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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1-5

ㅇㅇ(14.6) 2021.09.08 20:20:20
조회 713 추천 23 댓글 21
														

어제 글 못본 애들도 있겠어서 여기 적음. 어드바이스 앤 트러스트가 또 연중모드로 들어간 것 같아서 핫산 분량을 줄일 예정임. 현재로선 제노사이드 빠르게 밀면서 GOWR도 살살 병행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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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신지의 지난 한 주는 지옥 같았다. 처음 며칠 신지는 방에 틀어박혀, 미사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침대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이제 너무나 익숙해진 상실감에, 슬픔의 무게에 신지는 짓눌려 있었다. 아스카는 괜찮다고, 격리는 그냥 예방조치일뿐이라고 미사토가 아무리 말해줘도 소용이 없었다.


아스카가 괜찮다는 말 같은건 충분하지 않았다. 직접 보고 말하고 싶었다. 아스카가 여기 있어줘야했다.


신지는 게이코에 대해선 차마 물어볼 수도 없었다. 미사토의 말로는 아직 살아있다고 했는데 그게 전부였다. 그 이상은 신지도 묻지 않았다. 이런 일이 또 벌어졌다는건 정말 너무했다. 가슴이 찢어져버릴 것 같았다. 그러니, 구체적인건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 시점에서 신지가 도망쳐버리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아스카가 일주일 뒤에 돌아올 것이라는 것.


아스카를 위로해줄 수 있으려면 자신의 고통은 인내해야했다. 신지도 힘들었지만 아스카는 더 심할게 자명했으니까. 지금 아스카의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건 신지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 당황한 모습의 아스카를 마치 어린 소녀처럼 히카리가 손을 잡고 주방으로 데려오는 모습을 보자, 전투 이후로 쭉 무거웠던 신지의 가슴도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세상 그 무엇도 신지가 그리워했던 아름다운 얼굴을 망가트릴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새파란 눈동자는 빛을 잃었지만 여전히 숨이 막혔다. 일주일간 씻지 못한 머리는 평소의 광채는 없었지만 여전히 강렬했다. 신경 연결기를 끼지 않은 지금 아스카의 머리는 어깨 위로 자유롭게 흘러내려 평범함의 매력을 물씬 뿜어내고 있었다.


에이프런을 두르고 가스레인지 옆에 서있던 신지는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안녕, 아스카. 잘 왔어."


"그게 다야?" 아스카는 고개를 살짝 까딱이며 두 손을 허리에 올렸다. "바보 신지, 일주일이면 좀 더 감동적인거 준비해야하는거 아니야?"


"나, 나 이런건 익숙하지 않아서.. 말 솜씨도 없고.."


미사토가 살짝 경직된 미소를 지은채로 따라들어왔다. 신지의 말동무 역할로 지난 며칠간 미사토에게 징병당하다시피 끌려와있던 켄스케도 이제 거실에서 주방으로 들어왔다. 미사토가 좋은 의도로 그랬다는건 신지도 알고 있었다. 신지가 예전에 힘들었을 때처럼 외롭게 있는걸 원하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신지는 혼자 있고 싶었었다. 켄스케가 옆에 있는건 어색한 대화에 그 뒤로 이어질 더 어색한 침묵만 낳았고 아무 효과도 없었다.


확실한건 신지의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혼자 있고 싶으면 혼자 있고 싶었지. 켄스케도 금방 알아차리고, 신지를 혼자 내버려두기 시작했다. 첫 날 이후로 둘은 대부분의 시간을 따로 보냈다. 


