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미요시 카즈호
어…?
분노로 가득찬 미온 상이 눈 앞에 보이자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미온 상이 이렇게나 감정을 드러내며 화내다니
나는 본 적이 없다. 아니 그것보다…
소노자키 미온
얼른 사과해! 사토코!
호죠 사토코
그, 그렇게 말해도… 이런
간단한
함정에 걸릴거라는 생각은 못했는걸!
애초에 전학생은 호들갑이 너무 심해!
이 정도로 아프다며 엄살이라니…!
소노자키 미온
…사토코. 너, 그 말 진심이야?
호죠 사토코
윽…!
미온 상의 손이 강하게 멱살을 쥐어올리자
사토코 쨩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무리 그래도 힘을 너무 줬다고 생각한 나는 무심코
『기, 기다려…!』라며
제지하려고 한 그 순간.
후루데 아야카
…무슨 소란이죠?
그렇게 말하며 열린 교실 문으로
얼굴을 내민 건 아야카 상이었다.
소노자키 미온
아, 아야카…
호죠 사토코
콜록, 콜록콜록!
갑자기 나타난 아야카 상에게 주의를 뺏기자,
미온 상의 손의 힘이 약해지고, 사토코 쨩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세게 기침한다.
그리고 괴로운 듯 신음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레나 상이 대신 입을 열었다.
류구 레나
그러니까… 아까 전학생이 사토코 쨩이 설치한
트랩에 걸려서, 그…
소노자키 미온
노릴 상대를 절대로 착각하지 말라고 그렇게나 주의를 줬는데.
…좀 더 엄한 벌이 필요할 것 같네.
호죠 사토시
미온… 그 정도로 해둬. 사토코가
혼나는 건
당연하지만, 네가 폭력을 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소노자키 미온
흐음…
호죠 사토시
사토코… 괜찮아?
호죠 사토코
으, 응…
호죠 사토시
다행이야. 그럼, 제대로
카즈호에게 사과해.
호죠 사토코
어…?
사토시 군이 사과를 재촉하자 사토코 쨩은 화난 듯한
표정으로 흥! 이라고 하며 얼굴을 돌린다. 하지만.
호죠 사토시
…사토코.
사토시 군이 조금 강한 어조로 말하자, 사토코 쨩은
누가 봐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죄의 말을 입에 담았다.
호죠 사토코
….미안해요.
키미요시 카즈호
으…응… 나도 제대로 문
주변을 봤어야 했는데…
어떻게든 원만히 끝내려 나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그런 말을 입에 담는다.
하지만, 그게 전해졌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빠르게
사토코 쨩은 불만인 듯 입을 삐죽거리며
『이걸로 됐지?』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류구 레나
…정말 괜찮아?
키미요시 카즈호
으, 응… 손수건 고마워. 사토시 군도 타올을…
앗, 두 개 다 빨아서 돌려주는 편이 좋겠네.
류구 레나
괜찮아, 신경쓰지 않아도.
호죠 사토시
레이나랑 똑같이 내 타올도 괜찮아.
…그것보다 신경쓰이게 해서 미안해.
키미요시 카즈호
나, 나는 괜찮아.
그러자, 열린 문 저편에서 치에 선생님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를 보며 어머,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치에 루미코
좋은 아침이에요. …무슨 일이죠?
후루데 아야카
아뇨, 별 일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야카 상이 발걸음을 옮기자
레나 상 일행도 망설이며 자리로 돌아간다.
…어느샌가 트랩의 흔적이 없어져있다.
아마도 선생님이 알아채기 전에 레나 상이나 사토시 군이 정리했겠지.
그걸 확인하고 일어서서
교탁에 향하는 선생님을 따라 칠판 앞으로 이동한다.
소노자키 미온
차렷--- 경례!
반 아이들
안녕하세요-!
치에 루미코
네, 안녕하세요.
키미요시 카즈호
(…어라?...)
미온 상의 구령에 맞춰 학생들과 함께 인사한 후 고개를 든 나는
교실의 모습에 또 하나 위화감을 느낀다.
키미요시 카즈호
(자리가, 적어… 이거 뿐이야…?)
