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오브워 라그나로크 엔딩 후기(스포)

trier · 2022.11.14 19: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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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난이도로 서브퀘랑 탐험 이거저거 해보느라 44시간 걸렸음

결말에 이르니까 크레토스의 고난과 여정에 대한 보답같은 특정 장면들과 아들과의 애틋한 대화, 토르-오딘으로 이어지는 좋은 전투시퀀스 같은 장점도 많이 기억에 남지만 아쉬움이 훨씬 큼

세간의 평가와 다르게 전작에 비해 발전된 면모들이 적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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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투인데 수직구조를 추가했고 전반적인 전투 양상이 레트로 슈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레나 방식임. 전작 전투도 충분히 박력있었지만 구작 트릴로지에 비해 화려한 맛은 훨씬 덜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작은 시점만 숄더뷰지 액션의 속도와 박진감은 구작같은 스타일리쉬 액션 장르를 방불케함.

제물,동결 게이지 의존도를 늘려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목됐던 룬 스킬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각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만들어놔서 콤보 플레이를 용이하게 바꿔놈. 이로 인해 조작 난이도도 크게 올라갔지만 전작마냥 룬 우다다 난사하고 쿨까지 평타-패링 반복하는 좆노잼 유사 소울라이크 플레이에서 탈피하려는 시도 자체로 충분히 마음에 듬.

보스전도 전작의 색놀이 트롤 레인저는 메인 스토리에선 아예 안 나옴. 정확히는 나오기는 나오는데 컷씬에서 크레토스가 알아서 순삭해버리는 일종의 개그씬으로 잠깐 등장함. 대신 사이드 퀘스트에선 이런 팔레트 스왑과 트롤 형제들을 여전히 빈번하게 볼 수 있음

탐험같은 경우 이젠 블레이드를 탐험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해서 비교적 속도감이 붙음. 전작의 답답한 엉금엉금 등반이 마음이 안 들었으면 꽤 와닿는 변화일거같음.

전작처럼 여전히 와이드 리니어 레벨디자인을 기용했는데 볼륨은 비교하는게 미안할 정도로 거대함. 서브퀘로 가볼 수 있는 특정지역은 아예 이런 류의 게임에선 찾아보기 힘들 하나의 거대한 오픈월드 에리어로 구석구석 꾸며놨음. 다만 서브퀘 질은 전작이랑 비슷함.

가장 큰 문제는, 전투에서의 변화가 전반부엔 아예 와닿지 않는다는 점임.

수직적 구조 추가와 넓어진 아레나는 몹들 웨이브가 플레이어 있는 쪽으로 알아서 찾아와주는데다 얼마없는 원거리 공격 몹들도 굳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며 접근할 이유없이 이쪽에서도 원거리만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함. 거기다 등장하는 적들 물량도 적어서 룬이고 뭐고 없는 초반에는 그냥 제자리에서 버티면서 오는 애들 막기만해도 딱히 늘어지지도 않고 별 문제없이 진행이 가능함. 세팅수준이 높아지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타이밍이 되서야 이런 장점(변화)이 와닿기 시작하는데 그 전까지는 그냥 전작 전투의 반복처럼 여겨짐.

보스전도 메인스토리에서 마주하는 애들은 하나같이 개성넘치고 다양한 파훼법이 존재하는데 서브퀘스트(특히 광전사 무덤)에서 보는 애들은 팔레트 스왑이 즐비하고 숄더뷰 시점에선 좆같이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1대다 전투가 존내게 많음.

엥? 이쪽도 아트레우스,프레이야 있으니까 다대다 아님? 할텐데 ai수준이 그다지 높지않고 적 어그로 끄는 비중도 낮음. 거기다 화려한 이펙트로 인해 가시성 문제까지 겹쳐서 적 투사체 수개가 연달아 날라오면 오히려 짐덩이로 느껴짐.

탐험같은 경우 말이 좋아서 블레이드를 적극적 사용해서 속도가 붙고 웅앵웅이지 정작 해보면 블레이드로 등반 가능한 구간과 전작마냥 세월아 네월아 한뼘한뼘 기어가는 구간이 비슷한 빈도로 나누어져 있는데 맵은 수 배로 커져서 오히려 전작보다 답답하게 느껴짐. 제작할때 베이스로 둔 콘솔이 전작과 동일해서인지 로딩 눈 속임용 좁은 동굴,벽 기어가기도 여전함.

전작에서 악평받던 퍼즐은 놀랍게도 악화됨. 종치기 까마귀 숨은그림 찾기는 물론이고 각인 화살 연계로 개지랄맞게 몸 비틀어야되는 일부 퍼즐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옴.

구작들에서도 퍼즐은 빼놓을 수 없는 시리즈 정체성이었다는 이야기가 나돌던데 당연히 맞음. 갓오브워 시리즈는 항상 퍼즐 반 전투 반 비중이었음. 탐험요소도 퍼즐이 부재했으면 지금보다 단조로웠을거임.

