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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번역, 문학) 두 반지가 어울리는 순간

링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01 00: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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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 이 글은 모스티마와 박사의 순애 이야기. 좀 길 수도 있음.






창 밖에서는 석양이 비쳐, 로도스 함선이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가는 해질 무렵. 식당에서는 분주한 소리가 들려오고 저녁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오늘은 함선에서도 멋진 낙조를 볼 수가 있었다.

“아, 박사.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이런 데서 기다릴 틈이 있나?”

함선 복도에 서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닷가를 연상케 하는 푸른 머리와 가냘픈 체격과 맞지 않는 큰 짐을 안고 있는 여성. 펭귄 로지스틱스 소속 오퍼레이터 모스티마였다. 그녀의 머리 위에는 여전히 희고 탁한 고리가 떠올랐고, 등에는 거무스름한 날개가 달려 있다.

“어서 와. 모스티마. 이건 농땡이가 아니라 휴식이라서 괜찮아. 자꾸 ‘박사는 좀 더 휴식을 취해야 해요’ 라고 여러 오퍼레이터에게 들어서 말이야. 반 강제적으로 그 시간을 맛보는 중이야.”

왼손을 오른쪽 어깨 위에 올리고 견갑골 부근부터 어깨를 돌려간다. 늦기 전에, 뭉쳐서 굳어진 근육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

“뭐, 확실히 너는 무리하는 경우가 많으니깐 말이야. 얼마 전에 엑시아한테 들었는데, 일주일 동안 밤새도록 서류만 쓴 적도 있었다는데, 정말 사실이야?”

“그 정도는 아니야······. 그때도 하루 두 시간 정도 선잠을 잤지.”

그런 반론을 하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박사. 잠은 잘 자야 돼. 아무리 회복제를 먹어도 피곤이 풀리진 않잖아. 그것은 결국 뇌를 속이는 것일 뿐이니깐.”

그렇게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면서, 집무실이자 자기 방으로 향해, 둘이 나란히 걸었다. 짐을 들어줄까 물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아미야에게도 자주 들어. ‘이제 이성 회복제는 드리지 않을 거예요. 켈시 선생님에게 다 일러바칠 거예요.’ 라든지······. 실제 켈시가 알았을 땐 신변의 위험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결국 며칠 일은 못하게 했지만.”

“후후, 아미야도 여전하군. 무리하는 건 그 애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가늘게 미소 지었다. 길고 검푸른 꼬리도 호응하듯 출렁거린다.

내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업 책상에는 으레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이 눈에 띄어 오히려 안도감이 든다.
선반에 놓인 케틀 한 그릇을 집어 들고 물 두 잔을 채워 전원을 켰다. 끓이는 데 3분 정도 걸릴 테니 그 사이에 티백과 티보트, 그리고 컵을 준비해둔다.

손님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좋은 소파 사이에 책상이 있고 둘이 마주 앉은 상태로 앉았다.

“그래서 박사. 오늘은 어떤 다과를 준비했을까.”

앞으로 고꾸라진 채 책상에 턱을 괴며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어떤 추억이라도 단지 이야기만 하는 것은 흥미가 떨어져 버린다, 라고 그녀가 말했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집무실에서는 언제나 다과가 떨어지지 않게 유의하고 있다.

“마침 스카이파이어가 컵 케이크을 갖다 줬어. 빅토리아 친구가 대량으로 보냈는데 다 먹을 수 없다며 모두에게 나눠준 것 같아.”

“그래, 나쁘지 않네. 선물 받은 과자는 모두 일품이야. 여기저기 먹고 다닌 내가 보증하지. 그럼 이제 내가 선물을 내놓지.”

그러면서 그는 득의양양하게 허리에 있는 파우치로 작은 종이봉투를 꺼냈다. 그와 동시에 달콤한 향이 방 안을 가득 메운다.

“냄새가 좋은데 이게 뭐야?”

“카시미어 근처 마을에서 팔던 쿠키야. 어린 여자애가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거절을 못해서 말이야. 근데 그 쿠키가 의외로 맛있었거든. 네 생각도 나서 갖고 왔지.”

“카시미어라니, 또 먼 곳까지 다녀왔구나.”