켄스케를 그렇게 부른 일도, 그리고 지금 히카리를 초대하고 아스카를 위한 요리를 준비한 것도 다 미사토 나름의 문제해결 방식이었다. 자기때는 잘 안됐어도 이번만은 잘 풀리길 기도하는 신지였다. 그러지 말라는 법도 사실 없었다. 아스카는 히카리를 좋아했고 신지의 요리도 좋아했으니까. 솔직히 완벽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아스카는 열의를 보이기는커녕 놀란 표정마저 금새 지워졌다. 대신 그 자리엔 우울하고 거의 부끄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히카리를 어쩔줄 모르겠는 눈빛으로 보다가, 아예 켄스케는 완전히 생략하고 아스카는 신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하는거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신지는 목구멍에서 교통체증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어.. 그게, 우리 생각엔, 내 말은, 미사토씨랑 내가-"


"복귀후 첫 저녁이니까 뭔가 특별한걸 준비하자고 생각했어." 미사토가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네가 독일에서 뭐 좋아했는지 모르겠어서 신지가 인터넷으로 전통 레시피 좀 찾아봤어."


아스카가 얼굴을 찡그리자 이마에 주름이 졌다. "뭘 했다고요?"


"응?" 미사토도 얼굴을 찡그렸다. "소세지 안좋아하니? 그릴도 하나 샀는데."


"아뇨, 싫어하는건 아닌데.. 특별한 뭔가인건 아닌 것 같아서." 당황한 아스카는 다시 히카리쪽을 쳐다봤다. 말 되는 설명이 필요하고 지금 그걸 제공할 수 있는건 위원장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히카리는 그냥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몰라, 내 생각 아니었어. 난 그냥 아스카 보고 싶어서 여기 온거야."


"아스카, 정말." 미사토는 식탁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우리가 너한테 뭐 해주고 싶어하는게 그렇게 믿기 힘들어?"


잠시 신지는 아스카가 여기 사람 누구도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할까 두려웠지만, 아스카는 굳이 입으로 대답을 할 필요도 없었다. 어깨가 축 늘어지고, 몸이 굳어지면서 발가락이 움츠러들었다. 고개를 숙이자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와 눈을 가렸다.


신지는 거의 본능적으로 앞으로 걸음을 뗐다. 신지의 의도를 짐작한건지 미사토가 앞에 나서서 가로막았다. 


"아스카, 일단 샤워부터 하는게 어때? 음식 준비 마무리 하는 동안."


아스카는 딱히 언쟁도 하지 않았다. 지금 어떤 기분인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 하겠다. 방으로 가서 새 옷을 챙기고 나오는 동안 신지와 켄스케는 주방 카운터에서 작은 원형 그릴을 조립하고 있었다. 아스카는 그제서야 켄스케도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쟨 안가요?" 아스카는 식탁에 히카리와 함께 앉아 있던 미사토를 노려보며 물었다.


"왜 그래?" 미사토는 가볍게 맞받아쳤다. "신지 친구잖아."


"그래도..." 아스카는 잠시 불평하다, 신지쪽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굳이 기써가며 싸울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됐어요."


아스카는 짜증을 내며 화장실로 사라져 문을 닫았다.


"뭐,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네." 켄스케가 그릴에서 손을 떼며 중얼거렸다. 그편이 신지에게도 차라리 나았다. 설명서 같은 것도 필요없이, 곧 신지는 그릴 설치를 마치고 큼지막한 소세지들을 굽기 시작했다.


그릴쪽을 적당히 마무리 한 다음 차례론 감자를 써는 것이 남았다. 얇게 잘라 레인지 위의 후라이팬에 올린다. 양식도 막상 해보니 일식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최소한 지금까진. 전부 제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저기, 카츠라기 소령님?" 히카리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말하는게 들려왔다. "오늘 아스카가 주인공인건 저도 아는데요, 그래도 혹시 게이코 소식은 있는지 궁금해요."


신지는 창자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요리에 집중하는 신지였다. 감자 다음은 양파였다. 다 썬 다음엔 구워야 했다. 소세지에도 계속 신경쓰지 않으면 타버릴 것이다. 주방에 맛있는 냄새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것만 알아." 미사토가 말했다. 신지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상태가 좋지는 않은 모양이야."


