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V: GHOST ***

여기서부터는 제가 관찰한 기록. 14팀 전원의 데스매치를 동시에 관전하면서 남긴 기록… 의지와 혈투, 그리고 충격과 슬픔이 가득한 기록.

*** ROUND 1. ZZARU VS ROSE ***

(POV: ZZARU)

쾅 – 콰광!!

“우아아아아아아앙?!”

“…… 자기, 약하네.”

내 마법 포격을 피해 정신을 못 차리고 도망다니기 바쁜 로즈 자기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들었다면 꽤나 실례될 소리긴 하지만 뭐, 결투 중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봐줘 자기~

뭐, 상대가 나빴다고 해두자; 확실히 비스트 클래스라 피지컬 자체는 제법 위협적이지만, 나 같은 메이지 클래스가 접근할 거리를 안 주고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어대면 1대1로는 답이 없는 게 근접 클래스의 숙명이지 뭐.

쾅 – 쾅 – 콰아앙!!

“야아, 짜루~! 치사해! 내려와아!”

“자기야, 싸움에서 치사한 게 어딨어~ 마녀는 마녀답게 싸워야지~”

“짜루 이제 마녀 아니라묘! 구냥 아줌마쟈나!”

“로즈 자기, 끝까지 이러기야?!”

아니, 왜 디스할 때만 발음이 갑자기 찰져지는데… 아주 혼쭐을 내줘야겠구만! 그리고 마녀협회에서 제명당한 거지 아직 마녀인 건 맞거든?!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

“우아아아아아아!?”

화려하게 퍼부은 마탄들이 성대하게 폭발하면서 휘말리는 로즈. 그리고 연기가 걷히고 나자 –

“우으으… 아파…”

… 그 와중에 어찌어찌 치명상을 피한 건 그것대로 대단하지만, 착실히 데미지는 누적되고 있었다. 애초에 이렇게 딜교환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면 승패가 결정되는 건 시간 문제지.

하지만 내가 싸이코패스도 아니고, 로즈를 일부러 괴롭힐 생각은 전혀 없다. 어차피 져줄 생각이 없다면 빠르게, 가능하다면 덜 아프게 끝내주는 게 최소한의 도리지.

“후우… 로즈 자기, 날 너무 원망하지 마~”

우우우우우웅…

“아, 유령 자기? 잘못하면 너도 휘말리니까 좀 멀찍이~”

“……”

전에 없이 어두운 표정인 유령이 말없이 더 높이 올라가는 걸 힐끗 본 뒤 마음껏 넓은 하늘에 대형 마법진 수십 개를 연이어 전개한다. 공중에 부유한 채로 이 정도 규모의 대형 마법을 시전하는 건 당연히 토나오게 어렵지만… 나 짜루야. 이래뵈도 100레벨짜리 마녀다?

“우으으… 아파… 시러어…”

뭐 그래, 누군 좋아서 아프니… 자꾸 그러면 나 마음 약해지니까 빨리 끝낼게?

지이이이이이이이이잉 –

실시간으로 본인을 끝장낼 마탄 포격이 충전되는 모습을 비틀거리며 바라보게 된 로즈지만… 승부는 사실상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이미 한계에 몰려서 이걸 막을 힘도 피할 힘도 없을 거다.

… 막상 끝을 낼 때가 오자 나도 모르게 멈칫할 뻔했다. 로즈, 정말 좋은 친구였는데… 시끄럽고 가끔 말귀도 이상하게 알아먹고 나보고 아줌마라고 디스했지만 언제나 밝고 활기차서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친구인데.

이래야 하는 내가 싫다. 하지만… 해야 한다.

“언젠가 또 보자… 로즈 자기.”

그렇게 조용히 명복을 빌어주며 완충된 마탄들을 일제히 발사하는 그 순간 –

“아냐…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여기서 죽기는 시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절규 바로 뒤에 이어지는 폭음… 확실히 끝장을 내기 위해 조금 출력을 오버해서 낸 나머지, 축구장만한 플랫폼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강한 폭발이 불의 무대를 휩쓴다.

이걸 맞고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다. 분명 그런데… 왜 지금 내 심장은 고양감이 아닌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는 –

"■■■■■■■■■■■------------------!!!!!”

