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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노 제약의 본사를 방문하는 휴일 아침---
치사메와의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나는 벤치에 앉아서 멍하게 손에 든 캔콜라를 아무 생각 없이 마시고 있었다.
화창하게 맑은 날씨에 온화한 바람도 기분좋은 소풍가기 정말 좋은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의 부지 내엔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평소라면 가족끼리 온 사람들로 붐볐을 수돗가나 놀이기구 주변이 실로 슬플 정도로 조용하다.
역시 이것도 『잠드는 병』의 영향이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있는거지? 타무라히메.
허공을 향해 불러본다. …평소라면 수상해보이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 지금이라 정말 다행이다.
아카사카 미유키
부르면 모습을 나타낸다고 했었지? 좀 나와봐, …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무슨 볼 일이 있는 것이냐…?
세 번이나 부른 후 타무라히메 미코토가 나타난다.
기분이 나빠지면 곤란하기에, 쓸데 없는 이야기는 제쳐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카사카 미유키
저기… 혹시 이 『세계』의 카즈호가 본래의 카즈호와 다른 경우, 카즈호를 히나미자와에서 다시 데려와도 괜찮은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그대가 말하는 『괜찮다』는 의미를 모르겠느니라.
누구에게 괜찮은 건지 주어를 밝히는 게 좋을 것이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그럼, 이 『세계』와 카즈호… 양쪽에
대해서 다뤄주십시오.
타무라히메 미코토
흠… 웬일로 기특하게 말을 하는구나.
그럼 이쪽도 솔직히 대답하겠느니라.
각별한 자비를 고맙게 받아야함을 알거라.
아카사카 미유키
…그거 참 감사합니다.
그 말투에 조금 화가 치밀었지만, 마음 속으로 메롱을 하며 달랬다.
그리고, 타무라히메는 벤치에 앉은 내 앞에 서서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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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무라히메 미코토
우선, 그대가 걱정하는 카즈호에 대한 이야기인데…
『세계』를 이동하더라도 문제는 없느니라.
그 자는 과거를 향해 날아 간 적이 있었느니라.
그러니까, 『세계』간을 이동할 수 있는 적성이 있고, 그 땅에 얽힌 인과율을 융합시킬 수 있는 증거이니라.
그대가 이쪽 『세계』에 존재하는 미유키와 바뀐 것처럼, 카즈호도 이
세계의 카즈호와 바뀌느니라.
…그 이야기를 듣고, 저번에
나오가 가지고 있던 주스의 뚜껑이나 라이터가 사라진 이유를 알았다.
그러니까, 그녀도 『헤이세이A』의
호우타니 나오의 혼이 『헤이세이C』의 호우타니 나오와 바뀌었다는 것이다.
아카사카 미유키
아니, 그래도… 그건 『바뀔
자신의 몸이 존재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거지?
그렇지 않은 경우엔… 어떻게 돼?
타무라히메 미코토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건 무슨 말인가?
아카사카 미유키
…말하는 게 늦었지만, 카즈호는
이 『세계』에선 죽어있어.
학원의 기숙사에서 목을 메달았다고…
그리고 나는 미나이 상에게서 입수한 카즈호의 현장에 대해 타무라히메에게 보고한다.
게다가 그 자살한 『키미요시 카즈호』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는 사실도 빠짐없이 전하자, 아무리 타무라히메라도 놀란 것 같았다.
타무라히메 미코토
모습이 다른 두 명의 『키미요시 카즈호』… 확실히 묘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하느니라.
어째서 그대가 낙담하며, 근심하고 있는지, 그 심경은 신인 나도 이해할 수 있느니라, 하지만…
그 경우에도 걱정할 건 없느니라.
바뀌지 않더라도, 카즈호는 이 『세계』에서 존재를 창출해 내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어… 그게 정말이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나는 신의 위치에 있는 존재, 어째서 거짓말을 치겠는가.
몸이 바뀌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는, 인과율에 따라 동일인물로 인정받은
것이니라.
…하지만, 그 존재가 부서져
있는 경우에---
흔히 말하는 『이세계인』으로써, 새롭게 존재가 태어나는 것이니라.
…『히나미자와』로 날아간 그대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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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카 미유키
앗…?!
타무라히메의 말을 들은 나는 중대한 사실을 놓친 걸 깨닫고… 앗 하고
놀란다.
아카사카 미유키
(그렇지… 게다가 그 『세계』에선 15살과 5살의 아카사카 미유키가 두 명 동시에 존재했어…!
아빠가 그렇게 말했었잖아!)
