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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 "소녀"데우스가 되어버렸다 !? - 5 (完) (후방)앱에서 작성

ㅇㅇ(112.150) 2022.01.31 23:35:58
조회 1691 추천 55 댓글 17
														

주의) TS물 싫어하면 뒤로 가기 ㅇㅇ ​

주의) 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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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화 -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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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스 시점 ====


갑자기 호명된 나는 루데우스에게 짜증이 난다고 때리려들지 말라느니, 버릇없이 굴지 말라느니 하는 잔소리를 듣고 아리엘에게 다가갔다.

루데우스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내가 로아에서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던 말괄량이 소녀로 남아있나보다.

이제 나도 어른이라고.


뭐, 그런건 둘째치고,


아리엘.


머리로는 위험하지 않다고 이해하고 있으나, 항상 풍기고 있는 기묘한 분위기는 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강자들이 흔히 뿌리고 다니는 살기나 위압과는 성질이 다르다. 조금 더 불쾌하다고 해야하나.

게다가 틈만 나면 루데우스에게 보는 사람 미간이 찡그려지는 추파를 던져서 한시도 틈을 낼 수 없게 만든다.

루데우스는 너무 대단해서, 조금만 주위를 돌리면 질 나쁜 벌레들이 꼬인다.

완벽한 남편을 가진 것도 피곤하다.


"뭐야?"


원래라면 왕이니 귀족이니를 대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예의를 챙겨야되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건 너무 복잡하고 지루한데다가, 배운지 너무 오래되서 다 까먹었다.

어차피 아리엘은 대화는 잘 안 나누지만 나하고도 나름 친분이 있다. 예의가 없다고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다.

내 말투를 듣고 옆에 있는 근위시녀가 얼굴을 찌푸리긴 했지만, 뭐,  알 바 아니다.


"별건 아니랍니다. 혹여나 싶어서 말하지만, 아까 루데우스 씨랑 약속을 했던 대로 에리스 양을 건드릴 생각은 없고요."

"피차 마찬가지야. 내 몸에 손을 대면 왕이고 뭐고 없어."

"어머, 무섭네요."


살기를 띄고 한 말임에도 아리엘은 표정 하나 안바뀌고 능청스럽게 말을 받아쳤다.

어차피 나나 아리엘이나 둘 다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곤 추호도 생각하지 않기에 나눌 수 있는 대화이다.

분위기를 읽는 법은 루데우스에게 잘 배웠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래서 용건이 뭐야. 빨리 말해. 루데우스가 기다리니까."

"에리스 씨의 성격이 급한 건 누구보다 잘 아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음, 말이 잘 통해서 좋다. 난 할 말을 배배 꼬는게 제일 싫다.


"에리스 양, 상당히 쌓여있죠?"

"...뭐?"


뭐?

갑자기 튀어나온 파렴치한 말에 난 내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난 지금 많이 예민해져있긴 하다.

루데우스가 용신의 밑에서 많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요즘 들어서 한번도 못했다.

할아버님의 피를 짙게 이은 탓일까, 난 실피나 록시에 비해 성욕이 왕성하고 참을성이 없는 성격이라, 이렇게 오래 참으면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그래서 록시와의 밤일이 끝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루데우스가 여자로 변해버려서 적지 않게 실망... 아니, 당황했다.

물론 어렸을때 여자끼리 하는 법에 대해서 할아버님이나 아버님에게 지식을 전수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난 루데우스만 좋아하고 밤일도 루데우스하고만 할 생각이라서 지금은 거의 다 까먹었다.

그리고 그... 부끄러워서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솔직히 여자끼리 하는기 기분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아무튼! 그렇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어디까지나 호의로 하는 얘기니까요. 믿을 수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요새 루데우스 씨가 눈코뜰 새 없이 바빠서 에리스 양의 잠자리가 통 허전하시다고 하더군요."


아리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노골적으로 음흉한 눈웃음을 지었다.


"누가 그래?"

"비밀이랍니다."


비밀이라... 솔직히 짚히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은 없으니 넘어가자.


"...그게 뭐 어쨌는데."

"제가 거기에 대해서 조언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조언?"


아리엘은 눈을 감고 뜸을 들이더니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냈다.


"...에리스 양은 여성과 관계를 나눠본 적이 있나요?"

"없어. 앞으로도 없을거고."


난 즉답했다.