“아, 유통기한 따윈 신경 안 써도 돼. 구입한지는 좀 됐지만 아츠로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해서 괜찮아.”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짧은 지팡이를 오른손으로 들고 얼굴 옆으로 휙 돌린다.

“너의 아츠에는 그런 용도도 있구나······. 난 아직도 너에 대해서 잘 모르네.”

“나도 다 아는 건 아니야. 얼마나 시간을 왜곡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확실히, 아츠의 연구는 아직도 발전도상의 단계이다. 안젤리나처럼 중력을 간섭하는 것도 있고, 브로카처럼 과도한 힘을 뽐낼 수 있게 되는 것도 있다.
모스티마의 아츠가 발동하게 되는 것은 시간의 조작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전투 시에 일으키는 아츠의 효력이나, 강대한 힘을 사용했을 때에 울리는 종과 같은 소리, 그리고 조금 전의 발언으로부터 그렇게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도 건네줄게.”

재킷의 안쪽 주머니에서 뭔가 작은 물체를 꺼내, 이쪽에 건네줬다.

“이건······, 반지?”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색의 작은 반지다. 그 크기에 비해 의외로 중량감이 있고 안쪽에는 본 적이 없는 복잡한 문양으로 그려져 있다.

“그래, 반지. 별 의미는 없어. 마음 내키면, 착용했으면 좋겠는데.”

자칫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잠깐 눈을 피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 아, 알았다. 소중히 착용하고 있을게, 고마워.”

······그러나,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물건을 건네 준 것일까?
그녀와의 관계를 깊게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고는 있지만, 이 일은 동요를 숨길 수 없다. 아니, 정말로 깊은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냥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사온 것뿐이겠지······.

“후후, 그럼 잘됐네. 세상에서 단 두 개밖에 존재하는 반지인데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아줘.”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려는 순간 케들에서 전자음이 울린다.

“자, 차를 끓이자니까, 박사.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잖아?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깐.”

재촉하는 그녀에게 쫓기듯 컵에 홍차를 따르고, 다과를 담기 위한 접시를 준비한다.

그리고는 늘 그렇듯 그녀에게서 여행의 추억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처음엔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평소와 같은 상태로 돌아간 것 같다.

벌써 이런 시간이니깐, 오늘은 끝내기로 할까. 누가 꺼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날이 바뀌려 할 때 그런 말이 나왔다. 어느새 창밖은 깜깜해지고,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거렸다.

결국 그날, 그 반지의 의미를 묻지 못했다.


◇◇◇◇


빌어먹을, 이런 곳에서 끝날 수는 없는데······.
머리가 욱신거리는 것을 참으면서 다친 오른팔을 감싸고 걷는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도 힘들었다.

일단 상황을 정리하자.
지금 나는 적에게 쫓기고 있다. 차로 이동 중에 습격당해서, 어떻게든 여기까지 도망쳤어. 상대가 습격한 동기는 짐작이 너무 많아 알 수 없고, 로도스에 반감을 가진 자들이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모른다. 이동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연락용 단말기도 차에 두고 도망쳐서, 누구에게도 상황을 전달할 수 없다.
과연,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생각해 내지 못했다.

오로지 발을 앞으로 성큼 나아가며 모래 위를 계속 걸었다. 목이 말랐는데 주변에는 물이 없는 것 같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평선과 거대한 원석의 결정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아아,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건가. 다음은 누구와 싸워야 하는가? 이곳은 어디고, 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을까.

······나는, 누구였지?

휘몰아치는 모래폭풍이 방호복 위에서 내리쳐, 똑바로 서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세계가 위태하게 흔들리는 것 같이 보였다.

“저기 있어. 저놈이 로도스의 지휘관이야. 절대로 살아 돌려보내면 안 돼. 이봐!”

뒤에서 여러 대의 차 소리와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울러 퍼졌다. 황급히 도망가려고 해도 발이 모래에 걸려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다리고 다쳤던가.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발버둥을 쳐도 맹렬한 통증이 신경을 타고 전해져 왔다.

“따라잡았다고! 네가 우리 동료들을 어떻게 했는지 잊었다곤 못하겠지? 이제 더 이상 말 못하게 해줄 테니까!”

갱보다는 폭도라고 부를 만한 녀석들은 차에서 내려 쓰러진 내 멱살을 잡고 들어올린다.

