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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 "소녀"데우스가 되어버렸다 !? - 4 (후방)앱에서 작성

ㅇㅇ(112.150) 2022.01.29 21:15:29
조회 1389 추천 41 댓글 15
														

주의) TS싫어하면 뒤로 가ㅇㅇ

주의) 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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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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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말도 안돼... 이건... 말..."

완전히 넋이 나가서 방구석 의자에 거의 늘어져있다시피 앉아 근위시녀의 부채질을 받고 있는 루크를 뒤로 하고, 우리는 알현실에서 아리엘과 대화를 나눴다.

"정말로, 당신이랑 그 주변에선 비범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군요, 루데우스."

그렇게 말하는 아리엘의 어조는 평이하고 표정은 영롱하였지만, 난 손쉽게 그녀가 속으로 아주 재밌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야, 아까부터 입꼬리가 쎌룩거리고 있잖아. 포커페이스의 달인인 아리엘도 이런 개꿀잼 실황은 못 참는다 이거다.


"그런데, 당신의 말대로라면 미약의 출처를 되집는 정도의 작업이라면 국왕인 절 굳이 만나러 오는 것보다는 당신 휘하의 루드 용병단에게 지시를 내려서 조사를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나요?

물론 저는 협조를 해드릴 수는 있지만, 미약의 유통같은 분야는 제 전문이 아니랍니다."

"저야 당연히 용병단에 연락을 해서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 다만 아리엘 전하를 알현하러 온 것은 미약의 건은 덤이고, 실피의 강력한 요청이 있어서."

"아하. 실피는 은근히 짓궂은 면이 있죠."


그렇다. 원래라면 아슬라 쪽에서 미약의 유통 경로를 탐색하는 일은 이렇게 직접 아리엘과 얼굴을 맞대며 대화까지 해야할 정도의 일이 아니다.

아리엘 말마따나 루드 용병단에게 맞기고 기다리면 될 일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루드 용병단의 정보 수색력은 저 미리스 교단에 비견될 정도니까.

하지만 이번 알현은 어디까지나 실피의 강력한 주장으로 성사된 일이다. 나라고 좋아서 아리엘이나 그 주변 사람들한테까지 이렇게 된 내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실피는 오랫동안 아리엘을 보러가지 못했다는 명분이 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십년지기 친구한테 얼굴을 내밀고 안부를 묻는 것은 중요한 명분이다.

그리고 아내를 배웅하는건 남편의 의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소감은 어떤가요?"

"무슨 소감이요?"

"아시잖아요. 다른 성별로 변하는 건 어떤 기분일지 꼭 듣고 싶네요."

"솔직히 말해서 엄청 불편하고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네요."

"어머, 섭섭한 말씀. 여성의 몸에는 남성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알 수 없는 신비들이 많이 있답니다. 평생에 한번뿐일수도 있는 기회인데, 체험해보지도 않고 넘겨버리는건 너무 아쉽지 않나요? 아내에게 맡기기 뭣하다면 제가 몸소 가르쳐드릴수도"

"폐하!"


귀까지 빨개져서 흥분한 실피의 일갈을 듣자 아리엘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입가를 눌렀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흘러내린 침까진 숨기진 못했다.

어째서인지 엘리나리제랑 똑같은 소리나 하고, 변태들 뇌구조는 다 비슷한 걸까.

아니, 아니다. 나도 한 변태 하지만 저 지경까진 아니다. 신사니까. 이 둘은 나같은 라이트 변태와는 그 깊이가 다르다.

난 어쩌면 건드리면 안되는 상대를 건드린게 아닐까.


"큼큼. 이건 차치하고, 그래도 기뻐하셔도 좋아요, 루데우스.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할까요. 마침 저도 그 미약을 써본 적이 있으니까요."

"그렇습니까?"

"물론이죠. 저는 아슬라의 국왕, 모르는 미약이란 제 사전에 있을 수 없습니다."


난 슈퍼 변태 나라의 울트라 변태 여왕입니다~ 라는 어필로밖에 들리지 않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말자.


"호오."

