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웹에서 떠도는 썰에다가 개인적인 추측을 더해 보았음.

하지만 내가 불교 신자나 철학 전공자가 아닌지라

개념 설명이 미흡할 수 있다는 점을 양해 바람.

울티매니아에서 노지마는 불교의 유식과 칼 융의 집단적 무의식을 통해

리메이크 트릴로지 결말의 힌트를 알 수 있다고 했음.

그렇다면 유식이란?

쉽게 설명하자면 '이 세상은 마음가짐에 달렸다'임.

예를 들어 개울가의 물을 보고

인간은 그저 물은 '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물고기는 물을 '집'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임.

그래서 혹자는 유식을 '제 눈에 안경'이라고 비유하기도 함.

그렇다면 유식에서 말하는 이 마음가짐.

달리 말하면 내 눈의 안경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건 바로 아뢰야식임.

아뢰야식이란?

쉽게 설명하자면 무의식에서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생활기록부임.

우리가 선한 생각과 선한 행동을 한다면

아뢰야식에는 좋은 종자가 저장되고

반대로 나쁜 생각과 나쁜 행동을 한다면

아뢰야식에는 나쁜 종자가 저장됨.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저장된 종자들은 지워지거나 사라지지 않음.

이 아뢰야식은 육체가 죽어도 사라지지 않으며

여기에 저장된 종자의 질에 따라서 다음 생의 길흉화복이 결정됨.

때문에 아뢰야식은 불교에서 윤회를 설명할 때 핵심적으로 거론되는 요소이며

칼 융의 집단적 무의식과도 그 개념이 굉장히 유사하다고 함.

(실제로 아뢰야식과 집단적 무의식을 동시에 거론하는 논문들이 수두룩하다고)

노지마는 울티매니아에서 아뢰야식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집단적 무의식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본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이 아뢰야식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해 봄.

그럼 대체 이 아뢰야식이 왜 리메이크 트릴로지에서 중요한 것일까?

아니, 이 아뢰야식의 개념이 리메이크 트릴로지에 등장하기는 하는 걸까?

일단 원작의 코스모 캐넌 모닥불 장면을 보면

에어리스는 마지막 세트라인 자신의 운명을 버거워 하고 있음.

클라우드가 애써 격려해 줌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에어리스는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며 약한 모습만을 보여줌.

하지만 리버스의 에어리스는 원작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줌.

코스모 캐넌에서 여전히 마지막 세트라인 자신의 운명을 힘겨워 하지만

클라우드의 격려를 받고 이젠 더이상 외롭지 않다며 자신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며 마음가짐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음.

에어리스의 이런 새로운 면모는 코스모 캐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님.

앞서 설명했지만 아뢰야식에는 행동뿐만 아니라 생각마저도 저장된다고 했었음.

그리고 코스타 델 솔에서 이미 에어리스는 자신과 어머니의 인생을 망친

호조를 향해 끔찍한 생각을 하는 것조차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줬음.

그리고 역시 미래의 자신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일 것이라며 다짐함.

이런 에어리스의 자아성찰적인 모습은 리메이크에서도 볼 수 있음.

리메이크 결의씬의 에어리스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항상 떳떳하고 똑바로 나답게 살아야 한다며 클라우드에게 설파함.

사실 에어리스는 원작에서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선하고 바른 인간임.

그렇기 때문에 에어리스가 자아성찰을 한다거나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장면은 딱히 존재할 이유가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리메이크 트릴로지의 에어리스는 마치 의도라도 한 것처럼

너무나도 꾸준하고 착실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아뢰야식에다가 좋은 종자를 저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

그리고 이런 에어리스의 마음가짐은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기도 함.

코스모 캐넌의 모닥불 장면만 봐도 알겠지만

원작의 에어리스는 자신의 운명 앞에서 나약한 모습만을 보여줌.

그러다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고대종의 도시에서 자신의 의무를 다 함.

이처럼 원작의 에어리스는 자신의 운명에 순응했으면 순응했지

딱히 운명을 거스르려는 마음가짐을 보여주진 않았음.

하지만 리메이크 트릴로지의 에어리스는 완전히 다름.

새로운 에어리스는 언제나 미래는 바뀔 수 있다고 믿으면서

운명을 거스르려는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있음.

이는 에어리스의 언행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님.

필러의 존재부터 시작해서 이번 테마송인 No Promise to Keep의 가사와

엔딩 크레딧의 문구, 그리고 노무라의 인터뷰 역시

정해진 운명/결말은 없다는 것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음.

유식에서 이 세상은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했음.

그리고 리메이크 트릴로지의 에어리스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을 보여줌.

유식에서 이 마음가짐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뢰야식에 저장된 종자라고 했음.

그리고 리메이크 트릴로지의 에어리스는 꾸준히 아뢰야식에다가 좋은 종자를 심어두고 있음.

유식에서 아뢰야식은 육체가 죽어도 사라지지 않으며

종자의 질에 따라 다음 생의 길흉화복이 결정된다고 했음.

그렇다면 좋은 종자를 꾸준히 심어온 에어리스의 결말은???

개인적으로 이번 트릴로지의 주제를

가장 잘 암시한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가져와 봤음.

<1> 죽어도 별로 돌아갈 뿐이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클라우드를 다그치는 에어리스

앞서 설명하진 못했지만 원작과 가장 달라진 에어리스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함.

원작, 혹은 리메이크 회상씬의 어렸을 적 에어리스라면

사랑하는 이가 죽었어도 별로 돌아간 것 뿐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죽음을 받아들이라며 위로했을 테지만

리버스 후반부의 에어리스는 '여전히 죽음의 슬픔은 존재한다'면서

기존의 가치관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음.

<2> 슬픔과 분노보다는 기쁨같은 긍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더 중요하고 강하다는 에어리스

자신의 아뢰야식에 슬픔과 분노같은 나쁜 종자를 꾸준히 심어온 세피로스와는 달리

에어리스는 항상 올바르고 긍정적인 사고로 아뢰야식에 좋은 종자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음.

<3>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에어리스

아뢰야식에 이미 저장된 종자는 결코 지워지거나 사라지지 않음.

하지만 우리가 노력해서 꾸준히 좋은 종자들을 심는다면

추후의 결과는 언젠가 반드시 달라질 수 있음.

결국 운명에 저항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또 다시 에어리스는 보여주고 있음.

설명이 길어졌지만 결국 요약하자면 이거임.

1: 유식에 의하면 세상은 마음가짐에 달렸다.

2: 이 마음가짐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뢰야식.

3: 아뢰야식은 쉽게 말하면 생활기록부고 좋은 점수를 받으면 복을 얻는다.

4: 에어리스는 꾸준히 아뢰야식에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5: 그리고 에어리스의 마음가짐도 실제로 원작과 완전히 달라졌다.

6: 생기부 만점받고 운명에 저항하는 에어리스는 과거와는 다른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