아, 목이 말랐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이제 포기해 버리고 싶다.
입속에는 거친 모래의 식감이 질겅 씹혔다. 어느새 후드와 마스크도 벗겨진 듯 눈부신 햇살이 비쳐옴과 동시에 성난, 수많은 폭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자아, 입 다물어. 편하게 보내지는 않을 테니깐.”

콧등의 주변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진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것 같다. 날카로운 펀치라도 맞았을까.

아아, 빌어먹을. 아직 단명할 수 없다. 아직 아무도 못 구했어. 아무것도 세계를 바꾸지 못했고, 아직 아미야도 구해지 못했다. 희생을 치르더라도 구해냈던 이 목숨을 헛되게 할 수는 없잖아.
맞다, 난 아직 여기서 못 끝낼 수 없잖아.
포기하지 마라. 아무리 과거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희망만큼은 절대로 버리지 마라. 아직 절망 따위에 휩쓸려 있을 때가 아니야.

“신을, 보냐······.”

“아? 무슨 소리냐? 마침내 머리가 이상해졌나? 로도스 지휘관님!?”

또 다른 동료가 뒤에서 말하며, 조금 전과 같이 폭도의 주먹이 눈앞에 다가온다. 피하려 해도 꿈쩍도 못하고 눈을 감은 그 순간이었다.

“그 사람에게 손을 대지 말아 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여기서 사라져 주어야 한다.”

차분한 듯하면서도, 분노가 섞인,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주위에 울렸다. 뷸쑥 나타난 그 뒷모습은 한 손으로 폭도의 주먹을 움켜쥐면서도 다른 한 손에는 흰 지팡이를 주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군청색 정발은 사막 속에서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모스······티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아, 그래 박사. 잘도 열심히 버텨주었구나. 뒤는 내게 맡겨라.”

그녀는 가볍게 지팡이를 흔들어 주위의 폭도들을 날려 보낸다. 갑자기 들어온 방해에 그들은 분노의 화살을 그녀에게로 향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이쪽은 수십 명이 있다고! 해치워, 너희들!”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 그들. 그러나 그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단, 양손에 흰색과 검은색, 두 개의 지팡이를 들고 그것들을 포개어 놓는다.

거대한 그림자가 닥쳐오고 전방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다른 군중들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너는, 어떻게 여기에······?”

“그건 나중에 이야기할게. 우선은 돌아가자. 로도스로.”

그녀의 어깨에 기대, 그들의 것이었던 차에 올라탄다. 그녀의 운전으로 차가 출발했을 때 긴장의 끈이 끊어졌는지 내 의식은 여기서 잠들고 말았다.


◇◇◇◇


사막에서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나고, 지금은 집무실 소파에 모스티마와 둘이 앉아 있다.

그 후의 보고에 의하면, 내가 적을 유인하며 도망친 덕분인지, 습격 당시에 동승하고 있던 오퍼레이터들은 전원 무사했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걱정하던 것도 잠시, 다른 오퍼레이터들에게는 호된 꾸지람을 듣고 반성문까지 써야 했지만.

“그럼 다시 설명해줄 수 있겠지, 모스티마. 어떻게 나를 찾았는지를.”

“물론이지. 먼저 전에 줬던 반지 좀 보여주겠니?”

“이걸 말하는 거야?”

왼손을 가슴팍까지 들고 반지가 보이게 상대방에게 향한다.

“그래. 너에게 건네준 반지는 쐐기라고 말해. 한 쌍의 반지는 서로의 시간과 장소를 공유해 주는 거야. 그 신호는 평범한 사람이 감지하기는 어렵지만, 내 능력은 그에 적합하니깐. 나를 위해서 이스가 만들어 준 물건이니깐.”

이스란 펭귄 로지스틱스 장비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 인가봐. 그 엠퍼러의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상당한 기술자일까.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나는 서둘러 이 반지를 사용해 반응을 탐지했어. 곧바로 찾는다면, 살릴 가능성이 있었으니깐.”

“잠깐만, 내가 죽었다고!?”

“그런 일이 일어났었던 것뿐이야. 지금 이 자리에 너는 살아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 반지가 타임 패러독스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 그 이상의 생각은 그만두었다. 애당초 그쪽 분야는 아니고 전문도 아니니 일일이 이해하려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 만약 네가 도우러 오지 않았다면······?”

