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 진 시합을 끝내고

호죠 사토시

하아… 오늘도 못 이겼어…

오키노미야에서 돌아오는 길, 야구용구를 넣은 가방을

자전거 앞 바구니에 싣고 운전하며

이미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의 한숨을 쉰다.

요즘 시합에선 계속 지기만 했다.

…그것도 화날 정도의 적은 점수차로 진 것도 아니고

완벽한 완패로 졌다.

교대요원이 있는 만큼 선수가 많은 오키노미야 팀이

솔직히 부럽다. 우린 도우미를 불러도

9명 모이는 게 고작이라, 전력차가 뚜렷하다.

…그것도, 매주 한 명씩 또 빠진다.

수비를 하는 중요한 전력이 빠졌으니,

앞으로 좀 더 힘들 것이 틀림 없었다

호죠 사토시

……으어어…

도로의 요철을 지날 때마다 가방 틈에서 빠져나온

야구배트가 튀듯이 움직인다. 그 때문에

평소보다 핸들 조작이 좀 더 어렵다.

호죠 사토시

야구배트 케이스가 있으면 좀 더 옮기기 쉽겠지만…

그건 꽤 비싸단 말이지.

부모님께 무리하게 부탁해 유니폼을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이상 도구를 원한다고 조르는 건 삼가야겠지.

부탁해도 들어주지 않을 리는 없다. 오히려 『기뻐하시며』

사주실 걸 알기에 되려 부탁드리기 꺼려진다.

호죠 사토시

사주신다고 해도 『지금』이 아닌 편이 더 좋겠지. 게다가…

도구보다 내가 원하는 건 시합에서의 『승리』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아니고, 지금까지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즐겨왔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

왜냐면, 나는… 아니, 우리는 이제

앞으로 몇 번이나 시합할지 알 수 없으니까…

호죠 사토시

…정말, 이제 곧 끝나는구나…

쓰르라미가 우는 계절이 지나면 그게 마지막.

지금의 히나미자와 아이들과 함께 야구를 할 기회는

아마도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기고 싶다. 앞으로 한 번 정도는 웃으며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 내가 『승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 뿐이다.

호죠 사토시

나한테 조금만 더 야구의 센스가 있었다면…

원래 그렇게 운동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활약은 못해도 발목은 잡지 않을 정도로 연습은 열심히 했다.

야구 도구를 손에 넣는 것도 친구에게 도움을 받으며 빼먹지 않았고…

감독도 팀의 모두가 『이전보다 잘 하게 되었다.』라고 인정해 주셨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건 결국 우리를 신경써서 하는 사탕발림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깊게 생각한걸까.

호죠 사토시

하아…

안 돼. 이대로 어두운 얼굴을 하고 집에 가면

사토코나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칠지도 몰라.

…조금 멀리 돌아가면서 머리라도 식히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평소엔 다니지 않는 길로

진로를 바꾸었다.

호죠 사토시

…어라?

푸르디 푸른 잡초가 무성한 공터의 측면에

커다란 『무언가』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뭘까 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한 다음 순간…

헉 하고 무심코 나오는 비명을 가까스로 삼킨다.

길에 널브러져 있던 건--- 『사람』이었다.

그것도, 이 근처에서 본 적 없는 여자아이.

호죠 사토시

크, 큰일이야…!

당황해서 자전거를 멈추고 여자아이에게 달려간다.

호죠 사토시

너, 괜찮아……?

정신차려, 어?

한 순간 최악의 가능성이 머리를 스치고

조심스럽게 어깨를 만져보자 손가락 너머로

체온이 전혀져오고, 입 근처에서는 숨결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기절한 것 뿐이겠지…

하지만, 초보자의 판단으로 여기에

방치하는 건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호죠 사토시

얼른 감독이나 미요코 선생님께 진찰을 받게 해야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방해가 될 법한 가방을 자전거에서 빼고

길 끝에 놓는다. 그리고 여자아이를 들어올리려고 한 그 때—

바로 옆에 떨어져있는 장방형의 물체가

눈에 들어왔고,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었다.