"결론부터 말하죠. 그 미약은 마대륙 산이에요. 정확히는 그쪽 지방에서만 나는 특수한 약초에 특수한 제조법을 합쳐서 빚어낸 주문제작 상품이죠. 입수하는데 꽤 공을 들였답니다."

"...그렇다는 건 엘리나리제에게 그 미약을 주신 건?"

"물론 저랍니다."


아하, 뇌구조만 비슷한게 아니라 죽도 척척 맞으시는구만. 대체 언제 작당모의를 하셨대.

응? 올스테드도 이 미약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올스테드가 아는 역사라면 아리엘과 엘리나리제는 마주칠 일도 없을텐데.

아니다. 운명이라는 것은 참 심오하다. 우연의 일치에 일치가 겹쳐서 전혀 다른 상황에서 완전히 똑같은 약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니면 올스테드가 아는 역사에서도 나라는 다리 없이 불후의 변태와 불후의 변태가 만나 의기투합하는 일이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뭐가 되었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 내 상황을 고민하는 것도 골치가 아프다.

그나저나 그런 귀한 물건을 엘리나리제는 아리엘에게 받아서 본인이 쓰지 않고 바로 록시에게 건내준건가.

눈물이 날 지경이군.

아니 뭐, 생각해보니 엘리나리제라면 미약같은건 필요 없겠지.

전신 미약 인간이니까.


"그러면 찾는 수고를 덜었네요.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하지만..."

"...제가 특별히 해드릴 일이라도?"

"어머, 역시 루데우스 공, 이야기가 빨라서 좋네요."


아리엘과의 거래는 이런 식이다. 기브 앤 테이크다. 이번엔 또 뭘까.


"그럼, 혹시 그쪽에 계신 분... 에리스 님과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실 수 있나요?"

"예?"

"응? 나?"


알현실 구석에서 간식을 입에 쑤셔넣고 있던 에리스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질 못했다.


"...아무리 전하라도 제 아내는..."

"그런 게 아닙니다. 아무리 저라도 유부녀를 건드리는 취향은 없어요."


유부녀만 아니었음 건드렸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무시하자.


"그저 잠시만 담소를. 그저 그것뿐입니다. 문제 없죠?"

"......"


수상하다. 100% 수상하다. 하지만 솔직히 딱히 거부할 명분도 없다. 그리고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을 생각도 없다.


"...예, 뭐..."

"고맙습니다."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볼테니, 둘이서 천천히 얘기를 나누시죠."

"살펴가세요."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에리스에게 주먹질 절대 금지, 이상한 말 절대 금지라는 신신당부를 하고 알현실을 나왔다.

알현실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하여튼 여차저차해서 우린 마대륙으로 향하기로 했다.

원래라면 사무소의 전이 마법진을 이용했겠지만, 오늘은 특별히 공중성채를 경유하기로 했다.

이유라고 할까,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은 마침 한달에 한번 있는 ​그 날​이었다.

아니아니, 이상한 거 생각하지 말고. 그 날 말이다.

의무적으로 음식을 싸들고 공중성채에 방문해야되는 날이다.

---- 나나호시 시점 ----​


기상과 동시에 엄청난 공복감이 내 배를 덮쳤다.

스케어코트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기지개를 피는 것을 신호로 일과를 시작했다.

일과래야 뭐 평범하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또다른 방으로 향한다.

매일이 비슷비슷한 일상이지만, 유일하게 매일같이 다른 것은 바로 식사다.

루데우스가 원래 세계의 것을 재현한 요리를 들고 공중성채를 방문하는데, 이 메뉴가 매일 바뀌고 점점 퀄리티가 상승하는 것이 묘미다.

그렇게 난 벌써부터 멀리서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를 맡으면서 정원이 내다보이는 방에 입성했다.


"안녕, 나나호시."

"안녕, 루데우스."


막 샤워를 한 데다가 공복까지 겹쳐서 나른한 기분인 난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아있는 모르는 여자와 인사를 나누고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무슨 요리야?"

"어묵탕이야. 재현하느라 애좀 썼지."

"오오, 어묵 좋지... 어?"

"...알아채는게 너무 늦지 않아?"