루데우스 의외의 상대는 남자든 여자든 추호도 상상할 수 없다.

......리니아나 프루세나 정도면 살짝 고민할지도.

아니, 아니다. 아무리 내가 야옹이랑 멍멍이를 좋아해도, 그 둘을 건들면 내가 루데우스를 배신하는거다.

루데우스도 그 둘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걸 꺼리니까.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다.


"어머, 정말요? 상대가 루데우스 씨라도?"

"루데우스는 지금... 평소와 다르니까, 원래대로 나을 때까지 참을거야."

"언제까지 참을 건가요?"

"... 암튼 참을거야."


루데우스는 지금 밤일을 할 상태가 아니다.

여자가 되서 싫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록시의 말을 믿는다면 어차피 오래 가는 증상은 아니다. 조금만 참을성을 발휘하면 된다.

아주... 조금만.


"하지만 저도 얄팍하게나마 식견이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답니다. 오늘도 에리스 양이 루데우스 씨를 중간중간 훔쳐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으니까요. 머리로는 참아야 된다고 생각해도, 실은 상당히 몰려있죠?"

"윽..."


정곡을 찔렸다.

그렇다.

말로는 루데우스를 위해서 라고 한껏 어른스러운 척을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틈이 생긴다면 당장이라도 루데우스를 덮치고 싶다.

나 마저도 나 자신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알아요. 이해해요. 부부 사이라도 예의는 필요한 법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대답으로 유추하자면, 에리스는 루데우스가 여자라서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드는건 아니고,

오히려 기회만 생긴다면 한시라도 빨리 하고 싶다는 이해해도 되죠?"

"..."


속마음이 완전히 뽀록이 난 나는 얼굴을 붉힌 채 마지못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아리엘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난 그걸 놓치지 않고 경계를 했다.

하지만 아리엘의 입에서 나온 다음 한 마디는 뜻밖이었다.


"...이건 비밀인데요."


아리엘은 과장되게 주변을 둘러보는 척을 하더니 나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나는 의아해하면서 아리엘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내 귀에 대고 뭐라 중얼거렸다.


"...!"


그 말을 들은 나는 놀라는 한편으로 납득이 안되서 이마가 찌푸러졌다.


"왜 아까는 알려주지 않았어?"

"어디까지나 가설인 것도 있고... 결정적으로는, 그야 말하지 않는 편이 더 재밌으니까요."

"......"


피가 얼굴로 솟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리엘은 개의치 않고 이어서 말을 했다.


"그리고 냅둬도 어차피 언젠가 루데우스 씨 측에서 스스로 요구하게 될거에요."

"...뭔 소리야?"

"장담합니다. 그리고 에리스 씨는 그 시기를 정확히 파고들면 되요."

"당장이라도 치료하는게 좋지 않아?"

"아마 루데우스 씨는 당장 말해도 납득하지 않을 거에요. 본인 입장에선 제일 꺼릴 방법이기도 하고, 검증이 되질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강제로 쓰러뜨리는 것은 절대 싫어할걸요? 저 쪽에서 스스로 나오게 하는 게 전 최선이라 생각해요."

"......알았어."


모르겠다.

하지만 난 여기서 내가 더 고민해봤자 골만 아파올 것이란 걸 안다.

그리고 아리엘은 사람을 다루는데 도가 튼 인물이다.

아마 나같은 육체파보단 생각이 깊겠지.

이럴 때는 고민이 사치다.


"결국은 참으라는 거네."

"결국은 그렇게 되네요."


그래, 결국 참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옛날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난 루데우스가 극구 싫다면 강요할 생각은 절대 없다.

루데우스 측에서 스스로 마음을 열고 나온다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루데우스도 안하무인한 내가 먼저 마음을 열 때까지 언제까지고 기다려줬다.

루데우스가 그렇게 해줬으니, 나도 그럴 줄 알아야된다.

간단하다.

하지만...


"하지만 난 그... 방법을 몰라."


그러자 아리엘이 기다렸다는 듯이 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제가 알려드리죠... 물론 말로만."


그리고 난 그 후에도 루데우스가 마력 고갈로 쓰러져 회복을 하는 10일 동안 틈틈히 아리엘을 찾아가 "수업"을 받고 "장비"도 건네받았다.

참고로 루데우스가 쓰러진 사이에 록시도 아리엘이 알려준 것과 똑같은 처방을 들고 왔다.

