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UND 4. JIPSUNHWI VS UJEWEL ***

(POV: UJEWEL)

“에잇… 에이잇!”

띠링 –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어휴, 생긴 건 얌전해가지고…!”

쉴새없이 쏟아지는 집순희의 공격을 피하는 내 6개의 검은 날개가 음산한 빛을 뿌린다. 웬만해선 이 날개를 꺼내진 않으려고 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집순희가 강했다.

띠링 – 띠리링 –

집순희의 전투 스타일은 명백한 바드(음유시인)… 그것도 엄청난 숙련도를 자랑하는 바드다. 당장 쟤는 멀찍이 떨어져서 기탓줄만 퉁기고 있는데, 내게는 화염탄, 얼음 화살을 비롯한 온갖 속성의 공격이 날아들고 있었다.

“우우… 좀 맞아주라고!”

요리조리 잘 피하는 내 모습에 앙탈을 부리는 집순희지만, 누가 그런다고 맞아준대? 게다가 난 지금 회피에만 급급한 게 아니다. 애초에 내 클래스가 뭐라 그랬지?

그래, 밴디트.

“후우…!”

정신을 집중해 몸을 어둠 속으로 녹여낸다. 로그의 상위 클래스인 밴디트는, 단순한 은신 능력을 넘어 어둠과 하나가 되는 방법을 체득한다. 하물며 타천사의 힘을 지닌 나라면…!

“뭐야, 어디 갔어…?”

눈앞에서 내 모습이 사라지자 당황한 집순희가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런다고 보일 리가 있냐?

띠링 –

“칫, 은신술 따위는 음파로 얼마든지 파훼할 수 있 – 어, 어라…?”

당황하는 집순희를 어둠 속에서 지켜보며 고소를 흘렸다. 그야 이건 은신술이 아니니까… 차라리 존재의 소실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

잠시 숨을 돌리며 위쪽을 힐끗 보자, 왠지 모르게 착잡한 표정의 유령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쟤도 와쳐라고 멀쩡히 감지할 수 있구나…

… 왠지 모르게 이전의 상담 때가 떠올라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집순희의 경계가 느슨해진 지금이 기회야…!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촤악 –

“꺄악?!”

됐어, 먹혔다! 어둠 속에서 폭발하듯 튀어나온 내 공격에 기겁하며 몸을 날리는 집순희지만… 역시 기습을 완전히 피하는 건 불가능해서 검은 날개의 폭풍에 무수한 상처를 입은채 땅에 나뒹굴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방금 한 방으로 내가 다시 우위에 섰지만, 집순희도 상상 이상의 강적이었다. 여기서 머뭇거려서 회복할 여유를 주면 안돼…!

“끝이다…!”

맘을 독하게 먹고 날개깃을 세워 달려들던 그 순간 – 비틀거리며 일어나던 집순희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응… 끝이네.”

“!?”

작은 속삭임이었지만, 평소의 연약한 톤과는 달리 절대 포기한 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순간 당황해서 내 움직임이 늦어졌고… 그게 재앙의 시작이 되었다.

삑 –

갑자기 집순희 앞에 떠오른, 체리 모양의 소형 마법진. 그리고 그걸 버튼 누르듯 누르는 순간 –

[MAGNIFY]

Magnify… 거대화?!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앗!?”

엄청난 폭발에 휘말려 그대로 뒤로 날아가버리는 나. 하지만 곧바로 거대한 무언가에 콱 하고 붙잡혀버렸다.

“아악…!”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겨우 날 움켜쥔 것의 정체를 눈치챘다 – 손이다. 내 몸보다도 훨씬 큰 거체의 손.

집순희의 손.

플랫폼 위에 간신히 서있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진 집순희의 손.

“*쿨럭* 거대화라니… 이건 반칙이잖아…”

엄청나게 아픈 와중에도 어처구니가 없어 중얼거리자, 똑같이 거대해진 집순희의 얼굴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꿍얼거렸다:

“히잉, 나도 안 쓰고 싶었다구… 너무 쎈 네가 잘못한 거야!”

… 전부터 생각했지만 얘, 소심한 척하면서 할 말 다 하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날 한 손으로 잡고 있던 집순희가 실로 유감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

콰직-!