난 눈을 의심했다.


뭐지?

누구야?

아니, 누구야 이 여자?

뭔데 자연스럽게 루데우스 자리에 앉아서 루데우스 행세를 하고 있지?


"난 분명 아르망피가 헛소리를 하거나 내가 노환이 온 줄 알았다."


정신을 추스리기도 전에 이 성채의 주인인 갑룡왕, 페르기우스가 실바릴을 대동하고 입성했다.

보통 나와 루데우스가 한창 식사를 하던 도중에야 중간에 슬그머니 동석하는 사람인데, 오늘은 등장이 빠르다.


"허나, 이 눈으로 직접 목도하였으니, 이건 믿을 수밖에 없겠지.

이번엔 또 무슨 사고을 저지른거냐, 루데우스 그레이랫."

"에!?"


난 혹시 내가 잠이 덜 깼거나 배가 너무 고파서 환각이 보이는가 싶어서 눈을 연신 비비고 깜빡이며 내 앞에 앉은 사람을 자세히 관찰했다.

분명 루데우스와 닮은 구석이 있다. 머리색, 눈동자 색깔, 점 위치에 평소 하던 옷차림까지 똑같다. 분위기도 닮았다. 얼핏 들은 말투도 루데우스와 일치한다.

근데 여자다.

그것도 엄청 예쁘고,

그... 스타일 좋은.


"강녕하셨습니까, 페르기우스 님. 이 모습은 그... 사정이 있습니다."

"나에게 토로할 수 없는 사정이냐."

"...공공연히 얘기하기엔 내용이 좀 적나라해서."

"흥. 그렇다면 되었다. 네놈이 껄끄럽다면 나도 굳이 추궁하지 않을 것이다."

"관대하신 판단에 감사드립니다."


겨우 상황을 추스른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루데우스에게 물었다.


"...무슨, 상황이야? 몰래카메라? 분장이나 마도구 뭐 그런거야?"

"진짜야. 확인해볼래?"

"실피한테 이른다?"

"그건 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아니,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니고, 진짜로 뭐야?"

"...실은 어제 먹은 미약이..."

"아, 아냐, 됐어. 말하지 않아도 돼. 미안."

"그래."


먹을 걸 앞에 두고 듣기엔 상당히 적나라한 단어가 튀어나와서 난 그냥 묻는 것을 포기했다.

나중에 듣자.


"하... 언제 원래대로 돌아가?"

"그걸 몰라서 지금 방법을 찾는 중이야."

"올스테드도 모른대?"

"모른대. 아마 내가 이세계인이라서 그런거 같다나봐."

"그거 섬뜩하네."

"그래... 노파심에 말하지만 너도 조심해라."

"갑자기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지네..."

"어이쿠, 오뎅 타겠다. 빨리 먹자고. 페르기우스 님도 불기 전에 어서 드시지요."

"나는 아직 먹어보겠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만?"

"앗, 죄송합니다."

"후후, 농이다. 당연히 내 몫은 있으리라고 예상했으니.


그렇게 페르기우스는 자연스럽게 식탁에 동석했다. 처음엔 좀 튕기는가 싶다가도 결국은 같이 낀다. 흔히 말하는 밀당이다.


"이번에도 특이한 요리로군. 제목은 뭐라고 하지?"

"예, 어묵이라고 합니다. 잘게 갈은 생선과 밀가루를 섞고 모양을 내 빚어서 삶는 요리지요."

"듣기로는 꼭 노인이나 먹을 법한 요리로군. 난 씹는 맛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맛은 보장합니다."

"흐음. 그럼 어디 한번 들어볼까."


페르기우스는 자신의 몫만큼 어묵을 덜어내고 나이프로 우아하게 썰은 어묵 한 조각을 포크로 찍어 매끄럽게 입에 넣었다.


"호오, 재료는 생선과 밀가루라고 했나, 확실히 북방지대에도 으깬 생선과 으깬 감자를 넣어 반죽해 굳혀서 먹는 음식이 있었지.