호죠 사토시

이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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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마지막 와타나가시 공지

마지막 와타나가시 공지.

발행: 히나미자와 마을, 와타나가시 실행위원회

전통의 와타나가시 축제도

올해로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오야시로님』께 지금까지의 감사와

존경을 담아, 마지막 축제를 성공시킵시다!

(이하 내용: 축제회장, 주차장에 대한 얘기나

개최 시간, 참가에 있어서 주의사항

사전준비 도우미 모집에 대해 기록되어 있음)

…………..

(그리고 뒷면엔--)

연필로 휘갈겨 쓴 글씨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연필로 휘갈겨 쓴 글씨

너만 없었다면 『마지막』따위 되지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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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주차장에서

쿠로사와 치사메

…죄송해요, 기다리셨죠?

아카사카 유키에

어머, 이제 괜찮아?

조금 더 천천히 있어도 되는데.

쿠로사와 치사메

괜찮아요. 약을 먹고 바람을 쐬었더니

꽤 괜찮아졌어요.

아카사카 유키에

그럼 다행이네. 그것보다도

치사메 쨩이 차멀미가 심하다니 별 일이네.

쿠로사와 치사메

하아… 저도 조금 놀랐어요.

탈 것에는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카사카 유키에

…분명 지친거야. 그 아이가 출발하고

제대로 잠도 못 잔거 아니니?

쿠로사와 치사메

……차멀미는 자기관리가 소홀했던 것 뿐이에요.

그것 뿐이니 신경쓰지 마세요.

아카사카 유키에

…고마워, 치사메 쨩.

그건 그렇고, 그 아이…

지금쯤 히나미자와에서 어떻게 지내려나.

근처의 숙박시설에서 머무르진 않았다고

너희 어머니께서 조사해 주셨는데… 설마, 노숙한 건 아니겠지?

쿠로사와 치사메

가능성은… 부정 할 수 없네요.

걸스카우트 경험을 얕보지 말라고 언제나 호언장담했으니까요.

아카사카 유키에

하아… 늠름하게 키울 생각이긴 했는데,

무모한데다가 치사한 거짓말이나 하고 다니다니

생각도 못했어.

쿠로사와 치사메

…………

아카사카 유키에

…있잖아, 치사메 쨩.

나, 그렇게 화난 것처럼 보이니?

쿠로사와 치사메

네. …하지만, 화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아카사카 유키에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확실히 나는 미유키에게 화내고 있어.

왜냐면, 그 아이는 거짓말로 학원비를 여행비로 쓰고…

친구를 말려들게 하고, 계획도 없이 히나미자와로 갔으니까.

당연히 당분간 용돈은 안 줄거야.

매년 가는 아카사카, 쿠로사와 가의 합동 온천 여행도

미유키만 집을 보게 할거야.

쿠로사와 치사메

……저도 가지 않을게요.

멋대로 써버린 학비도 그 녀석과 함꼐

제대로 갚을 생각이에요.

아카사카 유키에

후후… 너 다워서 좋네. 하지만

치사메 쨩은 그렇게까지 책임감을 갖지 않아도 돼.

왜냐면, 나는 미유키에게 화가 났지만…

치사메 쨩에겐 전혀 화가 나지 않았는걸,

화낼 권리도 없으니까.

쿠로사와 치사메

네? 아뇨, 그래도…

아카사카 유키에

너를 혼내고 꾸짖는 건

치사메 쨩의 엄마가 할 일이야. 게다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치사메 쨩의 엄마는

미유키와 나에 대해 화낼 권리가 있어.

우리 집 가정사에 말려들게 하지 말라고 말이지.

그런데도, 내가 미안할 정도로 사과해줘서…

미유키를 데리러 가는데 치사메 쨩을

데리고 가도 된다고 찬성 해주셔서

너희 어머님껜 감사하고 있어.

쿠로사와 치사메

…아니에요. 말려든 게 아니에요.

저도 사실은, 히나미자와에 동행할 생각이었어요.

