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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 문화, 검열 이야기가 쭉 나와서 볼만한 글 투척해봄

ㅇㅇ(49.142) 2022.05.11 13:37:24
조회 460 추천 9 댓글 2
														



뉴욕대학 러시아 및 슬라브 연구 글로벌 석좌 교수로 있고 미술비평가로 주로 활동하는 보리스 그로이스라는 사람이 쓴 글들임. 동베를린에서 태어나서 레닌그라드대학에서 철학, 수학 공부하면서 소련에서 살다가 서독으로 이주하고, 다시 미국에 정착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구소련 연방과 서방을 긴 세월에 걸쳐 모두 경험한 사람. 국내 교류도 활발하고, <반철학 입문><새로움에 대하여> 등 단독 저서들도 번역 출간된 적이 꽤 있음. <스탈린의 종합 예술(국내 역본으로는 아방가르드와 현대성)>이나 <코뮤니스트 후기>처럼 특히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소비에트 정치, 문화를 매우 도발적이고 독자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냄.



「인터넷상의 예술」


보리스 그로이스(Boris Groys)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인터넷이 예술의 생산(production)과 분배(distribution)를 위한 주된 장소가 되었다고 말하며 글을 시작한다. 그로이스에 따르면, 수많은 문화 종사자들은 이러한 인터넷으로의 전환을 해방으로 생각했다. 인터넷은 적어도 미술관이나 출판사 같은 문화 기관들보다는 덜 선별적(selective)이라고 믿어졌던 것이다. 이 전통적인 문화 기관들은 마치 신의 권능과도 같은 무조건적인 권위로 예술작품을 선택해왔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그로이스는 전통적인 문화 기관에서 인터넷으로의 이주를 통해, 예술과 문학에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서술한다. 그는 이 ‘인터넷상의 예술’에 대해 제도 비판(institutional critique)과도 명백하게 선을 긋는데, 미술관이 권력을 사용 혹은 남용하는 방식을 비판해왔던 제도비판의 방식은 이제 더는 유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Ⅰ. 프레이밍(framing) [pp.172-176]


그로이스에 따르면, 문학과 미술은 허구(fiction)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그는 인터넷이 예술의 주된 매체(medium)가 되면서, 예술의 탈허구화(defictionalization)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때 중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프레이밍(framing)”이다. 프레이밍은 예술작품의 “물질적이고 기술적이고 제도적인” 틀을 의미한다. 그러나 예술이 허구를 허구로 제시하기 위해서는 이 프레이밍을 위장하거나 은폐해야만 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예술은 이 프레이밍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독자는 책이 물질적인 사물(material object)이라는 사실을 잊어야만 그 내러티브에 몰입할 수 있었고, 미술관의 관객은 ‘미술관’을 잊어야만 작품에 몰두할 수 있었다.


1. 아방가르드 예술 [pp.172-175]


반면, 20세기 초반부터 대두된 아방가르드 예술은 예술의 실제적이고 물질적이며 비허구적인(nonfictional) 차원을 주제화하거나 드러내려고 했다. 전통적 예술이 프레이밍을 은폐하려고 노력했다면, 아방가르드 예술은 이 제도적이고 기술적인 프레이밍을 주제화하려고 했다. 그들은 관람자와 독자에게 이 프레이밍을 가시적이고 경험 가능하게 만들고자 했다. 이 부분에서 그로이스는 예술을 허구와의 투쟁으로 보았던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를 인용하기도 한다. 분명 아방가르드 예술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하이데거는 오직 예술만이 세계의 이미지 뒤에 숨겨진 이 기술적이고 제도적인 프레이밍을 드러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로이스에 따르면, 아방가르드가 드러내고자 했던 예술의 물질적인 측면은 여전히 예술의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일반적인 조건 아래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재허구화될(refictionalized) 수밖에 없었다.


