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수업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교실 밖에서 들려온다.
키미요시 카즈호
(루치아에 있을 때와 비슷한 소리인데,
역시 조금 이상한 느낌이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나오 쨩을 보자…
바로 옆에 있던 레이나 상이 싱긋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다.
류구 레이나
있잖아, 나오 쨩. 이
이후에 무슨 예정 있어?
괜찮으면 집에 함께…
호우타니 나오
…미안, 레이나 상. 오늘은 조금 볼일이 있어서.
류구 레이나
하우… 그, 그렇구나.
나야말로 미안해, 괜히 불러 세웠네.
호우타니 나오
아니야, 말을 걸어줘서 고마워.
그럼… 내일 또 봐. 안녕.
류구 레이나
앗…
그렇게 겉치레 식으로 인사를 한 후,
나오 쨩은 혼자서 빠르게 교실을 나갔다.
…남은 레이나 상은 쓸쓸한 듯한 표정으로
나오 쨩이 나갔던 출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미요시 카즈호
으음, 저기… 레이나 상.
류구 레이나
…저기, 카즈호 쨩.
나, 나오 쨩에게 미움 받고 있는걸까나… 까나?
키미요시 카즈호
…읏…
불쑥 흘러나온 말이 굉장히 안타까워서…
마음을 쥐어짜는 듯, 아프고 괴롭다.
물론 나는 나오 쨩이 레이나 상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진실을 말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워서… 무심코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키미요시 카즈호
그… 그렇지 않아. 점심
때도 말했지만,
나오 쨩은 오늘 처음 이라서 조금 긴장하고 있는거야.
함께 지낼 시간이 그렇게 길진 않지만… 나오 쨩이
분교에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있을까.
부탁이야… 레이나 상!
류구 레이나
카즈호 쨩…
긴장과 함께 뱉어낸 말은
자신이 듣기에도 한심해 보이는 말투였다.
이런 건… 부탁이 아니라 강요에 가깝잖아. 이걸 들은
레이나 상은 어떻게 반응할지 분명 곤란하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하지만, 레이나 상 만은…
이 사람 만은, 나오 쨩에 대해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런 내 마음을 헤아려 준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레이나 상은 그런 부탁을 듣고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류구 레이나
응… 물론이지. 난 기여운
아이가
굉장히 좋은 걸~ 하우하우~
키미요시 카즈호
…고마워, 레이나 상.
그럼 내일 또 봐.
그 대답에 진심으로 안도한 나는, 이 이상
어색한 연기를 안 해도 된다고 안심하며
가방을 한 손에 들고 교실을 나갔다.
이미 완전히 익숙해진 분교의 운동장.
그 구석에 서있는 큰 나무 곁에 먼 곳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나오의 뒷모습이 보였다.
키미요시 카즈호
나오 쨩…
다가가자, 나오 쨩은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빨갛게 부어오른 그녀의 눈가. 비겁하단
걸 알지만,
나는 일부러 그걸 눈치채지 못한 척 했다.
키미요시 카즈호
미안해. 늦게 나와서.
…이대로 후루데 신사로 갈거야?
호우타니 나오
응. 걸어다니려면 옷은 제대로 갈아입는 편이 좋을 테니까.
키미요시 카즈호
으…응.
호우타니 나오
…미안, 카즈호. 아침 뿐만 아니라, 집에 갈 때도 당황해서.
키미요시 카즈호
그런…
무슨 말을 해야 될 지 몰라서 나는 입을 다문다.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나오 쨩은 최선을 다해서
레이나 상에게 이성적으로, 실례를 범하지 않는 태도를 관철했다.
하지만…. 그걸 내가 말한다고 해서 위로로만 들릴 뿐이고,
무엇보다 나오 쨩이 납득해주지 않겠지.
호우타니 나오
나… 이 『세계』에 있는 건 류구 레이나라고, 우리 언니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제대로 각오 했다고 생각했는데…
키미요시 카즈호
……
호우타니 나오
하지만, 역시… 어떻게
해도 레나 언니를 떠올리고 마는걸…
언니가 아니란 걸 알아도, 어떻게 해도
어떻게 해도 괴로워져서… 무슨 얼굴로 봐야 될지 몰라서…
키미요시 카즈호
아니. …나야말로 미안해. 나오
쨩의
기분을 알고 있었는데도 제대로 얼버무리지 못해서…
호우타니 나오
카즈호는 제대로 해줬어. 게다가 어제
충고까지 해줬잖아. …내 각오가 부족했을 뿐이야.
나오 쨩은 쓸쓸한 듯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 억지로 웃어보인다.
…하지만 역시 참을 수 없었는지,
작은 울음소리가 목에서 흘러나온다.