신지는 이제 양파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한번도 양파 냄새가 좋았던적은 없었다. 어떤 방법을 써봐도 양파를 깔때는 눈물이 났다.


"무슨 일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거에요?"


제발 히카리가 입다물어줬으면 하는 신지였다. 팔로 눈시울을 훔치고, 신지는 입으로 흐느낌이 나오려는걸 막았다. 양파는 정말 싫다.


"우리 생각엔... 우리 생각엔, 2호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아스카도 어떻게 해볼 수 없었던 모양이야."


"소류도 관계있는 일인줄은 몰랐는데요." 켄스케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제 말은 같이 나갔던건 알았지만 나가라가 부상 입은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줄은 몰랐어요." 거기까지 말하고, 켄스케는 신지쪽을 돌아봤다. 신지는 제발 모두가 닥쳐줬으면 했다. "신지, 그정돈 좀 얘기해줄 수도 있었잖아."


신지는 궁지에 몰린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모두에게 등을 돌린채 요리에 집중했다.


"당연히 뭔가 잘못된거지." 히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스카가 그랬을리가 없잖아. 아스카가 게이코 싫어한건 사실이지만 일부러 해쳤을리가 없어."


"누가 그랬대!" 켄스케가 히카리쪽으로 몸을 돌렸다. "난 그냥 몰랐다고 그러는거잖아."


"바보야, 누가 너한테 하나하나 말해줄 의무라도 있대?" 히카리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나고 있었다. "전에도 토우지한테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런 얘기 할 기분이겠어? 궁금한게 있으면 이카리군이 아니라 카츠라기 소령님한테 물었어야지. 나처럼."


"왜, 나도 친구였는데 얘기 좀 들을 자격 없다는거야?"


친구였다고. 신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이었다. 죽은 것도 아닌데 왜 과거형으로 말하는거야.


"그만." 신지는 식칼을 내려놓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식탁쪽으로 몸을 돌렸다. 팔로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양파 때문일거라고 생각해주길 바랄뿐이었다. "뒤에서 남 얘기 하는건 나쁜 일이야."


그 말에 모두 조용해졌지만, 다들 예절 문제로 입을 닫은건 아니라는 것을 신지는 알고 있었다. 모두 제각기 다른 의문과 불안감을 갖고 음울한 침묵속에 시선을 교환하는 동안 후라이팬의 지글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결국 모두가 깨달았다. 이건 축하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스카가 집에 왔고 그게 좋은 일인건 사실이었지만, 그뿐이었다. 이곳의 일원 하나가, 모두가 알고 지낸 사람 하나가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 계획을 세운 장본인인 미사토조차 침묵을 지켰다. 신지가 보기에 이제 미사토도 이게 실수였다고 깨달은 모양이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아스카가 나와있었다. 화장실 문이 열리거나 아스카가 걸어나오는걸 신지는 보거나 듣지 못했었다. 장례식에 초대 받지 못한 친척마냥 소리없이 어느 순간부터 아스카는 나와있었다. 


아스카는 아무것도 바뀐게 없었지만 어째선지 모든게 바뀐것처럼 보였다. 지금 주방에 형성되어있는 무리의 가장자리에 서서, 이곳이 정말 자신이 있고 싶은 곳인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인지 조심스럽게 재고 있는 것 같았다. 아스카의 눈은 멍하고 두려움에 주름져 있었다. 다들 전혀 그럴 의도들은 없었지만 그들은 아스카를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신지는 그 모습을 온전히 보고 느꼈다. 다들 신지만큼이나 이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아무 생각이 없는거라고. 다들 느끼고 있는 슬픔이 아스카에게, 지금 이 사태에 대해 어쩌면 책임이 있을 유일한 사람에게 투영되고 있었다.


