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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짤] [팬픽] 자각

00(39.119) 2024.05.11 23:22:06
조회 288 추천 9 댓글 3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037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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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주최하는 기획 작품입니다. 그 4일째, 「겨울」입니다.

가장 룰을 무시한 작품일거 같아서 겁나네요. 따뜻한 눈으로 봐주시길 바래요.

이번에는 참여해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 차마 여기서 전부 소개해 드리기가 힘들거 같아요. 그러니 부디 #최애커플춘하추동 태그를 눌러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의 멋진 작품도 함께 즐겨주세요.

- 투고일 : 2023년 1월 4일

- 작가 : ゆうり


#헤븐번즈레드 #헤번레 #다테아카리 #니카이도미사토 #최애커플춘하추동 #미사아카




- 자각 -



"적 소탕 확인 완료했습니다. 곧 헬기를 보내드릴테니 그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알겠어."


전첩에서 들린 나나세의 말에 응답하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곧 헬기를 보내주겠다고 해. 그때까지 잠시 여기서 대기하자."

"수고했어요 미사토쨩, 여기 따뜻한 차 한잔 드세요~"


무로후시가 가방에서 작은 보온병을 꺼내 내게 건넸다.

다른 애들은 이미 차를 건네받은것 같다. 다들 근처 암벽에 앉아 아직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보온병으로 손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겨울이다. 전투시에 움직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코트나 머플러는 입지 못하지만 몰래 제복 속에 핫팩을 감추어 출격하곤 하는 계절이다.

최근들어 무로후시는 출격할때 숄더백을 지참하여 임무 중간중간마다 따뜻한 음료를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다.

그것 또한 우리에게 지금이 겨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고마워 무로후시."


내가 보온병을 받아들자 무로후시는 싱글싱글 웃음을 띄우며 미즈하라의 옆자리로 돌아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테만 우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에 홀로 앉아 있었다.


나는 다테에게 다가가 "옆에 앉아도 돼?"라고 물어보았다.

다테는 흠칫거렸지만 내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고마워"


나는 웃으면서 다테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엣취…!"


다테가 작게 기침을 했다.


"괜찮아?"

"네, 네… 죄송해요……"


그렇게 대답을 하는 다테의 입에선 약간 코맹맹한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괜찮지 않은것 같아 보였다.


"다테, 혹시 열있는거 아냐?"


나는 다테의 이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바로 그때,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다테는 내 손을 쳐냈다.

다테의 그런 갑작스런 행동에 순간 놀랐지만 놀란건 다테도 마찬가지였던것 같다.

다테는 당황하는 얼굴로 "죄, 죄송해요!"라고 사과하며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듯이 허둥지둥 일어나기 시작했다.


"잠깐만!"


나는 황급히 떠나려는 다테의 팔을 잡았다. 내 손에 닿은 다테의 피부는 이상하리만큼 뜨거웠다.


"다테…… 역시 너…!"


아침부터 어쩐지 이런 예감이 들긴 했었다. 원래 말수가 적은 다테지만 오늘은 한층 더 조용했고 몸을 움츠리며 떠는 모습도 몇번이고 보였으니까.

기분탓인지 다테의 볼은 아까보다 더 붉어진것 같았다. 나는 반강제로 다테의 이마에 내 손을 댔다.

다테의 이마는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


"무로후시! 미안하지만 지금 추가로 구호반을 요청해줘! 다테가 열이 심해!"


내가 그렇게 외치자 무로후시는 즉시 전첩을 꺼내 구호반에 연락을 했다.


"그, 그럴수가, 저 따위를 위해 그렇게까지……"

"너도 내 소중한 부대원 중 한 명이야. 그리고 쓰러지고 나서 부르는건 늦잖아."

"하, 하지만, 정말로 감기에 걸렸는지도 확실하지 않은걸요…"

"이런건 좀 더 과하게 대응해도 괜찮아. 언제나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던건 어디 사는 누구였더라?"


우, 하고 말문이 막힌 다테. 이윽고 구호 헬기가 도착했고 나는 그런 다테를 데리고 헬기가 착륙한 곳으로 향해 갔다.

무엇을 숨기랴. 그 말을 한 사람은 다테 본인이다. 말을 한 장본인이 반박할 수 있을리가 없지.


"죄송합니다… 저 따위를 위해서……"

"그렇게 말하지 마. 바로 알아채지 못한 나도 잘못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은 해주었지만, 그래도 다테는 미안하단 기색을 가득 담은 울적한 얼굴을 가지고 구호헬기에 탑승했다.


"최근에 갑자기 추워졌으니 말임다… 어쩔 수 없슴다."