하지만 이런 맑은 국물과 같이 먹는 건 처음이군. 분명 이 수프도 맛을 내기 위해 특수한 재료... 맛으로 보아 건조한 어육같은 것으로 우려낸 것이렸다."

"역시 페르기우스 님의 혜안은 존경스럽습니다. 국물은 말린 멸치와 야채, 간장을 사용해 3시간 이상 우린 것입니다."

"그런가. 건조시킨 육류를 국물에 넣으면 감칠맛이 더욱 풍부해지지.

그나저나 이 어묵이란 것도, 설명만 들었을 때는 무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씹는 맛이 있으면서 안쪽까지 국물이 배여 인상적이다. 아마 국물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인상깊은 맛이 아니었겠지."


페르기우스는 미식가다. 어지간한 음식에 도가 튼 그의 입맛을 사로잡기란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어묵, 특히 국물이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듯 하다. 보기 드물게 기분이 좋아보인다.

그러나, 곧 페르기우스의 낯빛이 어둡게 변했다.

이유는 추측하기 어렵지는 않다. 루데우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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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앗, 뜨거, 하흐..."


가져온 음식은 당연히 루데우스도 먹는다. 현재 그는 나무막대에 꿰어놓은 어묵 하나를 들고 씨름 중이다.

근데 먹는 모양새가... 어... 말하기 좀 그렇다.

얼굴은 발개지고,

뜨거운 어묵을 머금었다가 떼고,

연신 날숨을 뱉으면서,

뭔가 보는 사람이 불쾌해지는 모양새로 먹고 있다.

어느새 페르기우스도 수저질을 놓고 그 작태를 보고 있다. 실바릴의 표정도 눈에 띄게 불쾌한 빛을 띄고 있었다.

나도 아마 좋은 표정은 아닐 것이다.


"루데우스 그레이랫, 내 앞에서 천박하게 먹지 마라."

"헷, 앗, 예?"

"뜨거우면 접시에 덜어놓고 식는 것을 기다린 뒤에 천천히 먹으면 될 노릇이다. 여성들도 있는 자리에서 엄한 것을 보여주지 마라."

"앗, 그렇게 보기 그러셨습니까."

"네놈과 나의 사이이니 특별히 용서해주는 것이나. 원래라면 바로 공중성채에서 추방당할만한 무례임을 알아둬라."

"옛, 죄송합니다."

"나도 보기 좀 그랬어."

"미안..."


먹는 자리에서 잔소리 하는건 싫지만, 식욕이 떨어지는 짓은 삼가는게 상식이다.


==== 루데우스 시점 ====



"흐음. 결국은 마력이 이상하다는 거지?"

"그렇지."


식사를 마친 후, 나와 나나호시는 내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의논했다.

미약이라는 것은 되도록 언급하지 않고, 그저 약에 있던 마력이 내 마력과 이상한 반응을 일으켜 이 모양이 되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이 약이 마대륙에서 제작된 것이기에, 제조공장 같은 곳을 찾아가 원인을 규명하려 한다는 것도.

"... 근데 마대륙에는 용병단을 설치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제조처가 어디있는지 알려면, 뭐,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아야하는 수밖에 없어."

"잠깐만."

"응?"

나나호시는 턱에 손을 짚고 고민하다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굳이 마대륙까지 갈 문제는 아닌거 같은데?"

"...무슨 의미?"

"약에 첨가된 마력이 너의 마력과 반응을 일으켜서 그렇게 되었다고 했지."

"응."

"만약 몸 안에 있는 마력을 남김없이 소모한다면?"

"어?"

"어디까지나 가설인데, 소위 '포맷'을 해보자는 거야. 몸에 있는 마력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짜내면 그 이상한 마력도 같이 빠져 나갈거고, 그러면 원상 복구가 될 수도 있는거 아냐?"

"오...!"

"물론 안될 가능성도 생각해야겠지. 하지만 그 드넓은 마대륙을 일일이 뒤지고 다니는 것보단 훨씬 간단하고. 안 해보는 것보단 나은 거 같아. 시도해볼 가치는 있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간단한 것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래, 지금 내 몸 상태는 올스테드의 논지대로라면 마력의 이상이다.