아스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앙다물고, 아스카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신지는 그제서야 이번 사건과, 그 전까지 아스카에게 쭉 있었던 일들이 아스카에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실감했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신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게이코가 다치고... 죽을지도 모르는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리고 동시에 떠오른 깨달음은, 이 자리에 모인 사람 중 아스카가 게이코를 보호해주기로 약속했다는걸, 게이코를 더이상 경멸하지 않고 친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었다는걸 아는 사람은 신지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다들, 심지어 미사토마저도 아스카를 의심했지만 진실은 반대였다. 아스카는 진심으로 남을 보호할 생각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가장 슬퍼할 이유가 많은 것이 아스카였던 것이다. 나가라 게이코에게 벌어진 일은 아스카 자신의 완전한 실패를 의미했으니까. 파일럿으로서, 친구로서, 인간으로서 완전한 실패.


축축한 발소리만 내며 아스카는 말없이 식탁으로 걸어왔다. 의자 하나를 꺼내 지친 모습으로 아스카는 풀썩 앉았다. 신지는 곧 저녁 준비 끝난다고 말할까 싶었지만, 아스카가 별로 신경쓰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신지의 생각이 맞다고 확인이라도 해주듯, 곧 아스카는 식탁에 팔꿈치를 올리더니 몸을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히카리와 미사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지는 침묵 속에 식사하는 것도 익숙했다. 그래서 모두가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시작하고도 아무 말이 없었을때 그렇게까지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즈음 분위기는 완전히 침울해져 있었다. 게이코의 상태에 대해 언급한게 혹시 있었을지도 모르는 즐거움을 모조리 죽여버린 느낌이었다. 신지는 차라리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게 감사할 지경이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상황만 더 나빠질 것 같았다.


음식은, 조금 이질적이었고 신지의 입맛에는 약간 매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신지는 소세지를 반쯤 먹었을때야 아스카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아스카. 괜찮아? 벌써 다 식었어?"


아무 답이 없었다. 아스카는 포크로 그릇 무늬를 따라 그리고 있을뿐이었다. 신지는 잠시 아스카를 바라보며 자신이 아스카를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고, 그 질문에 대한 슬픈 답을 또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아스카가 대답하지 않을게 확실해지자 미사토가 끼어들었다. "아스카, 괜찮니?"


"괜찮아요."가 대답의 전부였다. 머리카락 때문에 신지는 아스카의 눈을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어색했다.


"왜 그래, 아스카?" 히카리가 걱정된 목소리로 물었다. "음식에 문제라도 있어?"


아스카가 괜찮지 않은건 확실했다. 신지는 경험상 아스카가 대답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절대 답이 나오지 않을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간접적인 단서나마 얻을 수 있게 대화의 주제를 바꿔본다. "병원에서 주는 것보다 훨씬 좋은거야."


"음식은 괜찮아."


"식었으면 다시 데워줄게."


아스카는 몸이 눈에 띄게 굳더니, 식탁 위에 포크를 내려놓았다. "나 배 안고파. 나중에 먹을래."


"먹어야지, 아스카." 미사토가 말했다. "신지군 말이 맞아. 병원 음식 형편없잖아. 왜 그러는거야?"


히카리가 아스카에게 손을 뻗었다. "아스카, 힘든 일 겪었으니까 조금 불편한 것도 정상이야.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아스카는 손을 빼내며 고개를 휙 들었다. "그만해!" 주변을 둘러보는 눈이 분노로 가득했다. "제발 그만하라고. 그래봤자 안속으니까!"


히카리는 완전히 당황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미사토가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스카, 무슨 문제라도 있니?"


"당연히 문제가 있죠!" 아스카가 노려보며 이빨을 드러냈다. "왜 이러는지 다 알아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연기해도 소용 없어요. 그런다고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내가..."


아스카의 목소리에서 죄책감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신지는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걸 예상하고 있었다. 마치 신지 자신이 토우지의 일로 스스로를 자책했던 것처럼 아스카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아스카에게 제대로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신지는 뭐라고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아스카와 이 주제로 대화했을때도 참 힘들었는데 그때도 먼저 말을 꺼낸건 아스카였었다. 지금 이 순간 신지는 무기력했다.


