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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류] 레비 스트로스 《슬픈 열대》모바일에서 작성

은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13 18: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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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브라질 아마존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송됐을 때 사람들은 문명과 등진 채 살아가고 있는 원시부족의 모습에 경악했다. 그 원초적 삶의 방식은 충격적이면서도 흡인력 있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원시부족의 이야기는 이후 오랫동안 회자됐다.

미개지를 탐험하고 돌아와 세상에 공개했을 때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은 문명사회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 레비스트로스는 야만은 문명사회의 적이며 “문명사회는 그것을 제압하게 된 순간에 가서는 작위를 주다시피 추켜올리지만, 그것이 진정한 적대자로서 존재할 때는 공포와 혐오감만을 느낀다”고 말한다. 문명사회는 자신이 이미 굴복시킨 대상에 매료되고, 향수가 섞인 시선을 보낸다.



모든 사회는 본질적으로 같다



『슬픈 열대』는 레비스트로스가 브라질의 네 원주민 부족을 민족학적 관점에서 조사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문명사회에 비해 원시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원주민 사회를 연구함으로써 인간 사회의 보편적 법칙의 체계를 밝히고자 했다. 원주민 사회는 문명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진 생활양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문명사회 내에서도 각 문화권에 따라 생활 방식과 관습은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개별 사회들이 구현되어 있는 양상은 각기 다를지라도 심층에는 공통적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이 레비스트로스의 생각이었다. 그는 인간의 문화란 상징체계를 통해 무의식의 구조가 발현된 것이라고 여겼다. 의식적 표현 속에는 인간이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무의식적 법칙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 현상들은 무의식적이면서 보편적인 하나의 질서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회 현상들에 내재하는 보편적 법칙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실체를 밝히는 것이 레비스트로스가 추구한 구조주의가 행하는 작업이었으므로, 그에게 문명사회나 원주민 사회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서구 사회가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인식을 부정했다. 또한 서구 사회가 그 자신의 잣대로 다른 세계를 재단하는 태도 역시 반대했다. 한 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우월할 수 없으며, 단지 각 사회는 표면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을 띠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규범에 대한 판단은 사회마다 상대적이다. 한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규범이 다른 사회에서는 비인간적인 것으로 취급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재판과 형벌의 관습을 예로 든다. 식인풍습은 쉽게 잔인하고 비문명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레비스트로스의 설명에 따르면, 식인풍습을 실행하는 사회에서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중화하거나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자신의 육체 속으로 빨아들이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죄인을 사회 속으로 삼켜 융화시키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우리의 사회는 죄인을 토해 버린다. 즉 사회 밖으로 추방시켜 그를 인간성과의 접촉으로부터 차단시킨다. 우리가 정반대의 관습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회를 야만적이라고 간주하듯 반대편의 사회에서는 우리 사회를 끔찍하게 바라볼 수 있다.



민족학자가 직면한 모순



각 사회는 인간의 삶이 꾸려질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한다. 각 사회에 의해 선택된 방식들이 우열 없이 동등하다고 본다면 상호 간에 가치를 비교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민족학자는 어떤 사회의 문화에 접했을 때 그것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각 사회의 문화는 존재 자체로 타당성을 지니며,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족학자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미 가치 체계를 체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관점으로 어떤 문화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사회를 발견하려는 여정을 택한 민족학자는 이미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구성 요소를 의심하는 자이다. 그는 기존의 사회에서 불만족 혹은 저항감을 느끼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고자 한다. 따라서 레비스트로스는 민족학자가 모순적 위치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의 사회에서는 비판자이고 다른 사회에서는 동조자가 되는 것이 민족학자의 처지라는 것이다.

이 모순 속에는 더욱 회피하기 어려운 모순이 존재한다. 만약 민족학자가 사회의 부적합한 관습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다른 사회에서 그와 같은 점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는 객관적인 입장을 잃게 된다. 반대로 많은 사회를 두루 파악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는 민족학자는 초월적 태도를 취해야만 한다. 따라서 자신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포기해야만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민족학자로서 이러한 모순에 직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양자택일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어느 한 쪽으로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지양한다. 민족학자가 자신의 사회 속에서 어느 한 입장에 치우치면 스스로 편견에 빠질 위험이 생기고, 다른 사회들의 입장에서 활동함으로써 그들 전부와 자신을 동일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회의 삶을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민족학자의 역할이다. 민족학자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더불어 타성에 젖은 채 누려 왔던 삶의 양식과 관습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적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오직 인간성이 발견되는 사회를 위해



레비스트로스는 순수한 원시의 삶을 간직한 사회를 관찰함으로써 인간 삶의 보편적 원리를 발견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브라질 원주민 사회를 답사하면서 ‘진정한 인디언’에 대한 순진한 개념이 깨뜨려지는 것을 경험했다. 원주민 사회에는 이미 문명사회의 징후들이 침투되어 있었다. 그는 원주민의 집 안에 금속식기류, 스푼, 재봉틀 등이 나열되어 있으며, 비록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원주민들이 정부 당국에서 나눠 준 총기류를 소지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또한 원주민들은 사진에 찍히고 그림을 그려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 레비스트로스는 민족학자로서 문명사회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원주민 사회를 연구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한 그는 원주민 사회를 변질시키고 파괴시킨 서구 문명의 폭력성에 대해 분개했다. 브라질의 원주민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유럽의 침략자들에 의해 소탕되었고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침략자들은 원주민을 처음 접했을 때 자신과 다른 모습에 공포를 느꼈다. 그들은 원주민의 정체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적으로 간주하여 공격했다. 그리고 곧 원주민이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을 파악하자 다른 영역으로 몰아내고 방치했다. 살아남은 원주민들은 숲 속 깊은 곳으로 밀려났다. 일부 여행자나 연구자가 호기심을 갖고 원주민에게 접근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문명사회의 부산물로 원주민 사회를 오염시킬 뿐이었다. 신체적 질병에 전혀 감염되지 않은 원주민 종족에 대해 감탄을 늘어놓은 탐험가라 할지라도 그 자신이 질병을 전염시키는 보균자 노릇을 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는 레비스트로스의 말에서는, 문명사회로부터의 연구자가 느끼는 씁쓸함이 묻어난다.

레비스트로스는 “사회가 인간의 행복에 가장 좋은 상태를 떠나게 되는 것은 오직 어떤 사건들의 불길한 전환뿐”이라는 루소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그 사건들의 전환은 기계 문명의 발달 가운데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루소는 인간 사회의 배후에 존재하는 질서와 기반을 발견하고자 했다. 또한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사회 모델에 가장 가까운 시대는 신석기 시대라고 생각했다. 인간성이 “미개 상태의 태만과 진보를 추구하는 활동 사이의 중간 지역”에 존재한다고 보면, 신석기 시대는 그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는 그러한 신석기 시대를 인간 사회의 최상의 상태로 보았다.

그러나 그가 원시 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완전한 이상향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스스로 찾아다니던 “오직 인간만을 발견할 수” 있는 상태를 원주민 부족 사회에서 마주했다. 의식적이고 인위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순수한 인간성 그 자체를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물질적 풍요와 인간적 행복은 어쩌면 좌표 위에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이항과 같은 것인지 모른다.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변화시키고 뛰어넘어야 할 사회는 오직 우리 자신의 사회”라는 레비스트로스의 말이다.

※출처 : 경희대학교 대학원보 주지영 기자

주지영 jyju@khug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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