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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1년 [프롤로그] (습작)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226) 2022.10.26 02:35:13
조회 53 추천 2 댓글 7
														

이거 말고 이 링크로 들어가서 봐

https://m.dcinside.com/board/hoshikawa_hotaru/514




[2×.03.××. 16시 10분]
찰칵

소리에는 부피가 있다.
정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공기가 차지하는 부피는 줄고, 그 빈 공간을 소리가 메운다. 적당히 도톰하고 적당히 까끌까끌한 종이와 투박하지만 매끄러운 단면이 나타나도록 깎은 연필의 교감이 격해지는 소리 - 라고 표현했지만, '교감' 처럼 야시꾸리하고 단어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추상적인 느낌을 주진 않는다. 되려, 눈과 뇌에서의 순간적인 인상 덩어리들을 그대로 번역해서 내놓는 느낌. 호타루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느낄 때가 많다. 물론 호타루의 그림에는 늘 그랬듯, 그녀의 고심의 흔적이 가득 담겨 있겠지만 너무 무결한 무언가는 되려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아니면 순수한 감정 덩어리만이 담겨 있거나 -가 즉흥적인 재즈 드럼 연주가 최고조에 달하듯, 점점 빨라진다. 불규칙 속 역동성을 느낀다.
부실이 소리로 꽉 찬다. 공기가 소리에 잡아먹혔다. 나는 이를 '이제 정적을 깰 수 없다' 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아니, 애초에 지금은 부실에 공기가 없다. 공기가 없기에, 소리를 낸다 해도 전달되지 않는다.
호타루는 다른 별에 있다. 공기 대신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부실, 나, 이젤, 종이, 그림만이 덩그러니 존재해서 멀리서 보면 미완성 게임의, 캐릭터가 출입 가능한 건물의 부분처럼 보이는 그런 불완전한 공간만이 존재하는 별. 호타루의 이름에 들어간 [星]은 아마 여기를 말하는 것 아닐까.
내가 소리를 낸다면, 공기를 다 먹고 부실을 장악하던 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가 먹은 공기를 일순간에 토해내 부실을 가득 메울 것이다.
그리고는 사라질 것이다. 소름끼칠 정도로 강압적으로 호타루의 몸과 마음에 현실감각을 주입하고 뺑소니범처럼 영영 떠날 것이다. 뺑소니범은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죄책감을 못 이기고 피해자에게 다시 돌아온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소리가 그녀에게 돌아와 다시 부실을 장악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공기를 의식하기 전까진 느끼지 못하듯, 소리 또한 계속 듣고 있으면 무뎌진다. 모든 아이들이 떠나고, 수면제 성분을 가득 머금은 듯한 온도와 냄새를 가진 햇빛.
의식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소리.
모든 것이 페이드아웃 되는 감각과 함께, 나도 내 별로 간다.
내 별에서는 사진첩이 빼곡한 책꽂이들이 중세 시대 성의 미로 정원같은 모습으로 얽혀 있다. 미로의 시작점은 항상 같다. [4세] 라고 쓰여 있는, 이젠 다 낡아서 표지의 가죽 조각이 떨어져가는, 그래서 꺼낼 때마다 가루가 날리는 빨간사진첩이 늘 날 반긴다.
지금은 이걸 보러 온 게 아니다. 대부분이 갈색이고, 가끔 다른 색들이 섞인 사진첩을 대강 보며 미로의 끝을 향한다.
한쪽 벽면을 타고 미로를 따라가면 결국 끝에 다다른다. [2× .03.××. 16시 10분]. 이 마지막 빨간색 사진첩이다. 펼쳐 보면 아까 본 부실에서의 호타루가 찍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걸 보러 온 게 아니다.
사진첩을 손가락으로 통통통통 소리가 나게 쓸며 역행한다.
[2×.03. ××. 12시 50분]
갈색.
...
[2×. 02. ××. 7시 ??분]
몇 분이지?
...
[2(×-1). 12. ×?]
갈색.
...

온통 갈색 사진첩들. 역행해갈수록 제목이 두루뭉술해진다. 그렇게 1년 정도 걸었을 때쯤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길이, 눈에 들어오는 색이 있다.
[2(×-1). 03. ××. 3시 ?분.] 은색.
아, 이 날.
호타루를 처음 만난 날.
사진첩을 펼친다.


-

어쩔 수 없이 미술부를 맡기로 했다.

- - - - - - - - - - - - - - - - - - - -
자야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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