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헉.. 가디언님, 조금만 버티시면 돼요!"
지친 기색이 여력한 프리스트가 떨리는 두 손으로 내게 엘로라의 보호막을 걸어주었다.

크읏-. 엘더의 일격을 방패로 겨우 막긴했지만 손목이 저릿해져왔다. 100%물약도 다 써버렸어.. 얼른 마무리하지 않으면...!

어쌔신과 버서커는 움직임이 현저하게 느려졌고, 보스에게 자꾸 빈틈을 보이고 있었다.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 거친 숨소리와 피비린내.
그리고...

"히이잇! 여러부운-!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주세요오-♥"

....

그으아아아아아---!!!! 쿠우웅----!!!
거대한 그가 1시간이 넘는 사투 끝 무릎을 꿇었다.
허억... 헉..... 드디어 해치웠다. 엘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긴 싸움이었다. 보물상자를 룻하러 갈 기력조차 없었다. 다들 그대로 주저앉아 숨고르기에 바빴다.


"우와앙-! 샤링은 우리가 해낼 줄 알았어요오!"

한 사람 빼고는.

"샤링이 정말 기뻐요오-! 저기... 샤링이 루팅해도 될까요오? 샤링이 이런거 해보고 싶~어~!"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쟤는 뭐지? 아, 우리가 몸바쳐 싸울 때 뒤에서 노래부르며 버프하던 꼬맹이?

"잠깐 쉬었다가 루팅하도록 해요. 다들 너무 지쳐서 정신이 없으니."
프리스트가 차징힐을 하며 일어섰다. 그의 하얀색 알사스로브에 물든 붉은 피는 이번 전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아아.. 여러분들이 너무 지친 것 같아서 샤링은 슬퍼요.. 힘이 나는 노래, 샤링이 불러줄..."
"야! 시끄러워!"

!

"우리가 목숨걸고 싸울 때 넌 한 게 대체 뭐야? 아아- 윙크하고 노래불렀었지?"
"버서커씨, 참아요. 이긴 걸로 됐어요."

"샤링은 아이돌이예요. 던전은 샤링의 스테이지란 말이예요오-!"

"그래그래 아이돌씨. 알겠으니까 그 잘난 곰인형이랑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나 하고 던전 근처는 얼씬도 하지마."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하지만 샤링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긴 것 만큼이나 정신연령도 어린건지 분위기파악 못하고 꼬맹이는 계속 주절거렸다.

"샤링은 아이돌. 이건 아이돌의 싸우는 방식이예요!"

울먹이기 시작했다. 동조하는 사람은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눈치없이 투정부리는 샤링에 나도 슬슬 짜증이 났다. 침착하고 아량이 넓은 프리스트의 안색도 어두워지는 게 눈에 띄었다.

참다못한 버서커가 샤링의 더듬이를 움켜쥐었다.

"아앗- 거, 거긴-! 더듬이 만지지말아요.. 히읏....!"
"왜? 아파? 야, 칼에 베이고 물려뜯긴 상처들은 안보이냐?"

"피부 뽀얀거봐라. 이쁘게 생겼네."
어쌔신도 자리에서 일어서 샤링에게 다가갔다.

"저, 저리가...! 자꾸 이러면 샤링 화낼거야!"

"경험치랑 아이템 먹도록 우리가 고생해줬으니 너도 고생해줘야하지 않겠어? 키킥"
텔레포트로 샤링의 뒤로 이동한 위저드가 샤링의 어깨를 두손으로 꽉 붙들었다.

"흐윽- 가, 가디언오빠! 샤링이 무서워! 샤링이 도와줘요...!"

"이종족은 관심없어서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시전이 끝난 귀환석이 눈부시게 빛났다.

.
아이돌이 되게 좋은 연성 소재임.. 근데 샤링 하필 어린이같은 외형이라 위험해서 함부로 펜 놀렸다간 잡혀갈 듯;;
뒷내용은 남은 사람들이 샤링 싸인받고 템 룻하고 헤어지는거임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