"아스카." 히카리가 부드럽게 달랬다. "여기 누구도 아스카가 원해서 그랬다고 생-"


"원해서 그랬어!" 아스카가 식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날아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해치고 싶어서 그런거라고! 머릿속에 그 생각 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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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 사설 일러스트)




모두가 할 말을 잃고 아스카를 쳐다봤다.


아스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식탁 위로 몸을 숙였다. 머리카락이 앞으로 쏟아져 눈이 보이지 않았다. 손가락에 힘이 어찌나 들어갔는지 손톱이 식탁 나무 표면에 파고들어가고 있었다.


"난... 게이코를 해치고 싶었어." 아스카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되어 몸이 떨리고 있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그냥 다치게 만들고 싶었어. 그냥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있었어. 그러고 다시 눈을 떠보니까... 온 사방이 피투성이였어." 그러곤 아스카는 고개를 들어 신지를 돌아봤다. "나.. 약속했는데."


"아스카." 미사토가 팔을 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미사토가 아스카의 주변에 팔을 두르려는 순간 아스카가 밀쳐냈다.


"좀 내버려둬요!" 아스카는 몸을 돌리고 붉은 머리를 흩날리며 뛰어갔다.


히카리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켄스케는 이곳에 있고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신지는 충격도 받았지만 슬픔과 동정심에 압도됐다. 미사토는 몸을 숙여 쓰러진 의자를 세우고 거기 앉았다.


다시 입을 열었을때, 히카리의 목소리는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말 진심으로 아스카가..."


"당연히 아니지." 미사토가 얼른 말을 끊으며 히카리와 켄스케를 번갈아 봤다. "심리학에서 생존자의 죄책감이라고 부르는 현상이야.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되는거지. 굳이 옆에서 남들이 의심하면서 힘들게 만들지 않아도 충분히 힘든 일이야."


히카리는 미사토의 의도를 바로 알아듣는 것 같았다. 아스카는 이미 자책하고 있으니 너까지 그러지 마라. 켄스케는 완전히 정지한 모습으로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너희들까지 끌어들여서 미안해. 나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는 미사토는 신지에게 몸을 돌렸다. "신지군, 이런 부담 지우게 되서 정말 미안하지만, 이런걸 겪어본 사람은 지금 너밖에 없어. 아스카한테 네가 필요할거야."


신지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도 전부 알고 있는 얘기였다. 하지만 아스카와의 관계가 언제나 그렇듯 행동보다 말이 쉬운 일이었다.


미사토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아스카가 남기고 간 그릇을 쳐다봤다. 


"너희들 더 붙잡고 있는 것도 의미 없겠지?"


히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켄스케와 신지도 동의했다.












어둠속에 소녀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아스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악몽의 잔재는 빠르게 눈앞에서 사라져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치 무의식속에서 무언가가 뻗어나와 자신을 붙잡을까 두렵다는 듯 아스카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일어나고 1초도 되지 않아 무릎이 힘을 잃고 꺾였다.


아스카는 흐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너무 멍하고 혼란스러워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채로 그대로 누워 심장이 가슴을 찢고 터져나오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었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몇 초동안 아스카는 완전한 무력감이 무엇인지 실감했다.


천천히, 악몽이 빼앗아간 감각들이 되돌아오고 아스카는 주변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마음 속 안개가 걷히고 갑자기 잠에서 깬 느낌이었다.


숨을 잔뜩 들이키고 끙끙대며 아스카는 몸을 일으켜 카펫에 무릎을 꿇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가구와 온갖 잡동사니들의 어둑한 윤곽에서 악몽의 흔적을 찾아보다, 마침내 자신이 안전하다고 깨닫는다.