"정말이지, 이 날씨에 그렇게 입고 다니니 당연히 감기에 걸리지."

"미코토찡이 그렇게 말하는 거야~?"


이러쿵저러쿵 얘길 하는 부대원들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아무튼 너희들도 감기 조심해. 앞으로 더 추워질거 같으니까…… 미코토 너는 좀 더 두껍게 입고 오고."

"난 이런게 좋아, 정신나간 짓 같잖아?"


그러다가 감기에 걸리면 곤란해지는건 우리거든, 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그러자 상공에서 작은 진동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우리를 마중나온 헬기가 도착한 것 같았다.


"……그럼 우리도 돌아갈까."


내가 그렇게 말하니 애들은 착륙한 헬기에 하나둘 올라타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 탑승하려던 찰나, 누군가가 툭 하고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미사토쨩, 아카리쨩이 없어서 외로운거죠?"

"……아니, 그, 뭐냐… 그냥 걱정되서 그래."


무로후시의 말에 나는 더듬거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건 분명 내 진심어린 말이었다.

임무로 다테의 감기가 더 악화된게 아닌지, 빨리 나을 수 있는건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무로후시는 내 마음을 알아챈 듯이 내게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나중에 함께 따뜻한 음료를 들고 병문안 가기로 해요. 아 그리고, 영양이 풍부한 죽도 만들어 가는게 좋겠네요."

"……그래."


나 또한 그렇게 얘기해주는 무로후시에게 미소를 지으며 헬기에 올라탔다.


저녁 무렵, 입원한 다테를 보러 무로후시와 함께 의무실에 들어가자 다테는 열로 끙끙대면서 잠들어 있었다.

의료반의 이야기를 들으니 열이 잘 떨어지지 않고 기침 증상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침상 옆의 책상에 죽이 든 뚝배기와 코코아가 담긴 머그잔을 두고, 힘들어하는 다테의 얼굴을 살피면서 조용히 의무실을 떠났다.


그날 밤. 항상 조용한 위층 침대가 오늘따라 유독 더 고요하게 느껴지는 것이 불안해져서, 나는 몇번이고 자다가 눈을 뜨고 다시 잠드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어머어머, 루카쨩. 어쩐 일인가요, 그렇게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래도 무로후시가 먼저 나간 것 같다.

그 후 초조해하는 카야모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침부터 미안해. 혹시 미사링 없어? 지금 좀 급하게 전해야 될게 있어서……"


모처럼의 일요일이고, 그리고 어젯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자는 바람에 좀 더 자고 싶었는데…

내 이름이 나온 이상 어쩔 수 없다. 나는 온기가 남아있는 이불에서 빠져나와 문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카야모리…? 오늘은 일요일이잖아."

"음… 일단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쪽부터 들을래? 라고 하고 싶은 듯한 카야모리의 말에 나는 절로 한숨부터 나왔다.


"……아무래도 좋아."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렇게 이불에서 나오게 된 것 이상으로 나쁜 일은 없다.

그러니까 무슨 소식을 듣든 나는 가볍게 넘겨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러자 카야모리는 그런 내 생각을 배신하려는 것마냥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나쁜 소식부터 전할게. 이건 리사마마랑 아카링에게도 나쁜 소식일수도 있는데……"

"저 말인가요?"


무로후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카야모리와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응, 실은 갑자기 토벌 임무가 생겨버려서, 그래서 우리 31A와 미사링 리사마마 아카링 이렇게 총 9명이 급하게 소집됐어."


아, 뭐야 그런거였어? 하고 나는 입을 뗐다.


"그렇게 나쁜 소식도 아니잖아."

"에에──! 나에겐 엄청난 배드뉴스였다구!"


부부 거리며 항의의 뜻을 보이는 카야모리.


"뭐야, 우리랑 함께 임무에 나가는게 그렇게 싫은거야?"


짓궂은 얼굴로 카야모리에게 그렇게 물은 나였지만 문득 중요한 의문이 들었다.

아니, 사실 카야모리의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렸어야 됐다.

아무래도 아침이다보니 그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질 않았던 걸까.

정말이지, 부대원의 컨디션이 안좋은것도 바로 알아채지 못했으면서, 이러다간 계속 미숙한 부대장으로 남게 생겼어.


"저기 카야모리, 지금 다테가 감기로 입원한건 혹시 알고 있어?"


그게 싫은건 아니지만, 라면서 투덜거리던 카야모리는 내 말을 듣고 갑자기 당황하더니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약간 싫은 예감이 들어 카야모리에게 눈초리를 올렸다.


"그게…… 그, 일단 좋은 소식인데…"

"루카쨩, 설마 감기에 걸린 아카리쨩을 임무에 데려갈 생각인건 아니겠죠?"