그럼, 그럼… 나오가 카즈호를
무사히 이 『세계』로 데려와도 그 아이는 사라지지 않는 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까 질문했던 이 『세계』의 존망과 함께
설명하겠느니라.
『세계』의 인과율은 용이하게 훼손시킬 수 없는 것이느니라.
그대들이 방문한 『히나미자와』가 붕괴한 건, 강대한 『이력(理力)』의 유출입이 컸던 게 원인…
『세계』를 구축하는 존재가 증가, 혹은 소실했을 때를 말하느니라.
카즈호의 존재가 더해진다고 『세계』의 조율은 흔들리지 않느니라.
아카사카 미유키
그러니까… 그 『세계』에 사람이 들어오거나, 반대로 사라진다고 해서 영향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거야…?
타무라히메 미코토
당연하느니라, 『세계』의 구조를 지탱하고 조율하는 건 온갖 생명의
활동을 지탱하고, 유지시키는 『이력』. 이력의 파동은 효율적이며, 유연하게 변화하느니라.
설령 『세계』의 주인이 되는 자의 생명에 변화가 일어나 강대한 힘을 가지려 해도…
파동이 변화하며 조율을 유지하는 구조로 되어있느니라.
…하지만 각 『세계』를 구별하는 장벽이 무언가의 원인으로 부서져 그
틈으로 다른 『세계』의 『이력』이 유입되었을 땐---
『이력』의 파동은 혼란을 일으키며, 기능을 잃고, 결국엔 『세계』전체를 붕괴시키는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명심하거라.
아카사카 미유키
……
마지막 설명은 아무리 그래도 규모가 너무 커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이 『세계』의 카즈호가 어떻더라도, 그 아이를 데려오는 건 문제가
없다, 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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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카 미유키
…고마워, 타무라히메.
그리고, 카즈호의 삐삐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타무라히메 미코토
…조금 더 내 힘이 돌아와야 가능하느니라.
그 때가 되면 말을 걸도록 하거라… 그럼 이만.
아카사카 미유키
앗…?
그렇게 말하며 타무라히메는 모습을 감췄다.
그 자리엔 아무도 없는 공원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아카사카 미유키
어쩐지 사라질 때… 얼굴색이 별로 안 좋아 보였는데… 괜찮을까?
몸상태가 나쁜데도 이렇게나 세심하게 설명하게 만들다니… 아무리 나라도
미안함을 느낀다.
아카사카 미유키
그건 그렇고, 신인데 몸이 안 좋다니, 어떻게 해야 낫는거지… 자면 낫는 건가?
아니면, 신에게도 약이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멀리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치사메의 모습이 보였다.
아카사카 미유키
(일단, 카즈호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지금부터 만날 사람은 동일인인지 어떤지는 제쳐두고서라도, 우리를 죽이려던---타카노 미요다.
모르는 일이 산더미라, 솔직히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하나 집중해서 정리해 가는 수밖에 없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방심하지 말고, 정신줄
꽉 잡고 가자.
쿠로사와 치사메
기다렸지… 어, 뭐해, 미유키?
아카사카 미유키
아니, 혼잣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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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노 제약의 본사는, 도심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다.
아카사카 미유키
(분명히, 공장지역 한
가운데에 회사가 있지 않을까 멋대로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주위엔 풀밭이 많다.
넓게 펼쳐진 녹지공원 한 가운데에 큰 건물이 서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신흥 회사라고 하니, 건물은 아직 새로운 느낌이다.
아무래도 공장을 증설한다는 것 같아서, 회사의 로고가 들어간 트럭이
몇 대 정도 출입 중이다.
그리고, 앞을 걷는 미나이 상을 따라 우리는 『응접실』이라고 써있는
방의 앞으로 안내 받았다.
미나이 토모에
…실례합니다.
긴장하는 온 몸을 격려하며 문을 지난다.
…안은 마치 서재 같았다.
그리고, 안쪽의 고급스러운 의자 하나에 한 명의 여성이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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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노 미요코
아아, 어서오세요. 시간
딱 맞춰서 오셨네요.
아카사카 미유키
…읏…!
얼굴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긴장할 것 같았다.
이전에 미나이 상이 보여줬던 잡지의 사진 그대로의 『그녀』가 그곳에 서서… 웃고있다.
확실히 히나미자와에서 만났을 때보다 약간 나이를 먹은 듯한 모습이지만…
본인인지 아닌지는 착각할 리가 없었다.
타카노 미요코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제가
타카노 미요코에요.
부드럽게,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타카노 상은 우리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인다.
아카사카 미유키
(어쩐지 다르…달까, 딴 사람인데?)