하지만 내가 아리엘이 미리 알려줬다고 넌지시 알리자 의기양양했던 얼굴이 바로 풀이 죽었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여하튼 그렇게 벼르고 벼르던 난 루데우스가 완전히 회복하고 일어난 당일,

반쯤 정신을 놓은 채 침실에 돌격했다.

==== 루데우스 시점 ====


눈을 간지르는 아침햇살과 함께, 나는 여느때보다도 힘겹게 눈을 떴다.

납덩이같이 무거운 눈꺼풀을 슬며시 뜨자 그곳을 통해 보이는 모습은

우리 집 가장.

늠름한 우리 집 바깥 양반이었다.

비록 좀 흐뜨러지긴 했지만 잘 때 만큼은 천사같은 그녀,

하지만 어제의 에리스는 그야말로 광전사였다.

압도적인 완력으로 날 제압한 뒤에 아마 아리엘에게서 배웠음 직한 온갖 종류의 플레이로 날 유린했다.

특히 결혼선물로 받은 딜도와 아리엘에게 받은 걸로 추정되는 벨트의 숙련된 이도류는 과연 검왕이라 불릴 정도로 화려했다.

평소의 힘으로 찍어누르는 플레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술의 극치였다. 하지만 힘도 괄시하지 않는다. 가○라이더냐.

덕분에 내 몸은 완전히 보노보노다.

특히 메이드 오브 아슬라제 우든 미사일이 착탄하는 그 첫 느낌은 그야말로...

아니다. 여기서 더 묘사하면 정말로 내 정신이 어떻게 되버릴것만 같다.

다만 기분이 나빴다는 말은 거짓말로라도 하진 않겠다.

아무튼, 내 "첫 경험"은 그런 느낌이다.

어쨋든 나는 떨떠름한 기분과 함께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


"응?"


뭔가 이상했다.

평소, 정확히는 최근의 약 2주 동안에 걸쳐서 익숙해졌던 감각과 확연히 다른 기분.

그런데 어색하긴 커녕 오히려 뭔가 퍼즐이 깔끔하게 들어맞는 듯한 익숙한 느낌.

나는 퍼뜩 몸을 일으켜세우고 조심스럽게 내 손을 내려다 봤다.

손가락은 굵고 늠름하게 각이 진 형태에, 팔뚝에는 내가 20년에 걸쳐 단련해온 헐크와 헤라클레스가 힘줄을 자랑하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곧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시야가 탁 트였다.

그 동안 내 아랫쪽 시야를 방해하던 두 지방덩어리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거기엔 마찬가지로 단련을 거듭해 탄탄해진 두개의 보기 좋은 대흉근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여기까지 보고, 난 무심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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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다...!"


목에서 흘러나온 것은 늠름한 저음이었다.

그렇다.

돌아왔다.

남자로.

...그렇게 안심하려던 그때, 일말의 불안감이 뇌리를 스쳤다.

난 조심스럽게 내 하반신을 덮은 이불을 들추고 그 내용물을 확인했다.


"있어...!"


거기에 있는 것은

완전히 제 모습을 되찾은 내 자존심이었다.

그것은 승전보고를 알리듯 활기차게...

아니, 자세한 묘사는 더러우니까 생략하고.

하여튼 그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난 내 몸이 완벽하게 남자로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이 열흘간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가.

이 열흘간 얼마나 불안에 떨었는가.

이 열흘간 얼마나 치욕에 몸부림 쳤는가.

그 열흘은 내가 에리스에게 차이고 남성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방황하던 3년 만큼이나 가슴 시린 고난이었다.

난 감격스러운 기분으로 자고 있는 에리스의 가슴에 손을 갖다댔다.

풍만한 촉감이 손가락을 거치고 척추를 통해 자극으로 환원되어 하반신을 요동치게 했다.

그래, 이거지.

난 살아있음을 체감했다.

이게 바로 살아있는 거다.

그런 감동을 느끼며 난 취한듯이 연신 에리스의 가슴을 쭈물렀다.


"으응..."


뒤척이던 에리스의 눈이 게츰스레하게 뜨이고, 곧 나와 눈이 마주쳤다.