“너는 폭도들에게 계속 얻어맞고 어이없게 절명했겠지. 중요한 박사를 잃은 로도스는 대혼란이었어. 아니, 그건 지옥이었어. 정말로.”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어딘가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잇는 것처럼 보인다.

“덧붙여서 말하지만, 이제 이 반지는 효력이 남아 있지 않아. 일회성 사용을 조건으로 해서 만든 거니까 말이야. 이제 네가 그걸 달고 있는 의미는 없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런 그녀의 왼손에는 효력이 없는 반지를 아직 차고 있었다······.

“하나 질문이 있는데 괜찮을까?”

“그래.”

모처럼의 기회이니, 여태껏 듣지 못했던 의문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넌 왜 이런 반지를 챙겨줬니?”

그렇게 말한 순간, 그녀는 겸연쩍은 얼굴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리고는 뒤꿈치를 띄워 발목을 빙빙 돌리거나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한 채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살짝 비틀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르겠어.”

띄엄띄엄 목소리를 쥐어짜는 그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가녀려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네가 없어지고 아무도 없는 이 방을 보고 왠지 갑자기 가슴이 아파져서 말이야. 그런 기분이 들었던 건 처음이었어.”

고개를 아래로 향하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아도, 떨리는 목소리에서 비통한 기분이 느껴진다.

고개를 숙인 채 그녀는 일어서서 이쪽으로 다가와 내 옷 소매를 붙잡았다. 그리고 얼굴을 돌리고,

“제발 다시는 죽지 말아줘.”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본 채 그녀는 그런 말을 내뱉었다.

“미안, 약속은 못해.”

나는 그 말에 대해서 간단하게 끄덕이지 못했다. 이제부터 리유니온과의 전쟁은 더 가혹하게 되겠지만, 그 전투 속에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았다.

“······응,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말과는 정반대로 어딘가 낙담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시선을 아래로 떨구는 모스티마. 가능하면 그런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래서 말했다.

“그래도 가능한 죽지 않도록 할 테니깐.”

소파에서 일어나 모스티마의 등에 팔을 살짝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포옹한다. 적을 상대로 그토록 꿋꿋하게 굴고 있어도 그 몸은 상상 그 이상으로 가냘프고, 지켜지고 있는 쪽의 내가 걱정스러워 할 정도였다.

치사해, 그건.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등에 그녀의 팔이 닿는 감촉을 느꼈다.

“저기, 박사.”

“뭐야?”

“예정이 없으니깐, 이번에는 당분간 로도스에 남으려고 생각하고 있어.”

“응.”

잠깐 사이를 두고 그녀는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그, 만약 네가 좋다면······, 그 동안 이 방에 묵게 해 줄 수 없겠니?”

그런 것, 일부로 묻지 않아도 대답은 정해져 있다.

“물론이지. 상관없어.”

“고마워, 박사.”

그날은 한동안 그대로 가만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약속을 잊지 않도록.



◇◇◇◇



그런 일이 있은 후 모스티마는 로도스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지금까지는 몇 달에 한번 얼굴을 보이는 정도였지만 요즘은 한 달에 두 세 번의 원정을 다녀올 정도로 오래 머물렀다. 서류 일을 도와주거나 휴식 중에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를 해주거나 등 함께 보내는 시간은 매우 많다.

어느 날 평소보다 길어져버린 회의를 마치고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 책상에 푹 엎드려서 자는 그녀가 있었다. 꼭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자면 감기걸린다~”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들여다보지만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없다. 이미 밤도 늦었고, 일부로 깨우는 것은 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그녀의 자는 얼굴을 찬찬히 보는 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그 얼굴은 순박한 천사 같아 보는 이쪽이 안쓰러움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뺨을 찰싹 때리며 나쁜 생각을 떨쳐낸다. 그리고 옷장에서 담요를 꺼내 깨우지 않도록 살포시 덮는다.

좋은 꿈을 꿔. 모스티마.


이것은 고독을 안고 있던 두 사람이 신뢰를 쌓는 이야기.
두 사람의 관계와 그 손에 낀 반지가 로도스 내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나중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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