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글에도 적긴 했지만, 난 미국에서 대학 졸업해서 1년동안 OPT로 마케팅 회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일본에서 큰 광고 대리점에서 컨설턴트로 일함.

일하는 곳은 도쿄고! 사는 곳도 도쿄임 ㅇ_ㅇ

디지털 광고 쪽 사업이 많이 크고 있어서, 회사에 IT엔지니어들도 굉장히 많고, SEO나, 일반 사무직 파견 노동자들도 많이 접하는데, 여기 커뮤니티 보니까 파견 관련 질문이 많은 거 같아서 그냥 회사 안에서 파견이 어떤 일을 하는지 이야기 해줄게. 파견으로 어떻게 가는지는 잘 모르겠어. 애초에 일본으로 온 것부터가 바로 정사원으로 스카웃 받아서 온거라.

일단 내가 느끼는 파견 이미지는 ...

1. 엔간하면 칼퇴근

-> 파견은 잔업 수당 확실히 챙겨줘야 하니 회사측에서도 바로바로 퇴근 시키는 편. 그렇지만 우리 회사는 잔업이 일본내에서도 많은 걸로 워낙 유명한 회사라 파견도 잔업 하루에 2시간 정도하는 건 흔함. 그렇지만 그만큼 돈 더 받아가니 뭐 ... 참고로 내 포지션 (대부분의 정사원)은 재량노동제라서 야근 수당 따로 없음. ㅋㅋ 그래서 그냥 출퇴근은 마음대로야. 프로젝트 많을 때는 한달에 100시간 이상도 야근하고, 프로젝트 별로 없을 때는 10~20시간 정도로 끝날 때도 있음.

2. 나이 / 하는 일

-> 재밌는게 30대 중후반인 사람들이 파견이 많아. 그리고 월급은 20만엔~25만엔 정도 (야근 수당 포함해서) 받는 걸로 알고 있네. 왜 30대 중반이 많은게 재밌냐고 했냐면, 그 세대가 딱 일본에서 취업 빙하기 세대거든. 정작 일본에서 지금 내 나이대 (20대)는 엔간하면 정사원, 어떤 경우엔 정사원 하면 노예처럼 부려먹힌다고 오히려 파견 사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30대 중반인 사람들은 거의 50% 이상이 일본 내에서는 비정규 고용인듯.

한마디로, 20대 중후반보다 지금 30대 중후반이 더 가난하고 직장에서 직급도 없다는 이야기지. 이게 딱 지금 한국 20대들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지금 초등학생 중학생인 애들이 아마 우리 세대 사람들 30후반 40초반 쯤이면 취업 꿀로 하고 있겠지. 우리 세대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비정규 고용일 거고. 지금 초중딩들보다 월급도 적을 거고.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파견은 늪이라는거야. 30 되기 전까지 정규직 못되면 평생 파견 인생이고, 파견은 10년을 일해도 20년을 일해도 월급이 안 올라. 왜냐면 절대로 책임 있는 일을 회사에서 안 맡기거든. 그냥 단순 업무만 맡겨. (허드렛일이지) 정말 기계적인 엑셀작업 같은 것들. ㅇ_ㅇ 프로그래머들도 크게 다르진 않아. 솔직히 제대로 컴공 나온 엘리트 엔지니어들은 파견으로 일 안하거든. 파견으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그냥 한두달 대충 속성으로 프로그래밍 배워서 온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한테 고차원적인 일을 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파견은 자회사 소속도 아니니 사고치면 곤란해서 그런 일도 안 시키고.

그리고 사회 초년생 생활을 파견으로 시작할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일할 때 수동적인 자세가 몸에 벤다는 거임. 자기가 책임을 진 일을 안 하니까 그냥 공무원 마인드로 시킨 일만 하지 뭐, 이렇게 되는데 그런 인재는 어떤 회사에서도 원하지 않아. 월급 왠만큼 주고 대우 괜찮은 회사들은 다 주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어떻게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을 지를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거든. 그런데 이런 마인드는 젊을 때부터 책임감 있는 일을 수행하면서 직장생활하지 않으면 절대 배울 수가 없음.

3. 대우

파견치고는 그래도 우리 회사는 월급이 괜찮은 편이라고 들었어. 대부분은 20만엔도 못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 블랙기업 (아, 우리도 블랙이긴 하네) 같은 경우에는 파견한테 파워하라 같은 것도 많은 듯.

참고로 우리 회사에서는 파견사원들한테는 무조건 다 존댓말 써줌. 왜냐면 바깥 사람 취급이라서. 제대로 예의 갖추고 정중하게 대하긴 함. 대신 회사에서는 계속 겉돌긴 하지. 어차피 2년 있으면 사라질 사람들이니.

그 외에 면접관 경험도 몇 번 있고 하니, 면접 같은 거 궁금하시면 말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