카야모리의 말을 가로막는 것처럼 무로후시가 나섰다.

그 목소리는 분명 언제나와 같이 상냥했지만 어딘가 프레셔가 느껴지고 있어 무심코 나도 움찔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카야모리는 흠칫 주춤하더니 필사적으로 혓바닥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 아냐, 그런거 아냐! 아카링은 사령부의 지시로 만든 약을 먹고 막 완쾌했어. 문제는 그 약의 부작용인데……"


일단 따라와보면 알게 될거야, 라고 하며 의무실로 향한 카야모리.

나는 두근대는 심장을 억누르지 못한 채 그런 카야모리의 뒤를 쫓았다.


"……알겠지? 미사링, 지금 아카링을 보고 너무 놀라지는 마."


내 앞에서 걷고 있던 카야모리는 조심스럽게 내게 고개를 돌리고 말해왔다.

나는 그저 말없이 내 옆에서 함께 걷던 무로후시와 얼굴을 마주보며 걸을 뿐이었다.


이윽고 의무실에 도착했고, 다테가 있는 의무실 앞에서 카야모리는 멈춰 섰다.


"왜 안 들어가는 거야?"

"아니…… 다시 생각해봐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쓴웃음을 지으며 카야모리는 문고리에 손가락을 걸었다.


"설마 아카링이 네거티브하지 않게 되다니……"


그 말에 나는 무심코 카야모리를 제지하려 손을 뻗었다.


"뭐?! 잠깐만 너 지금 뭐라고…!"


서둘러 만류해봤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미 카야모리는 문을 열었고 문 뒤의 새하얀 병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병실의 중앙에 있던 병실과 같이 새하얀 침대, 거기서 마침 몸을 일으키고 있던 다테와 눈을 마주쳤다.


평소대로라면 다테는 나와 눈을 마주치게 되면 어색하게 눈을 피하거나 급하게 내게 인사를 하거나 둘 중 하나다.

분명 그랬을 텐데──


"니카이도 씨!"


그곳에는 팟 하고 빛나는 얼굴로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날 향해 손을 흔드는 소녀가 있었다.

나는 우선 문을 천천히 닫고 카야모리에게 다가갔다.


"미, 미사링? 왠지 얼굴이 무서운데?"

"……카야모리, 너 다테에게 무슨 짓 한거야."


내가 아는 다테 아카리는 저런 명량 소녀가 아니다.

카야모리가 아까까지 한 말을 봤을때 카야모리도 지금 이 사태에 연관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나는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로 카야모리의 어깨를 붙잡았다.


"루카쨩,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내 뒤에서 조금…… 아니, 엄청난 프레셔가 느껴지는 무로후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이서 카야모리를 압박하는 지금 이 그림은 옆에서 보면 꽤 우스꽝스러워 보이겠지.


"아, 아니, 이거 관해선 나는 전혀 상관없으니까!!"

"……정말이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카야모리.

그런 카야모리를 보고 나도 약간 머리가 냉졍해져서 카야모리에게서 손을 떼었다.


"실은, 오늘 아침에 아카링 미사링 리사마마 셋과 함께 출격하라는 사령관님의 명령이 있었거든. 그런데 아무래도 사령관님, 아카링이 감기 걸렸단걸 모르고 있던거 같더라구. 그래서 사령관님이 곤란해하고 있으니까 내가 천연쨩에게 특효약을 받아와 사태를 해결한 거지. 그러다가 갑자기 부작용이 생기는 바람에…… 뭐 그렇게 된 이야기야☆"


아, 과연. 그런거구나. 납득…… 은 무슨!


"그걸로 납득할거 같아?! 결국 너 때문인거 맞잖아!!"


그렇게 말하며 나는 카야모리의 한쪽 뺨을 세게 꼬집었다.


"아니~ 천연쨩이 부작용은 거의 안나타날거라고 해서 나도 안심하고 먹인 거라구~ 그런데 어쩌다보니 부작용이 생겨버린거 같아~"


뺨을 꼬집히면서도 솜씨좋게 혓바닥을 굴리는 카야모리를 보니 나는 괜히 더 짜증이 나서 카야모리의 다른 쪽 뺨도 꼬집었다.


"같아~ 로 끝낼 문제냐고! 다테 어쩔거야 이제!"

"미사토쨩, 안에 아카리쨩도 있으니까 목소리를 좀더 낮추는게 좋을거 같아요"


무로후시의 주의를 듣고 나는 정신을 차렸다.


"아, 아아,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나는 카야모리의 뺨에서 손을 뗐다.