근데 구작은 길어봐야 8~10시간 남짓한 플레이타임에 선형 진행이었고 전작과 라그는 그 수 배의 볼륨임. 거기다 구작들에선 난이도랑 풀이는 지랄맞았어도 각 퍼즐들이 나름의 개성을 갖추고 있었고 동일한 퍼즐을 초반부터 종반까지 일관되게 우려먹는 개지랄은 한적 없음. 라그는 함.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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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는 각별하게 다가오는 장점과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단점이 혼재되어있는데

일단 캐릭터는 매우 훌륭함. 새로 등장한 토르와 오딘을 위시한 에시르 캐릭터들에게 인간으로써의 얼굴을 씌워주는 작업이 전작의 발두르보다 훨씬 잘 이루어졌음.

토르는 애정결핍,알코올 중독,극심한 자기비하로 똘똘 뭉쳐 비뚤어진, 거대한 힘을 가진 어린아이로 묘사됨. 크레토스와의 인상적인 첫대면 이후로도 종종 얼굴을 비출때마다 그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위압감과 대비되는 어딘가 불안정한 내면이 섬세하게 표현되어있음.

최고신인 오딘도 매체에서 흔히 묘사되던 존엄한 신으로써의 면모보단 바스터즈의 한스 란다를 떠올리게하는 비열하고 사람 좋은냥 위장하고있는 책략가로 독특하게 재해석 해냈음.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깊었고 성우,배우들의 연기도 하나같이 매우 질이 높음.브록-신드리,프레이야처럼 전작의 인물들의 서사의 확장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생각함.

크레토스는 시리즈 중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줌. 미미르를 형제를 칭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아트레우스에게 자신의 실수를 가감없이 인정함. 심지어 일종의 유머를 보여줄때가 있음. 그 크레토스가!!!!! 구작부터 즐겨온 입장에서 이런 묘사가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고 종종 흐뭇하게 미소짓게 했음. 물론 같은 구작팬이어도 민간인이고 신이고 육포마냥 찢어대는 그때의 크레토스가 더 그리울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인격적인 성장이 썩 반가웠음.

문제는 이런 인물들이 개별적인 서사로 이루어져있을때는 위화감 없이 어울리지만 정작 메인 이벤트인 라그나로크가 코앞으로 다가온 종반부에서 괴상하게 무너져내린다는 점임.

토르와 오딘의 비틀린 부자관계는 더 깊이 파고들 여지없이 맥락만 던져둔채 불발함. 에시르와 요툰족간의 유서깊은 갈등 또한 어린애들 다툼 말리는 수준으로 불발함. 프레이-프레이야 남매간의 차마 다 봉합되지 않았던 갈등은 이전 컷씬과 서술에선 여지를 남겨둔것처럼 묘사되나 프레이의 희생에 덮어씌워져 허무하게 불발함.

본작의 부제이자 가장 큰 관심사일 라그나로크 자체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데 화면 저쪽에선 북유럽신화 최고의 대사건인 라그나로크가 펑펑 터지고 있는데 크레토스는 여전히 직선구조의 좁은 골목길을 뛰어나다니면서 잡졸 여러명잡는 단조로운 전투를 헤쳐나가야됨. 쉽게말해서 빌드업과 기대감은 금방이라도 좆물이 터져나올만큼 거대하게 쌓아놓고 찬물이라도 끼얹듯이 허무하게 종결시킴.

구작의 크로노스 보스전, 하다못해 전작의 발두르와의 최종전투만큼 유저(크레토스)가 주체가 되는 경험이 아닌 그냥 이전까지 해오던 전투의 연장선처럼 여겨졌음. 이후에 펼쳐진 토르-오딘과의 전투는 즐겼긴했음.

엔딩같은 경우도 아트레우스 크레토스 부자간의 대화와 감정은 구작부터 즐겨온 유저인지라 애틋하게 다가왔고 눈물을 훔칠만큼 몰입했지만 이후 감상을 정리할 크레딧과 인상적인 라스트씬이 부재한 점과 여운이 채 떠나기도 전에 유저에게 “탐험을 더 해보실래요?”라며 바로 패드를 떠 넘기는 구성도 마음에 들지 않았음. 기~~~~인 여정의 끝이 미완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면서 감상이 식고 만족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게됨. 이건 전작도 동일했지만.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불만인데 그냥 흘려들으셈. 종종 컷씬의 감상적인 면모들이 우스꽝스러워질때가 있음. 느린 호흡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인지라 과장된 클로즈업과 연기에 음악을 곁들여 인물의 감정을 묘사할때가 있는데 충분히 조명받은 주연을 비출때면 몰라도 서사에서 겉돌다시피하는 조연 한 명 한 명마저 동일한 방식으로 묘사하다보니 오히려 반복적이란 인상을 받음.

연출면에서도 굳이 전작과 같은 원 테이크를 고집했어야하나 싶을 정도로 인공적인 편집점이 보일때가 있는데 몰입감을 위한 선택이 도리어 몰입감을 해친다면 고민해봐야 될 문제 아닌가 싶음.

종합해보면 갓오브워 라그나로크는 시스템 면에서는 큰 고민없이 안전하게 전작을 확장해나가는데 그쳤고 서사는 꽤 훌륭한 순간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으나 마무리가 크게 아쉬움. 이게 북유럽 사가의 종결편으로 알고있는데 다음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몰라도 큰 변화가 없다면 앞으론 기대를 하기 힘들거같음. 좋은 작품인만큼 좋은 마무리를 원해서 더 그런거 같기도 함.

겜 끝나자마자 아쉬운 마음에 적는 후기라 두서없고 난잡하게 적혀져있을텐데 감안하고 읽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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