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1황의 시대임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12살이 되던 날, 어머니로부터 하나의 부탁을 받는다.

어쩌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제안에 착한 아들은 마지못해 승낙한다.

그리고 그 소년은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성대한 폭죽을 터뜨린다.

검은 옷을 입은 조문객들은 몰래카메라를 당한 것 마냥, 혼이 나간다.

별 생각없이 스크롤을 넘기던 독자들 역시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당장 자초지종은 알 수가 없다.

안녕 에리는 분명 머리를 뒤흔드는 어질어질한 충격으로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만화를 추천해야한다면 

왠만해서는 이 만화는 빼놓을 것이다.

집들이 온 친구에게 답례선물을 쥐어줄 때에도

지나치게 무거운 건 곤란한 것처럼

선뜻 추천하기엔 그 주제가 너무 무겁다.

게다가 뭐가 들어있는지 모를, 몇 겹 테이프로 칭칭 감아둔

택배물건을 뜯을 때처럼 이해하는데 힘이 드는 만화다.

만약 누군가에게 이 만화를 추천한다면

당장 그 날 밤 왜 폭발시켰냐고 유우타가 아닌 내게

전화로 닥달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만화를 읽는 사람들에겐 우선 주인공인 유우타의

마음을 따라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비록 영화를 바탕으로 한 실험적인 면이 강한 만화라 해도

그런 부분에 너무 시선을 뺏기면 이 만화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메멘토 모리. 

인간은 어둠이 있기에 별을 볼 수 있으며

절망이 있기에 판타지를 가진다.

하지만 유우타는 어머니로부터 그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유우타에게 거짓이 아닌 진실을 보여주었더라면

그는 애초에 폭죽을 터뜨리지도, 도망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유우타와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본모습을 아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거짓으로 기워만든 추억에 관해

한 쪽은 폭죽을 터뜨렸고 한 쪽은 눈물을 터뜨린다.

이 시점부터 유우타는 아버지의 생각을 조금씩 받아들인다.

그것은 그동안 방관해왔던 아버지의 진심이 유우타에게

처음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소망과는 달리 추억이란 건 단지 아름답게 포장된 기억이 아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역시 가족간의 진실된 어울림을 원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강요에 못이겨 진실된 추억을 남기지 못했었던

유우타는 에리의 모든 것을 찍겠다는 말로 아버지에게 회답한다.

유우타는 에리의 전부를 영화화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만화를 읽는 독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끝끝내 독자들은 안경을 쓰고 교정기를 한 에리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유우타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던 나는, 이 만화가 유우타가 

만든 영화속 장면이며 나 자신은 단지 그 관객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만약 에리가 안경을 끼고 교정기를 한 상태로 만화에 등장했다면

에리란 캐릭터에 대한 감정은 많이 달라졌을까.

하지만 그런 장면은 결국 나오지 않았으니 관객은 언제까지고 지금의

에리를 기억할 뿐인 것이다. 유우타의 의도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