"아프다구 미사링……"


카야모리는 양쪽 뺨을 손으로 누르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야 너는……"


내가 그렇게 어이없어하자 카야모리는 얄미울정도로 환한 웃음을 지었다.


"뭐, 뭐 아까 다시 천연쨩에게 물어봤는데 부작용은 오늘 하루 안에 사라진다고 했으니까. 너무 그렇게 열내지 않아도 돼 미사링."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라는 말이 목끝까지 나왔지만 여기서 또 덤벼들어봤자 일이 귀찮아질게 눈에 선했기 때문에 나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병실 문을 다시 열었다.



방금전과 변함이 없이 그 방에는 다테만이 앉아 있었다.

내가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을 알아차렸는지 다테는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는 다테는 내 눈에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어 그, 다테, 맞지…?"


당연한걸 물어본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테는 나의 그 어이없는 질문에 싫은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이제 괜찮으신 건가요?"


뒤따라 들어온 무로후시가 그렇게 묻자 다테는 입을 열었다.


"네, 카야모리 씨가 마련해준 약을 먹었더니 전부 다 나았어요! 걱정을 끼쳐 드렸네요!"


침대에 앉아 깊이 고개를 숙이고 다시 고개를 든 다테.

그 두 눈에는 언제나 깃들어 있던 그림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눈동자가 꼭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던 것처럼 보였다.


"아, 어제 상에 놓여져 있던 코코아와 죽은 무로후시 씨와 니카이도 씨가 놓아두고 가신 거죠? 정말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싱글벙글 이야기를 이어가는 다테를 보며 내 마음속에선 왠지모를 위화감과 말로 하기 힘든 답답함이 느껴졌다.

물론 감기가 전부 나은건 기쁜 일이고 한시름 놓은것도 사실이다. 다테의 성격이 약간 달라진 것도 어떻게 보기에는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평상시의 다테가 아닌 것같이 느껴져서, 나는 어쩔수 없이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실례할게."


똑똑 노크음이 들려 뒤돌아보니 마침 사령관이 병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머, 이미 와 있었구나."

"네, 카야모리가 불러서……"

"아 사령관님, 그거에 대해선 이미 미사링에게 다 전달했어."


카야모리는 어떠한 스스럼도 없이 사령관에게 말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카야모리에게 고맙다는 말만을 건넸다.

카야모리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카야모리와 사령관 사이에는 이게 일상인 거다.


"너희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다테 양을 치료해버린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지금 시급히 토벌해야 될 캔서가 출몰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 부분은 괜찮아요. 다테도 동의한 것이 맞다면요."


나는 그것만 확인받을 수 있다면 다른건 전혀 상관없었다.


"네, 다른 분들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서 제가 스스로 약을 먹은 거에요."


그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사령관님, 토벌해야 될건 무슨 캔서죠?"


그러던 중 카야모리가 입을 열었다.


"카야모리 너도 모르는 거야?"

"캔서가 출몰했다는 것과 아카링 미사링 리사마마도 같이 간다는 말까지밖에 못들었어 나도."

"나도 그 설명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거다. 하지만 마침 너희 셋도 여기 와 있어서 따로 찾아가 설명할 수고는 덜게 됐군."


아마 사령관은 다테에게 먼저 설명해준 후에 우리에게 찾아와 설명해줄 생각이었나 보다.

사령관은 손에 있는 파일에서 종이 세 장을 꺼내 각각 카야모리, 다테, 그리고 나와 무로후시에게 건네준 후 설명을 시작했다.


사령관의 말을 들어보니 이번에 출몰한 캔서는 아직 따로 명칭이 붙진 않은거 같다.

분석에 따르면 외피가 다른 캔서들보다 단단하고 내구력 또한 높은 캔서로 추정되어

그 외피를 보다 효율적으로 격파하기 위해 나와 다테가 지원을,

그리고 장기전이 예상되어 힐러인 쿠니미 타마의 부담을 덜기 위해 무로후시 또한 지원을 나가게 된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작전은 그 캔서를 토벌하기 위한 작전인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약화시킨 후에 후퇴한다면 그정도로도 충분해. 조만간 다른 부대도 동원하여 새로 작전을 구상할 계획이니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로 그런 이유인 걸까, 사령관의 그 말은 나에겐 마치 다테에 대한 배려로 들렸다.

그 말을 듣고 다테는 약간 이불을 움켜쥐고 있는것 같았지만,

사령관의 말에 "알겠습니다!"라고 이 자리의 그 누구보다도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정말로 괜찮은 거지?"