책상 수가 기억 속에 있던 것보다 적다.
미유키 쨩과 나오 쨩이 없는 걸 생각해도
반절 가까이 없는 것 같다.
치에 루미코
그럼, 아침 조례를 시작할게요.
우선 이번 주 연략사항은…
담담하게 프린트의 내용을 읽어내려가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면서 나는 천천히 교실을 둘러본다.
뒤쪽 창가에는 빈 자리가 하나.
…아마 저게 내 자리겠지.
아야카 상은 복도쪽 가장 뒷자리.
사토코 쨩의 옆엔 사토시 군이 있다.
키미요시 카즈호
(그 『세계』에선 사토코 쨩 옆엔 리카 쨩이 있었는데…)
역시 이 『세계』에서 리카쨩은 죽어버린걸까.
그렇다면 하뉴 쨩은…?
…후루데 하뉴 쨩. 내가
전학오고 며칠 후에
갑자기 나타난 여자아이.
그 정체는 『오야시로님』을 사칭하는
가짜기에, 항상 리카 쨩의 곁에 있었다.
후루데 하뉴
…리카는 누군가에게 납치당했습니다.
그 『세계』에서 진짜 『오야시로님』--
하뉴 쨩이 말했던 것.
…하지만, 납치당했다고
해도
이 『세계』가 아닐 것이다. 왜냐면 여기서
후루데 리카는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키미요시 카즈호
(그녀를 데리고 오기 위해, 우리는
모두의 힘을 빌려
『세계』를 이동…했을텐데…)
이제 그게 『불가능』하다면
나는 여기에 존재할 의미가 있는걸까? 게다가…
키미요시 카즈호
(교실 분위기가 이렇게 어두웠나…
그 『세계』에선 좀 더 즐거운 분위기 였을텐데…)
치에 루미코
키미요시 상… 키미요시 상?
키미요시 카즈호
…네?
앗, 그러니까, 왜요…?
치에 루미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마지막엔 키미요시 상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느샌가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난 것 같다.
…무엇 하나 기억하지 못했기에 굉장히 죄송하다.
키미요시 카즈호
키, 키미요시 카즈호에요…
저기, 음…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자 드문드문한 박수가 교실에 울려퍼진다.
…예전에 크게 환영하던 분위기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치에 루미코
그럼, 키미요시 상. 당신
자리는 저쪽이에요.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역시 가장 뒷자리였다.
주변의 시선에 약간의 거북함을 느끼며
발빠르게 이동해, 의자에 앉는다.
그런 나를 앞자리에 앉은 미온 상이 돌아보았다.
소노자키 미온
이야~ 아까는 고생 많았어. 하지만, 멍하니 있던 너도 나쁘다고.
좀 더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으면, 아까 같은 꼴을 당할거라구~
키미요시 카즈호
미…미안해.
소노자키 미온
아- 별로 사과를 바라고 한 얘기는 아니야…
그렇게 주변 안색을 너무 살피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키미요시 카즈호
미…
미안해, 라고 말하려던 입을 닫는다.
…이건 내 버릇이라서
제대로 의식하지 않으면 어느샌가 사과를 하고 있다.
키미요시 카즈호
…조, 조심할게.
소노자키 미온
……
나의 서툰 반응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미온 상은 질린 듯 눈을 찌푸린다.
키미요시 카즈호
(『미안해』라고 사과하지 않은 것만 해도
나로썬 꽤 노력 했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그런 불만을 억누르는 내게 그녀는
『뭐 됐어.』라며 중얼거리며 쓴 웃음을 짓고 어깨를 으쓱여보인다.
소노자키 미온
아아, 자기소개를 아직 안했네.
나는 소노자키 미온, 짧은 시간이지만 사이 좋게 지내자.
모르는 게 있다면 나나 저쪽에 있는 레이나에게 물어보면 돼.
키미요시 카즈호
으, 응. 고마워… 레이나?
그 이름에 또 위화감을 느끼며
나는 무심코 되묻고 만다.
그러자 레나 상은 한 순간 눈을 둥글게 뜨며
굳은 채로 『앗』하고 소리를 낸다.
귀여운 쓴 웃음으로 이쪽을 본다.