곧 그 시선은 내 얼굴을 따라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다가, 곧 내가 들춘 이불 쪽으로 향하더니,

순식간에 먹잇감을 발견한 늑대마냥 번쩍 뜨이고, "우악!" 하는 여자답지 못한 기합과 함께 마치 새총이 발사되는 듯한 기세로 몸을 일으켰다.


"루데우스!"

"응!"

"돌아왔네!"

"으응!"

"그만 만져!"

"푸억!"


에리스의 주먹이 턱에 꽂히는가 싶더니, 갑자기 그 우왁스러운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돌아왔으니까 마저 하자!"

"잠깐, 에리스, 나도 그 심정을 이해해. 꽤 오랬동안 참았지. 한번만으로 만족 못하는거 알아. 응응. 하지만 무드란게 있잖아? 달콤한 필로 토크를 하자고. 우선 나도 비록 하반신은 이렇다지만 어제 한판 뛴게 있어서 그렇게 기운이 없..."


응?

에리스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그런 말을 꺼내고 나니 또다른 위화감이 몸에 감돌았다.

그래, 이상할 정도로 기운이 넘치다.

어제 거의 실신 직전까지 가다시피 광란의 레슬링을 벌였는데,

지금 내 몸은 마치 24시간 넘게 숙면을 취한 것마냥 최상의 컨디션이다.

마력안으로 본다면 계○권마냥 오오라같은게 활활 타오르는 것이 보일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오늘따라 유독 에리스가 특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보송보송하지만 잘 그을린, 탄탄하고 매끄러운 피부,

날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다부지고 균형잡힌 몸매,

너무 야성적이라 뒷통수를 위험하게 자극하는 땀내가 섞인 체취에,

오늘따라 유독 아름다워 보이는 이목구비, 속눈썹, 평소라면 눈길이 가지 않을 목덜미에 쇄골...

참 이상했다. 보통 2차전을 달릴때는 거의 기진맥진해서 주변이 거의 보이질 않는데,

이런 말을 하면 좀 진부해보이지만 지금 에리스는 진짜... 진짜...

그때, 놀랍게도 에리스가 힘겨루기에 밀려 점점 팔이 안쪽으로 접히기 시작했다.

곧 그녀의 얼굴에 당황하는 낯빛이 떠오르고, 긴장으로 삑사리가 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응? 어, 어어... 루데우스? 어디 아픈거야? 갑자기 왜 그러는... 우왓."


하지만 내 사고는 그 다음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곧 내 안의 뭔가가 툭 끊어졌다.

==== 실피에트 시점 ====


해가 하늘의 한가운데에 걸렸다.

록시는 진작에 출근했고, 루시는 학교에, 나머지 아이들은 방에서 놀고 있다. 리랴 씨와 제니스 씨도 정원에서 햇빛을 쬐고 계시고. 아이샤도 취미인 텃밭을 열심히 가꾸고 있다.

모두가 일과에 열중하는 와중, 우리 남편은 아직도 2층에서 감감무소식이다.

아니, 가끔씩 침대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나 나무 따위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려오는걸 보면 아마...

으음...

그러고보면 최근의 에리스는 그녀답지 않게 꽤 오랫동안 참을성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렇게 참았다가 한번에 터뜨리는 그녀는 루디조차 혀를 내두를 지구력을 자랑한다. 반나절 넘게 뛰는 것은 예사다.

뭐, 나도 오랫동안 잠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평소보다 더 응석을 부리는 편이니까, 그 마음이 뭔지는 알지만.

그래도 일과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오래 열중하는 건 자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런 식으로 에리스에게 쥐어짜인 루디가 거의 죽을 상이 되서 침실을 비척비척 걸어나오는 모습은 보기 안쓰럽고. 분명 건강에도 해롭다.

입 밖으로 절대 못 꺼내지만, 은근 심통이 나는 것도 있고.

...아니, 생각해보니 지금 루디는 여자애 아니었나?

여자의 몸으로 하는 건 처음일텐데, 저 정도로 무리를 하다가 다치는건 아닐까?

어쩌면 원래대로 돌아온 걸지도 모르는데, 병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그래도 앓다가 나은 사람을 저렇게 휘두르는 것도 좀...

무엇보다 슬슬 점심시간이다. 아침을 거르는 것은 몰라도 점심까지 건너뛰는 것은 아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난 2층으로 올라오면서 말했다.


"루디, 에리스. 벌써 점심이야. 이제 그만..."