2. 인터넷: 프레이밍의 변화와 예술 다큐멘테이션(documentation) [pp.175-176]


그로이스에 따르면, 인터넷은 오프라인 현실에 참조점을 지닌 비허구적인(nonfictional) 특성에 대한 전제 하에서 기능한다. 인터넷은 정보의 매체(medium)이지만, 이 정보의 대상은 인터넷 외부, 즉 오프라인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상에서는 예술이 군사 계획, 관광 산업, 자본의 흐름과 같은 비허구적인 일들과 같은 장소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간다. 또한, 그로이스는 인터넷상의 예술은 이전과는 달리 고정적이고 제도적인 프레이밍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강조한다. 대신, 인터넷 사용자는 그들의 컴퓨터 혹은 휴대폰의 표면 위를 클릭하여 그들 각자의 프레임을 만든다. 이제 사용자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 명백한 프레이밍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설령 작품이 허구를 지시하더라도 이전처럼 여기에 몰두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그로이스는 인터넷상에서 저자(author)의 허구적 텍스트[예술작품]가 실제 인물로서 작가의 정보에 통합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예술의 물질적인 측면을 드러내고자 했던 아방가르드의 충동이 이제 인터넷을 통해 실현(realization)된 것처럼 보인다. 이때, 그로이스가 주목하는 인터넷상의 예술 재현(representation)은 바로 “예술 다큐멘테이션(documentation)”이다.


그로이스에 따르면, 예술작품은 예술인 동시에 허구적이지만, 예술 다큐멘테이션은 허구적이지 않다. 예술 다큐멘테이션은 예술을 지시하고 있지만, 예술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로이스는 예술 다큐멘테이션의 경우 예술과 달리 마음껏 재포맷과 같은 변형을 거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 다큐멘테이션의 정체성과 복제 가능성은 실제의 외부 지시대상(referent), 즉 예술의 형식(form)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로이스는 문화 기관들이 인터넷을 “자기-재현(self-representation)”의 수단으로 쓰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예를 들어, 미술관은 컬렉션의 일부를 인터넷상에 공개한다. 이는 작가 개인도 마찬가지인데, 예컨대 오늘날의 작가는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자신의 활동에 대한 다큐멘테이션을 보여준다.


Ⅱ. 동시대의 저자(author)와 관객(spectator) [pp.176-180]


1. 저자(author)와 동시대적 주체 [pp.176-178]


그로이스는 인터넷이 저자(author)의 세계화, 즉 작가라는 개인의 세계화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 그로이스가 말하는 저자는 허구적이고 권위적인(authorial) 저자, 즉 예술작품 뒤에 해석학적으로 해독해야만 하는 의도와 의미를 담는 종류의 인물이 아니다. 이 저자는 인터넷 데이터가 지시하는 오프라인 현실에 존재하는 진짜 사람으로서의 저자이다.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 예술작품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표를 사거나 레스토랑을 예약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활동은 동일한 통합 공간에서 일어나며, 다른 인터넷 사용자 역시 여기에 접근할 수 있다.


그로이스에 따르면, 본래 투명성(transparency)과 지시성(referentiality)의 공간인 인터넷에서 예술가들은 암호와 보호 시스템을 통해 이 완전한 가시성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때, 동시대의 주체는 다른 사람은 모르는 암호들의 소유자, 즉 비밀들의 파수꾼이 된다. 그로이스는 이 정의가 인간 주체에 대한 아주 전통적인 정의와 대단히 유사하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존재론적으로 보호되던 비밀이 이제 기술적으로 보호되는 비밀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로이스는 오늘날의 해석학자는 해커로, 동시대의 인터넷은 비밀이 상품이 되는 사이버 전쟁의 공간으로 묘사한다. 또한, 그로이스는 작가가 인터넷에 예술작품을 올리면서 얻게 되는 인터넷이 저자의 글로벌한 성공을 클릭 수, 조회수 등으로 수량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2. 인터넷의 관객(spectator): 인터넷의 유한성과 감시 [pp.178-180]


