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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더모니엄(Pandemonium) 2기 18화

록시신전기사단(116.124) 2022.01.23 12:37:05
조회 183 추천 9 댓글 7
														

================에리스 시점=============================================



지옥은 당장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은 천국만이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약간의 골치는 있었어도 말이다.

루이젤드가 떠난 이후, 우리들은 할아버지의 관저이자 저택인 건물에서 살게 되었다.



"나의 친구들이여.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나의 손녀, 에리스가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할아버지는 나의 생존을 '도쿄 프라이드'의 모든 시민들에게 알렸다.

그것도 시민들이 모이는 광장 쪽으로 있는 관저 발코니에서 시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말이다.

그때 가서야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보면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 도쿄 프라이드에서는 남성의 숫자가 적고, 여성의 숫자가 많은 상황이라는 것을.

대략 7:3의 비중으로 여성의 숫자가 많은 상황이었다.



"또 한번 기뻐해라. 친구들이여. 나의 전사들이 도쿄 프라이드를 노리던 서쪽의 초적들을 소탕했다고 한다.

더이상 초적들이 그대들의 삶을 위협할 일은 없을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



당연하지만 시민들은 전부다 뭔가 하나씩 찢긴듯한 초췌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나마 여태까지 보아왔던 사람들에 비하면 다들 통통하게 살이 붙어있긴 했다.

광장에 모이지 않은 거리의 사람들도 그렇고.


비록 사자가죽까지 뒤집어 쓰면서 다소 강렬한 차림새에 굉장히 강렬한 목소리로

시민들에게 연설하는 할아버지였지만, 시장이었던 경험이 있던 사람답게 사람들

잘 먹여살렸던 모양이었다.


이렇게도 할아버지의 연설에 환호하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다시 한번, 초적들을 소탕한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다시 한번, 조만간 이 도쿄 프라이드에 수도 시설이 복구될 것이다!!

난 너희의 구원자다. 나를 통해 너희들은, 잿더미가 돼버린 이 세상에서

다시 한번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휘황찬란했던 옛날이여!! 옛날의 도쿄를 기억하라!!!"


""""와아아아아아~~""""


""라이온하트~ 라이온하트~ 라이온하트~"



그렇게 나의 생존신고는 모두의 환대를 받고 마치게 되었다.

이 세계 할아버지의 칭호인 라이온하트라는 연호를 함께 들으면서.




--------------------------------------------------------------------------------------------------




"자아. 아가씨. 부디 이것을 읽으십시오."


"뭐야? 이거?"



역시 이 세계에서도 알폰스는 전이 재해 이후에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역시나 알폰스는 뭔가 짜증나는 것은 이 세계나 원래 세계나 마찬가지다.

이 세계의 알폰스는 나한테 두꺼운 책을 주면서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제왕학에 대한 책입니다. 이걸 읽는 것이 아가씨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싫어. 이런 복잡한 서적 읽는 것은 싫단 말이야."



두꺼운 책. 이런 것은 내가 아니라 차라리 루데우스나 실피에게 어울린다.

차라리 검술과 마법, 언어에 대한 책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다른 주제의 책들,

이를테면 수학이라던가 의학, 역사와 같은 책들은 그저 머리만 아플 뿐이다.

그래, 그나마 저것들은 쓸모라도 있다고 치자.

근데 도대체 이런 사상에 관한 책들은 무슨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다.

실생활에 쓸 일이 없는데 말이다.

정치에 대한 책은 나한테 너무나도 멀고도 말이다.



"차라리 언어, 수학에 대한 책을 내와. 이런 책들을 실생활에 쓸 일이 없단 말이야."


"그렇지 않습니다. 아가씨. 이 책들은 아가씨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입니다.

앞으로 라이온하트 님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서 철학, 정치, 사상, 경영, 용인술에 대한 책은 반드시 읽으셔야 합니다."


"후... 후계자?"


"아가씨는 라이온하트 님의 뒤를 잇고자 이곳 도쿄 프라이드에 돌아오신 거 아니었습니까?"


"에..."



후계자라니? 그럼 통치자가 되라는 말인가?

왕이니, 통치자니 하는 것은 차라리 원래 세계의 아리엘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고,

차라리 루데우스와 실피, 록시가 나보다는 어울리는 말이다.

나는 그저 검이나 휘두르는 귀족 여자에 불과하단 말이야. 통치자 감은 절대 아니다.



"하아. 라이온하트 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후계자로 점지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당신께서도 라이온하트 님이 이 곳의 통치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 정도는 아셨을텐데요?"