"뭐…?!”

사람이 절대 낼 수 없는 포효가 공기를 찢었다. 그리고 폭발이 일으킨 연기가 슬슬 사라질 무렵 – 나는 보고 말았다. 한 순간뿐이지만, 확실히.

로즈다. 분명 내가 아는 로즈인데… 원래보다 훨씬 날카로워진 손톱. 손 주변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 상처투성이 몸 곳곳에 성난 듯 솟아오른 근육.

그리고… 이성이란 게 깡그리 날아가버린, 야성에 잠식된 채 핏발선 두 눈.

아… 그리고 왜 한 순간뿐이냐고?

그 끔찍한 이미지가 내 눈에 새겨진 다음 순간,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이쪽을 노려본 로즈가 두 발에 힘을 모아 폭발적인 위력으로 이쪽을 향해 도약 –

콰앙!!!!!

…

…

*** ROUND 2. CHERRY VS DOPAMINE ***

(POV: DOPAMINE)

쾅 – 콰앙!

“큭…!”

마법 따위로 나는 폭발음이 아니다 – 순수하게 몸과 몸이, 주먹과 주먹이 부딪히며 나는 굉음이다.

나는 비스트, 즉 수인. 체리는 메이지, 그 중에서도 알케미스트 – 즉 연금술사다. 애초에 연금술사는 직접 전투보다는 서포트에 특화된 클래스. 레벨이 비슷할 때 정면 승부에서는, 특히 나처럼 근접전에 특화된 클래스 상대로는 승산이 없다 – 그게 정상인데.

콰직-!

“우와앗?!”

내가 잠시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바위가 체리의 주먹 한 방에 산산조각난다. 아니, 저게 어딜 봐서 메이지야?!

“상상도 못했네… 설마 연금술로 만든 마법 아이템으로 스스로를 강화하다니.”

“… 요리는 누군가 먹어줘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

“하아…”

…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보면 아직 내가 근소하게 우위이긴 했다. 그치만 체리도 밀리는 와중에도 정말 악착같이 날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언제라도 역전각이 나올 수 있어… 그렇게 둘 순 없지.

“으으… 이건 진짜 마지막까지 안 쓰려고 했는데…”

“도파민…!”

콰앙!

뭔가 낌새를 챘는지 주저없이 공격을 날리는 체리지만, 나 이래뵈도 고양이 수인이거든? 날렵함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뒤로 크게 도약하는 동시에 힘을 집중한다 – 정확히는 요력을. 그리고 착실히 모아온 요력을 해방하는 순간 –

파아앗…!

“윽?!”

단순한 요력의 폭발만으로 크게 뒤로 밀려난 체리에게 그대로 내 발차기가 제대로 명중한다. 그 와중에 강화된 몸으로 받아내긴 했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바로 회복하지 못하고 크게 비틀거리는 체리.

“너… 역시 네코마타였구나.”

“… 쓰고 나면 한 동안 못 움직여서 웬만하면 잘 해방 안 하지만 말야.”

역시 체리, 눈썰미가 대단하네. 뭐, 눈앞에서 내 꼬리가 둘로 갈라지는 모습을 봤으니 제일 먼저 네코마타가 떠올랐겠지만.

그리고 말했다시피 네코마타의 요력은 한번 해방하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그 보상은 확실한 ‘힘’으로 돌아온다.

“타아앗-!”

“!?”

다시 한번 앞으로 도약해 체리에게 달려드는 나지만 – 이번엔 체리가 미처 피하지 못한다.

파앙-!

“커흑…!”

요력을 잔뜩 실은 내 손바닥이 체리의 명치에 작렬하며 허리가 앞으로 크게 꺾인다. 단순하지만 치명적인 일격. 이걸로 끝 –

‘… 끝일 줄 알았지?’

“!?”

파앙-!

정체불명의 마법에 직격당해 몸이 크게 뒤로 밀렸다. 큰 데미지는 아니었지만… 방금 그건 뭐야?! 분명 체리는 저기 쓰러져 있…

“… 아니 잠깐만, 장난치지 마 제발.”

‘이게 장난으로 보여?’