뭔가 이상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뭔가 평소의 두 사람과는 방문에서부터 풍겨오는 분위기가 달랐다.

석연치 않은 마음을 누르면서, 난 방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 곧 눈을 딱 감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세상에..."


난 과거에 두세 번 에리스와 루디가 정을 나누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에리스는 루디를 깔아뭉개다시피 눕혀놓고 그 위에 올라타서 마치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 마냥...

아, 나 지금 뭐래니.

근데,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에리스가 땀으로 흥건해진 채 침대에 널부러져서

이상하게 기운이 넘쳐보이는, 아니 오히려 정신을 반쯤 놓은 것 같은 루디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런 루디는 평소보다 훨씬 난폭해보였다.

난 무엇보다 에리스가 그렇게 눈에 띄게 지쳐보이는 것을 거의 처음 봤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을까.

설마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하러 내려갈때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던 그 시점부터 지금까지...?


"핫..."


나도 모르게 숨을 삼키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루디의 동작이 문뜩 멈추더니 스산한 분위기로 내 쪽을 돌아봤다.

그 눈과 마주치자 난 삽시간에 다리에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올스테드나 바디가디와 마주했을때와 같은,

잡아먹힐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실피."


루디의 입에서 나온, 평소보다 훨씬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조용하면서도 또렷이 내 귀에 날라와 꽂혔다.


"루, 루디...?"


루디는 옷도 안 걸치고 성큼성큼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벽에 몰아넣어진 나를 몽롱한 듯 광채를 발하는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곧 오른손을 들어 내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갑자기 뒷덜미를 부여잡고 깊게 입맞춤을 했다.


"읍..."


갑작스러운 키스에도 난 옴싹달싹도 못하고 그저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1분 같은 10초 동안, 루디는 내 입안을 혓뿌리까지 속속들이 헤집은 뒤, 푸하, 하는 숨소리와 함께 입을 떼고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내 귀에 갖다대고 속삭였다.


"복수야."


뭐가? 라거나 밥 해야돼, 같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런 말들이 미처 나오기도 전에 루디는 거칠고 다정한 손길로 내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낱낱이 벗겨나갔다.


"아."


그리고, 뭐라 할 새도 없이 내 위로 루디의 몸이 포개졌다.

==== 록시 시점 ====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난 정원에서부터 아이들과 레오가 꺄악 꺄악 거리면서 서로 술래잡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직 어린 지크는 리랴 씨의 등에 업혀서 새근새근 잠들어있었고,

아이샤는 제니스 씨와 함께 텃밭에서 잡초 따위를 뽑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오셨습니까, 록시 마님."

"아, 록시 언니! 어서 와!"

"엄마~!"


병아리같은 목소리로 나를 반기며 한껏 팔을 벌리고 달려오는 루시와 아르스를 꼭 안아주고,

예의 뚱한 표정으로 레오의 등에 타고 쫄래쫄래 다가와 천연덕스럽게 얼굴을 내미는 라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아직 자고 있는 지크에게 조용히 손을 흔들어주고 난 현관문 앞에 섰다.


'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직감이라고 해야되나, 뭔가 등골을 타고 흐르는 묘한 위화감에 난 문고리로 뻗던 손을 멈췄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난 무심코 리랴 씨를 돌아보며 질문을 했다.


"리랴 씨. 다른 사람들은요?"

"예, 루데우스 님과 마님들 모두 안에 계십니다."


전부 안에 있다고?

그럼 이런 기분이 들 리가 없는데,

세 사람이 지키고 있는 집은 그 어디보다도 안전한 장소다.

이보다 안전한 곳은 사무소나 공중성채, 왕성같은 곳을 제외하면 일반 가정집 중에는 없다.

위험신호가 날아올 일은 없을 터인데...


"..."


하지만 난 곧잘 애먼 데서 실수를 하는 타입.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오늘따라 유난히 수업 일정이 빡빡했던 것도 있고, 단순히 피곤하거나 컨디션 난조일 수도 있다.

모험가 생활에서 너무 오랫동안 발을 빼서 직감이 무뎌졌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난 현관문을 열었다.


"......"


전언철회다.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 위화감이 집 안에 입성하니까 더 심해졌다.

나도 모르게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집 안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적막만이 감돌았다.

그리고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원래 이 시간대면 실피가 빨래나 청소를 하거나 분주히 저녁준비를 한다.