그로이스에 따르면, 인터넷의 관객은 인간도 신도 아니다. 인간의 응시(gaze)는 인터넷 전체를 파악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신의 응시(gaze)는 무한하고 인터넷은 유한하기 때문에 그 관객은 신도 아니다. 여기서 그로이스가 강조하는 것은 인터넷의 유한성이다. 그로이스에게 인터넷은 데이터 흐름(data flows)을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이 흐름을 멈추고 뒤집기도 하는 ‘기계’에 가깝다. 그로이스는 인터넷의 물질적인 토대, 유한한 숫자의 케이블, 단말기, 컴퓨터 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인터넷의 매체(medium)는 전기이고, 전기의 공급은 유한하기 때문에, 인터넷은 무한한 데이터 흐름을 뒷받침할 수 없으며, 이를 작고 추적가능하도록 분할할 뿐이다. 그리고 이 과정[알고리즘]을 통해 인터넷은 모든 사용자를 감시(surveillance)에 노출시킨다. 결국, 인터넷을 읽는 시선(gaze)은 알고리즘적인 응시(gaze)가 된다.


그로이스는 예술의 ‘분배’와 ‘전시’의 장소로서의 인터넷보다 작업 공간으로서의 인터넷에 더 주목한다. 이제 예술의 ‘생산’과 ‘전시’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 것이다. 예술가들은 이전처럼 분리된 공간에 은둔해서 작업할 수 없으며, 그의 작업 과정은 이미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넷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예술가들이 인터넷의 감시에 노출된 채로 작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로이스는 인터넷이 사적으로 소유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인터넷을 통제할 수 있는 물질적이고 기술적인 기반을 소유한 기업들은, 감시의 결과를 판매한다. 이 감시는 타겟 광고를 위한 좋은 재료가 된다. 여기서 그로이스는 고전적인 해석학의 “수익화(monetization)”라는 흥미로운 용어를 사용한다. 해석학은 이제 작품 뒤에 있는 저자와 그의 의도를 파헤치려고 하기보다는, 주체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적 착취를 위한 수단으로 부활한다. 주체는 인터넷 상에서 예술작품을 제작할 뿐 아니라 특정한 관심과 욕망, 필요를 지닌 인간으로 드러난다.


(이하 생략)


출처 : https://eunchaecho.tistory.com/15




불신의 담론 : 음모론과 이데올로기 비평


역사적 공산주의에 대한 후기(<코뮤니스트 후기>, 보리스 그로이스 저, 김수환 역, 문학과지성사, 2017)에서 나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언어의 역할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어의 역할과 어떻게 다른지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 자본주의의 조건 하에서 담론적 실천은 상업적인 상품, 정당과 기관들,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담론을 믿는다고 할 때, 우리는 그것들이 진실이며 현실에 부합하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것들이 거짓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일까? 어찌하였든 필멸의 개인들인 우리는 그러한 담론이 참조하는 현실에 항상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설령 우리가 이러한 접근을 한다 해도, ‘주관적인 인상’만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기에 이것은 진실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특정한 담론, 이념, 정치적 태도 또는 세계관에 충실하기 위해 순전히 개인적인 결정만을 내릴 수 있을 뿐이다. 이른바, “안 사요”라는 말은 우리가 다른 어느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렇게 다른 특정 이데올로기를 사는 행위는 조용한 활동이다. 그것은 더는 말로 표현될 수 없다.


마르크스주의 담론은 이와 반대로 신뢰가 아니라 불신을 낳는다. 마르크스주의는 기본적으로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평이다. 마르크스주의는 특정 담론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현실’이 아닌 이러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화자들의 관심사, 주로 계급적 이익을 찾는다. 여기서 주요한 질문은 무엇이 말해지냐는 것이 아니라 왜 그것이 말해졌는가이다. 그리고 왜 그런지에 대한 이 질문은 화자의 개인적인 상황, 관심, 또는 토론 전략과는 관련이 없다. 사람들은 무엇이 자신들에게 좋은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곧장 해로운 이데올로기를 주장한다. 따라서, 각각의 담론은 계급 투쟁에 있어서 제 객관적인 역할에 따르는 이데올로기 비평으로 탐구된다.


