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서 부정되었던 건 갤주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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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링크된 글 마지막 문단 보고 생각나서 옮겨봄
질문자 : 소련 경제학계에서 짜골로프 교과서의 지위는 어느 정도였나요?
윤소영 : 짜골로프 교과서를 번역할 때 사용한 텍스트는 독어판이었습니다. 그래서 새길 출판사에서 편집을 책임지고 있던 김현구 씨가 독어판을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을 백방으로 물색했는데, 한신대 독문학과 대학원생들이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섰던 것이에요. 당시 변역 팀의 리더가 몇 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계숙 씨였지요. 민주당 국회의원이던 이계안 씨의 여동생인데, 이 의원이 제 경복고, 서울 상대 선배여서 저와도 개인적 인연이 있었어요.
그런데 짜골로프 교과서를 독어로 번역한 것은 동독이 아니라 서독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1권 자본주의만 번역하고, 2권 사회주의는 번역하지도 않았지요. 그래서 2권을 번역할 때는 일어판을 사용한 것인데, 일어판은 또 1권이 없었어요. 결국 짜골로프 교과서의 완역판은 국어판 밖에 없다는 말이에요.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당시 모스크바 대학 경제학부에서 남한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이 때문이지요. 어쨌든 영어판이 없었다는 것은 짜골로프 교과서가 소련 공산당의 공식적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에 남한에서 읽힌 수많은 소련 교과서는 모두 다 당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영어로 번역되었던 것이거든요.
게다가 1970년대에 출판된 <소비에트 대백과사전> 3판에서 경제학 관련 항목을 집필한 것은 짜골로프가 아니라, 나중에 개혁파로 변신한 레닌그라드 대학 경제학부의 아발킨이었지요.
스탈린 사후에도 스탈린주의가 소멸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짜골로프 학파가 스탈린주의적일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정성진 교수가 짜골로프 교과서를 스탈린주의적이라고 비난한 것은 무지의 소치라는 것이에요. 짜골로프 교과서의 영어판이 있어서 전세계 마르크스주의자를 교육시킬 수 있었다면, 상황은 또 많이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소련이 붕괴한 다음에 러시아에 남아 있는 마르크스주의자는 대부분 짜골로프 학파 출신이거든요. (<현대 경제학 비판> 50~51p)
질문자 : 현대 자본주의 분석에 대한 짜골로프 학파의 기여는 무엇인가요?
윤소영 : 가장 중요한 기여는 역시 마르크스의 <자본>으로 현대 자본주의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해명한 데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의 통설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자본>은 19세기 경쟁 자본주의를 설명하고 20세기 독점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것은 레닌의 <제국주의>나 힐퍼딩의 <금융 자본>이었지요.
통설을 정당화하는 방법이 바로 스탈린주의적으로 재해석된 엥겔스의 논리-역사주의였어요.
그런 통설에 대한 최초의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짜골로프 학파가 제시한 '자본주의 일반'이라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서 마르크스의 <자본>은 자본주의 일반을 분석하는 것이므로 고전 자본주의 뿐만 아니라 또한 현대 자본주의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런 주장을 근거 짓기 위해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사용한 방법과 엥겔스의 논리-역사주의의 차이에 대한 연구를 강조한 것이지요.
물론 짜골로프 학파의 해답이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1960년대의 상황에서 그런 시도는 상당한 역사적 의의를 갖는 것이에요. (<현대 경제학 비판> 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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