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25b4d733f7d32bae67&no=24b0d769e1d32ca73cec80fa11d028312e15c0eaac8534358234c142d17f64873d6f5d14c232bdfdaace87d8af276ac005d87a1dd897458615c2dc57a5600dbd3bc41102](https://dcimg1.dcinside.com/viewimage.php?id=25b4d733f7d32bae67&no=24b0d769e1d32ca73cec80fa11d028312e15c0eaac8534358234c142d17f64873d6f5d14c232bdfdaace87d8af276ac005d87a1dd897458615c2dc57a5600dbd3bc41102)
아카사카 미유키
아……아아……?
전신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역겨운 감각.
의식이 멀어질 것 같은 걸 온 힘을 다해 참으며
나는 철책을 잡고 전망대로부터 광경을 내려다본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면
일렁이는 옅은 파도를 만들어내는 바람의 평온함이
싸늘한 공기를 머금고 내 볼을 쓰다듬고 간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서 이걸 봤다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원함에
기분이 좋아졌을지도 모르는 광경……
하지만, 지금 나의 마음 속을 지배하는 것은
경악과 전율이었다.
아카사카 미유키
어째서……왜……..?
그저, 그런 말밖에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째서야.
나는 대체, 뭘 보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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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미자와 대재해로 폐촌이 된지
거의 10년의 세월이 지난 헤이세이 5년 6월—
내가 처음 『이 마을』에 발을 들였을 때
눈에 들어온 건 거의 무너져가는 가옥에
금이 간 도로, 잡초로 황폐해진 밭…….
시야의 어디에도 사람의 기척은 없었고
옛날에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긴
완전히 폐촌화 된 집락이었다.
아카사카 미유키
(응, 그렇지…… 확실히 나는
아빠의 족적을 쫓아 『히나미자와』에 왔을터……)
이 기억은 틀림 없다.
착각 같은 게 절대로 아닐……거야.
후루데 신사에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이고 후회했다
마음 먹은 기세 그대로 왔다고는 해도
조심성 없이 혼자서 오는 게 어니었다고.
그리고 『츠쿠야미』랑 만났을 때는
『나쁜 꿈이라도 꾸는건가?』라고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한 채,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그 때의 곤혹스러운 마음, 그리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친 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달까, 잊을 수 있을 리 없다.
아카사카 미유키
(그런데…….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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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망대에서 한 번에 보이는 광경에는…….
그런 게 하나도, 없다.
『보이지 않는다』라는 느낌이 아니다, 정말로 『없는』것이다.
왜냐면, ……무수히 존재했을 터인
밭이나 가옥, 나무들의 모습이 흔적도 사라져서……
대신에 보이는 건……. 산속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연못…… 아니, 호수였다……
호우타니 나오
어……어떻게 된거야……?
어째서 히나미자와가 있던 곳에
이렇게나 커다란 호수가 생긴거야?
아카사카 미유키
…………….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저 멀리 보이는
건조물이 말보다 더 많은 걸 말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호수를 만들어낸…… 거대한 댐.
기억으로는 그림자도 형태도 없었을 터인 존재 대신에
히나미자와라는 집락은…….. 그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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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카 미유키
(거짓말…….. 있을 수 없어…….)
이건 악몽인가, 아니면, 환상인가……?
하지만, 몇 번이나 부정해보아도 눈에 보이는 광경은
망막에 새겨진 채,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호우타니 나오
게, 게다가…… 카즈호! 그래, 카즈호는?
그 아이는 어디로 간거야?!
아카사카 미유키
…………
나오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데도……
아무 것도 대답할 수 없다. 대답할 기력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만큼 고난을 넘어서 마음이 통했을 터인
동료의 목소리가, 지금은 귀에 거슬리는 잡음으로 느껴져서……
호우타니 나오
어……어째서…….?
우리들, 원래 세계로…… 헤이세이 5년으로
돌아온 거 아니야……?!
잔뜩, 누군가가 지켜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무력함이 분하고, 한심하고……!
그래도 우리들은 돌아온거잖아?
모두의 마음을 맡은 채로, 받아들인채로……!!
아카사카 미유키
………읏…….!
호우타니 나오
저기, 미유키! 뭔가 말좀 해봐!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우리들, 지금부터 어떡해야—
아카사카 미유키
잠깐 입 좀 다물어! 지금 생각하고 있으니까!!
화가 난 외침에, 화가 난 외침으로 되돌려줘버린다.
……..내 말을 들은 나오의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나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아카사카 미유키
(알고 있어……알고 있다고!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다음 행돌에
옮기지 않으면 안되는 것 정도는……!)
일단, 진정해…… 머리를 식히자!