"...나 할아버지 만날거야. 할아버지에게 말할 게 있다고 전해줘. 알폰스."


"네에. 알겠습니다. 아가씨."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내가 후계자라니? 말도 안돼. 내가 군주 같은 것이 된다는 생각을

꿈에서조차 한 적이 없다. 그만큼 내가 군주감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안다.

그렇기에 나는 다짜고짜 이건 아니라고 할아버지에게 말하기 위해 집무실로 갔다. 갔는데...



"아가씨. 라이온하트 사울로스 님께 말하실 때 부디 조심하십시오."


"그건 무슨 소리야?"


"보시면 알 겁니다."



알폰스는 뭔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나를 집무실에서 맞이해주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아니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척 할 뿐이었다.



"와...왔냐... 에리스?"


"할아버님..."



분명 할아버지의 얼굴이 파래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수북이 쌓인 서류에 도장을 찍고 있는

중으로 보였다. 허나 할아버지의 얼굴은 그런 것들을 마구 찍느라 과로하는 얼굴은 분명 아니었다.

분명 뭔가 병에 걸리거나 아픈듯한 얼굴이었다.



"그래. 이 할아버지랑 무슨 얘기를 하러 왔...쿨럭쿨럭..."


"할아버님, 괜찮아요?"


"할아버지 걱정하지 말아라. 어차피 이 할아버지는 충분히 오래 살았으니..쿨럭쿨럭쿨럭.."



분명히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다. 그것도 배를 움켜잡으면서 피를 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귀여운 손녀가 무슨 얘기를 하러 왔을꼬...하하하..."


"그냥 할아버님 얼굴 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할아버님 얼굴을 못봤으니깐요."


"아니, 할아버지에게 얘기해도...쿨럭쿨럭... 된단다, 우리 손녀. 할아버지 걱정하지 말아라."


"정말로 할아버님의 얼굴만 보고 싶었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분명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면 할아버지에게 큰 실례를 끼치는 것이겠지.

차마 묻지도 못한 채 집무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집무실 밖의 알폰스에게 조용히 말하였다.



"알폰스...잠시 할 얘기가 있어."


"아, 네에."



알폰스도 내 의중을 알았는지, 나를 따라서 할아버지에게 들리지 않을 법한 조용한 곳에 왔다.



"알폰스...도대체 할아버지 어떻게 된거야."


"아가씨. 그건 사울로스님께서 말씀하지 말라고 명했..."


"어떻게 되었냐고...!!"


"아가씨....이건 사울로스님께서 아가씨를 위한 명령이었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나와 알폰스의 눈싸움이 있었다.

동시에 알폰스는 눈으로 말하였다. 할아버지의 수명이 얼마 안남았다고.

할아버지의 그 얼굴도 그렇고. 원래 세계에서 그런 얼굴을 많이 봐서 안다.

그건 분명 수명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알았어. 알폰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이 세계의 할아버지도 얼마 안가 죽는다. 원래 세계에 비하면 그나마 임종이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인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알폰스가 건내준 제왕학에 대한 책을 보았다.



"난...진짜 소질이 없는데...."



할아버지 스스로도 충분히 오래 살았다고 햇었다.

분명 할아버지 스스로도 얼마 안 가 죽을거라고 본 것이겠지.

그렇기에 나는 이 제왕학에 대한 책을 거절할 수 없다.

허나 나는 이런 것과 관련해서는 도저히 소질이 없다.

철학? 그건 도대체 뭐야??? 원래 세계에서는 없었던 희안한 단어도 튀어나온다.



"이런 건 루데우스에게 더 맞다고 보는데....아!!"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중, 내 머리 속으로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




"그런 고로 이 책을 읽어줘. 루데우스. 실피"


"...."


"...."



뭘? 우리들은 이미 가족이잖아. 루데우스. 실피.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마.



"저기... 에리스. 이건 후계자인 에리스가 읽어야 하는 거 아냐?"


"우리 보고 읽으라 하는 것은 좀..."


"시끄러. 원래 세계에서도 나는 이런 책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했다고. 내 평생에 걸쳐서 말이야."



그래. 원래 세계에서 나는 이런 책들을 안 맞았다. 그나마 언어를 배우거나 혹은

마법을 배우는 책, 그리고 검술과 군사와 관련된 책들은 읽을 만 했지만,

그 외의 것들... 특히 이런 정치니 사회니 하는 것들은 루데우스, 록시, 실피의 영역이었다.

철학인가 뭔가하는 것도 분명 그런 거 겠지.



"그래도 할아버지가 준 숙제잖아. 그런 것을 우리에게 대신 풀어주라는 것은..."