원래라면 내가 들어올 때 부엌이나 거실 쪽에서 고개를 내밀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낼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실피가 안보였다.


"음..."


아니다.

2층에서 청소를 하는 도중이라 1층에 없을 수도 있지.

일단 귀환보고부터.


"루디, 실피, 에리스. 다녀왔습니다."


나름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집 안은 적막만이 감돈다.


"...?"


이쯤 되면 슬슬 뭔가 이상하다.

난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그 쯤에서, 난 정적을 깨는 소음이 들려오는 것을 알아챘다.

목재 따위가 삐걱대는 소리다.

그리고 그 소리는 어느 방에서 들려오는 것을 알았다.

그 곳은 침실이었고,

그 소리는 아주 익숙한 소리다.


"...절륜하네요..."


그렇게 중얼거린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분명 어제는 에리스의 차례.

에리스의 체력과 성격 특성상, 그녀와 한번 뛴 루디는 완전히 녹초가 되서 그 다음날은 거의 왠종일 휴일이 되다시피 한다.

원래라면 이 시간까지 쌩쌩할 루디가 아니다.

아니, 애초에 지금 여자 아닌가?

원상복구가 된건가?

아님 뭔가 잘못되었나?

그리고 실피도 저기에 있는건가?

에리스는 나나 실피랑 같이 하는 걸 부끄러워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온갖 잡념을 뒤로 미루고, 난 지팡이와 짐들을 복도 한 켠에 거치해둔 뒤 슬며시 방문을 열었다.


"...이게 무슨..."


10년은 더 되었을까.

이것과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때보다 사람 수는 적다.

성별도 정반대다.

하지만 그때의 광경이 떠오를 정도로 어둑한 침실은 불건전한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있었다.

에리스는 보기 드물게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침대 한 켠에 웅크리고 땀범벅이 되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리고 실피는 이따금 흘리는 짧은 교성을 빼면 목소리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기진맥진이 되어서 루디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루디.

어느새 남자로 돌아온 루디는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니,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눈은 번뜩이고, 온몸의 근육과 힘줄이 도드라지고, 달아오른 피부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이 저녘놀을 받아 선명하게 보였다.

무엇보다 평소에 나를 대할 때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로 실피를 한껏 유린하고 있었다.

이건 루디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실피와 눈이 마주쳤다.


"록....시..."


달싹거리며 움직이는 입모양을 보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곧 귀에 또렷하게 날라와 꽂히는 말 한마디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도... 망..."


그 순간, 루디의 허리놀림이 멎고 고개를 쳐든 그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 아...!"


그 눈빛을 본 나는 마수를 마주친 초보 모험가마냥 다리에 힘이 쫙 풀려 어느새 침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번개와 같은 속도로 다가온 루디의 손에 이끌려서 난 침대에 던져지고...


"록시."


곧, 동굴에서 울려오는것 같은 루디의 목소리가 내 귀를 통해 머릿속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못 참겠어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 기억은 끊겼다.

==== 루데우스 시점 ====


굳 모닝, 에브리원!

아, 이 경우엔 굳 이브닝이라고 해야하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알려줄게!

내 몸이 남자로 돌아왔어!

만만세~

하지만 기뻐하는 와중에 대쉬를 걸어오는 에리스를 보고 필름이 뚝!

정신을 차려보니 바깥은 벌써 해질녘!

주위를 둘러보니 알몸의 허니들이 셋 다 침대에 널부러져 기절!

뭐야뭐야~? 몰래카메라야? 정신을 잃은 사이에 뭔 일이 일어난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침대를 나왔다가 허리에 칼을 맞는 고통을 느끼고 고꾸라졌지!

X발 내 허리!!!

아니, 허리 이전에 내 불방망이가 진짜 불이 날 지경으로 뜨거워! 겁나 아파!

뭐지? 이게 쾌락 없는 책임이란건가? 하지만 아침 이후로 지금까지 전혀 기억이 없어!

그러는 와중에 내 비명을 듣고 정신을 차린 아내들은

침실 구석에서 울상을 한 채 허리와 사타구니에 치유 마술을 걸고 있는 나를 냉담한 눈으로 매도!

그리고 위가 조여오고 식탁이 빠각 박살날거같은 살얼음판같은 늦은 저녁을 먹은 뒤


바로 지금.