우연히 외부에서 유입된 마력이 이상한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다면 마력을 한번에 다 내보낸다면, 한번 마력을 리셋시킨다면?

어쩌면 이건 통할지도 모른다.


"... 알았어. 해볼게."

"좋아. 이걸로 고민은 들어준거다?"

"어, 그래..."


아니, 물어보려했던 고민은 따로 있지만.

아니다. 이 녀석한테 물어볼만한건 아니다.

됐다. 좋은 정보를 얻었으니 대충 퉁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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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공중성채의 전이마법진을 통해 어느 인적 없는 바위 골짜기로 빠져나왔다.

적룡의 뺨 방면의 미개척지이다.

적당히 높고, 적당히 넓고, 워낙 험준하고 척박한 곳이라 사람은 커녕 흔한 동물도 안보인다.

여기면 훌륭하다.

길조차 제대로 안 난 외진 곳이니 지나가던 여행자가 휘말릴 걱정도 안해도 된다.


"후우..."


난 심호흡을 하고, 전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간다."


그 날, 중앙대륙의 지도가 살짝 바뀌었다.



====


"그럼, 각오는 되어있나?"

"...예."


공중성채의 전이마법진 위, 나는 겸허한 자세로 오른손을 치켜든 페르기우스의 앞에 섰다.


"...혹여나 일이 잘못되어도, 원망은 하지 말아라."

"당연합니다."


곧, 페르기우스는 내가 여태껏 딱 한번 들어본 마술의 영창을 읊기 시작했다.

마력이 모여드는 느낌이 들면서 페르기우스의 손이 빛나더니, 곧 그 정면에 용 조각이 화려하게 장식된 문이 소환되었다.

이 마술을 보는 것은 내 인생에서 세번째.


"열려라, '전룡문'."


마력 고갈이 날 정도의 대규모 마술을 펑펑 쏟아붓고 온 나는

마지막 굳히기로 페르기우스에게 부탁해 전룡문을 맨몸으로 받았다.

전룡문은 투기를 포함한 모든 마력을 빨아들이는 소환 마술.

이것으로 행여나 남아있을 마지막 마력의 잔재까지 모조리 소모시킨 난 머리가 새하얘져서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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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일 후.


마력은 진작에 다 회복되었다.

근데,

근데,

그대로다.

완전히 헛걸음이었다.

그리고 참고로 마대륙 탐방도 헛수고였다.

내가 기절해있는 사이 록시가 마대륙의 지인들을 수소문해 내 미약에 대한 정보를 모았고 결국 제조처를 찾았는데,

겨우겨우 찾은 그 제조처 조차도 성전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뭐지?

뭐가 문제지?

이젠 뭔 짓을 해도 고칠 수 없는건가?

진짜로 평생 소녀데우스로 살아야되는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

록시가 뜻밖의 정보를 들고 돌아왔다.

나와 똑같은 미약을 쓴게 아니고, 나처럼 성별이 바뀌는 극단적인 케이스는 아니지만,

마력을 부여한 미약에 대한 부작용으로 고열 따위의 부작용이 생긴 케이스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증상의 치유법은 다름아닌...


====


그날 밤.

난 홀로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정좌한 상태로 내 앞에 놓인 물건을 뚫어져라 내려다봤다.

분위기에 떠밀려 건내받은 물건이지만 평생 쓸 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쓰일 일은 없을거라 장담했던 물건이다.

그런데 설마, 이런 일로 꺼내들게 될 줄은 상상조차도 못했다.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으면서 ​그 물건​을 살펴봤다.


그 물건은 목재였다.

그 물건은 정교하게 가공되어 매끈하고 맨질맨질한 광택을 자랑했다.

그 물건은 밝은 담갈색을 띄었고, 또한 굵고 길었다.

그리고 그 물건은 매우 외설스럽게 생겼다.


언젠가 아리엘이 실피와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건낸 물건은

문외한인 나라도 상등품이란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고급진 품질을 자랑했으나,

한편으론 절대로 다른 사람의 앞에 자랑스럽게 꺼낼 수 없는 흉흉한 포스를 내뿜었다.