*** ROUND 5. NEMO VS RASAL ***

(POV: RASCAL)

“…… 데헷?”

… 뭐지? 한참 나와 싸우던 중인 니모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마치 기분 좋은 일이 생긴 것처럼.

“뭐해, 라스칼? 덤벼, 데헷~”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아오 진짜…”

지금 들리는 이 굉음은 뭐냐고? 니모 주변에서 솟아올라 마치 피리 듣는 뱀처럼 흔들거리고 있는 수많은 물기둥들이다. 누가 물고기 수인 아니랄까봐…

게다가 그냥 물기둥도 아니고, 니모의 지시에 따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물기둥들이다. 이를테면 –

촤아악-!

“히익…!”

콰쾅!

반쯤 본능적으로 크게 도약한 순간, 0.5초 전까지 내가 서있던 자리에 초고수압의 물기둥이 내리꽂히며 지반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저게 뭐야, 미친…

“라스칼, 우리 내기 잊어버린 거 아니지? 지면 삭발이야 데헷~”

“하아, 진짜…”

잊어버렸을 리가 없지. 처음에 니모가 날 데스매치 상대로 지목했을 때, 너무 열받아서 홧김에 삭발빵을 걸어버렸었다. 내가 미쳤지…

아무튼, 그러니까 질 수 없다. 이곳을 빠져나가 내 본체와 재회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내 트레이트마크 빨간머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승부는 절대 질 수 없어…!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

그리고 니모에게 이기기 위해선, 우선 저 망할 물기둥들을 피해 일격을 먹일 찬스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도 나는 토끼 수인… 딱 발차기 한 방이면 충분히 니모에게 치명타를 꽂을 수 있다.

쾅 – 콰앙!

그래서 뛰고 또 뛰었다; 쉴새없이 날아오는 물기둥들을 피하고 피해, 단 한 번의 틈을 찾아서. 괜찮아, 니모는 강하지만 빠르긴 확실히 내가 빨라. 딱 한 대, 딱 한 대면 돼…!

“라스칼은 두상이 예뻐서 삭발해도 잘 어울릴 거야, 데헷~♡”

… 오히려 힘들었던 건 물기둥 이상으로 쉴새없이 날아오는 니모의 정신공격이었다. 싸구려 도발은 둘째쳐도, 저놈의 데헷 때문에 뇌에 펑크날 거 같아…!

하지만 다행히도 고통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물기둘들의 공격 패턴이 조금씩 읽히기 시작하던 때 – 기다리고 기다리던 빈틈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난 당연하지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빈틈으로 단숨에 뛰어들었다.

“니모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지금까지 삭혀왔던 혼란과 불안함, 호승심, 열받은 마음을 전부 실어담아 니모를 향해 회심의 발차기를 꽂아넣으려는 순간 – 흥분으로 달아오른 시야 가운데에서, 급하게 허공에 작은 체리 모양 마법진을 그리고는 꾹 누르는 니모를 발견 –

콰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악!!”

분명 니모의 비명이었어야 했는데… 어째선지 울려퍼진 건 내 비명이었다. 그것도 무언가 부서지는 끔찍한 소리가 난 직후에.

쿠당탕-!

“아, 윽…!”

니모에게 내 발이 닿기 직전, 무언가에 세차게 부딪혀 튕겨나온 내 몸이 꼴사납게 돌바닥을 굴렀다. 아니, 이건 단순히 튕겨나와서 받을 수 있는 충격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방금 그걸로 내 다리뼈가 산산조각이 난 걸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아~ 라스칼, 왠지 그렇게 나올 거 같았어, 데헷☆”

해맑게 웃으며 천천히 다가오는 니모 주변에 둘러쳐 있는 건… 아니 잠깐만, 저건 에너지 배리어…?!

… 겨우 내 다리가 박살난 원인을 깨달았다. 저 배리어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격을 그대로 반사하는 능력이 있다. 일반적으론 탱커들이나 달고 오는 스킬을 왜 니모가…

하지만 그 사실에 허탈해할 여유는 없었다. 완전히 무력화된 내 앞으로 다가오는 건… 도망칠 수 없는 사냥감을 발견한 모든 물기둥들이었으니까.