호우타니 나오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미유키에게 사과해야겠어.
키미요시 카즈호
어, 어째서…?
호우타니 나오
…저번 『세계』에서 아빠와 만난 미유키가 당황해서
날뛰었을 때, 난… 그
아이의 뺨을 때리고 말았는걸.
키미요시 카즈호
아… 하지만, 그건 금방
잘 사과 했고,
미유키 쨩에게도 용서 받았잖아…?
호우타니 나오
그건 그 아이가 나보다도 『어른』이었기 때문이야. …사실은
혼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실례를 저질렀다고, 반성하고 있어.
키미요시 카즈호
나오 쨩…
호우타니 나오
나… 그 때의 미유키가 어쩐지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유키가 당황한 이유를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어.
이런 일이 벌어질 것 쯤은, 예상하고 있었잖아.
그런데도 어떻게 해도 냉정하게 행동할 수 없어서…
솔직히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까지 했어.
키미요시 카즈호
……
호우타니 나오
하지만… 사전에 경고를 받은 나조차도 이렇게 괴로운데
갑자기 재회한 미유키는 훨씬… 더,
괴로웠겠지.
그런데 난 그 기분을 눈치채지 못했어. 냉정한 행동이나 하고,
마음 속 어딘가에선 그 행위를 정당화하고 우쭐했을거야.
호우타니 나오
미유키의 마음을, 겉으로만 이해한 척 하고,
진정한 의미로 사과하지 않았어…
키미요시 카즈호
그런 건…
격한 죄악감에 어깨를 떨구는 나오 쨩의 모습에
나는 그녀의 상냥한 마음을 헤아리고… 입을 다문다.
그건 달라, 나오 쨩은 올바른 행동을 했어…
그렇게 말하며 위로해 주는 건 간단하겠지.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말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진심을
담아 말을 꺼낸다.
키미요시 카즈호
…나오 쨩.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떄… 굉장히
조마조마 했어.
혼자서 마을 안을 달리고… 마에바라 군의 집이
공터가 된 걸 알았을 땐, 외로움에 짓눌릴 것 같았어.
키미요시 카즈호
그래서… 겨우 알았어. 미유키
쨩도, 저번 『세계』에서
불안을 혼자 끌어 안으며, 그래도 혼자서 열심히 했다는 걸…
호우타니 나오
……
키미요시 카즈호
아니… 역시 미유키 쨩이 더 대단한 것 같아.
아야카 상이라는 협력자가 없는 만큼
미유키 쨩은 나보다 훨씬 조마조마 했겠지.
그런데도 난… 미유키 쨩의 노력들을
같은 입장이 놓일 때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괴롭고 외로운 마음을 열심히 참아가며, 우리를 위해
밝게 행동해 주었던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거야…
그런 의미에선 나도… 나쁜 녀석이었다고 생각해…
호우타니 나오
…나도 카즈호도, 미유키
쨩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했다는 거네.
키미요시 카즈호
응… 그러니까, 미유키
쨩을 다시 만나면, 함께 사과하자.
키미요시 카즈호
그걸 위해서라도, 지금은 열심히… 해야겠지.
호우타니 나오
응.
집으로 가는 길, 나는 나오 쨩에게 지금까지 들었던
『류구 레이나』의 가정환경을 아는 만큼 설명해줬다.
…전해도 되는걸까, 그런
망설임은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숨기지 말아줘.』라는
말을 들었기에
나는 포기하고 전부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호우타니 나오
…그래, 그럼 언니는 엄마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거네.
키미요시 카즈호
응. 엄마를 굉장히 존경한다고 말했어.
호우타니 나오
아하하하… 역시 언니도 옛날엔 엄마를 그렇게 생각했구나.
하지만… 그런 엄마가 바람을 피우고,
이부동생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화내는 것도 당연하지.
쓸쓸하게 웃으며 나오 쨩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화날 정도로 펼쳐진 푸른 하늘, 이런
좋은 날씨에
부활동 멤버들과 소란을 피울 수 있다면 분명 굉장히 즐겁겠지.
호우타니 나오
…참 얄궃네, 이 세계에는
내가 원하던
언니의 행복이 전부 모여있는걸.
그런데, 그 안에 나는 없어… 아니,
내가 태어나지 않았기에 언니의 행복이 존재하는 거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이
『세계』엔
아빠와 엄마… 오빠도 제대로 살아있어.
하지만, 역시… 나는 없었어.
호우타니 나오
…어…?
키미요시 카즈호
마에바라 군… 이 『세계』에 있는 우리 오빠와 만난 것 같아.