우선, 해야할 것……할 수 있는 건……
아카사카 미유키
카……..카즈호를 찾자!
결론이랍시고 내놓은 건 어리석을 정도로 초보적인 사고
……하지만 그건, 틀림 없이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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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카 미유키
…….카즈호-! 있으면 대답해, 카즈호-!
매달리는 듯한 마음을 외침으로 내뱉으며,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한계까지 사방으로 카즈호를 부르고
지친 몸을 필사적으로 달래가며 주변을 샅샅이 돌아보았다.
제구전 뿐만 아니라, 수풀속, 나무나 바위의 그늘
본당이 보이는 조금 높은 언덕, 경내 일대……
물론,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호수 속에 떨어져버렸다는 가능성도 생각하고,
물가 주변에도 시선을 모으며 움직이는 걸 오로지 쫓아다녔다.
………….
하지만,…….카즈호의 모습이 없다.
그 흔적이나, 소지품도.
불러도, 들려오는 건 새의 울음소리.
그리고, 비웃는듯 희미하게 울려퍼지는
나의 목소리가 반사되는 메아리 뿐이었다.
아카사카 미유키
그……그래, 제구전이야!
안쪽은 아직 보지 않았어!
![viewimage.php?id=25b4d733f7d32bae67&no=24b0d769e1d32ca73cec80fa11d028312e15c0eaac8534358234c142d17f64873d6f5d14c232bdfdaace87d8af276ac005d87a1dd897458642c3d455a86053ef5b59aef1](https://dcimg1.dcinside.com/viewimage.php?id=25b4d733f7d32bae67&no=24b0d769e1d32ca73cec80fa11d028312e15c0eaac8534358234c142d17f64873d6f5d14c232bdfdaace87d8af276ac005d87a1dd897458642c3d455a86053ef5b59aef1)
밀려오는 불안감에 구토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떠오른 생각에 몸을 돌려, 다시 한 번 제구전으로 달려갔다.
열쇠는 걸려있지 않고, 문은 쉽게 열린다.
곰팡이 냄새가 나는 공기가 확 하고 피어올랐다.
무심코 사레가 들렸지만 어떻게든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아카사카 미유키
……엣?
호우타니 나오
무슨 일이야 미유키, 뭔가 찾았어----어?
제구전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칼집에 넣어놓은 한 자루의 검이
덩그러니……외롭게 바닥 중앙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저……그 뿐
『제구전』의 이름과는 달리, 그 곳에는 제구 같은
물건들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카사카 미유키
………….
제구전의 안으로 발을 들여, 검을 주운 나는
칼집에서 뽑아낸 검을 빛에 비춘다.
조금의 빛 만으로도 알 수 있다. 날카로운 검.
무엇보다, 칼날 밑의 무늬는 본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카사카 미유키
……이거, 미온에게 받은 검이야.
저 세계에서 함께 갖고 와버렸구나……
그걸 내게 맡긴 미온은, 우리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모두와 남아서
『츠쿠야미』의 위협에 맞섰다.
그녀들이 없었다면 『세계』를 이동할 때
『츠쿠야미』에게 습격당했을지도 몰라.
그걸 생각하자…….나는…….
호우타니 나오
검이 어찌되든, 나중에 확인하면 되잖아!
그런 것보다 카즈호는? 카즈호는 없어?!
화를 풀듯이 나오는
목조로 된 바닥을 쿵 하고 발로 울린다.
………이렇게나 난폭한 그녀의 행동은
별로 본 적 없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열받을 정도로 겉멋이 든 주제에.
그저, 그만큼 초조함과 불안이 마음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거겠지…… 그걸 알기에, 나도 질책할 기분은 들지 않았다.
호우타니 나오
나도, 미유키도! 레나쨩의 모자도!
미온상의 검도 여기 있어!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그 아이가…… 카즈호만 없는거야!
우리들, 같은 제구전에서 여기로 온거잖아?
날뛰는 나를 너와 카즈호가 좌우에서 잡고……!
셋이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왔을텐데……
어째서…… 왜 카즈호만…….!!
아카사카 미유키
그런거…….내 쪽이 오히려 더 알고 싶어…….
나오의 비통한 외침에 응한 나의 대답은
놀랄정도로 떨리고 있다.
……..솔직히 이제 울고 싶다, 아니
실은 목소리가 오열에 가까워진 걸
나는 이 때가 되어서야 겨우 눈치챈다.
호우타니 나오
미……미유키……
나의 뒤에서 숨을 삼키는 나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떻게든 기력을 쥐어짜내 뒤를 돌아보자,
겸연쩍은듯 어깨를 떨군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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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타니 나오
미안……해……..