난 이걸 실피, 록시, 에리스 그 어느 누구에게도 들이댄 적이 없다.

전부 내 늠름한 주니어와 테크닉만으로 부족함 없이 함락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아리엘의 결혼 선물은 창고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설마

설마 이걸 ​내가​ 쓸 날이 오다니.


그냥 이렇게 살까.

이걸 쓸 바엔 혀 깨물고 죽는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난 절박하다.

어쩌면 이게 유일​한 치료법일수도 있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에게 대신 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다.

나다.

믿을 건 나뿐인 것이다.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난 조심스럽게 ​딜도를 집어들었다.


​"후우..."


심호흡, 심호흡 하고,

좋아. 간단한 것부터 하자.

처음부터 과한걸 하면 다칠 우려가 있다.

일단 무서우니까 속옷 위에서 바깥부분을 자극하는 것부터 시작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침실 문이 활짝 열렸다.

나쁜 짓을 하다가 걸린 것마냥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딜도를 내 등 뒤로 숨겼다.

하지만 들어온 인물을 보고 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에리스?"

"루데우스..."


그건 에리스였다.

근데 그건 에리스가 아니었다.

아니, 인간이 아니다.

뭐야 저 눈.

왜 숨을 그렇게 쉬는 거야.

침은 왜 흘리고 있어?

손에 든 그건 뭐고?

왜 팬티에 봉이 달려있는거야?

뭐야?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에리스. 일단 진정하고"

"진정 못 해."


에리스는 몸에 걸친 천들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면서 성큼성큼 내 침대로 다가왔다.


"나, 너무 오랫동안 참았어."

"알아. 미안해. 하지만..."

"근데 이젠 못 참아."

"아니, 만약 이게 통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테니까 그때까지만, 딱 하루만 참아주면"

"아냐. 필요 없어. ​내가 해줄 테니까.​"

"네?"


방금 에리스의 입에서 무시무시한 말이 나왔는데?

뭘 해준다는 거야? 설마?


"록시한테 다 들었어. 일단 어떻게든 ​가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아, 설마가 사람 잡네. 진짜였다. 이번만큼은 록시가 야속하다.


"안돼, 에리스, 제발..."

"괜찮아, 루데우스. 루데우스는 그냥 가만히 나한테 몸을 맡기기만 하면 돼."


말은 로맨틱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발정난 고릴라마냥 내 옷가지를 좍좍 찢고 나를 침대에 던지다시피 강제로 눕혔다.

곧 그녀는 내 배꼽에 코를 파묻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가슴을 거쳐 내 턱 밑까지 훑더니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내 눈을 광기가 어린 눈동자로 마주보며 말했다.

"...해도 되는거지?"

"...하지만 난 지금 남자가 아니라서..."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 루데우스랑 하고 싶어."

"그게 아니라, 만족을 못할수도"

"아니, 할 수 있어.아리엘한테 배웠어.​ 나도 루데우스를 반드시 행복하게 해줄게."


어맛, 멋진 여자.

아니, 이게 아닌데,

근데 머릿속은 복잡한데도 어째서인지 내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곧 에리스는 손에 두른 팬티인지 벨트인지 모를 것을 두르고, 내 손에 들린 딜도를 뺏더니,

우악스럽게 내 손목을 쥐어잡고 침대에 강제로 몰아붙였다.

"루데우스... 루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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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혈된 눈은 어째서인지 붉은 안광이 번뜩였고, 있는대로 달아올랐는지 내쉬는 가쁜 호흡엔 이제 입김까지 서릴 지경이었다. 얼굴에 뚝뚝 떨어지는 침을 신경쓸 틈은 이제 없었다.

이건 이제 못 말린다.

체크메이트다.


"사..."


체념한 난 마지막 용기를 발하여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살살 해주세... 아."



그 날

난 "소녀"데우스가 되어버렸다.


