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이름값은 했는데 그 이름값에만 너무 의지했다는 느낌

당장 극장판이든 SAC든 새로운 소재랑 문제제기
그리고 악당이 계속해서 나와줬잖아.
구극장판의 인형사와 자아에 대한 문제,
1기의 웃는 남자와 오리지널리티의 부재(스탠드얼론 콤플렉스),
2기의 쿠제 히데오와 난민 문제,
SSS의 괴뢰회와 노인 문제
모든 악당들,문제제기 하나하나 다 인상깊었는데
2045는 까놓고 말해서 2기에서 등장인물들만 바꾼 다음에
구극장판이랑 살짝 합쳐서 재탕한 것밖에 안 됐어.

포스트휴먼은 스펙이 업그레이드된 개별의 11인이고
N은 개별의 11인 때 썼던 전뇌 바이러스 개념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데
여기에서 난민은 왜 또 튀어나오니...
거기에다 포스트휴먼을 만들어낸 코드네임 1A84는
인형사 마냥 자아가 생긴 AI에 인간과 융합하고 싶다고 하고
마지막에는 개뜬금 구극장판 엔딩 오마주...
메인빌런인 시마무라 타카시는 그냥 쿠제 히데오 중2병 버전이잖아.


떡밥회수가 잘 됐냐면 그것도 아닌 게
101호실이 대체 뭐하는 곳인지,사상경찰한테 쫓기던 토구사랑
같이 도망치면서 엄청난 신체능력을 발휘했던 카나미는 대체 누구이며
어떻게 그런 능력을 얻게 됐는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어

거기다 막바지에 가서는 N이 된 사람들이 핵버튼을 눌러버리는데
이거 관련해서 책임을 묻는다 만다 이야기 나올 법도 한데
그런 이야기랑 독가스 관련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안 나오고
그냥 시마무라 타카시가 다 해줬습니다~로 얼렁뚱땅 넘겨버렸어.

무엇보다 SAC의 모든 악당들은 일단 인간의 범주에서 안 벗어났고
그거를 공략하면서 작품의 의의를 드러내는 게 최대 매력이었는데
시마무라 타카시는 중2병 먼치킨 만들어놓고
어거지로 모토코 당신이 이겼어요~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한편으론 타카시한테 소좌가 '왜 나는 더블싱크가 안 된 거지?'했을 때
'당신은 몇 안 되는 로맨티스트에요.꿈과 현실의 차이가 거의 없죠'
라는 대답을 듣고 되게 의아했어.
분명 소좌답다고 할 수 있긴 한데 전작 2기의 내용을 생각하면
쿠제 관련해서 추억을 회상하는 게 한 번쯤은 나올 줄 알았어.
어쩌면 그게 소좌에게 있어서 유일한 '꿈'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게 안 나오고 다짜고짜 로맨티스트라고 하니 조금 이상했어.

사실 작품 초반부터 나와줬던 지속가능한 전쟁에 대한 비판을
놓치지 않고 작품 끝까지 해줬더라면 더 나았을 텐데
작품 초반 넘어가서는 결국 그것마저도 놓쳐버렸으니...

정리하자면 2045는 전작들의 재탕이 심하다 보니
작품 자체의 오리지널리티를 크게 깎아먹은 사례라고 할 수 있어
작품 제목이 SAC인데 작품 자체가 SAC에 걸려버린 느낌.

유일한 볼거리라면 드디어 공안9과에 제대로 된 신입이 들어왔단 건데
(1기에서 하차했던 익살꾼의 복귀와,에사키의 잔존)
그거 빼고는 그다지 좋은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