쇼와 58년의 『세계』에서 만난 그녀에겐, 사생활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고, 요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여성은 유복하고 고풍스러우며, 마담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리고, 일단 확인했지만, 왼손에 반지는 없다.
이름으로 미루어보아 생각했을 때, 아직 미혼이겠지.
아카사카 미유키
(토미타케 상과는 헤어진걸까… 아니, 애초에 이 『세계』에선 그 사람과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겠네.)
카즈호에 대한 일을 고려하면, 섣부른 질문은 이쪽을 경계하게 만들
뿐이다.
…실언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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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이 토모에
처음 뵙겠습니다. 전, 경찰
홍보센터 관장인 미나이 토모에라고 합니다.
쉬는 날인데도,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타카노 미요코
아뇨아뇨, 쉬는 날이라곤 해도 전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 이런 자리라도 없으면 누군과 이야기할 기회도 적답니다… 어라.
문득 타카노 상의 시선이 미나이 상의 뒤에 있는 토도 상을 향한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떴기에, 무심코 긴장했지만… 금방 그녀는 밝은 미소를 얼굴에 띄운다.
타카노 미요코
저기… 그 쪽에 있는 아가씨는, 혹시
키미요시 나츠미 상인가요?
토도 나츠미
네, 그렇습니다. 오랜만이네요, 타카노 상.
아, 그리고… 지금 저는
결혼해서 『토도』라는 성을 쓴답니다.
타카노 미요코
어머… 그렇군요, 축하드려요!
통원 치료를 하면서 투병 생활을 잘 견뎌 주셨군요…!
행복해 진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토도 나츠미
아, 고맙습니다.
꽤 옛날 이야기인데, 저를 기억해주셔서 기뻐요.
타카노 미요코
후후… 당연히 그래야죠. 그렇게나
치료랑 재활을 함께 했는데, 잊을 수 있을 리 없어요.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아, 혹시 아이가 있는 건가요?
토도 나츠미
아, 아뇨. 아이는 아직… 없어요.
지금은 후생성의 약사국에 근무하고 있답니다…
타카노 미요코
후생성…? 열심히 했군요, 정말
멋져요!
토도 나츠미
아, 아하하… 고맙습니다.
들뜨면서 축복의 말을 하는 타카노 상.
그 말을 들은 토도 상은 꽤 거북한 듯이 쓴 웃음을 지어보인다.
실로 대조적인 두 사람의 태도에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타카노
상의 반응을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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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카 미유키
(내 쪽을 슬쩍 봤지만, 금방
시선을 토도 상한테 돌렸지…)
(그렇다는 건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역시 『쇼와B』의 타카노 미요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타카노 미요코
아아, 미안해요 미나이 상.
무심코 옛날 생각이 나서, 혼자 들떠서 이야기 했네요. …여러분, 홍차로 괜찮나요?
미나이 토모에
고맙습니다. …이쪽에 잠시 실례할게요.
타카노 상을 따라 우리는 앉는다. 그녀의 맞은 편에 있는 긴 의자는
네 명이 앉아도 자리가 남을 정도였다.
이어서 안쪽 방의 문이 열리고, 급사인 여성이 예쁜 찻잔을 사람 수대로
나눠준다.
비싼 홍차를 쓴 건지, 조금씩 부어진 홍백색의 액체에선 굉장히 좋은
향기가 났다.
타카노 미요코
그런데…
자리가 진정되고, 드디어 타카노 상의 시선이 우리를 향한다.
하지만, 곤란해 하거나, 수상하게
보는 듯한 부정적인 반응은 아니다.
오히려 붙임성 좋은, 상냥한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그쪽에 있는 여자아이들은 누군가요?
오늘은 히나미자와에 대해 질문을 하러 왔다고 들었습니다만.
미나이 토모에
제 지인 분의 따님들 입니다.
…이 아이들을 기억하지 못하시나요?
어릴 때 히나미자와의 진료소에서 타카노 선생님께 은혜를 입은 것 같아서 오랜만에 만나서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네요.
타카노 미요코
어머, 그랬군요. 후후… 일부러 와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죄송해요. 금방 기억하지 못해서… 나이를 먹어서 그런걸까.
앗, 오키노미야 아이들도 가끔씩 진료한 적이 있으니까… 혹시 그 때?
아카사카 미유키
네, 맞아요. 벌써 10년 정도 전이네요.
쿠로사와 치사메
…그 때는 굉장히 신세가 많았습니다.
타카노 미요코
아뇨아뇨,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아과에서 열심히 일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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