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V: ROSE ***

“우음… 으으으…”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는 게 느껴져… 무슨 일이 있었지? 분명 짜루의 폭격에 당하기 직전이었 –

“……!?”

일단 하나, 난 안 죽었다. 둘, 안 죽은 정도가 아니라 두 발 땅에 똑바로 딛고 서있다.

셋 – 뻗어든 한 손이, 피떡이 된 짜루의 목을 움켜쥐고 있다.

“에…??”

상황이 전혀 이해가 안 가. 나 분명 짜루한테 엉망진창으로 당하고 있었는데, 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된 거지? 왜 짜루는 이렇게 피투성이가 되어있지?

… 내가 이렇게 한 거야?

“윽, 아아…”

황급히 짜루를 내려놓고 상태를 살펴보지만, 이미 정신을 잃은 건지 흔들어도 대답도 하지 못한다. 게다가 –

“이… 이건 다 뭐야?”

짜루의 전신에 마치 멍든 것처럼 검보라색 노이즈가 퍼지고 있었다. 설마 이것도 내가…?

[1조, 데스매치 종료. 로즈 님의 승리를 선언합니다.]

“!!”

그, 래? 나, 이긴 거야…? 그 강했던 짜루한테? 하지만 전혀 기억이 안 나는ㄷ –

[현 시간부로, 패배한 짜루 님을 소멸 대상으로 지정 – ‘휴지통’으로 이동합니다.]

“뭐?!”

무정하기 짝이 없는 아나운스에 한번 경악하고, 짜루의 몸을 벌써 절반쯤 뒤덮은 노이즈를 보고 다시 경악했다. 설마, 이게 소멸한다는 거…? 진짜로?! 말도 안돼!

“로…즈…”

그리고 겨우 정신이 든 짜루가 쥐어짜낸 내 이름을 들은 순간 – 내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졌다.

“우아앙~ 짜루! 잘못했어! 이러려고 한 거 아냐! 아닌데… 나 때문에…”

엉엉 울며 쓰러진 짜루를 안아 올렸지만… 벌써부터 그녀의 몸은 사람이 아닌, 왠지 바람 불면 사라질 것 같은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

삐링-

무정한 전이음과 함께, 그렇게 짜루는 내 품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POV: GHOST ***

그렇게, 하나하나씩… 마음과 마음이, 힘과 힘이 부딪히는 데스매치가 결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 POV: DOPAMINE ***

[도파민 님의 승리입니다. 체리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래… 이렇게 끝이구나.”

“뭐…? 아니, 잠깐만! 체리야…!?”

*** POV: CHONKY CAT ***

[뚱냥이 님의 승리입니다. 정호랑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 아니 잠깐, 이게 뭐고?! 진짜 삭제시키는 게 으닛나 마!!”

“……!!”

*** POV: JIPSUNHUI ***

[집순희 님의 승리입니다. 유주얼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 안돼! 이게 뭐야?!”

“어… 어어어?!”

*** POV: NEMO ***

[니모 님의 승리입니다. 라스칼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냐, 이건 아냐! 뭐야, 이런 게 어딨어!!”

“데헷?! 그냥 삭발빵 아니었어…???”

*** POV: SERA ***

“아… 아아…”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 피. 내 피가 아닌, 여왕님의 피.

내 몸에서 솟구친 얼음 가시에 꿰뚫린 여왕님에게서 나오는 피. 그 피가 뚝, 뚝 하고 내 얼굴에 떨어지고 있었다.

“… 끝이구나.”

그렇게 말하는 화의자 님의 전신에 검보랏빛 노이즈가 끼기 시작하면서 무정한 아나운스가 내 귓가에 울렸다:

[세라 님의 승리입니다. 화의자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자, 잠깐만요 – 악!”

다급히 몸에 돋아난 얼음을 소멸시키고 허둥지둥 일어나려 했지만… 피를 쏟으면서도 두 발로 버티고 서있는 화의자 님이 믿을 수 없는 힘으로 내 어깨에 박혀있던 나무창을 뽑아 던져버렸다.

“승자면, 승자답게… 당당히 행동해라.”

“여, 여왕님…”

어떻게 당당할 수가 있지…? 지금 내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사라지려 하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 때문에.