허리에 손을 올린 실피,

뒷짐을 진 록시,

팔짱을 낀 에리스 앞에서

진심 도게자를 하고있는 상황까지 오게 돼!


앞으로 나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꼭 응원해줘 친구들!


...

...억지로 하이텐션으로 말했지만 솔직히 도살장에 끌려온 돼지가 된 심정이다.

진탕 마시고 끊겼던 필름이 다음날 부분부분 복원되는 것처럼

아내들의 증언으로 그 몇 시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세 명한테 뭔 짓을 했는지 등등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자처해서 세 명의 앞에 온 몸을 던져 도게자를 박고 사죄를 외치면서 그저 벌벌 떨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말없이 내려다보는 세 사람의 시선은 냉담하기 그지 없었다.

이제 나의 처분은 이 세명의 손에 달렸다.



정적을 깬 것은 에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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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데우스, 난 분명히 슬슬 힘들다고 했어."

에리스는 섬뜩할 정도로 팍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이제 점심 먹어야 되고 아이들한테 들릴 수도 있으니까 그만 하자고 했고."

실피도 공기가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일을 갔다온지 얼마 안되었으니 급하더라도 좀만 휴식을 취한 뒤에 하자고 했습니다."

록시가 터질듯한 용암을 꾹꾹 눌러담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내가 실피나 록시 앞에서 하는걸 부끄러워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귓등으로도 안 듣고."

"완전히 기운이 빠졌는데 그 와중에 자중하긴 커녕 금방 퇴근한 록시까지 끌어들여서 애들 저녁때도 놓쳤어. 리랴 씨랑 아이샤한테 얼마나 민폐를 끼쳤는지 알아?"

"아빠가 방에서 하루종일 안나온다고 아이들이 걱정하더군요. 2층에서 삐걱대는 소리랑 엄마들이 아파하는 소리가 난다는 말을 듣고 놀란 리랴 씨가 서둘러서 정원으로 대피시켰다고 합니다. 나이를 20살은 더 먹어놓고 대체 이게 무슨 추태죠?"

"진짜로 할 말이 없어?"

...

리랴와 제니스의 등쌀에 끼어서 고통받던 파울로가 이런 기분일까.

아니, 아마 지금 이건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지옥이다.

내가 세 명한테 저지른 짓은 엄연한 강간이다.

넘어선 안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최저다.

수습이 안된다.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끝이다...!

안녕, 이세계. 짧게나마 행복한 꿈이었어...


"...하아~. 뭐, 화풀이는 여기까지만 하죠. 뭐가 되었든 이렇게 된 것도 결국 원인 제공은 제가 했으니까요."


갑자기 한껏 분위기를 잡던 록시가 표정을 풀면서 한숨과 함께 말했다.


"...뭐, 나도 루디가 여자로 있는 동안 짖궂게 굴은건 사실이니까..."


실피도 허리에 올린 손을 내리면서 머쓱해하는 표정으로 귀 뒷쪽을 살살 긁었다.


"뭐, 사실 나도 그렇게 엄청 화 안났어! ...부끄러웠던건 사실이지만 어쨋든 만족할 만큼 했으니까."


에리스는 그 자세 그대로 얼굴을 붉히더니 콧방귀와 함께 고개를 수줍게 돌렸다.


"...화 안내는 거야? 벌도 안 줘?"


어안이 벙벙해진 내 말을 들은 세 명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얼굴을 보더니, 당연한 걸 묻냐는 태도로 말을 했다.


"아니, 말했잖아! 이번에 나도 분위기를 타서 루디를 엄청 놀려먹었잖아? 쌤쌤으로 치자는 거지. 뭐 집안일이래봐야 점심이나 저녁 차리는걸 하루 정도 빼먹은거 정도로 리랴 씨나 아이샤는 민폐 취급도 안 해. 그냥 장난이야. 뭐 애들도 다 듣는데서 한건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내가 어렸을때도 부모님이 밤일하는걸 우연히 듣는 건 흔한 일이었고."


실피가 손사래를 치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저도 말했다시피, 이번에 루디가 여자가 된 사건의 원인엔 제 지분이 상당수 있습니다. 오늘 루디가 폭주를 한 것은 아마 치료의 부작용이었겠죠. 평소의 루디는 신사적으로 대해주는데, 이번의 경우 필요 이상으로 난폭하고, 이성도 거의 없었고, 그만큼 했는데도 기억을 못하는 걸로 미루어 제정신으로 한 짓은 절대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록시도 조곤조곤하게 달래주는 말투로 설명했다.


