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시절이라고 해봐야 몇 주 안 됐지만, 어제 그 일도 있었고 해서 생각나길래 다시 읽어봤는데 애가 참 착하긴 하다

미프에서 만난 게 4월 6일이었고 한창 벚꽃이 만개했던 시기로 기억함. 궁금해서 폴란드에도 벚꽃 있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해서 물어봤지. 카톡 있으면 아이디 달라고. 사진 보여주겠다고. 그랬더니 좋다 하더라고. 그래서 카톡으로 옮겨 왔고 미프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갈수록.

알아갈수록 얘하고는 공통점이 많다는 게 신기했고.
그러다 알게 된 건데 우리가 똑같이 좋아하는 락 밴드가 내년 3월에 폴란드로 공연을 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 쪽에서 먼저 내년 3월이면 코로나도 진정될 테니 같이 콘서트 보러 가자고. 걘 흔쾌히 그러자 했고.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이 즈음에서 둘이 조금씩 마음을 가졌던 게 아닌가 싶다.

편지에 보면 많은 비슷한 것들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적혀 있거든. 내년에 콘서트도 같이 가자고 적혀 있고.

그런데 콘서트 같이 가는 건 물 건너 갔지

어느새 둘이 연인 모드로 들어가고
누구 하나 고백하지도 않았는데 보고 싶다, 좋아한다 이러고 있었으니. 그렇다 보니 여행 일정이 12월로 당겨졌고, 애가 힘들어하길래 다시 10월로 앞당겼다가 다시 12월로 미뤄졌다. 애가 10월에 휴가 내기 어려울 거 같다 했거든

얘가 말하길 폴란드의 12월은 그야말로 ㅈ같다는데, 글쎄 이건 가서 보면 알게 될 거고…

내가 연애 경험이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얜 정말 좋은 애 같다. 그리고 얘한테 정말 고마운 게 어제 그렇게 다시 대화를 시도해줬다는 거다. 먼저 끝내자고 한 게 나라서 난 얘한테 두 번 다시 메시지가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 두 시간인가 한 시간인가 있다 보니 톡이 왔거든.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며 대화 좀 하자고. 그래서 대화하는데, 내가 이왕 다시 시작하는 거면 고백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고백했더니 얘가 이렇게 말하더라

I know you're telling me this because that's how you feel. Don't worry, I know this. If that's how you feel I won't stop you, that would be brutal..


And... You didn't really have to ask that question, because for me... Nothing stopped today. Even for a moment.


비록 지금은 800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에 떨어져 있지만
난 얘를 놓치면 안 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물론 어제는 멘탈이 박살나다 못해 가루가 돼서 판단력이 흐려진 것도 있었고 얘를 좀 원망하기도 했지만, 얘를 놓치게 되면 그땐 정말 산송장이 될 거 같은 기분이다. 적어도 지금은.

이따 얘 시험 끝나고 영통하면서 술 마시기로 했으니 방 청소나 좀 해놔야겠다. 혹시 내 등 뒤로 방 내부가 보일 수도 있으니까.

설마 제외되겠냐마는 9월에 근로장려금 들어오면 이걸로 항공권 먼저 구입해야겠다. 근데 시발 근로장려금 제외되진 않겠지. 전화해서 제외되는 기준 물어보니 난 해당 사항 없어서 안심하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