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후 목욕을 하고 나와
안내 받은 방에는 이부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후루데 아야카
내일 7시에 깨우러 올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 말만을 하고 내게서 대답을 듣지 않고
아야카 상은 방을 뒤로 했다.
나는 그 뒷모습을 쫓을 기력도 없이
목욕 후 입은 옷 그대로 이불 위에 쓰러진다.
키미요시 카즈호
……
진료소에서 한숨 잤다고는 해도… 몸 이곳저곳이
아직 아프고, 온몸이 쓰러질 듯 무겁다.
키미요시 카즈호
(불을 끄고, 제대로 자야
해…)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잘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잠자리에 누운 채 위를 바라보며
천장만 멍하게 올려다본다.
키미요시 카즈호
저녁밥 맛을… 느끼지 못했지.
나온 요리는 생선구이나 조림 같은 일식.
예전의 나라면 엄청 기뻐하며 전부 먹어치웠을 메뉴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식사 중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괴로웠다.
식사 중에 아야카 상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나도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어서…
입에 담은 말은 서로 『잘 먹겠습니다』와
『잘 먹었습니다』 뿐. …도무지 이야기 꽃을
피울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럴 거라면 미유키 쨩이 만든 컵라면이 훨씬
맛있었을 거고, 먹을 때 즐거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키미요시 카즈호
…아야카 상은 날 도와준 거지?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어…
아야카 상은 나랑 눈도 마주쳐주지 않고
무슨 질문을 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도, 리카 쨩에 관한 이야기는 진실이겠지…
짐작일 뿐이지만,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다.
키미요시 카즈호
(이 세계는 어떻게 된걸까…)
리카 쨩이 죽었다는 게 가장 충격적이었지만…
마에바라 군의 집이 없었던 것도 꽤나 감당하기 힘들었다.
키미요시 카즈호
(게다가 타카노 상도… 진료소에서
보았던 사토코 쨩도,
내가 아는 사람과는 조금 달랐어…)
이리에 선생님과는 별로 이야기 해본 적이 없어서 단언할 순 없지만…
아마도 그 『세계』와 똑같은 건 그 사람 뿐이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
잠이 오지 않는 걸 떨쳐내려는 생각으로
나는 이 세계에 와서 만났던 사람들을 세어본다.
키미요시 카즈호
아야카 상, 이리에 선생님, 타카노… 원장님, 그리고 사토시 군.
어…?!
그 이름을 입에 담음과 동시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
사토코 쨩이 『니-니-』라고
불린
그가 말한 성씨는 확실히 『호죠』였어… 그러면…!
키미요시 카즈호
호죠, 사토시 군….?!
맞아, 호죠 사토시… 저번
세계에서
시온 상이 찾고 있었던 남자 아이야!
소노자키 시온
사토시 군은 와타나가시가 열린 다음 날…
갑자기 모습을 감췄답니다.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없이.
일단 이 마을을 나가기 직전에 그 모습을 봤다는
목격정보가 있었지만… 그 뒤의 행방불명에 소식도 없어요.
사토코쨩이 오빠라 불렀으니 그 사람은
시온 상이 찾고 있던 『호죠 사토시』임이 틀림 없겠지.
저번 『세계』에 『없』었던 사람이, 이번 세계에는
『있』다…. 그것도 커다란 변화 중 하나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하지만… 어떨까.
『호죠 사토시』군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도 정말 괜찮을까…?)
그렇게 의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레나 상이 정신을 차린 후에
소노자키 본가에 돌아왔을 때 나눴던 대화를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형제 자매라는 특징을 가진 사람은 부활동 멤버 중에선 레나랑 나오 쨩
미온과 시온 뿐이니까. 하아~ 나도
나오 쨩 같은 귀여운 여동생을 원한다고!
라고 마에바라 군이 말했고…
소노자키 미온
맞아. 리카 쨩과 케이쨩, 사토코도
외동이니까.
미온 상도 그의 말을 긍정했다.
그 자리에 있던 레나 상도, 특별히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았으니, 아마 두 사람과 같은 인식을 하고 있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대체 왜…?
생각해 봤지만 모르겠다.
다른 세계의 기억이 있다는 마에바라 군.
하지만, 그런 그조차 『호죠 사토시』를 기억하지 못했다.
키미요시 카즈호
(저번 세계에선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지만… 애초에 다른 『세계』의
기억이란 건 무슨 말이지? 지금 이 상황과 같은 의미인가…?)
(혹시 여기는 내가 원래 있던 세계의 히나미자와랑
저번 『세계』의 히나미자와랑도 다르다면…)
아니, 오히려 다르다고 단언하는 게
아직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여기는 내가 아는 쇼와 58년과도
미유키 쨩 일행이랑 지낸 쇼와 58년과도 다른 점이 너무 많다.
마에바라 군의 집은 공터.
리카 쨩은 5년도 전에 죽었다.