류구 레나
하우, 미안.
그러고보니 나도 자기소개를 아직 안했네.
나는 류구 레이나. 잘 부탁해 카즈호 쨩.
키미요시 카즈호
류구… 레이나…?
(레이나라니, 확실히 레나
상이 본명…)
그 『세계』의 미유키 쨩이 보며준 피해자 리스트에 레나 상은
『류구 레이나』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여동생인 나오 쨩도 그렇게 부르고 있었기에
레이나가 그녀의 본명인 게 틀림 없다. 하지만…
류구 레나
나오 쨩과 만난 덕분에 계속 싫어하던
『레이나』를 조금은 좋아하게 되었어.
…그 세계에서 레나 상은 그렇게 말했다.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레나 상은 『레이나』라는 이름을 싫어해서…
그래서 우리들은 『레나』라고 불렀다.
키미요시 카즈호
(하지만, 이 세계의 레나
상은 그렇지 않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 차이점이 의미하는 건…)
류구 레이나
…왜 그래?
혹시 넘어진 곳이 아직 아파?
입을 다문 나의 얼굴을 레이나 상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너무 이상한 반응은 되려 좋지 않다.
그녀가 나에게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진 않을테니
지금은 평범하게 행동하는 게 좋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아, 아니…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치에 루미코
류구 상, 키미요시 상. 수다는
그 정도로 끝내고
수업을 시작할게요.
류구 레이나
앗, 네에-!
선생님의 말에 앞을 본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책상 안으로 손을 넣는다.
키미요시 카즈호
(…역시, 있네.)
책상 속에는 그 『세계』와 똑같이 나의 교과서와 노트가 있었다.
정성스럽게, 책상 옆에는 내가 쓰던 것과 똑같은 가방까지 걸려있었다.
키미요시 카즈호
(중요한 사실이 이것저것 다른데
이런 부분은 똑같다니…)
교과서와 노트를 열고, 자습을 시작한다… 하지만, 치에 선생님이
교실을 나간 후에도 내 머리속은 다른 의문으로 가득했다.
키미요시 카즈호
(죽은 리카 쨩과 존재하지 않는 하뉴 쨩.
대신에 후루데 가의 당주로써 존재하는 아야카 상, 그리고…)
건물조차 존재하지 않는 마에바라 군의 집. 말투가 다른 사토코 쨩
『레나』 상이 없고, 『레이나』 상이 있고…
키미요시 카즈호
(…그리고 호죠 사토시 군. 시온
상의 이야기로는
그는 『오야시로님』의 저주로 행방불명 되었을텐데…)
어째선지 이 『세계』에는 제대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부활동 멤버 중 변하지 않은 건 아마 미온 상 뿐이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어라…?)
문득 생각해낸다. 그러고보니 미온 상은 아까
『짧은 시간이지만』이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 대체 무슨 의미일까
혹시 『최후』의 와타나가시와 관계가 있는걸까…?
호죠 사토시
…쨩, 카즈호 쨩.
키미요시 카즈호
네, 넵!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자
눈 앞에는 사토시 군과… 그에게 등을 돌린 사토코 쨩이 있었다.
호죠 사토시
카즈호 쨩, 이미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인데…
키미요시 카즈호
어…?
말을 걸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겨있었나보다.
호죠 사토시
괜찮아? 아침에 다친 게 아직도 아파?
호죠 사토코
참, 그건 이미 사과 했잖아!
소노자키 미온
…사토코.
사토코 쨩이 그렇게 말하자, 앞 자리에서 교과서를
정리하던 미온 상이 얼어붙을 듯한 낮은 목소리르 고개를 돌린다.
화장실에 가서 자리를 비운 건지, 옆 자리의 레나 상의 모습이 없다.
그 때문에 불온한 분위기가 더 강해졌다.
소노자키 미온
그건 니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닐텐데…?
혹시 너… 아직도 반성을 안한거야?
호죠 사토코
아…아니…난…
키미요시 카즈호
나, 나는 괜찮으니까…!
긴장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서 무심코 끼어들었다.
미온 상이 하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아침 같은 큰
소동은 이제 싫다.