헬기 안에서 나는 옆에 앉는 다테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니카이도 씨도 참, 몇 번이나 확인하는 거에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다테는 정말 누가 봐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어젯밤까지 독감에 걸려 끙끙대고 있었지 않나. 나는 역시 걱정을 안할 수가 없었다.


"근데 31D에 다테 쟈 원래 저런 아였나?"

"어딘가에 머리라도 맞은게 아닐까요?"

"어이, 그렇게 말하는건 너무 실례잖아."


아이카와와 쿠니미, 이즈미 셋이 그렇게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 귀에 들어왔다.

곧이어 카야모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카링은 있지, 어떤 약을 먹은 바람에 약간 이상해진거야."

"카야모리,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마. 습관이면 고쳐둬."


카야모리의 말에 조금 울컥한 나는 즉각 그렇게 반응했다.

그러자 이즈미는, 그 말대로야 라고 말하며 카야모리의 머리에 작은 꿀밤을 날렸다. 카야모리는 그것을 맞고 투덜대고 있다.

이게 평상시 우리들 모습이야, 라면서 아사쿠라와 토죠는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문득 옆을 바라보니 다테 또한 큭큭대고 있었다.

그 웃음을 본 순간 카야모리에 대한 내 기분이 약간 풀린거 같은건 어째서일지… 그냥 내 기분 탓인걸까.



──────



"……저기 있네요. 루카쨩, 9시 방향에 캔서가 확인됐어요."


지상에 강하한 후 가장 먼저 목표인 캔서를 발견한 사람은 무로후시였다.

무로후시는 캔서가 눈치채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어디에?"

"저기 산비탈이에요."


무로후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으로 모두의 눈이 향했다.

그곳엔 확실히 캔서라고 생각되는 커다란 생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문어같은 캔서라던가, 손바닥 같은 캔서라던가, 괴상한 형태를 가진 캔서를 여럿 보아왔고, 또 몇번이고 싸워왔었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놈은 뭔가가 달랐다.

형형색색의 색깔에, 무엇으로도 비유하기 힘들것 같은 어딘가 한참 어긋난 형태.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이 그곳에 있었다.


"…점마랑 뜨야 댄다꼬?"


겁에 질린 듯이 말하는 아이카와에게 카야모리가 말했다.


"뭐야 메구밍, 설마 쫄았어?"

"쪼, 쫄긴 누가 쫄았단긴데! 저딴 놈 확 작살을 내삘끼다!"

"응, 그런 마음으로 가야지"

"니 그리 나온께 먼가 열받는디?! 꼭 내가 니 말에 넘어간그 같다이가!"


아이카와는 그렇게 말하며 세라프를 다시 다잡았다.


"일단 조금씩 접근해서 관찰해 보자."


그리고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카야모리에게 "내 말은 귓등으로 듣나!"라고 하며 아이카와가 달려들었다.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리고 10분 정도 후.

우리는 이미 캔서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다들 디플렉터 잔량은 괜찮나요?"


작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하는 무로후시를 보며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캔서를 토벌했지만 그렇게 강한 놈은 상대하지 않았다. 아직 디플렉터는 여유가 있었다.


"모두들 조심해. 여기서 소리 조금이라도 크게 내면 바로 들킬거야."


카야모리는 우릴 보며 입가에 검지를 대면서 말했다.

우리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카야모리를 선두로 하여 최대한 대열을 무너트리지 않은 채 고개를 올랐다.

그 직후─


"엎드리세요!"


갑자기 다테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그자리에 그대로 엎드렸다.


"하앗!"


엎드린 채로 다테 쪽을 살펴보니 다테는 거미 형태의 소형 캔서를 막 격퇴한 참이었다.


"고마워 아카링!"

"천만에요!"


그렇게 카야모리의 칭찬을 듣고 기쁜 듯이 말하는 다테를 보며 나는 무심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내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젓는 무로후시를 보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방금 보인 자신의 태도에 대해 스스로 반성했다.


그러던 중 이즈미가 왠지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건 잘했지만…… 루카, 저기 뒤를 봐."


왠지 싫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이즈미가 가리키는 쪽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 순간.

쿠쿠쿠 하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인가?!"

"아니, 아니야…… 이건."


토죠가 말한 이후에 다시금 지진은 닥쳐왔다.

그와 동시에, 상공에서부터 붉은 빛의 레이저가 지면을 관통해왔다.


"그런거였나!"


올려다본 상공에선 구름에도 닿을 정도로 커다란 캔서가 여길 바라보며 일어나고 있었다.


"세 그룹으로 흩어지자! 나와 윳키와 아카링! 카레링과 츠카삿치와 미사링! 메구밍과 오타마님과 리사마마! 흩어져!"