키미요시 카즈호
(게다가…)
나는 옷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안에 넣어두었던 걸 꺼낸다.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카드』에, 『츠쿠야미』를
쓰러뜨리고 입수한 『조각』이 들어간 주머니… 그리고…
경내에 떨어져 있던 『와타나가시』의 개최에 대해 쓰여진 전단지.
키미요시 카즈호
…….
나는 구깃구깃한 전단지를 정성스레 펴서
종이 위에서 춤추는 문자를 읽는다.
키미요시 카즈호
…『마지막 와타나가시』라니, 무슨
의미일까…
질문을 입에 담아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키미요시 카즈호
…모르겠어.
정보가 너무 적어서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 같은걸 찾을 수 있을 리 없다.
여러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지만, 지금 아무리 고민해도
마음이 지칠 뿐이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이제 자자.
주머니에 전단지를 접어서 다시 넣고,
불을 끈 후 다시 이불에 들어가 웅크린 채 억지로 눈을 감는다.
잘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몸의 피로가 아직도 남았는지
어느샌가 나는 잠의 세계로 끌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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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문득 생각했다.
--아 여기는 꿈속이구나 라고.
그럴 땐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몸이 어떻게 서있는지
잘 모르니까, 금방 알아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발이 땅에 붙어있다.
그치만 어째선지 확실히 꿈이라고 느껴진다.
그럼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게다가…
키미요시 카즈호
(꿈 속에서 본 경치는 언젠가 보았던 장소나
기억 속에 있는 곳이 대부분인데…)
본 적이 있는 것 같으면서 없는 듯한… 그런 장소에 내가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상하고 정말 이질적인 상태였다.
키미요시 카즈호
여기는… 어디지?
주위를 보자 역에서 볼 법한 간판이 보인다.
아무래도 여기는 역 앞 같다. 양복을 입은 사람이나
쇼핑을 하는 듯한 부모와 자식 등 여러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닌다.
그 안에서 나 혼자… 아무도 봐주지 않고
말을 걸어주는 일도 없이, 그저 서있다.
마치 투명인간, 나는 『있』어도 『없』어도 별 상관이 없다.
왜냐면 하는 게 아무 것도 『없』기 떄문이다. 설령 누군가가
자신을 인식하지 않아도… 특별히 신경쓰이진 않는다.
키미요시 카즈호
(하지만… 여기는 무슨
세계지?)
내가 있던 헤이세이 5년?
아니면 아까까지 있던 쇼와 58년?
아니면 지금 내가 있는 쇼와 58년…?
주위를 둘러보며 한 걸음 내딛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발끝에…쿵 하고 무언가 부딪혔다.
돌맹이라기엔 크고, 돌이라기엔 부드러운 감촉에 무심코 아래를 본다
키미요시 카즈호
헉?!
그곳에 있던 사람…
아니, 사람 『이었던』 것---?!
왜냐면 그건, 입에서… 눈에서… 코에서… 귀에서…
온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흐르고…!
열린 눈은 어둡고 탁하고, 초점이 맞지 않는데…
희번득, 나를 바라본다.
나를… 다른 누구도 아닌, 키미요시
카즈호를…!
키미요시 카즈호
힉…히이이이이이익?!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이번엔 뒤꿈치에 무언가 부딪힌다.
돌아본 그 곳에는, 또… 시체.
…어딘가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형을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언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동생을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남동생을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키미요시 카즈호
으, 아…..으아아아아아악!!
어느새 나는 지옥의 소용돌이 안에 서있다.
지면을 전부 뒤덮는 듯한 대량의 시체,
작은 아이들이 부모님의 유해에 메달리지만…
나 이외에는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는다.
왜냐면, 모두 그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위의 어른들도, 모두 서 있는 게 고작이라서…
아아, 봐봐… 한 사람, 또 한 사람, 쓰러져간다…
시체가 겹쳐지고, 쌓이고, 더
높이 쌓여서…
분출되는 피로 빨갛게 물드는 지면.
시체로 만들어진 산이…
피로 물든 바다로 바뀌고…
죽음으로 가득 찬 바다의 탄생을 나는
그 파도 사이에서… 그저 보고 있다…
키미요시 카즈호
(…알고 있어)
나는 이와 비슷한 광경을 알고 있다.
…후루데 신사에서 펼쳐진 참극.
그 참극은 사람끼리 서로 죽인 결과지만.
눈 앞의 광경은 그 때와 많이 닮았다.
하지만, 닮은 것 뿐. 이건
근본적으로 다르다.
누구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풀썩, 풀썩, 풀썩하고
사람이 쓰러져간다.
그 수도 후루데 신사에서 죽은 사람의 몇 십 배… 아니.
수 백 배 이상의 사람들이 피를 토하고,
몸에선 피가 흘러넘치고, 피로 웅덩이를 만들며 죽어간다…!
키미요시 카즈호
어째서… 왜…! 어째서?!
나는 죽음의 폭풍이 부는 세계의 한 가운데에서… 외친다.
외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키미요시 카즈호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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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호 카드 잃어버렸을텐데 어떻게 꺼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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