하지만, 여동생은 없다고… 오빠는
그렇게 대답했다고 말했지
호우타니 나오
…무슨 일일까, 부모님과
오빠는
제대로 있는데, 카즈호만 존재하지 않는다니…
키미요시 카즈호
혹시 이 『세계』의 내게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몰라… 자세한 건 모르지만.
하지만, 가족들이 행복하다면… 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세계… 그걸 부정하고 부수면서까지
자신이 있을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난 절대 못 해.
그러니까 이건, 거짓말도 강한 척도 아닌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다.
호우타니 나오
…맞아, 나도 솔직히 언니가
행복하게 사는 『세계』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그런 마음도 확실히 있어. …뭐, 리카의
일도 있으니까
이 세계의 전부를 긍정하고 싶진 않지만.
…그러니까, 카즈호.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알겠지?
키미요시 카즈호
응…
호우타니 나오
너에 대한 건 내가 긍정하고 있어.
설령 어떤 진실이 기다리더라도 반드시…
나오 쨩은 그 작은 손으로
내 등을 툭툭 달래듯, 두드려 주었다.
어른스러운 나오 쨩의 상냥함 때문에
누가 연상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 마음의 편안함이 조금은 돌아온 것 같았다.
호우타니 나오
우울한 생각은 그만두고 일단은 움직이자. 우리들에 관한 일은
둘째치더라도, 할 일이 잔뜩 있으니까.
키미요시 카즈호
알았어. …하지만, 뭐부터
하면 될까?
호우타니 나오
그렇네… 우선 수수께끼를 규명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이 『세계』의 리카의 사인에 대해 조사해보고 싶어.
미유키가 무사히 태어나는 계기가 된 리카가
막상 도착하니 죽어있었다니, 솔직히 분하지만.
키미요시 카즈호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하자.
이 일은 마에바라 군도 협력해 줄 거라고 생각해.
호우타니 나오
그건 정말 든든하네. 남은 건…
히나미자와 증후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는거야.
아야카 상의 이야기만 들으면, 증상은 다르지만… 히나미자와 증후군이
『잠드는 병』과 무슨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으니까.
키미요시 카즈호
…응, 게다가 저번 『세계』에서
여왕 감염자에 대해서 리카 쨩이
이야기 한 것과 아야카 상의 설명이 모순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
호우타니 나오
그리고 모든 일을 정리하고… 네가 찾아낸 『숙명의 계시』를
사용해서, 우리의 원래 『세계』로 돌아가자.
이 『세계』의 소중한 사람들을 제대로 구한 후에.
키미요시 카즈호
그 말이 맞아. …아하하, 대단하네
다시 생각하니까 할 일이 엄청 많잖아.
어제 아침까지… 내 안은 텅 비어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하고 싶은 것도 모른 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저 숨만 쉴 뿐이었다.
하지만 사토시 군이 야구를 권해주고, 나는…
미유키 쨩과 나오 쨩을 만나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마에바라 군과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협력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오 쨩이 이 『세계』에 와줘서…
미유키 쨩도 무사하고, 날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공하한 암흑 속에 내던져진 듯한
기분이 들었던 키미요시 카즈호는 이제 없다.
내 마음 속은 이미 하고 싶은 일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로 가득했다.
키미요시 카즈호
(후후.. 이상하네, 상황은 아직 최악일텐데…)
마음 속이 따뜻해서… 뱃속이 간지러운 느낌이다.
진중하지 못한 얘기기에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지만,
나는 지금 확실히 조금이지만, 행복하다.
후루데 아야카
『히나미자와 증후군』에 대해 마을 사람이나 연구자에게 묻거나
문헌을 찾아보거나… 아무튼 혼자서 조사하지 말 것.
그리고… 무슨 이상한 소리를 들어도
그들이 입에 담는 근거가 빈약한 정보나 언동에 결코 현혹되지 않을 것.
하물며, 쓸데없는 행동을 하는 건 언어도단… 알겠나요?
…머리 속에 아야카 상의 경고가 떠오른다.
그 떄의 그녀를 떠올리자 몸이 움츠러든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오싹오싹한 공포가 온 몸에 밀려온다.
하지만…
키미요시 카즈호
(…죄송해요, 아야카 상)
이제 곧 와타나가시가 찾아온다.
축제가 끝나면 대재해의 날.
와타나가시 때 사람들이 서로 죽일지,
마을이 대재해로 전멸할지…
아니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나오 쨩이 이 세계에 와버린 이상,
이제 멍하게 지낼 수는 없다.
…나는, 각오를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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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행복하게 해줘...
레나네 부모님이 이혼한 건 나오 탓이 아니고
카즈호네 가족이 모두 죽은 것도 카즈호 탓이 아니잖아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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