“다음에 만날 땐 빡빡이겠네? 또 봐, 라스칼~ 데헷♪”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표정의 니모였지만… 물기둥들이 일제히 날 향해 날아드는 그 순간,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 설마 싶지만, 정말로 ‘다음’이 없으면 어떡하지…?

*** ROUND 6. SERA VS HWAIJA ***

(POV: SERA)

화르르륵 –

“…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이 배경과는 상성이 별로군.”

여왕님의 작은 한숨에 나도 고개를 작게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내 속성은 얼음, 여왕님은 나무. 둘 다 바로 아래쪽에 용암이 들끓는 이곳에서는 써먹기 영 난감하다.

그래서일까? 입장한지 시간이 좀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여왕님도 아직 선공을 날리지 않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나는 얼음으로 만든 내 스케이트에 올라만 탄 채로, 여왕님은 차분히 땅을 뚫고 올라온 나무뿌리들로 옥좌를 만들어 앉은 채로.

저기 근데… 아무리 여왕님이라지만, 데스매치 하는데 앉아있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

힐끗 고개를 들어 미동도 없이 하늘 위에서 우릴 관전 중인 유령을 바라봤다. 기분 탓인가? AI인데도, 기계인데도… 왠지 조마조마해보이는 표정이었다.

아니, 집중하자 집중. 상대는 ‘그’ 화의자 님이다. 젖먹던 힘까지 다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냐…!

“호오, 신중하구나. 내가 먼저 움직일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셈이냐?”

아직도 나무뿌리 옥좌에 앉은 채 이쪽을 지그시 바라보던 여왕님이 말한다. 원래 전략적으로 행동하려면 이 때도 기다렸어야 했지만… 갑자기 초조한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스케이트를 탄 발을 크게 차올려, 스케이트날에서 발생한 고드름 한 무더기를 여왕님을 향해 쏘아보냈다.

애초에 이걸로 치명상을 입힐 거란 기대는 없는 단순한 견제샷이었지만 –

파사삭-!

“아…!”

… 설마 여왕님 근처에도 못 가고 막힐 줄이야.

“난 여왕이다… 여왕은 혼자 싸우지 않아.”

오만하게 고개를 치켜든 여왕님 앞에서, 땅 속에서 튀어나와 내 고드름을 무기로 쳐낸 나무 병사를 노려본다. 하나하나가 다 흉악하게 생겼는데, 비슷한 놈 수십 마리가 불쑥불쑥 나타나고 있어…!

“나는… 반드시 루비아랜드의 이름에 걸맞는 여왕이 되겠다. 너는 나뿐만이 아니라, 내 나라를 이겨야 할 거야.”

여전히 옥좌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여왕님이지만… 솔직히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이긴 하다. 먼저 이 수많은 병사들을 죄다 쓰러트려야 할 판이니까.

… 해보지, 뭐. 내가 선택한 도전인데, 악으로 깡으로 뚫고 나가보자.

“그럼… 갑니다!”

양 발의 스케이트에 냉기를 풀충전하며 외치고는… 그대로 나무 병사들의 틈새로 뛰어들었다.

이번화에도 소녀들의 능력 모티브 설명 드감:

집순희: 일단 PR영상을 기반으로 바드 컨셉으로 잡음. 특수능력인 거대화는 원래 그룹 세계관에서 본인이 가진 능력임.

유주얼: 타락천사 컨셉 + 원 그룹명을 조합해 암습에 특화된 캐릭터로 디자인.

니모: 물고기 수인(?)이니까 물 조종 능력에, 집순희와 마찬가지로 본체 컨셉 능력이었던 에너지 방벽을 가져옴.

라스칼: 단순하게 토끼 수인이니까 각력을 이용한 피지컬계 캐릭터로 디자인.

세라: 피겨 스케이터 컨셉을 꼬아서 스케이트로 고속이동하는 냉법 컨셉.

화의자: <말레피센트>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수목 조작 능력 + 나무 병사들과 연계해서 싸우는 사령관형 캐릭터로 디자인.

세라 VS 화의자 파트가 분량이 터져버려서 다음화까지 이어질 예정. 거기에 와치 vs 니케나, 하이루 vs 루비까지 드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