카야모리의 그 외침이 들리자마자 사방에서의 알았다는 소리와 함께 우린 즉시 세 집단으로 흩어졌다.

그 캔서는 그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재빠른 움직임으로 카야모리 쪽으로 향한 캔서는 레이저를 쉴새없이 퍼붓고 있었다.


"니카이도 씨, 우선 저 캔서의 눈을 우리 쪽으로 돌리자."


아사쿠라의 의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내 방패 모양의 세라프를 그놈의 외피에 내리쳤다.

하지만 그 외피에는 어떠한 흠집도 나지 않았다. 단지 내 쪽으로 그놈의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네년만으론 힘이 부족하지! 저놈은 이몸이 맡으마!"


그 목소리와 함께 아사쿠라의 다른 인격인 살인마가 캔서의 머리 위로 뛰어올라 그 낫 모양의 세라프를 내리쳤다.

캔서는 순간 겁이라도 집어먹은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지만 곧바로 아사쿠라를 향해 레이저를 쏘며 반격해왔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아사쿠라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댔지만 전부 완벽히 피하진 못한 것 같다.

그녀가 입고있던 노란 파카에 탄자국이 생겨 있었다.


"쳇! 멋도 모르는 멍청한 놈이……! 이몸이 아주 찢어발겨주마!"


그 공격에도 전혀 기죽지 않고 아사쿠라는 그대로 캔서와 맞서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31A의 전원이 닥치는대로 캔서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에도 캔서는 태연하게 반격할 뿐이었다.


여기선 일단 철수하고 작전을 다시 제대로 짠 다음에 오는 것이……

아니, 하지만 여기서 토벌하지 않고 간다면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라면서 홀로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던 와중,


"여러분! 떨어지세요!"


라는 다테의 기운찬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엔 매서운 눈으로 캔서를 노려보는 다테가 서 있었다.

나보다도 작은 몸이면서도 다테는, 그녀와 어울린다고 하기 힘든 그 커다란 세라프를 들어올려 캔서를 향해 힘껏 휘둘렸다.

그 공격은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실로 깨끗한 공격이었다.


"니카이도 씨! 12시 방향에 적이야!"


갑자기 토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총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다테를 본다고 너무 넋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눈치채고 보니 어느새 몰려온 소형 캔서들이 우리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다른 31A 애들과 무로후시는 이미 요격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황급히 다테에게서 눈을 돌려 눈앞의 캔서를 토벌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윽고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차갑고, 또 차가운 소리였다.


"지금이에요! 카야모리 씨!"


다테의 목소리가 내 귀에 꽃혔다.

그 목소리에 화답하듯,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듯한 카야모리의 외침이 이 공간에 울려퍼졌다.


순간 세계가 정지한 것처럼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고, 곧있어

쇳소리 같은 단말마와 함께 산산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마치 유리조각 같은 단단한 무언가가 내 뺨을 날카롭게 스쳤다.



──────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완전히 녹초가 된 몸을 강제로 끌면서 나는 발걸음을 옥상으로 옮겼다.

오늘 임무에서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취침시간 전에 항상 두는 바둑도 오늘은 생각대로 되질 않았고, 저녁밥도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질 않았었다.


그 거대한 캔서는 다테와 카야모리 두사람에 의해 토벌되었다.

보고를 들은 사령관은 약간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잘 해냈다."라는 말로 두 사람을 칭찬했다.

그때 다테의 기뻐하는 얼굴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다테는… 강하다.

내가 이끄는 부대에 있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어쩌면 다테를 필요로 하는건 나뿐이고, 실은 다테는 나같은건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런 내 나약한 생각에 대해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불 안에서 그런 생각을 하며 몸부림치고 있다가 정신이 들고 보니 나는 옥상 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을 여니 세찬 겨울바람이 내 살갗을 찔러왔다. 전투 중에 입은 뺨의 상처가 조금 아렸다.

약간 남아있던 잠기운도 전부 날려버리는 추위에 나는 절로 소름이 돋았다.

문득 시선을 돌리자 옥상에 있던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고, 나는 그곳으로 빨려들어가듯이 옥상의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자판기 앞에 서자 곧바로 눈에 들어온건 코코아였다.

말고도 옥수수수프나 차, 커피 등 많은 온음료가 있었지만 내 눈에는 코코아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즉시 그것을 뽑아 그 온기를 느꼈다.

평소 같으면 뜨겁게만 느껴질 캔은 지금따라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선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자. 그런 생각과 함께 뒤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더니

옥상 맞은편에 있던 작은 벤치에 낯익은 뒷모습의 소녀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놀란 나머지 무심코 코코아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테가 혼자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약간 망설임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마음을 먹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옆에 앉아도 돼?"