너한테 화풀이하다니……
아카사카 미유키
아니, 나도…..미안.
머리 속이 엉망친창이라, 나오를
신경쓸 여유도 없었어…….하하, 한심하네……
슥슥 눈가를 닦응 나는
칼을 다시 칼집에 넣고, 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
살며시 원래 있던 곳에……..바닥 위에 놓았다.
호우타니 나오
미유키……그거 놓고 갈거야?
아카사카 미유키
어쩔 수 없어, 여기가 어떤 세계라고 해도
이런 걸 가지고 걸어다니면, 보통은 총도검법위반으로
경찰한테 잡히고 말걸.
호우타니 나오
…… 여기가 『보통』세계라는 보증이 어디에도 없잔ㄶ아?
나는 가지고 가야 된다고 생각해.
아카사카 미유키
경찰관을 지망하는 내게 법을 어기란 말이야?
괜한 문제에 말려드는 건 조금 사양하고 싶은데……
호우타니 나오
네가 싫다면, 내가 가지고 갈게. 경찰에게 발견되었을 땐
찌르건 뭘 하건 어떻게든 되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너를 냅두고 난 아무 관련 없다는 듯이 행동하라는거야?
…….예예, 알겠습니다. 내가 단독범이 되면 되잖아. ……영차.
나는 항복하듯 손을 들고, 다시 검을 손에 잡는다.
그리고 벨트와 바지의 틈에 밀어 넣고, 끈을 적당히 묶어 고정한다.
……완전히 검객 같은 꼴이다. 신고 당했을 때 변명은
……..이 상황을 탈출한 다음에 생각하자.
정말로 텅 비게 된 제구전을 나와
우리는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이 경내만은 기억하고 있는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나무들의 녹색을 보아하니, 지금은 여름 근처인 게 틀림 없겠지.
하지만…… 전망대에 보이는 광경이 확인히 다르다.
이 정도로 물에 잠겼으면, 오키노미야 역에서
여기까지 이어지는 길은 모두 사용할 수 없다고 봐도 되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정말……뭐가 어떻게 된거야.
여긴, 정말 원래 세계인건가…….?
호우타니 나오
…………
나의 질문에 대해, 나오는 입을 다문다.
물론 그건 당연한 반응이고,
나는 행동의 지침을 정하기 위해 화제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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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카 미유키
……나오, 소지금은 얼마나 있어?
실은 나 『츠쿠야미』가 된 오오이시 형사와 싸웠을 때
지갑을 잃어버리고 말았어.
거짓말로 하기강습 수업료를 전부 받아왔기에
상당한 금액을 잃어버린 게 된다.
……반년 정도는 용돈을 받을 수 없겠지.
호우타니 나오
나……. 여기 왔을 때 그렇게 돈을 많이
가지고 온 건 아니라, 별로 없을지도…..지도.
아카사카 미유키
그런가…….곤란한걸…….
아아, 그러고보니 애초에 나오는 엄마와
싸운 끝에 가출하고, 충동적으로 여기 왔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녀의 지갑사정을 자세히 들은 적은 없지만
기대하는 편이 그녀에게 너무한 거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그럼, 여기가 원래 세계인지를 확인하러 가자.
저쪽에 보이는 산의 형태가 바뀌진 않았으니
어딘가에 길이 있겠지.
호우타니 나오
가자니…… 카즈호는 어떻게하고?
아카사카 미유키
물론, 찾을거야 그저 지금은
우리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움직여야해…….그렇지?
호우타니 나오
………..
나의 제안에 대해서 나오는 금방 대답하지 않고
진의를 탐색하는듯 입을 다문다.
그걸 명확히 느낀 나는, 말이 부족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설명을 계속 덧붙인다.
아카사카 미유키
아직 해는 높이 떠있지만……이대로면 산길로 이동하는데도
노숙을 할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되면 우선, 우리들의 몸부터 지켜야해.
호우타니 나오
…….또, 『츠쿠야미』가 나타날거란거야?
아카사카 미유키
그게 아니더라도, 야생의 동물이 있어.
『롤 카드』가 있다고 해도
어둠 속에선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어.
그런 자신들의 몸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카즈호를 찾는건, 이중조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말이야.
호우타니 나오
……확실히, 그 말이 맞네.
나오는 드디어 납득해준건지
주름이 있던 미간을 풀고,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이 때, 우리들 사이에 좋은 타이밍에 끼어들어
중재해 주었던 건 언제나 카즈호였다.
없어진 후로, 그 존재에 대해 깨닫는다고 자주 말하지.
그런 걸 생각하면서 나는 씁쓸한 기분으로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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