이 중대한 탐구는 이러한 담론을 듣고 읽는 사람들이 이에 참여할지의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계급에 속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데올로기 비평을 활용하여 우리의 계급 이익에 유리한 담론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배 계급에 속한다면 노동 계급 해방 운동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반동적인 잠재성이 가장 큰 담론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이와 비슷한 선택은 언제나 논쟁의 여지가 있다. 다른 사회적 계급의 입장은 항상 변하고 있고 사회적 원동력 사이의 관계도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수반되는 담론들은 끊임없이 수정되어야 하고 심지어 자주 교환되어야 한다. 어제 반동적이었던 담론은 오늘에는 진보적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데올로기 비평의 담론은 메타 담론이며 중단될 수 없다. 정말로, 불신의 담론만이 항상 더 나아가며 결코 침묵을 지키지 않는 것에 반해, 신뢰의 순간은 언제나 침묵의 순간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이데올로기 비평은 포스트공산주의 검열로 인해 공공영역에서 거의 완전히 퇴출되었다. 어떤 이는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를 선호하고, 부자와 빈자 모두의 ‘공통 관심사’로 여겨지는 것에 호소하며, ‘분열하지 않고 단결할 것’이고, 우리 공통의 지구를 구할 것이다. 그는 긍정적일 것이다. 하나가 된 인류의 힘을 믿을 것이다. 하지만 불신은, 절대 완전히 억누를 수 없다. 메타-담론 영역은 영원히 텅 빈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그리하여, 이곳은 이데올로기 비평 대신에 음모론으로 채워졌다. 지배적인 기업 담론의 배후에 있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분석하는 대신에, 예를 들어, 누군가는 이러한 담론들이 어린이의 혈액을 약물 생산을 위한 원료로 사용하는 소아성애자 부류들에 기여한다고 가정한다. 누군가 묻는다: “이 무모한 음모론들을 어떻게 해야하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걸까요?”. 이러한 불신이 스스로 드러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계몽적인 방법을 제안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인터넷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여러 면에서 월드 와이드 웹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공산주의가 쇠퇴한 후 가상의 공산주의를 위한 공간을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비교적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접근할 수 있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인터넷은 선택성과 단절할 것을, 따라서 공공 공간으로의 불평등한 접근과 단절할 것을 약속하였다. 사실 선택성은 전통적인 미디어의 주요 문제였다. 신문과 출판사, 박물관 큐레이터와 연극 감독들은 이념적 성향에 따라 글, 이미지, 사건을 선택하고 편집했다. 이 선택은 두 가지 요인, 즉 출판물이나 이벤트의 상업적 성공에 대한 관심과 큰 정치적 논쟁을 피하기 위한 출판물이나 이벤트에 대한 열망에 의해 동기 부여되었다. 결과적으로 주류 대중 연설은 가장 특권을 가진 사회 집단의 태도를 반영했다. 대조적으로 국경 너머의 가상 공간에서는, 이론적으로는 모든 목소리가 공개되고 들을 수 있다. 인터넷은 마침내 공공의 담화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과거 공산주의를 연상케 하는 인터넷의 또 다른 측면이 있다. 공산주의 운동은 청취자와 독자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들은 공론의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지 않고 공산주의의 미래를 향한 길의 신봉자가 되었다. 언어는 더 이상 기존의 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기 위한 호소로서 기능한다. 이런 점에서 공적 담화는 사실도 거짓도 아닌, 도리어 고무적이거나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공산당, 조직, 그룹, 지도자들은 미래에 대한 설명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지침을 약간 다르게 제안했다. 호소, 명령, 지시의 언어는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모순, 파열, 갈등을 필연적으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과 갈등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결코 명확하지 않다. 이 불확실성은 물론 무서운 것이기에, 대중의 담화를 진정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생산한다. 처음에 인터넷은 그런 평화를 위한 이상적인 도구처럼 보였다.