그런데 그 사람이… 처음으로 내게 엷게나마 웃어주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내 각오가 부족했다… 그 뿐이야.”

“살아남아라… 세라야.”

“여왕님-!”

노이즈가 점점 번져가는 여왕님을 향해 급히 손을 뻗었지만 –

삐링 –

… 그곳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 POV: NIKENA ***

[니케나 님의 승리입니다. 시계는와치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아, 시, 싫어어…!”

“… 연산 실패.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 POV: RUBY ***

[루비 님의 승리입니다. 하이루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냐… 안돼! 난 여기서 사라질 순…!”

“어, 어어…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오!”

*** POV: CHEER ***

[치어 님의 승리입니다. 김세레나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야, 잠깐만! 그런 게 어딨어! 무슨 게임이 맞다이 졌다고 진짜 캐삭을 시켜!?”

“세, 세레나! 너 몸이 왜 그래…?”

*** POV: CATHERINE ***

[캐서린 님의 승리입니다. 키키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캐, 캐서린! 사, 살려줘…!”

“뭐 – 운영, 이 잔인한 새끼들아---------!!!”

*** POV: KEUANG ***

[크앙 님의 승리입니다. 예니콜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 싫어어! 4번째는 싫어어! 이제서야… 이제서야 겨우 다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빵! 야, 운영 나와! 이게 뭐야, 이런 게 말이 돼!?”

*** POV: BARIM ***

[바림 님의 승리입니다. 차차다섯공주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어… 어어? 어어어어?!”

“야, 잠깐만! 이게 맞아? 진짜 캐삭빵이었다고?!”

*** POV: RIEN ***

[12조, 데스매치 종료. 리엔 님의 승리를 선언힙니다.]

“… 후.”

승리 아나운스가 들려옴과 동시에 내 뒤에 쓰러져 있던 도화의 석화를 해제했다. 내 양 눈 – 매료의 마안과 석화의 마안은 그야말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승부를 끝낼 수 있는 치트키지만, 발동하는 것만으로 마나를 미친 듯이 빨아먹는다. 즉, 연비가 더럽게 나쁘다.

“후우… 어때, 도화야? 이 정도면 나 1등으로 인정해줘도 되지 않을-“

싱긋 웃으며 뒤를 돌아봤지만 –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던 모습에 충격으로 내가 돌이 되어버렸다.

“아, 으윽…”

“도화야…!?”

돌바닥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하는 도화의 전신에,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노이즈가 곳곳에 끼어 있었다. 뭐야 이거, 무슨 버근가…?

“리엔… 네 능력 중에 이런 것도 있었나…?”

“아냐, 이건 내가 한 거 아냐…!”

내가 당황해 어쩔 줄을 모르는 사이에도 마치 역병처럼 도화의 몸에 퍼져나가는 노이즈. 그리고 -

[현 시간부로, 패배한 도화 님을 소멸 대상으로 지정 – ‘휴지통’으로 이동합니다.]

“뭐…!?”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소멸 연출이라고!? 잠깐만, 이건 아니지! 아무리 서바이벌 이벤트라지만 진짜 생사가 갈리는 게 어딨어?!

그리고 그 당사자인 도화는… 잠깐 벙찐 표정을 짓더니, 이내 허탈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아하하… 네 1등 한번 뺏은 거치고는 대가가 좀 쎄네.”

“아냐! 이런 건… 내가 원한 게 아냐…!”

나도 모르게 절규를 내뱉으며 도화에게 손을 뻗었다. 무의식적이었는지 도화도 그런 나를 향해 마주 손을 뻗었지만 –

삐링 –

두 손이 맞닿기 직전, 기계적인 전이음과 함께 도화가… 내 W에서의 첫 친구가, 내 눈앞에서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나 때문에…!!!!

*** POV: MUNEO ***

[무너 님의 승리입니다. 서리태 님은 소멸 대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

정신이 돌아오자, 그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운 목소리들도, 날 보듬어주던 상냥한 품도.

아니… 나와 서리태가 싸우고 있던 플랫폼 자체마저 산산조각난 채 용암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서리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썼지만 참... 맵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