마치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진 체리의 몸 뒤로, 마치 안개처럼 흐릿한 형상이 하나 나타났다… 체리와 똑같이 생긴.

’소울 스플릿… 진심이야?”

‘소울 스플릿’… 문자 그대로 영혼을 몸에서 분리해내는 스킬이다. 뭔가 되게 있어보이지만, 육체를 잃은 영혼은 원래에 비해 훨씬 약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이(메이지조차도) 거들떠도 안 보는 스킬이다.

왜냐하면 이 스킬의 유일한 의의는… 바로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끝까지 발악하는 것뿐이니까.

“너… 왜 그렇게까지…”

‘…… 글쎄.’

체리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아니, 저게 이미 ‘목소리’인지 뭔지도 잘 모르겠다. 당장 바람 불면 흩어져 사라질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 하지만, 그럼에도 –

‘잘은 모르겠지만… 나, 가시밭길은 익숙하니까.’

“……!!”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하지만 체리의 저 말에는… 모든 걸 초월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 미안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 끝까지 발버둥쳐보지.’

서로 전할 전 전부 전했다. 이제 더 할 말은 없다. 남은 건… 누가 끝까지 가느냐뿐.

“’이야아아아아아아---------!!’”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게 달려드는 체리를 향해, 요력을 풀차지한 손톱을 휘두르며 앞으로 뛰어든다 –

*** ROUND 3: JEONGHORANG VS CHONKY CAT ***

(POV: JEONGHORANG)

“아…!”

뚱냥이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저릿한 통증을 느끼고는 반사적으로 옆돌기로 물러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뚱냥이의 발톱이 날아들었지만, 만신창이가 된 지금도 내 유연성으로 피하는 건 가능하지.

“……”

통증 자체는 금방 사라졌지만, 그 여운은 마치 갓 아문 흉터처럼 계속 남아있었다.

뭔가… 뭔가 소중한 걸 방금 잃은 기분이 드는 건 어째서지…?

크르르르르르르르…

하지만 이유 모를 사무침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무슨…

눈가에 묻은 피를 깜박여 지우고는 내 앞에서 당당히 서있는 뚱냥이를 바라봤다… 아니, 뚱냥이였던 맹수를.

“진짜 장난치냐… 닉으로 사람을 낚는 게 어딨어…”

내 투덜거림에 이쪽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건 – 시커멓고 복슬복슬한 털에 뒤덮혀, 명백히 고양이의 것이 아닌 귀와 꼬리를 내놓고 있는 뚱냥이었다. 난 이름 보고 당연히 고양이 수인인 줄 알았지…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왜 거기서 늑대인간이 나오냐고요, 미친.

쓴놈의 변으로, 각 소녀들의 능력의 모티브를 조금 설명하고자 함:

차도도: 본 소속 그룹 마지막 타이틀곡이 '모던한 마녀' 컨셉이란 점에서 착안해 법사 캐릭으로 고안. 마침 '투명한 유리구슬'도 있겠다... ㅎㅎ

짜루: 마녀라매? 따로 설정해줄 필요도 없었다 ㅎㅎ

로즈: 미녀와 야수의 딸이라는 건 일본식으로 풀면 '반요' 같은 거잖어? 그리고 우리가 아는 제일 유명한 반요가 있지... ㅋ

도파민: 이것저것 생각해봤었는데, 본캐가 메댄 출신이란 점에 착안해 육체파로 고안. 그리고 고양이귀 캐릭터니까 내친김에 네코마타로.

체리: 요리 좋아한다는 컨셉에서 착안해 연금술사 이미지로. 마지막 유체이탈 기믹은... 뭐, '소울'이니까... ㅎㅎ

정호랑: 본체가 한국무용 전공 출신이란 점에 착안해 캐서린/키키처럼 댄서 컨셉으로 씀. 근데 전투씬이... ㅠ

뚱냥이: 원래는 얘도 네코마타로 하려고 했는데 도파민이랑 컨셉이 겹쳐서... 찾아보니까 본체 전 그룹 시절 상징 동물이 늑대였다길래 채택함.

다음화에는 집순희 VS 유주얼, 니모 VS 라스칼, 세라 VS 화의자로 찾아오겠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