"내가 있던 세계에서 이런 것은 루데우스, 실피, 록시의 영역이었지, 내 영역은 아니었어.

검술, 마법, 언어는 배웠지만, 이런 정치니 사회니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단 말이야.

특히 철학은 이 세계 와서야 처음으로 듣는 단어이고."


"그래도 도쿄 프라이드의 통치자가 될 에리스인데 조금이라도 이걸 알아야하는 것은..."


"난 후계자 같은 거 될 생각이 없어. 할아버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통치자는

나한테 전혀 안맞으니깐. 그러니 할아버지 이후의 통치자는 루데우스 너가 하도록 해."


"에에? 잠깐?? 에리스? 나도 정치 같은 거 생소하기는"


"암튼 하도록 해~~ 대신 나는 너의 밑에서 호위무사나 장군 같은 거 할테니깐. 그게 아내잖아?

원래 세계에서도 루데우스는 이런 거 훨씬 소질이 있었어."


"잠깐, 에리스~ 에리스.."


"내 나름대로 할 일이 있어. 그 책 잘 읽어줘~"



그래.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루데우스, 실피의 영역이다. 이 세계에서도 루데우스, 실피의

능력은 이 세계에 맞게 조정되었을 뿐, 근본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루데우스, 실피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하면 되는가?



"....오랜 만에 검술 연습을 해볼까?"



이 건물의 지하. 아직 비어있는 지하실이 많다. 그것도 꽤나 넓게 말이다.

주차장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원래 여기는 차들을 댄 곳으로 보인다.

지금은 개수해서 상당수가 창고가 되었지만, 아직 개수되지 않은 곳은 빈 지하실로 남아있었다.

그럼 나는 이곳에서 검술을 느긋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압!!!"



아직 몸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분명 나는 빛의 칼날도 쓸 수 있다.

그래. 이게 원래의 나인 것이다. 원래 나는 이런 쪽이고.

철학인가 정치인가 뭔가하는 복잡한 것들은 루데우스, 실피가 담당하고,

나는 그냥 검술이나 군사 관련을 담당하면 된다.

애초에 나보다도 루데우스가 훨씬 더 군주감이다.

나는 그 밑에서 장군 노릇을 하면 되는 것이다.




--------------------------------------------------------------------------




그렇게 나는 군사, 검술, 무기에 대한 책들 정도만 읽으면서

지하실에서 검술 및 투기 훈련이나 하였고,

알폰스로 통해서 나한테 군주와 관련된 책들이나 혹은 도쿄 프라이드

관련 상황 등등의 머리 아픈 사회 관련 책들은 전부다 루데우스나 실피에게 넘겼다.

할아버지와 알폰스의 말로는 내가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 모양이지만,

그런 건 나한테는 상관이 없다. 차라리 루데우스가 군주가 되는 것이 낫다.


그런 생각 하에 도쿄 프라이드에서 보낸 지 어느새 5년의 세월이 흘렀다.



"록시~ 이 자료 좀 처리해줘~"


"알았습니다. 실피. 이 정도는 바로 처리해드리죠."



그동안 제법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결국 록시 역시 루데우스의 아내가

되었다는 점이다. 시작은 도쿄 프라이드 대병원에서부터였다. 그때 나와 루데우스,

실피는 대병원에 들려서 살펴봐야할 것이 있었기에 대병원에 들렸는데,

마침 그 곳의 마법치료 과장으로 근무하던 록시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인연인건가? 록시와 루데우스는 만나자마자 뭔가를 느꼈는지,

이후에 루데우스와 록시가 서로 만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다가 나를 노린 암살범들로부터 습격당해서 루데우스가 사경에 헤맨 적이 있었다.

그때에 록시는 전심전력으로 루데우스를 간호해주었다. 그 모습에 나도 실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1년 후, 둘은 결국 이어졌고, 록시는 루데우스의

세번째 아내가 되었다.


동시에 그 사이에 실피는 루데우스의 첫 아이를 낳았다. 딸이었다.

나는 원래 세계의 딸 이름을 생각하면서 루시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실피가 출산한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루데우스의 아들을 낳았다.

역시나 원래 세계의 아들 이름을 생각하면서 아르스라고 이름을 지었다.


루시와 아르스. 어쩜 이렇게 원래 세계의 아이들 어렸을 때랑 이름이 같은 지.

심지어 습성도 같다. 아르스는 이 세계에서도 루데우스가 안으면 울어버린다.

하아. 자라서 소동이 또 일어나려나?

뭐 이 세계에서 아이샤와 아르스는 완전 남남이지만 말이다.


