, 그는 ...


"난 그런 녀석 따위 필요 없어!"


"약속해. 절대 상처주지 않겠다고." 


아스카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얼굴을 손에 묻었다.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 자길 신경써달라고 부탁하거나 한 것도 아니다. 자신이 그러고 싶어서 그를 신경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건데 그게 왜 아스카의 잘못이란 말인가.


목소리가 마음속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왜 날 봐주지 않는거야?" 자신이 자주 내뱉는 화난 목소리였다. "날 봐줘!"


"아스카, 저 언니는 보지마."


결국 아스카는 울음을 터트렸다. "당신 딸은 나에요!"


"나도 네가 미워!" 끔찍할 정도로 신지의 것과 닮아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눈을 뜨자 손가락 사이로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은 공허했고 눈은 텅 비어 있었다. "너 바보야?" 움직인 것은 소년의 입술이었지만 아스카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미 수천번은 들은 말이었지만 어째선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남들이 듣는 자기 목소리는 정말로 이렇게 잔인한걸까? 이렇게 미움으로 가득한걸까? "신지...."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신지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러더니 다시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바에 타면 어떤 느낌이야?"


"텅.. 비어있어." 아스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마, 날 봐줘요!"


뒤에서 새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시절 자신의 목소리. 여자가 되어가며 벗어던졌던 어린 목소리였다.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자신이 보고 있는게 무엇인지 뇌가 잠시 후에 이해하자 아스카의 동공이 확대됐다.


자기 자신이 밧줄에 목메달려 있었다. 아까 전에 봤던 인형과 똑같이. 몸이 축 늘어져 발이 천천히 좌우로 진자처럼 흔들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시체는 붉은 플러그슈츠를 입고 있는 것이 꼭 온 몸에 피를 끼얹어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날 봐줘요!" 목소리가 아까보다도 더 시끄럽게, 귀를 찢어놓을 것처럼 울렸다.


아스카는 그럴 수 없었다. 대신 아스카는 털썩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 "싫어!" 두려움과 절망감이 마음속에 스며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소리쳤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


목메달려 있던 소녀가 눈을 번쩍 뜨자 동시에 그 몸도 인형으로 바뀌었다. "왜 날 봐주지 않는건데?"


그 순간 손들이 사방에서 아스카를 붙잡기 시작했다. 열개도 넘는 손이. 몸을 붙잡는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아스카는 몸부림쳐봤지만 순식간에 제압됐다. 머리를, 머리카락을, 팔을, 다리를 붙잡고 땅바닥에 눕힌다. 사방에서 미친 유령 같은 것들이 붙잡아 옴짝달싹 못하게 짓누르고, 손가락이 갈퀴처럼 살갗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스카는 공포에 질렸다. 미친듯이 몸부림쳐보지만, 도망쳐보려고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고함쳐보지만 헛소리만 나올뿐이었다. 욕을 내뱉지만 아무짝에도 소용 없었다. 힘도, 자부심도, 희망도, 꿈도 모두 아스카를 버렸다.


"날 봐줘요!"


목에 밧줄이 둘러지는 순간 아스카는 비명을 내질렀다.


눈을 뜨며, 아스카는 황급히 숨을 들이켰다. 곧바로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를 뛰쳐나와 취침등을 켜자 어둠이 순식간에 물러나고 익숙한 침실의 모습이 펼쳐졌다.


아스카는 주변을 둘러보며 악몽의 흔적을 찾았다. 작은 그림자 한조각마저도 거기서 갑자기 손이 튀어나올 것 같아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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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가쁘고 심장이 가슴을 찢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뱃속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곧 악몽마저도 잊게 만들었다. 


생리에 따라붙는 구토감과 통증은 이제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번도 이렇게 심했던 적은 없었다. 아스카는 하루이틀 아프다 마는게 보통이었다. 이랬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토가 하고 싶었지만 지금 뱃속에는 게워낼 것조차 없었다.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잘 수 없고 몸도 계속 아프다.


몸을 손으로 부여잡으며 아스카는 바닥에 쓰러져 침대에 머리를 기댔다. 통증이 정말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아랫배에 손을 가져다대자 얇은 잠옷 너머로 열기가 전해져왔다.


"나 왜 이러는거야?"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자 입에서 쓴 맛이 느껴졌다.


지금 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정말 뭐든 내줄 수 있었다. 마마의 목소리, 카지의 목소리, 아니 신지라도 좋으니, 누구든. 괜찮다고, 안심하라고 말해줄 목소리가. 이 상황을 이해시켜줄 목소리가.


그런 목소리는 오지 않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아스카는 결국 다시 침대에 들어 이불을 수의처럼 몸에 덮었지만, 불은 끄지 않았다. 슬슬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한 뒤에도 눈도 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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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차이가 2차 창작에까지 영향을 준게 이 파트인데


'왜 날 봐주지 않는거야'는 22화 아라엘전에서 아스카가 여러번 중얼거리는 '날 봐줘요' 중에서 신지를 보고 난 뒤의 한줄만 영어 구더빙에서 Why won't you look at me로 번안한데서 나온 대사임. 영어 구더빙에서 las 감정선 더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로 바꾼거. 팬픽 작가 입장에선 본작 대사 리어레인지한건데 다른 언어판으로 본 사람이면 낯선 대사지


여태 번역하면서 '그' '그녀' 같은거 특정 상황 아니면 의식적으로 피해왔는데 이번 파트는 신지란 단어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아 원문 존중해서 그라고 많이씀




22/04/02 개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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