"으음... 분명히 얘기도 없이 실피랑 록시랑 끼워서 한건 부끄럽긴 했지만, 뭐 한두번 한 것도 아니고, 익숙해졌으니까. 딱히 그렇게 신경 안써!"


에리스도 당당한 자세로 간단하게 말했다.


"내가 세 사람을 그렇게 심하게 대했는데도?"

"관계야 뭐 일상적으로 하는 거잖아? 오늘은 그냥 평소보다 힘이 들어갔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어. 남편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것도 아내의 의무고. ...딴거보다도 어쨌든 기분은 좋았으니까..."

"확실히 거칠긴 했습니다만. 평소엔 접하기 힘든 경험이라 신선했고 그...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러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난 오히려 평소보다 불끈거려서 좋았어!"


마지막 에리스의 말에 뜨끔하긴 했지만,

그런가. 거칠게 하긴 했다만 결국 세 사람 모두 만족 대만족을 한거였다.

다행이다. 영락없이 짐승! 색마! 따위의 일갈을 듣고 눈물 젖은 스카프로 싸다구를 맞고 바람맞는 처지가 되나 했다.

한시름 놓았다고 칠까.

어라? 그렇다면...


"그럼 날 혼낸 건?"

"음... 일단 저희는 정말로 화가 전혀 안나긴 했지만, 설령 저희가 괜찮다고 어영부영 넘기더라도, 루디 자신이 스스로의 행동을 용서하지 못했겠죠? 루디는 책임감이 강하니까요. 그래서 일단 형식상으로라도 화를 낸 다음에 이렇게 위로를 해주는 겁니다. 처세술의 일환이죠. 루디는 되도록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면 좋겠습니다."

록시는 그렇게 말하며 내 팔을 잡아끌어 일으켜세우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아아, 신이시여! 그런 깊으신 뜻을 모르고 난...!


어쨌든, 난 그래도 죄책감이 남아서 거칠게 군 것을 아내들에게 거듭 사과를 하고,

세 사람은 웃음과 함께 흘려보내는 것으로 성전환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


여하튼 이러한 2주간의 일련의 사건을 올스테드에게 보고했다.

올스테드는 "굳이 보고할 필요가 있나?"는 투로 나왔지만 그래도 미약에서 발현된 의외의 효과엔 흥미가 있었던것 같다.

참고로 치료법에 대해서 언질을 안해준 것은 순수하게 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누히 말하지만 사장님도 만능은 아니다.


자노바와 클리프도 여하튼 내 회복을 축하해줬고, 엘리나리제가 집요하게 후기를 캐묻는것을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아리엘과 에리스의 사이가 더 가까워진거 같고, 루크가 나를 보는 눈빛이 예전과 다르게 심상치 않지만 무서우니까 넘어가자.


결국 헛방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협조해준 나나호시와 페르기우스에게 보고와 감사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장난삼아 작성한 "미약과 마력의 상관관계"라는 논문이 라노아 마법 대학의 소규모 연구계층에서 일약 히트를 치고 흘러흘러 아슬라 왕립학교로 넘어갔다는 소문이 돌지만,

변태 놈들의 기호따윈 내 알바가 아니다.


하여튼,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난 다시 남자로 돌아왔다.

여자가 되는 것이 신선한 경험인 것은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래도 난 역시 남자로 있는 것이 훨씬 좋다.

루데우스 그레이랫은 남자로 있는 것이 베스트다.

만약 내가 호모내지 양성애자였거나, 아내랑 자식이 있는 몸이 아니었다면 "여자도 괜찮을지도"라고 혹했겠지.

하지만 몸이 어떻게 되든 내 정체성은 남자다. 이미 이 세계에서 아내를 두고 자식을 낳는 등 남성으로서의 책무를 다했고, 앞으로도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열심히 해나가갈거다.

장담하건데, 이제 다시는 여자가 되지 않으리라.


오늘도 난 이 세계에서 "남자로서" 살아간다.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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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完 -


----
집중력 오링나서 존나 대충 썼지만 봐주셈

1월 중으로 소녀데우스 완결낸다는 목표를 끝냈다.

차기작을 기대해주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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