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붕이가 이제까지 만나본 생화에 가까운 장미 중 가장  멋지고 풍부한 장미 향기 중 하나임. 물론 세상에 널리고 널린게 장미 메인 형수지. 장미향으로 유명한 향수들을 생각해보면 윈로즈는 레드와인에 빠진 장미, 포오레는 매캐하고 농염한 검붉은 장미, 사 마제스테 라 로즈는 초록 줄기도 약간 섞여있는 이슬이 맺힌 달콤한 빨간 장미... 이렇게 수많은 래퍼런스가 있지만 나붕이 코에는 이게 제일 좋았고 결국 #생장미 라는 키워드가 붙은 향 중에서는 이걸로 정착했다. 

난 이 향수를 처음 만나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위에서 말했듯이 예쁘게 잘 가공한 장미향들이 참 많잖니?근데 이건 마냥 예쁘다고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붉은 장미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야. 노트 자체는 단조로운 느낌일 것 같지만 원료가 고퀄인건지 향 자체가 굉장히 풍성해. 잘 차려진 장미밥상같다.

탑에선  우디함30 %농축장미 70%의 비율로 시작해. 엥?좋기는 한데 좀 평범한가? 싶다가도 장미자체의 풍부함이 대단해서 "와.... 장미가... 정말.... 미쳤습니다...." 하고 감상하게 된다. 아 그리고 살짝 드라이다운 되고나면 조금씩  날카로운 느낌이 들기도 함. 이런 느낌이 다소 메탈릭하다고 생각이 될 수 있는데, 셀주 덩드레같은 그런 귀신들린 것 같은 불쾌한 메탈릭은 아니다. 

아무아쥬의 디아에서 느꼈던 발효된듯한 비누느낌과 패출리의 약간은 매콤한 향신료같은(?) 그런 맛이 곁들여진 장미향으로 쭉 진행되는데, 앰버의 부드러운 달콤함이 스파이시함을 잘 눌러주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근데 중동스러운 앰버리함이 아니라서 아마 꼬릿한 앰버불호붕이들도 딱히 걱정은 안 해도 된?대! 패츌리+장미 이 공식으로 만들어진 향수들 참 많다. 근데 이건 향의 풍성함과 섬세함이 굉장해. 이건 온전히 내 기준이니 다른 붕이들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다!

잔향에서는 촉촉한 뉘앙스보다는 반건조(?)의 느낌이 드는데, 욕조에 장미를 한가득 넣고 목욕을 하고 난 뒤 장미향이 짙고 펄이 함유된 탤컴파우더를 온 몸에 살짝 두드리고 나오면 이런 향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빡세게 발라서 과하게 뽀송하지 않게 살살- 문지른 느낌이야.

제르조프 '로즈 골드'는 장미 생화 본연의 향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포오레를 처음 시향했을때 느꼈던 '장미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니!' 라는 생각이 드는 아주 독특한 장미향수도 아니다. 다만 이제까지 #생장미향 이라는 키워드가 붙은 여러 제품을 시향했을 때는 그냥 작은 장미 꽃봉오리가 생각났다면, 제르조프 로골은 거대한 장미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그 거대한 겹겹의 꽃잎 안에 푹 빠지면 이런 향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지속력은 출근할 때 뿌리면 저녁에 샤워하기 전 까지는 안 사라질 정도로 상당히 좋은편인데, 사틴엑뜨같은 농축버전 느낌은 아니야. 지속력 좋다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엑스트레, 포르테 이런 애들이랑은 좀 다른 재질임. 발향도 좋은편이라 1.5뿌 정도만 해도 하루종일 풍겨오는 향을 즐길 수 있음.

유일한 단점 : 앰버골드랑 세트따리로만 파는데, 가격이 좀 많이 슬퍼레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