내가 말을 건네자 다테는 조금 놀란 듯 눈을 커다랗게 뜨며 날 바라봤다.

하지만 곧 환하게 웃으며 "그럼요." 라는 말과 함께 내가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고마워."


어제도 했던 이 대화가 어쩐지 신선하게 느껴졌다.


나는 벤치에 앉자 코코아 캔을 땄다.

그러자 다테가 "아" 하며 소리를 냈다.


"왜?"


다테는 내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 있던 캔을 손에 들면서 웃었다.

나와 같은 코코아 캔이었다.

그런 거구나. 나는 다테와 똑같이 웃음을 지었다.


"……별, 예쁘네."


하늘을 올려다보니 수많은 별들이 검푸른 하늘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지상에 전깃불이 만연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별빛으로 가득한 밤하늘이었다.


"그렇네요……"


그렇게 차분하게 대답하는 다테는 역시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루동안 같이 지내고 나니 그런 다테의 표정도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말을 꺼냈다.


"……저기 다테, 오늘 하루 어땠어?"

"어땠어… 라니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멍하니 날 바라보는 다테에게서 나는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 뭐랄까…… 다테 너 지금 이전의 너였을때 기억이 없어진거라든가 그런건 아니잖아? 오늘 어땠어? 눈에 보이는 경치라던가, 이전과 달라지거나 하지 않았어?"


내가 봐도 정말 흔해빠진 질문이다. 하지만 역시 다테는 작게 미소를 띄우고 말해왔다.


"그것은… 그렇네요. 어쩐지 세계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고 해야 될까요…… 이렇게나 이 세계는, 눈부신 곳이었구나… 라고요. 하지만 저 자신이 보잘것없이 느껴지는건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질 않아요."


라면서 쓴웃음을 지어 보인 다테. 그리고 곧 진지한 얼굴로 다테는 내게 물어왔다.


"잠시만, 제 얘기를 해도 될까요?"


거절할 이유는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다테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도 굳어 있었다.


"저는, 평소에 너무 네거티브하잖아요. 그래서, 쓸데없이 반감을 사 미움받는게 아닐까 걱정이나 하고 지내죠…… 그게 항상 무서웠어요. 그걸 떨쳐내기 위해 또 계속 네거티브한 생각만 하고…… 그런 저 자신이 언제나 싫었어요."


다테는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저 자신만을 싫어하다 보니, 반대로 저 자신밖에 보이지 않게 된거에요… 여러분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해주고 있는지 그런건, 조금도 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다테는 손이 시려운 듯 양손을 비비고 있었다.


"다들 이렇게까지 저를 생각해주고 있을 줄은 이전까진 상상도 못했어요…"


임무에서 복귀하고 우리 부대의 애들과 합류했을 때의 일을 말하는 걸까.

다들 다테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그 속에서 다테는 웃고 있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하지만 내심 미안해하는 어투로 다테는 이야기했다.


"…이런, 당연한 거 하나 알아채지 못하고, 평상시에 저는 얼마나 이상한 사람이었던 걸까요……"


말을 마치고 난 후에 다테의 중얼거림이 내 귀에 들어왔다.


"계속 이 상태 그대로면 좋을텐데……"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움찔하며 다테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생각해?"


의외의 말을 들었단 것처럼 다테는 눈을 끔벅 깜박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스커트를 움켜쥐었다.


"그야, 지금 그대로면… 이전처럼 여러분들의 마음을 짓밟는 짓을 더는 하지 않게 될테니까요……

실례가 되는 짓도 하지 않을테고…… 계속 사랑받을 수, 있을테니까… 요……"


그 눈동자는 점점 흐려지고 있었고, 끝내는 스커트 위에 움켜쥔 그 두 손에 눈물이 떨어졌다.


그랬던건가. 이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다테는 사랑받고 싶었던 것이다, 애정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같은 부대의 동료로서 나는 다테에게 사랑을 주고 있었다. 애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다테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며 지내던 나머지 눈을 뜨지 못한 것이다.

마치 어둠 속에 홀로 남겨져버린 새장 안의 새와도 같이.


그것이 오늘 바뀌어 버렸다.

자신이 지금껏 사랑받고 있었다는 것을, 애정을 받으며 지내왔다는 것을, 다테는 자각한 것이다.

하지만 다테는 그렇게 자각한 그것을 도로 놓치고 싶지 않은 거다.

다시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가버리면 지금에야 손에 넣은 자각을 다시 놓쳐버릴것 같아서, 그것이 불안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것을 놓치면 자신은 또다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제대로 보지 않고, 그 마음을 짓밟고, 다시 자신이 원하던 것을 되찾지 못할 것만 같아서.