아이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역시나 파울로네는 이 세계에서도 존재했었다.

노른과 아이샤네 가족으로서 말이다. 그나마 이 세계에서는 파울로네는 멀쩡했다.

파울로도 살아있고, 리랴와 제니스도 멀쩡하게 살아있다. 단지 루데우스가 없을 뿐이다.

루데우스는 애초에 원래 전생 때의 가족의 품에서 태어났으니깐.


나를 노린 암살자라는 말에서도 보았다시피, 분명 그동안 몇번의 위험이 있었다.

왜 나를 암살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이 일대를 지배하는 권력자

사울로스의 손녀이기 때문이겠지. 이후에도 몇번의 암살 시도가 분명 있었다.

물론 원래 세게의 실력을 회복해가는 나한테 대부분 죽었지만, 아차 싶었을 때가

있었고 그때 루데우스가 나 대신 맞아서 죽을 뻔 하였다. 록시가 구해주어서 망정이었지

하마터면 큰 일 날뻔 하였다.


그리고 할아버지에 대항하는 반란 세력들이 분명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할아버지의 철권 통치에 맞선다는 명분을 세워서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 반란이 있을 때마다 나는 먼저 앞장서서 반란군을 싸그리 썰어서 죽였다.

예전의 실력을 회복해보니 확실히 총알이 보다 느리게 보이긴 하고,

이제 투기를 온 몸에 강하게 두르면 총알을 맞아도 멍만 들 뿐 관통당하지 않는다.

반란군과의 싸움은 내 실력을 끌어올리기 딱 적당한 공간이었다.


이렇듯 무력을 앞세우는 어려움은 그래도 쉬운 편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그동안 공부했던 것에 대한 시험이다.

정말 위기였다. 불시에 갑자기 쪽지 시험을 내버린 알폰스.

처음에는 그런 쪽지 시험에 대비하지 못해서 결국 내가 철학, 사회는 공부안한 채

루데우스와 실피에게 넘기는 것이 들킬 뻔 하였다.


허나 이후에 루데우스와 실피가 출제 확률이 높은 곳을 지목해서 가르쳐주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니깐 이걸 외우고 있으라고.

그리고 그 외에 나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어떻게든 넘기라고 하면서.

덕분에 이후에 쪽지 시험이 나와도 안들킬 수는 있었다.

꾸지람은 들었지만. 역시 틈틈이 꾸지람 듣는 것은 힘들다.


이런 생활을 하는 동안 어느새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뭔가 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사울로스의 손녀 정도로만 인식되었던 시선들이 내가 바깥에서 무력을 보여준

이후로는 서서히 뭔가 동경하는 시선으로 바뀌어졌다.

이윽고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불멸의 에리스', 즉 '임모탄 에리스'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원래 세계에서는 '광검왕'이라고 해가지고 나한테 동경과 함께 두려움의 시선이 있었는데

이 세계에서는 '임모탄 에리스'라니. 뭔가 미묘한 웃음이 나오는 별명이다.

그리고 그 미묘하게 웃음이 나오는 별명은 도쿄 프라이드에서 보낸 지 4년 째가 되던 해에

아예 나의 고유한 칭호로서 완벽하게 굳어져 버렸다.



"임모탄 에리스!!"


"임모탄!! 임모탄!!!"


"임모탄 에리스!!!"



그래. 그 날, 도쿄 프라이드의 사람들을 위협하던 드래곤 무리들을 검으로 모조리 다

소탕해버린 그 날에 말이다. 사실 아직 이 세계에서 원래 세계만큼이나 거대한 위협이

되는 커다란 드래곤은 아직 출연하지 않았다. 원래 세계와 비교하면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드래곤이 원래 세계에서는 어중간한 수준의 드래곤 밖에 안된다.


그렇기에 사실 도쿄 프라이드 근처에 모였던 드래곤 무리들을 모조리 다 퇴치하는 데에는

그리 큰 어려움을 없었다. 그런 어중간하기 그지 없는 드래곤 무리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차라리 거대한 외톨이 거대한 적룡을 상대하는 것이 더 어렵다.


허나 도쿄 프라이드 사람들에게는 이미 그들은 충분한 공포의 존재였다.

충분히 거대한 크기에 장갑차나 탱크의 장갑을 찢어버릴 수 있는 강한 발톱,

그리고 사람들을 태워버릴 수 있는 브레스 달린 괴물을 처음 보았으니 말이다.


나는 드래곤들을 하나하나 학살하면서 드래곤들의 시체로 이루어진 산을 쌓아올렸고,

그 위에서 마지막 남은 드래곤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그렇게해서 드래곤들을 모조리 처치한 뒤에 도쿄 프라이드로 드래곤의 피범벅으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나에게 '임모탄 에리스'라고 마구 연호하였다.