꿈에서 본 것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해 아스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건 보고싶지 않았다. 한번도 보고싶었던적 없었다. 마음속 한구석에서 폭발하듯이 튀어나오는 그 힘에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생생하고 어둡고 무서웠다. 아스카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갑자기 눈을 어디에 돌려도 그것들뿐이었다. 마음이 또 벗겨져가며 아스카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공포의 바다에 다시 침잠했다.


"안돼." 아스카는 몸을 동그랗게 움츠리며 눈을 감고 흐느꼈다. "안돼, 제발. 그만해..."


처음으로 보인 형상은 자신의 모습이었다. 방금 전에 그랬던 것처럼 무릎 꿇고 있었지만 이 각도에서 보이는건 벌거벗은 등뿐이었다. 뭔가를 팔에 들고 있었는데 어두워서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형상이 바뀌고, 아스카는 자기 자신의 얼굴과 마주하고 있었다.


병걸린 것처럼 창백한 자기 얼굴이 자신을 쳐다보자 아스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발, 날 봐줘요." 아스카의 형상이 웅얼거렸다. "마마, 제발 날 봐줘요."


다음으로 나타난 형상에 아스카는 뇌가 빙빙 돌 것 같았다. 아까 본 자기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팔에 들고 있는 물건이 깔끔하게 보였다. 사람처럼 생긴 무언가였다. 갈색머리 소녀. 벌거벗었고 완전히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스카는 온 힘을 다해 눈을 부릅떴다. 그렇게 하면 이 환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눈물이 마구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리 가!"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이번엔 제대로 균형을 잡고 걷기 시작한다.


집구조가 익숙해 어둡다고 방향을 잡기 힘든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스카는 매 걸음 걸음마다 비틀거렸다. 다리가 또 맘대로 힘이 나가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도망쳐야 한다는건 알 수 있었다. 환각이 자신을 붙잡을 수 없는 곳을 찾아내야했다. 탈출해야했다.


아스카는 신지의 문 앞에 멈춰서서, 뭘 해야할지 절박하게 고민했다. 신지는 저번에도 아스카를 받아줬다. 신지에게 겁먹은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메달릴 사람이 절박하게 필요한 작고 불쌍한 것이라고 자신을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순간 아스카는 자신이 바로 그렇다는걸 깨달았다. 신지를 원하는 마음이 너무 강렬해 순간 지금도 악몽에 아직 갇혀 있고 평소와 전개만 달랐던건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자랑스러운 세컨드 칠드런이 이 꼴이 된단 말인가?


소름끼쳤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스카는 그게 진실인걸 알고 있었다. 아스카는 신지와 함께 있고 싶었고 신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매순간마다 가슴이 아프고 두려워졌다. 만약 신지가 떠나버리면? 아스카를 원하지 않는다면? 만약 아스카가... 만약 아스카가.........


답을 감당할 수 없는 질문들이었다. 아는게 무서운 종류의 답이었다. 생각조차 무서웠다. 아스카는 자기도 모르게 다시 울고 있었다. 눈물이 눈가에 고여 볼에 흘러내린다.


갑자기 또다른 환각이 눈앞에 강렬하게 떠올랐다. 평생 본 어떤 사진보다 생생하고 진짜 같았다.


또, 누군가를 들고 있는 자기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갈색머리 소녀가 아니었다. 이번엔 소년이었다. 아스카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얼굴. 너무나 같이 있고 싶은 아이. 공포에 질린 아스카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제서야 오늘 밤 악몽이 자신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시-신지." 아스카 본인도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아스카는 울음을 터트렸다.


어둠이 온 몸을 감싸고 달라붙는게 이미 심장을 찢어놓은 걸로도 모자라 아스카의 몸까지 찢어발기려는 것 같았다.