다테가 얼마나 괴로운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역시 난 부대장이라 하기엔 너무 무책임한 사람이다. 다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테의 꽉 움켜진 손을 잡았다.


"……니카이도 씨?"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다테. 그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손끝으로 닦으며 나는 다테의 뺨에 손을 대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그 뺨은 다테가 얼마나 오랫동안 고독에 갇혀 있었는지를 내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뺨을 따뜻하게 덥혀주고자 두 손으로 다테의 뺨을 감싸주었다.


"안심해. 만약 네가 이전같이 돌아가서, 네가 다시 우리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나는 이전과 변함없이… 아니, 이전보다 더 다테 네 편에 있어줄 테니까. 싫어도 우리의 마음을 깨닫게 해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자, 다테는 순간 울먹이다가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약속… 인거죠?"

"응, 약속할게."


라며, 나는 내 새끼손가락을 다테의 새끼손가락에 얽었다.

그때 내게 지어준 다테의 미소는, 다테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미소같이 느껴졌다. 나는 결코 그 미소를 잊지 못할 것이다.

다테의 울음은 이미 그친지 오래였다.


나는 다테의 손을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그럼 시간도 늦었고 슬슬 들어갈까? 내일도 훈련이 있으니까."

"…그렇네요. 함께 이렇게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를 건네는 다테에게 나는 다시 웃음을 띄우고 다테의 손을 잡고 걸어나갔다.


"하지만 역시 저는 31A 분들과는 어울리지 않는것 같아요."


작은 목소리로 다테가 말해왔다.


"31A 분들은 캔서가 있으면 그곳으로 향해 일직선으로 돌격하는 편이시니까요. 물론 대략적인 작전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자유롭고 멈추지도 않으셔서…… 저와는 맞지 않는거 같아요."


사실 아까 임무때도 움직이기 힘들었거든요, 라면서 곤란하단 얼굴로 웃는 다테를 보며 나도 자그맣게 웃고 있었다.


"역시 제겐 31D가 맞아요. 모두가 니카이도 씨의 지시 하에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이고, 서로 지탱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31D가 좋아요 저는."


태연한 얼굴로 그렇게 말해온 다테는 어쩐지 가슴 속에 있던 응어리를 전부 토해낸것만 같은, 그런 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테의 그런 모습에 어쩐지 나는 부끄러워져서, 마주잡고 있던 다테의 손가락을 문지르듯 만지작거리며 다테의 눈을 애써 피하고 있었다.


내가 그러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테는 다시 내게 말을 건네왔다.


"니카이도 씨, 돌아가서 니카이도 씨와 같은 침대에서 자도 괜찮을까요?"

"어?!"


나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나는 당황한채로 즉시 입을 닫았다.


"계속 밖에 있다보니 몸에 한기가 느껴져서요…… 코코아를 마시긴 했지만 또 감기에 걸릴거 같아서…… 안될까요?"


그건 정말 정당하기 그지없었고, 거절하기도 힘든 이유였다. 그렇게 말해온 다테의 얼굴에는 당돌한 웃음기가 깃들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약간 허둥대면서도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 덤 -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바로 눈앞에 있던 것은 자고 있는 다테의 얼굴이었다.

다테는 정말로 기분 좋은 듯, 어떠한 고심도 깃들지 않은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그 얼굴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나는 그 뺨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찔러보았다.

그러자, 그걸 눈치챈건지 다테는 스멀스멀 움직이다가 어렴풋이 두 눈을 열었다.


"잘 잤어? 다테."


아직 다른 애들은 자고 있었기에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이자 다테는 일순간 싱긋 웃는 얼굴을 보이다가,

번뜩 정신이 든 것처럼 몸이 경직되더니 갑자기 벽쪽으로 자신의 몸을 뒤집었다.


"……죄, 죄송해요… 저, 어제 여러분들께 너무 폐를 끼쳐…"


아무래도 부작용은 사라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상반신만을 일으켜 그런 다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가 까치집이 됐네."


다테는 재빨리 손을 뻗어 자신의 뒷머리를 눌러댔다.


"여기 앉아봐. 머리 정돈 해줄게."


그러자 다테는 주저하면서도 슬금슬금 이불에서 나와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있던 내게 다가와 내 옆에 얌전하게 앉았다.


"자, 저쪽에 앉아야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내 맞은편을 가리켰다.

다테는 순순히 내 말을 듣고 내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기 쉬운 위치에 앉았다.

나는 머리맡에 있던 빗을 집어들어 그 예쁜 머릿결에 꿰었다.


겨울철의 고요한 아침 공기가 우리 둘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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