"드래곤 슬레이어, 임모탄 에리스 님이시다!"


"날 보셨어! 임모탄 님이 날 보셨어!!"


"너 뒤의 건물을 보신거야!"



그렇게 '임모탄 에리스'라는 칭호는 나의 고유한 칭호가 되버렸다.

드래곤 무리 처치로부터 1년이 되던 해.

어느새 할아버지의 저택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도 나한테 임모탄이라고 연발하기 시작했다.



"저기, 임모탄 님. 목욕물 받아놨습니다."


"저기... 여기에서는 임모탄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도 라이온하트 님께서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시던데요."


"끄응..."



솔직히 임모탄이라는 칭호는 뭔가 부담스럽긴 하다.

내 검술이 뛰어나긴 하지만 내 스스로 한번도 내 자신이 불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말이다.

거기에 부담스럽다고 하면 하인들과 직원들이 할아버지가 마음에 든다고 핑계댄다.

실제로도 할아버지는 이런 내 칭호에 대해서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모양이고.

그리고 이 칭호를 단 이후로 알폰스의 공부 압박이 확 줄어버린 것도 사실이긴 하다.



"오오~ 임모탄 에리스~ 왔어?"


"마침 식사 준비 되었습니다. 임모탄 에리스"


"임모탄 에리스~ 정말 오늘도 수고했어~"


"너희들까지 그렇게 부르지마~~~"



역시나 내 가족들에게 임모탄이란 칭호가 웃기긴 하나보다. 루데우스나 실피나 록시나

전부다 놀리는 어조다. 얼굴 보면 다 안다. 이 세계의 가족들도 이럴지언데,

원래 세게 가족들이 내가 '임모탄 에리스'라는 별명을 들었다는 것을 알면 뭐라 반응할까? 부끄럽다.


그렇게 가족들로부터 부끄러운 칭호를 듣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똑똑똑


"들어와. 길레느"



길레느다. 이제 막 출산휴가를 마치고 다시 우리 곁에서 근무하고 있다.

원래 세계에서 결혼 못한 그녀가 안타까웠던 나는 길레느에게 한번 결혼해보라고 부추겼다.

그러자 길레느는 뭔가 얼굴을 붉히더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하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이미 아내 두명이 있다고 매우 부끄러워 했었다.

이미 아내가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아직도 좋아하는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하면서.


거기에 나 역시도 이미 한 남자의 여자들 중 하나인데, 그게 뭐가 어때서? 이미 이 세계는 멸망해버렸고,

이미 도쿄 프라이드는 여초인 상황에서 일부다처인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는데라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아무래도 좋다고 말하였고.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리 제정신은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이미 아내가 있는 남자를 노리는 것은 비정상이니깐.

허나 애초에 이 멸망해버린 세계가 문제인 것이다. 이 멸망해버리고 미친 세계에서는 미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것들에 비하면 이미 아내가 있는 남자가 좋다고 또다른 아내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렇게 해서 용기를 내서 연애를 한 끝에 맺어진 길레느의 상대는 다름아닌 파울로였다.

그래 노른과 아이샤의 아버지. 루데우스 말로는 일부다처를 제니스 어머님이 싫어했다고 하니,

이 세계에서도 그렇다면 분명 한동안 난장판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찌저찌 난장판이 수습되었는지 길레느는 결국 파울로의 세번째 아내가 되어서 출산까지 하였고,

지금도 파울로와 제니스, 리랴와의 관계가 그럭저럭 원만한 모양이다.

다행히 제니스가 집 나가는 일은 없었고. 아무래도 이 세계의 제니스도 이 미친 세계에 나름 적응했다는 것이겠지.


여하튼 출산휴가까지 마치고 오랜만에 근무하고 있는 길레느가 그날 전해준 소식은 정말 올 것이 온 소식이었다.



"어서 사울로스님께 가보거라. 에리스. 사울로스 님이 쓰러지셨다."


"에리스 할아버지가!?"


"!!"


"...그래... 그럼 갈께."



그래. 올 것이 왔다. 허나 여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래도 원래 세계와는 달리 할아버지의 임종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다행이려나.

그래도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두번째로 받아들이는 것은 역시나 힘들다.




=====================================================================================



세기말 패자, 임모탄 에리스.... 한번 내가 평소 망상해본 것 중 하나임.


아까 올렸다가 다시 좀 수정해서 올림. 아무래도 길레느가 결혼한 상대가 야울로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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