키미요시 카즈호
저기, 하지만… 사토코
쨩은 앞으로
남에게 트랩을 설치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아.
호죠 사토코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토코 쨩은 불만인 얼굴이다.
…앞으로 교실에 들어갈 때 방심은 금물이다.
호죠 사토시
그리고 카즈호 쨩, 실은 이거 말인데…
그런 사토코 쨩을 지켜보던 사토시 군이
할 말이 있는 듯 말을 걸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 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그 접힌 천에 있었던 건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키미요시 카즈호
내…내 『카드』?!
천 안에 있었던 『롤 카드』를 손에 쥐고
게슴츠레 바라보며 확인한다
틀림 없어… 이건, 나의
『카드』다…!
호죠 사토시
아, 역시 카즈호 쨩 꺼구나.
어제 널 발견한 곳 근처에 떨어져 있었어.
나도 당황해서 주머니에 넣은 채로
집으로 가버렸어. 미안해.
키미요시 카즈호
아, 아니…! 저기, 주워줘서 고마워!
정말로… 정말로 고마워…!!
내가 『카드』를 쥐고 책상에 머리가 부딪칠 정도로 연신 머리를 숙인다.
…손 끝으로 전해지는 익숙한 감촉이 든든하다.
내게 있어서 『카드』는 단순한 무기가 아닌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것이니까….
되찾아서 정말로 기쁘고 고마웠다.
호죠 사토코
뭐야? 그런 이상한 카드가 소중한거야?
잠깐 보여줘-
소노자키 미온
실례야 사토코. 그리고
다른 사람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호죠 사토코
…네-에
역시 아직 미온 상과 사토코 쨩 사이엔
날카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니… 그것보다도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채고
양 손으로 카드를 쥔다.
키미요시 카즈호
(모두… 『롤 카드』를
모르잖아?
그렇다면 이 『세계』에 『츠쿠야미』는 없다는건가…?)
이 『차이점』도 가까운 시일 내에 조사할 필요가 있겠지.
…할 일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호죠 사토시
카즈호 쨩,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해줘.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힘이 되어줄게.
키미요시 카즈호
고, 고마워…
사토시 군의 온화한 웃는 얼굴과
솔직한 배려가 나의 사고를 돌게 한다.
알고 싶은 건 산더미처럼 많지만…
우선 그가 대답할 만한 거라면…
키미요시 카즈호
…저기, 하나만 물어볼게.
분교의 학생들은 이 교실의 학생이 전부야?
호죠 사토시
아, 응. 맞아.
저번 달에는 좀 더 많았지만.
키미요시 카즈호
저번 달…? 그 때 무슨 일이 있었어?
소노자키 미온
뭐냐니, 그건…뭐… 그것보다 너, 이 마을에 오기 전에
촌장님이 설명해주지 않았어?
키미요시 카즈호
어…?
사토시 군에게 물을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각도 못했던 반응이 온다. …대답한 것은 미온 상이었다.
소노자키 미온
다음 달엔 퇴거명령 때문에 온 마을이 바쁠테니까.
그 전에 이사하겠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저번 달부터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야.
키미요시 카즈호
…퇴거 명령?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퇴거 명령』이라니…
어디서, 어디로? 그것보다
뭣 떄문에…?!
호죠 사토코
우리 집도 곧 엄마아빠와 함께 나고야 쪽으로 이사할 생각이야.
이번에 이사갈 집은 굉장히 깨끗하고 에어컨도 달려있대! 기대된다~ 니-니-♪
호죠 사토시
으, 응… 그렇지.
즐거운 듯이 떠드는 사토코 쨩에게
사토시 군은 석연치 않은 대답을 한다.
소노자키 미온
……
그리고 미온 상은 그런 그녀를 바라본다…
…아니, 오히려 날카롭게
째려본다.
키미요시 카즈호
(이 『세계』는 대체 어떻게 되어버린 거지…?)
사이좋은 분위기와는 정반대인 그들을 보면서
머리 속엔 의문과 불안이 가득차기 시작한다…
그 이상 미온 상과 사토시 군에게 뭔가를 물어볼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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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코 줘팸 마렵네 씨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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