일주일 동안 홀로 생각한 뒤에도, 아스카는 왜 자신이 게이코를 공격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뚝, 부러져서, 어딘가가 고장나 그런 행동을 종용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 속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너무나 달콤해 절대 저항할 수 없었다. 그때는 그게 거의 좋은 생각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물리학 문제를 풀어서 내놓는 합리적인 답안 같은 그런 느낌.


그러고는, 갈퀴처럼 굽은 손에 피가 한가득이 되자 머릿속에서 아스카를 등떠밀던 짐 승 같은 충동도 그대로 떠나버리는 것이 마치 뒷처리는 아스카 혼자서 하라고 내버리고 가버린 것 같았다. 완전히 버림받은 느낌이었다. 홀로 고립된 아스카는 죄책감과 끓어오르는 원망,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 모두를 향한 원망감에 집어삼켜졌다. 그 후로 아스카는 쭉 혼자였다. 낮에도 밤에도. 그건 끔찍하게 싫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했던게 오늘이었다. 친하다고 믿은 사람들이 그런 낯선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 하지만 그때 아스카는 아직 진실을 깨닫기 전이었다. 외로움이 너무 두려워 똑바로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이제 아스카는 안다.


고립되는게 아스카의 운명이었다. 버림받는게 아스카의 운명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건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아스카는 격리되는게 맞았다. 그게 모두를 위해서 나은 일이다. 특히 한 사람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이제 아스카는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게이코를 해친 것처럼 신지도 해칠 것이라는 것을. 아스카가 무엇을 하든. 아스카가 무슨 생각을 하든. 아스카가 신지에게 어떤 깊은 감정을 느끼든.


아스카는 신지를 다치게 만들 것이다.


악몽에서 본 것은 자기 무릎 위에 놓여있는 피투성이 신지였다. 신지의 피. 아스카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흘러나가는 신지의 생명. 그것도 아스카가 한 짓이었다. 그리고 게이코때와 마찬가지로, 그 순간이 오면 아스카는 진심으로 그것을 원할 것이다. 진심으로 신지를 해치고 싶을 것이다.


아스카는 고개를 저었다. 몸 속 어딘가가 허하게 비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인형 같았다. 플라스틱 껍질에 속은 텅 빈 인형. 호흡이 가쁘고 빨라지다, 결국 가슴이 틀어막혀 숨을 쉴 수 없었다. 온 몸이 싸늘하게 추웠지만 주변 공기는 따뜻했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리고 이 어둠 너머엔... 신지와 아스카 사이에는 얇은 종이 문 한 장 밖에 없었다. 정말 신지가 해치고 싶은거라면 그냥 ...


아 ...


아스카는 숨도 쉬지 않고 복도를 나와 거실을 가로질렀다. 베란다로 통하는 미닫이 문 손잡이를 붙잡으려는데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아 몇번이나 더듬거려야했다. 한참 뒤에야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었다.


바깥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게 아스카를 진정시켜주진 않았다. 맨발에 콘크리트 바닥이 차갑고 거칠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범벅이었다. 크게 심호흡하며 아스카는 진정하려 애썼다. 잠옷 앞섶을 붙잡자 작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게 느껴졌다. 심장이 날뛰는 소리가 고막을 북처럼 울렸다.


아스카는 똑똑하니만큼 지금 자신이 공황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에 화가 났지만 어떻게 극복할 방법도 딱히 없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떨어진걸까?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게 두다니. 아스카는 강하고 겁없고 굳은 심지의 소유자여야하는거 아니었던가. 최고의, 최정예의 전사가 아스카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전사? 아니다. 나가라 게이코가 이미 증명한 사실이다. 아스카는 전사가 아니라 살인자였다. 인간의 고통 같은건 아스카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기회가 오면 아스카는 또 누굴 죽일 것이다. 그 상대는 아마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일 것이고. 이미 다 봤다. 저번 악몽에서 이번 일을 다 내다본 것처럼. 아스카는 봤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건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스카에겐 말이 되는 소리였다. 세상에서 가장 말이 되는 소리였다. 그런 일이 앞으로 벌어질 것이다. 아스카는 확신했다. 그 일이 벌어지는건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아니, 사실 하나 있긴했다. 바로 눈 앞에.


