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바쁜 일정에 출근을 한 저를
퇴근시간에 맞춰 마중 나와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의 아내(갤주 스가와라 치에 닮음)였습니다.
오늘은 원래라면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저희는 사이가 좋아 잦게 데이트를 하는데
그럼에도 항상 처음 가보는 유원지에 놀러 가는 어린아이처럼
환한 미소로 들뜨는 치에를 보곤 저도 같이 덩달아 들뜨곤 했죠
어쩔 수 없이 일이 생겨 취소된 주말 데이트
저 또한 많이 아쉬웠지만 치에가 실망하지 않았을까 먼저 걱정이 들더군요
일기 예보를 보니 토요일에 비가 온다며 어자피 취소될 데이트였다며
괜찮다고 말하는 치에짱
표정은 흔들림 없는 태양 미소
말로도 내색하지 않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는걸
비 내리는 창문 바깥
톡톡 창문을 치는 소리에 눈을 돌려보니
비춘 저의 옆모습에 빗방울이 흘러내렸습니다
난 바보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어느덧 비가 그쳤고
이후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의 방향은
퇴근시간을 가리켰습니다.
건물에서 나오니 순간 밝은 빛이 비쳤습니다.
그건 뭐였을까요
저를 마중 나온 아내가 서있었습니다.

흥 비가 그쳤으니 가보도록 할까요

전 역시 바본가 봅니다
치에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퇴근길
아직은 물기 가득한 길가에서
사뿐히 걷는 그 발소리에 눈을 돌려보니
새하얀 머릿결이 보일뿐 그녀의 옆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전 가방 속에서 우산을 꺼냅니다
그 어떤 비가 오더라도 씌워줄 수 있는 우산을
젊을 적 빠져가는 머리에 비를 무서워했던 나약한 저 헤붕이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그래요 머리카락은 이미 다 빠져버렸기에
그럼에도 절 좋아해 주는
그녀가 있기에 지금의 나 헤붕이
이 우산 펼칠 수 있으니까요

현직 여초딩이 그린 낙서들 - 그림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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