====

다음 화가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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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2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77727 창작 제급 암석포 만들어봄 [11] ㅇㅇ(182.221) 22.02.15 859 33
77688 창작 귀여운 록시 [7] 끗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5 738 18
77642 창작 "누군가 했는데 너였냐, 씨발년아?" [8] ㅇㅇ(106.101) 22.02.14 1237 39
77625 창작 팬더모니엄(Pandemonium) 2기 30화 [7] 록시신전기사단(116.124) 22.02.14 423 10
77577 창작 록시땅 그려왔서 [10] Ru_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4 695 16
77555 창작 에리스 그려왔어 [4] 끗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4 558 24
77548 창작 "셰리아, 안돼. 우리 사이에 이런..." [11] ㅇㅇ(106.101) 22.02.14 904 18
77515 창작 무직 특전 원작 1권 특별판 실피, 제니스, 리랴 삽화 채색 [6] 뚜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4 720 13
77360 창작 팬더모니엄(Pandemonium) 2기 29화 [3] 록시신전기사단(116.124) 22.02.12 273 12
77356 창작 낙서) 록시 낙서 [13] xwi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2 684 23
77303 창작 또 에리스 그려옴 [3] 조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1 514 16
77227 창작 스포 ) 본편 15권 루데우스, 록시 삽화 1장 채색 [4] 뚜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1 743 20
77216 창작 에리스 그려봄 [5] 부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1 450 15
77212 창작 산술, 읽기 쓰기는 필요없다냐 [2] 빨간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0 193 3
77105 창작 에리스 그려옴 [5] 조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0 481 20
76975 창작 끝이자 시작 [3] taetae07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08 174 3
76936 창작 예쁘다... 엄청난 미인! [4] 그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08 916 28
76873 창작 무직 원작 19권 루데우스, 록시, 에리스, 실피 삽화 채색 [8] 뚜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07 804 20
76853 창작 팬더모니엄(Pandemonium) 2기 28화 [5] 록시신전기사단(116.124) 22.02.07 316 15
76759 창작 에리스에게 마술을 알려주라냥 [6] 빨간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06 679 15
76432 창작 일남충:오늘은....이거다! [4] 그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04 277 4
76419 창작 무직 원작 12권 록시 삽화 1장 채색 [2] 뚜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04 67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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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33 창작 무직 애니 특전 원작 3권 특별판 록시 가족 삽화 채색 [10] 뚜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676 17
76014 창작 라라 낙서 [1] ㅇㅇ(122.32) 22.01.31 218 3
76004 창작 "2부 연재 한다면서요!" [1] 그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31 77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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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19 창작 팬더모니엄(Pandemonium) 2기 24화 [1] 록시신전기사단(116.124) 22.01.28 30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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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32 창작 키시리카로 찾았다 요놈! [3] 그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8 69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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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19 창작 무직 애니 특전 원작 2권 특별판 에리스, 필립 삽화 채색 [6] 뚜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7 590 16
75507 창작 소녀데우스 4화 스틸컷 1 [4] ㅇㅇ(112.150) 22.01.27 476 11
75462 창작 올스테드 헬맷 상상해서 그려봄 [7] ㅇㅇ(112.150) 22.01.27 523 6
75453 창작 9권 읽고 삘 받아서 실피 낙서해봄 [10] ㅇㅇ(112.150) 22.01.27 729 27
75329 창작 아이샤 그렸습니다. [11] ㅇㅇ(222.102) 22.01.26 709 29
75227 창작 팬더모니엄(Pandemonium) 2기 23화 [4] 록시신전기사단(116.124) 22.01.25 278 7
75207 창작 스포?) 무직 본편 24권 록시 에리스 삽화 1장 채색해봄 [13] 뚜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5 701 22
75100 창작 팬더모니엄(Pandemonium) 2기 22화 [3] 록시신전기사단(116.124) 22.01.24 190 7
75097 창작 무붕이 낙서 그리고 갑니다 [11] ClRox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24 435 13
75089 창작 2분안에 자노바 그렸음 ㅁㅌㅊ? [8] ㅇㅇ(111.118) 22.01.24 556 8
75061 창작 스포) 12권 명장면 그림 [4] ㅇㅇ(112.150) 22.01.24 776 22
75056 창작 팬더모니엄(Pandemonium) 2기 21화 [3] 록시신전기사단(116.124) 22.01.24 16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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