베란다 난간 너머 새카만 풍경을 아스카는 내다봤다. 거의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았다. 한때 흥성하던 도시는 이제 텅 빈 공동묘지 같았다. 손으로 셔츠 자락을 꽉 붙잡고, 아스카는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신지가 아스카는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17 사도를 죽인 일로 절망에 빠져 있을때, 아스카는 신지의 모습에 너무나 화가 나서 죽고 싶으면 차라리 뛰어내려 죽어버리라고 말했었다. 그런 말이 그대로 되돌아오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고, 아스카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아스카는 한번도 자신이...


검은 심연을 향해 머리를 내밀자 산들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냥 뛰어내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바로 밑층 베란다에 떨어져 부상만 입고 살아남을 것이다. 멀리 있는 힘껏 뛰어야 할 것이다.


그러곤?


신지를 해치고 싶지 않은게 목적이라면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어머니의 죽음은 아스카에게 평생 갈 흉터를 남기지 않았던가? 그 단 한번의 사건으로 아스카의 유년기 전체가 망가지고 남은 평생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만들어버렸지 않은가. 죽음이 남기는 상처는 절대 회복되지 않았다. 절대로. 누구보다 잘 아는게 아스카였다. 아스카는 죽음으로서 신지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줄 것이다. 아스카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그런 상처를 신지에게 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아스카 자신의 고통은 멈추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스카는 어차피 언제나 아팠다. 그게 현실이었다. 자신의 고통 같은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녀는 영원히 고통 속에 살 것이다.


아스카는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그냥 해버리라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어머니를 위해, 신지를 위해, 게이코와 앞으로 자신이 해칠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 분명히 그게 최선일 것이다. 그냥 해버리라고.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신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 아스카가 필요해.


아스카는 흐느끼며 눈을 꽉 감았다. 이미 얼룩덜룩한 볼에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신지의 포옹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날 그의 어깨에 기댔던 것처럼 아스카의 고개가 푹 떨어졌다.


몸이 마음보다 먼저 반응했다. 손이 아직 난간을 붙잡고 있었지만 무릎이 꺾여 아스카를 베란다 바닥으로, 안전한 곳으로 떨어트렸다. 다시 일어날 기력 같은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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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 사설 일러스트)



아스카는 손을 놓고 난간에 기대, 머리를 팔에 파묻고 무력감에 몸을 떨었다. 죽을 수도 없었다. 그게 신지에게 더 상처를 줄거니까. 그럼 무슨 방법이 있을까? 그녀가 자신을 신지에게서 떼어낼 수 없으면, 남은건 하나뿐이다. 신지가 아스카에게서 ...


아스카는 비통하게 이를 악물었다.


신지를 생각해야했다. 무엇이 신지에게 최선인지를 생각해야했다. 그리고, 아스카는 그렇게 했다. 그 얼굴이, 그 바보 같고 따뜻하고 잘생겨서 아스카가 사랑하게 된 얼굴이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게 떠올랐다. 이번 한번은 신지에게 중요한 것을 아스카 자신의 욕망보다 앞에 둬야했다. 신지가 자신을 위해 이미 숱하게 해준 것처럼. 그러니 아스카는 돌아가야한다. 자신의 방으로, 악몽 같은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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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노트: 신지도 힘들때 아스카 생각하고 아스카는 뭐 한 파트가 통채로 거기 할애되어있으니.. 미사토는 나름 노력하는데 또 멸망하는 모습의 반복. 의사가 자살 위험까지 경고했는데 신지 없었으면 대체 어떻게 됐을까. 펜펜 ㅇㄷ?




한가지 희소식. 오늘 이 뒷 파트도 함




22년 4월 개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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