미유키야말로, 우리 집 가정 사정을 생각해서…

전부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 녀석은

나쁘지 않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아카사카 유키에

…하지만 만약 치사메 쨩과 미유키가 둘이서 함께

현지에 갔다면, 우리는 너희를 찾을 때

완전히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지도 몰라.

증거를 지우는 법 같은 걸 대체 그 아이는 어디서 배운걸까.

집에는 그걸 배울만한 서적도 전혀 없으니까,

완전히 속아넘어갔다니까.

쿠로사와 치사메

…….

아카사카 유키에

미안해, 이야기가 딴 길로 샜네.

아까 말한 것처럼 나는 미유키에게 굉장히 화났어.

아카사카 유키에

…하지만, 나 자신에게도 비슷하게 화가 났어.

쿠로사와 치사메

…예…?

아카사카 유키에

내가 제대로 그 아이를 납득시킬 수 없었으니까,

둘이서 몰래 움직였지. 그건 사실이잖아?

게다가 나는, 미유키가 그렇게까지 괴로워 할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어. ….엄마 실격이네.

쿠로사와 치사메

…유키에 상은, 제대로 설명해 주었어요.

실격이라니, 그런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저희들이 포기하지 못한 것 뿐이에요.

…게다가, 설령 누구에게 듣더라도

납득 같은 건 할 수 없었을 거에요.

아카사카 유키에

그래도… 나는 그 아이를

납득시켜야만 했어.

그 사람의 실종에 대해 조사하려 했던 미유키에게

감정적인 이유가 아닌, 이성적으로 『조사하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말릴 의무가 있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그 사람과,

쿠로사와 상이 말려든 그 사건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어.

……나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쿠로사와 치사메

유키에 상……

아카사카 유키에

이 마음을 지금까지 계속 간직한 채로

그 아이를 발견한다면, 나는 분명 사과하고 말거야.

납득시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 아이의 엄마로써 사과하면 안 돼.

도깨비가 되지 않으면 안 돼.

쿠로사와 치사메

…유키에 상이 사과하면 그 녀석이 조사를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일 것 같으니까 그런거죠…?

아카사카 유키에

응, 만약 용서하게 된다면 그 아이는 절대 멈추지 않겠지.

어떤 위험이 있어도 달려들려고 할거야.

…그건 엄마로써 두고 볼 수 없어.

그러니까, 이런 걸 너에게 말하는 건

너무 무거운 부탁일지도 모르지만…

치사메 쨩만은, 그 아이의 아군이 되어줘.

지금의 나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미유키의 아군을 자처할 수는 없으니까….

쿠로사와 치사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어요.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아니에요.

아카사카 유키에

후후… 고마워.

치사메 쨩이라면, 그렇게 말해줄 거라 생각했어.

쿠로사와 치사메

참고로, 그… 지금 들은 이야기로 봐서는

조건이 갖춰지면 조사해도 된다고 생각해도 되는건가요?

아카사카 유키에

어? 으음, 그렇네…

그럼, 경찰관계자 어른이 항상 동행한다면 어떨까?

물론, 사옥에 있는 사람들은 빼고.

쿠로사와 치사메

저기…. 그건 허가하지 않는거나 마찬가지 잖아요.

그런 연줄 저희한테 있을 리 없는데.

아카사카 유키에

후후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바로 눈치채다니

치사메 쨩은 머리가 좋네. 미유키가 잘 따르는 이유를 잘 알겠어.

쿠로사와 치사메

…그거 참 고맙네요.

아카사카 유키에

자, 슬슬 출발하자.

처음 갈 곳은 어디가 좋을까?

쿠로사와 치사메

…후루데 신사는 어떨까요?

10년 전부터 남아있는 건물은 그 것밖에 없으니까요.

댐 호수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그 부근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으니까…

그렇게까지 헤메지 않고 도착할 수 있을거에요.

아카사카 유키에

알았어, 그럼 치사메 쨩.

조수석에서 지도를 보면서 안내 좀 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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