사실, 인터넷 사용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팔로워(follower)다. 그러나 이 동시대 팔로워들은 전통적인 용어의 감각을 따르지 않는다. 전통적인 추종자(follower)는 종교, 이념 또는 정치 운동의 일부였다. 지도자를 따르는 정신, 추종심(follwership)이라는 것은 곧 규율에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했다. 지도자의 죽음이나 목적의 상실로 인해 추종심이 불가능해지면 자살해야 하는 사무라이의 모습이 예시로 자주 들어지곤 했다. 분명하게도, 현대의 인터넷 팔로워는 목적과 헌신에 관하여 엇비슷한 감각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 팔로워들은 공적인 인물들, 즉 그들의 공적인 행동과 사적인 일들을 따라다닌다. 그리고 팔로워들은 컴퓨터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정치인, 종교 지도자, 축구 선수, 예술가, 영국 왕자 등 매우 다른 인물들을 따라갈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이렇게 다른 공인을 신봉하는 것은 모순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는 이 모든 수치들이 각기 다른 형태의 소셜 미디어에 있는 그들의 계정에 의해 영토화되어 있다. 팔로워가 직접 방문할 수는 있지만, 리더가 순전히 자신의 의지만으로 팔로워에게 스스로의 존재감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인터넷은 팔로워를 활성화하지만 리더는 비활성화한다. 마치 의사가 환자가 어떤지 보기 위해 방문하는 것처럼 팔로워는 단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보기 위해 공인을 방문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박함은 완벽하지 않다. 각 인터넷 사용자는 팔로워일 뿐만 아니라 팔로우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서 평등의 약속은 깨진다. 실제로 사용자마다 팔로워 수가 다르다. 이 숫자는 상징적 자본의 역할을 하며, 쉽게 실재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저 사람의 계정은 왜 저리 팔로워가 많은데 내 계정은 그렇지가 않은거야?”. 인터넷의 조건에서는 이 질문에 관해 명백하게 선별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이었던 전통 문화에서보다도 더 대답하기 어렵다. 이러한 전통 문화에서는 선택의 메커니즘이 설명되고 비판될 수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에 의해 규제되는 인터넷은 보통의 사용자들에게는 불가해하며 비판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것은 인터넷 표면 뒤에 있는 공간이 반드시 어두운 공간으로 상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공간은 음모론 간의 경쟁을 유발하며, 여기서 승자는 물론 가장 어두운 음모론이다. 팔로워십(follwership)은 사냥으로 바뀌고, 팔로워는 사냥꾼이 된다. 사냥은 표적이 남긴 디지털 흔적을 따라간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팔로워가 사냥꾼인데, 사냥꾼은 사냥 대상이 오프라인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에 사냥 대상과 절대 접촉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증오만을 키울 뿐이다.


동시대의 정부는 음모론과 혐오 발언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검열로 대응한다. 오늘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약없는 표현의 자유와 소위 "하이브 마인드(Hive Mind)"를 칭송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검열로의 복귀를 가장 급진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음모론에 맞서는 방법은 검열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마르크스주의적 비평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이전 시기의 이데올로기에 적용 가능했던 것처럼 인터넷상에 퍼진 이데올로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결국, 인터넷 표면 뒤에 숨겨진 선택성이란 전통적인 미디어와 기관의 개방된 선택성과 같은 수준으로 기업과 국가의 이익을 반영한다.


출처 : https://blog.naver.com/nicampanella/222533680066




혹시 문화, 예술, 미술 비평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그로이스의 다른 글들 봐도 좋을 듯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큐레이팅

http://tigersprung.org/?p=620


예술의 진실성

http://tigersprung.org/?p=22


새로운 리얼리즘에 관하여

http://tigersprung.org/?p=2378


프로젝트의 외로움

http://tigersprung.org/?p=4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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