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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대회] 천국에 간 실장석

악즉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31 00:43:34
조회 928 추천 26 댓글 2
														

"흥미롭군. 아주 흥미로워."


중년의 남자는 만년필로 무언가 끄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꽤 낡아보이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구름 몇 점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공간. 그곳에 실장석 녹순과 그가 있었다.


"XX년 엄지실장으로 태어나 곧바로 어미에게 버림받다. 죽기 직전 우연히 김을녀 여사에게 구조되다. 이후 평생을 주인 할머니의 농사 일을 돕다가 얼마 전 할머니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 마당에 묶여있는 너를 아무도 구해주지 않아 아사. 이것저것 생략한 건 많지만, 아무튼 이게 너의 실생이다."


이곳은 사후세계였다. 중년의 남자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모습인 녹순에게 가볍게 데코핀을 먹였다. 이윽고 그는 자신이 종교인과 경전이 애타게 찾던 바로 그 사람이며, 실장석으로서는 흔치 않게도 천국에 갈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녹순에게 말해주었다.


"요컨대 잘한 건 별로 없지만 그렇게 못난 짓도 하지 않았다 이거지."


그는 녹순에게 원하는 바를 물었다. 녹순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평생을 할머니께 얻어먹기만 한 데스우.. 할머니가 죽기 전에 감사하단 말도 못한 데스우.. 할머니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데스. 할머니와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데스."


녹순은 생전 할머니의 주름진 손길과 따스한 눈빛을 떠올렸다. 이제 그녀와 녹순 둘 뿐인 낙원에서, 가족끼리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다. 녹순은 그렇게 생각했다. 중년의 남자는 녹순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그건 안 된다."


녹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천국에서 할머니를 만날 수 없다. 녹순이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녹순의 눈동자가 탁해졌고, 이내 발밑을 미친 듯이 파기 시작했다. 남자는 녹순의 눈높이까지 쪼그려 앉았다.


"안심해라. 그녀 역시 이곳에 있다."


"같은 곳에 있다면 어째서 만날 수 없는 데스? 와타시타치는 가족인 뎃샤아!"


녹순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울부짖었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유리구슬을 꺼냈다. 유리구슬에는 주름과 흰 머리라고는 하나 없는 할머니의 젊은 모습이 비쳐졌다. 그녀의 옆에는 동년배로 보이는 남자와 한 소녀가 있었다. 그들은 어느 봄날, 나무 밑에 앉아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가 바라는 천국에 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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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봤던 레딧 글을 참피풍으로 바꿔 표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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